18일 JTBC <뉴스룸> '비하인드 뉴스' 방송 장면

18일 JTBC <뉴스룸> '비하인드 뉴스' 방송 장면ⓒ JTBC

 
"그런데 바로 오늘, 황교안 대표 삭발에 대한 패러디물이 나왔습니다. 몇 가지 사진을 좀 보면 한국당 민경욱 의원 페이스북에도 올라와 있는 사진들인데요. 수염이 없는데 저렇게 수염이 있습니다. 그리고 삭발 중간에 일명 투블럭, 그러니까 한쪽은 짧게 치고 윗머리는 남겨놓는 상태에서 수염을 합성해 넣었습니다. 약간 야성미가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17일 JTBC <뉴스룸> '비하인드 뉴스'의 진행자 멘트 중 일부다. <삭발의 '당황스러운' 효과>라는 키워드를 소개한 이날 <뉴스룸>은 민경욱 한국당 의원의 페이스북과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황 대표의 '삭발' 합성 사진을 화면으로 직접 보여주기까지 했다. 이런 부연과 함께.

"다른 사진들도 좀 보면, 이 사진은 원래 영화배우 최민수씨의 몸에 황교안 대표의 얼굴을 합성했다, 물론 수염도 합성입니다, 이런 주장이고요. 또 국회 앞에 터미네이터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수염을 기른 황교안 대표의 투블럭 상태의 사진을 올린 글도 있었습니다. 원래 삭발 사진은, 앞서 합성한 사진과 느낌이 많이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진행자는 "김명연 수석대변인에게 물어보니까 한국당에서는 희화화한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황교안 대표의 결기를 더 많은 국민들에게 알리는 효과도 패러디가 하고 있다라고 해석했습니다"라며 한국당의 입장을 전했다. 김필규 앵커 역시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 이런 걸까요? 그러니까 저런 패러디가 오히려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이렇게 보고 있다는 거군요"라고 했다. <뉴스룸>의 해석은 이렇게 이어졌다.

"저도 사실 삭발 기사를 쓸 때는 개인으로서는 큰 결단을 한 것이기 때문에 희화화 되는 부분을 상당히 조심스러워하고 있는데, 한국당에서는 그러나 황교안 대표가 그간 공안검사이자 어떻게 보면 답답한 공무원의 이미지가 강했는데 저런 패러디물로 인해서 좀 더 가벼워지고 대중적이고 야성미를 갖게 됐다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내리고 있습니다. 원래 비장미를 노렸는데 의외의 야성미도 갖게 됐다라는 해석인데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일각에서 '정치쇼'라 비판받는 황 대표와 한국당 의원들의 '삭발' 릴레이를 굳이 한국당의 '자평'까지 곁들이며 소개할 필요가 있었을까. 게다가 '투블럭'이란 표현은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황 대표의 삭발이 '진짜 삭발이 아니다'라고 비꼬는데 훨씬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걸, <뉴스룸>은 몰랐던 걸까. 그런데 다음 기사들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퍼다 나른 사진들의 정체
 
 18일 JTBC <뉴스룸> '비하인드 뉴스' 방송 장면

18일 JTBC <뉴스룸> '비하인드 뉴스' 방송 장면ⓒ JTBC


"더욱이 인터넷에서는 20~30대를 중심으로 황 대표의 삭발을 유희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황 대표의 삭발 사진을 다양한 포즈에 합성한 사진이 돌고 있다. 황 대표가 옆머리부터 깎으면서 삭발 도중 연출된 일명 '투 블럭' 헤어스타일이 주로 사용됐다."

17일 <중앙일보>의 <투 블럭 헤어스타일도 나왔다···예상 못한 황교안 삭발 효과> 기사 중 일부다. 황 대표의 삭발이 정치권의 뉴스가 되는 사이,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시된 패러디 합성 사진들도 화제가 됐다는 내용이었다.

<중앙> 뿐만이 아니었다. 같은 날 <한국일보>도 <'황교안 투 블럭' 패러디물 인기몰이… 의외의 삭발 효과?>란 제목의 기사로 같은 사진들을 소개했고, <조선일보> 역시 <'쾌남 황교안'...삭발 합성사진 유행에 한국당도 어리둥절> 역시 <뉴스룸>과 같은 논조의 기사를 선보였다. 특히 <조선일보>는 네티즌들의 반응을 주요하게 다뤘다.

"네티즌들은 황 대표 포즈도 다양하게 합성했다. 미국 영화 '터미네이터'를 패러디 해 가죽 재킷을 입고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오토바이에 탄 모습, 단추를 두 개쯤 풀어헤치고 수트를 입은 영화배우 최민수씨 사진에 황 대표 얼굴을 합성한 모습 등이었다. 한 네티즌은 '황 대표인 줄 모르고 보면 야성미와 도시미를 갖춘 꽃중년 같다'고 했다.

한 네티즌은 황 대표 합성 사진에 대해 '정계의 임재범'이라고 했다. 다른 네티즌은 '외모를 저렇게(합성사진처럼) 하고 나오면 대통령 당선 가능하다'고 했다. '간지난다('멋지다'의 속어)'는 댓글도 많았다. '(영화 '아이언맨' 주인공)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보다 낫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같다'는 댓글도 있었다. '링컨 대통령도 구레나룻 기르고 인기가 올라갔다'며 황 대표도 앞으로 구레나룻을 길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조선일보>는 이 합성사진들의 출처를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라고 밝혔다.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과연 실제 이 사진들이 어디서부터 출발했는지.

출발은 민경욱 의원의 페이스북이라 착각할 수도 있다. 민 의원은 16일 오후 9시 19분 황 대표의 삭발식이 끝난 몇 시간 후 "멋진 합성 사진이 돌아다니고 있어서 득템했습니다"라며 해당 패러디 사진을 게시했고, 이후 "많은 연재물들을 기대합니다"라는 독려와 함께 17일까지 여러 장의 사진들을 수차례 게시하기도 했다.

자, 그렇다면 이 사진들의 출처는 어디였을까. 해당 사진들의 상당수는 '일간베스트'('일베')의 게시물들이었다.

'황교안 패러디' 뉴스에 일베는 자축 분위기
 
 18일 JTBC <뉴스룸> '비하인드 뉴스' 방송 장면

18일 JTBC <뉴스룸> '비하인드 뉴스' 방송 장면ⓒ JTBC


17일 일베에 게시물을 올린 한 사용자는 <'쾌남 황교안'...삭발 합성사진 유행에 한국당도 어리둥절>이란 <조선일보> 기사를 소개한 뒤, "한국당은 떠먹여줘야 하는 놈들"이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즉, 황 대표의 삭발 이후 일베 내에서 다수 게시된 합성 사진을 민경욱 의원을 비롯해 한국당이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뉴스룸>을 비롯해 보수 일간지들이 소개한 합성 사진 다수는 일베 게시글 속 사진과 일치했다. 특히 16일 오후 8시 26분 게시된 한 게시물 속 사진의 경우, <뉴스룸>은 블러 처리했지만 사진 우측 상단 'Live 노컷V' 로고까지 일치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17일까지 일베에는 이른바 '짤방'이란 합성 사진들이 다수 게시됐다. <조선일보>가 소개한 '링컨 대통령도 구레나룻 기르고 인기가 올라갔다'는 댓글 역시 일베 게시물 중 하나였고, 외국 배우와 비교한 글도 마찬가지였다.

또 17일 저녁 < TV조선 >이 '배우 최민수씨와 합성 사진... 터미네이터 합성도 등장'이란 자막과 함께 합성 사진을 소개한 뉴스 화면 역시 '황교안 패러디 드디어 공중파에 나와 버리고 맘'이란 자화자찬식(?) 게시글과 함께 올라오기도 했다.

정리해보자. 16일 민경욱 의원이 최초로 일베 등에 게시된 사진을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그걸 17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 보수 일간지가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이란 출처로 소개했고, 다시 같은 날 저녁 TV조선과 JTBC <뉴스룸> 등 종편이 똑같은 논조와 사진을 퍼다 나른 셈이 됐다. 하지만 그 어느 매체도 일부 사진의 출처를 '일베'라고 적시하지 않았다. 그렇게 일베 게시물을 그저 네티즌 의견이라 두루뭉술 바꿔치기해도 괜찮은 걸까.

'나경원 일베 즐겨찾기' 비판했던 <뉴스룸>
 
 18일 JTBC <뉴스룸> '비하인드 뉴스' 방송 장면

18일 JTBC <뉴스룸> '비하인드 뉴스' 방송 장면ⓒ JTBC


"말 그대로 '일베 용어인 줄 몰랐다'라는 해명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만약에 일베 용어인 줄 알고 썼다고 하면 정치인이 이렇게 썼다고 하면 더 심각한 문제가 되는 거죠. 그렇다면 과연 몰랐느냐 이게 쟁점이 될 수 있는데, 과거에도 나경원 원내대표가 일베가 주장하는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거나 두둔한 적이 몇 가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당시에 일베 측에서는 '빨간 우의를 입은 사람이 범인이다' 이런 가짜 뉴스를 주장했는데 그 내용을 그대로 국감장에서 질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또 지난해였습니다. 일베에 대해서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서 폐쇄해 달라 이런 국민청원이 상당히 높았었는데 이에 대해서 나경원 원내대표는 표현의 자유를 후퇴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반대한다라는 목소리를 낸 적이 있습니다."


지난 5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문재인 지지자 비하 발언이 논란됐을 당시 <뉴스룸>은 '나경원 일베 즐겨찾기'란 제목의 비하인드 뉴스를 통해 나 원내대표의 '일베 사랑'을 비판한 바 있다.

한국당 의원들의 '일베 사랑'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민경욱 의원처럼 일베 게시물을 재빨리 퍼다 나르면서도 그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은 여론 왜곡으로 비쳐질 소지도 다분하다. 과연 일부 사진의 출처가 일베였다는 걸 밝혔다면 <조선일보>나 <중앙일보>가 과연 섣불리 '긍정적 반응'이라고 소개할 수 있었을까. <뉴스룸> 또한 일베 게시물이 포함된 사진을 뉴스 화면으로 내보낼 수 있었을까.

"따라서 이런 전례에 비쳐봤을 때 과연 나경원 원내대표가 아까 그 표현이 일베 용어였는지 몰랐을 것이냐 합리적으로 의심할 수 있다, 이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지난 5월 <뉴스룸>은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을 두고 그 배경을 이렇게 '합리적으로 의심'한 바 있다. 아마도 이건 민경욱 의원에게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일 것이다. 과연 민 의원은 자신이 게시한 합성 사진이 일베 게시물인지 몰랐을까.

또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그리고 <한국일보>는? 또 <뉴스룸>은? 몰랐다면 게을렀거나 무능한 것이다. 만약 알고도 의도적으로 출처를 '소셜미디어나 인터넷'이라고 밝혔다면, 일베란 이름 자체를 무시해버린 채 '황교안의 약간의 야성미'라거나 '2030의 유희' 운운한 그 의도 자체가 문제적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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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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