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산다>와 <복면가왕>은 시청률로 보나 화제성으로 보나 현재 MBC 예능을 먹여 살리고 있는 양대산맥이다. 그리고 이 두 프로그램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설날 연휴 파일럿 방송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한 후 정규편성됐다는 점이다. <나 혼자 산다>는 2013년 설날, <복면가왕>은 2015년 설날 연휴에 파일럿 프로그램이 편성됐다가 좋은 반응을 얻은 후 정규 편성에 성공했다.

명절엔 아무래도 가족 단위의 시청자들이 모여 TV를 시청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각 방송국들이 파일럿 예능프로그램의 반응과 가능성을 판단하기 매우 적절한 시기다. 하지만 모든 예능 프로그램들이 명절 연휴에 파일럿으로 편성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명절과는 무관한 시기에 방송국의 갑작스런 편성공백을 메우기 위해 다소 뜬금없는 시간에 파일럿 예능이 편성되기도 한다.

금요일 밤 8시 반에 첫 방송됐다가 토요일 오후 5시 10분으로 자리를 옮겨 방송된 MBC의 2부작 파일럿 예능 <편애중계> 역시 명절이 아닌 여름 휴가철에 조금 갑작스럽게 편성된 느낌이 없지 않다. '인생이라는 링 위에서 작은 도전을 앞두고 있는 일반인들을 위해 6인의 편애중계진이 그들의 도전을 응원하고 중계하는 프로그램'이라는 기획의도는 상당히 좋다. 하지만 <편애중계>가 정규편성되려면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이 보인다.

강호동부터 안정환-서장훈-허재까지, 스포츠 스타 출신 예능인 전성시대
 
 '농구대통령' 허재는 <뭉챠야 찬다> 출연 후 2019년 새로운 예능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농구대통령' 허재는 <뭉챠야 찬다> 출연 후 2019년 새로운 예능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JTBC 화면 캡처

 
스포츠 스타 출신의 예능인은 이제 방송가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지상파 3사와 백상예술대상의 대상을 휩쓸었고 현재도 유재석, 신동엽과 함께 'MC 3대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강호동은 현역 시절 20대 초반의 나이에 천하장사 5회, 백두장사 7회를 차지했던 1990년대 초반의 씨름 황제였다. 당시 씨름이 가지고 있던 인기와 위상을 생각하면 돌연 은퇴를 선언하고 연예계에 뛰어든 강호동은 대단한 모험수를 던진 셈이다.

전성기가 길진 않았지만 야구선수 출신 강병규 역시 예능인으로 꽤 화려한 시절을 보냈다. 현역 시절 56승 63패 평균자책점4.15를 기록했던 강병규는 뛰어난 입담으로 방송계에 진출해 <일요일은 즐거워>의 99초 스탠바이 큐와 MC대격돌, <위기탈출 넘버원>, <비타민> 등에 출연하며 많은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2008년에 터진 불법도박 스캔들과 2010년 배우 이병헌과의 갈등 등으로 이미지가 추락해 현재는 방송에서 거의 볼 수 없는 얼굴이 됐다.

강호동과 강병규 이후 한동안 뜸했던 스포츠 스타 출신 예능인 계보는 한국축구의 '판타지 스타' 안정환이 이었다. 안정환은 MBC 축구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던 2014년 <아빠!어디가? 시즌2>에 출연하며 시청자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갔다. 이후 축구관련 예능에 주로 출연하던 안정환은 <꽃놀이패> <냉장고를 부탁해> <사심충만 오!쾌남> <궁민남편> <뭉쳐야 찬다> 등을 통해 지상파와 종편을 넘나들며 누구보다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현역 시절 '국보급 센터'로 명성을 떨치던 서장훈은 은퇴 후 '예능거인'으로 거듭났다. MBC <무한도전>에 게스트로 몇 차례 출연하면서 방송인으로서 감을 찾은 서장훈은 현재 JTBC와 SBS의 간판예능 <아는 형님>과 <미운 우리 새끼>에 고정출연하는 것을 비롯해 활발한 방송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무한도전> 출연 당시 자신을 연예인 취급(?)하는 멤버들에게 불쾌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현재 서장훈은 자타가 공인하는 '연예인'이다.

2019년 현재 방송가에서 가장 핫한 스포츠 스타 출신 예능인은 바로 '농구대통령' 허재다. JTBC <뭉쳐야 찬다>에 출연해 인간적인(?) 축구 실력과 구수한 입담으로 새로운 매력을 발산한 허재는 <라디오 스타>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냉장고를 부탁해> 등에 출연하며 말 그대로 대한민국 예능을 휘젓고 있다. 다만 50대 중반의 나이에 두 아들이 모두 프로농구 스타로 성장한 만큼 허재가 전문 예능인으로 계속 활동할지는 미지수다.

섬총각 3:3 미팅 중계, 스포츠 레전드 섭외한 이유가 없었다
 
 섬총각 3:3 미팅에서 커플이 탄생한 걸 스포츠 레전드 3명이 모여 기뻐할 필요가 있었을까?

섬총각 3:3 미팅에서 커플이 탄생한 걸 스포츠 레전드 3명이 모여 기뻐할 필요가 있었을까?ⓒ MBC 화면 캡처

 
이렇게 스포츠 스타 출신의 예능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시대임을 감안했을 때 <편애중계>는 매우 시의적절하게 제작된 예능이다. MBC는 이미 예능인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서장훈과 안정환, 그리고 호주에서 현역 생활을 마치고 올해부터 개인사업을 하면서 MBC에서 메이저리그 해설을 맡고 있는 'BK' 김병현이 합류해 신선한 조합을 만들었다. 노련함과 패기가 조화를 이룬 김성주,김제동,붐의 '3MC'도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9일 첫 방송에서 세 명의 스포츠 레전드가 걸었던 화려했던 시절을 돌아본 <편애중계>는 갑자기 1990년대로 시계를 돌리더니 일반인들의 미팅 프로그램 <사랑의 스튜디오>로 변했다. 출연자가 결혼 적령기의 청춘남녀에서 평균 나이 40대 중반을 훌쩍 넘긴 농·어촌에서 생활하는 거제도 섬총각들로 바뀌었을 뿐이다. 세 MC와 스포츠 레전드 3인은 둘씩 짝을 지어 중계 방송하듯 섬총각들의 수줍은 미팅 현장을 중계했다.

하지만 평생을 농·어촌에서 생활했던 섬총각들이 방송에 익숙할 리 없었다. 미팅은 당연히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고 중계석에 있는 6명은 연신 섬총각들의 실수와 어색함에 탄식을 보냈다. 물론 섬총각들의 미팅을 통해 일반인들의 순수한 매력을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도 충분히 재미를 찾을 수 있지만 그런 프로그램에 월드컵 본선 3골의 안정환과 프로농구 최다득점의 서장훈, 월드시리즈 우승반지 2개의 김병현은 필요치 않았다.

안정환이나 서장훈, 김병현 같은 스포츠 레전드들을 어렵게 섭외했다면 어려운 환경에서 운동을 하는 선수나 팀을 찾아 응원을 하고 훈련을 도와주며 용기를 주는 프로그램이 훨씬 유익했을 것이다. 각 편마다 여러 레전드를 섭외해 다양한 종목을 소개하고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어낼 수 있다면 <편애중계>는 한국 스포츠와 소위 비인기 종목의 발전에도 큰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느덧 입추와 말복, 광복절이 모두 지나고 이제 추석 연휴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올해도 방송 3사에서는 추석을 맞아 제2의 <복면가왕>과 <나 혼자 산다>를 노리는 여러 파일럿 예능프로그램을 선보일 것이다. <편애중계>가 명절이 아닌 시즌에 파일럿 프로그램이 방송돼 정규 편성 후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전지적 참견 시점>이나 <미운 우리 새끼>의 길을 따라가기엔 두 번의 파일럿 방송에서 보인 단점들이 너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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