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노트 레코드> 포스터

<블루노트 레코드> 포스터ⓒ 마노엔터테인먼트

 
2016년 개봉한 <본 투 비 블루>는 미국의 재즈 음악가이자 트럼펫 연주자인 쳇 베이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에서 쳇 베이커가 연주하는 트럼펫 소리는 가사 없이 깊은 울림을 준다. 영화의 제목 '본 투 비 블루'처럼 마치 '블루'와도 같은 청춘의 우울과 불안, 그러하기에 아름다운 그 감정을 오직 소리로만 표현해낸다.

재즈에는 감성을 울리는 묘한 느낌이 있다. 가사 없이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하나의 서사가 쓰이고 감정이 완성된다. <블루노트 레코드>는 이런 재즈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최고의 선물이 될 영화라 할 수 있다.
 
80년간 1000장이 넘는 앨범을 발매한 뉴욕 재즈 레이블 '블루노트'는 수많은 아티스트들을 발굴해내며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델로니어스 몽크, 버드 파웰, 허비 행콕, 웨인 쇼터, 노라 존스 등 계약을 맺는 순간 그들의 음악적 재능을 꽃피워준 이곳은 음악계에 흐름을 바꿔놓는 인물을 발굴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영화 <블루노트 레코드>는 블루노트의 역사와 뮤지션들의 솔직한 이야기, 그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음악을 통해 눈과 귀를 동시에 사로잡는다.
 
블루노트는 재즈의 역사를 만들어낸 곳이라 할 수 있다. 재즈 음악의 거장이자 재즈의 입문곡으로 알려진 걸작 'Moanin'의 주인공인 아트 블레이키는 이곳에서 밴드 아트 블레이키 앤 재즈 메신저스를 통해 수많은 연주자들을 배출해냈다. 위대한 뮤지션 존 콜트레인이 유일하게 블루노트에서 녹음을 했을 때 재즈계에 길이 남을 명반인 'The Ultimate Blue Train'이 탄생하였고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캐논볼 애덜리의 앨범 'Somethin' Else' 역시 블루노트에서 제작되었다.

세계적 재즈 레이블 '블루노트', 그 영광의 역사 
  
 <블루노트 레코드> 스틸컷

<블루노트 레코드> 스틸컷ⓒ 마노엔터테인먼트

 
작품은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블루노트가 수많은 스타 뮤지션들을 발굴하고 길이 남을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비결, 그리고 80년의 세월 동안 명성을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한다.

첫 번째는 믿음이다. 블루노트를 설립한 알프레드 라이언과 프랜시스 울프는 독일 나치의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도망친 유대인이었고 당시 미국 사회는 흑인에 대한 차별이 만연했을 때였다.
 
사회적으로 편견의 시선을 받아야 했던 이들은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음악을 만들어나갔다. 알프레드 라이언은 가능성이 보이는 뮤지션이라면 그 출신이나 형편에 상관없이 음반을 만들 기회를 내어주었다. 이런 믿음은 뮤지션을 이해하고 그의 음악적 세계를 온전히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두 사람은 뮤지션과 사적으로 친하게 지냈고 그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이런 노력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음악 세계를 이해하는 바탕이 되었고 온전한 믿음으로 이어졌다. 뮤지션에 대한 믿음은 두 창립자가 물러나게 된 뒤에도 이어진다. 이들은 노라 존스가 가져온 곡들을 들어보고 그녀의 음악에 대해 확신하게 되고 바로 앨범을 작업하게 된다. 노라 존스의 노래 'Don't Know Why'는 그해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앨범상과 레코드상을 휩쓰는 기염을 토한다.
  
 <블루노트 레코드> 스틸컷

<블루노트 레코드> 스틸컷ⓒ 마노엔터테인먼트

 
두 번째는 신념이다. 재즈 마니아였던 알프레드 라이언과 프랜시스 울프에게는 그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음악에 대한 신념이 있었다. 그들은 대중적으로 유행하고 인기가 있는 음악 대신에 자신들의 귀를 사로잡을 수 있는, 지금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지 못할지라도 언젠가 그 가치를 받아들이게 될 음악을 선호하였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미국 음악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 중 한 명으로 뽑히는 재즈 피아니스트 델로니어스 몽크이다.
 
초창기 몽크는 여러 음반사에서 퇴짜를 맞았다. 대중성과 거리가 멀다 여겨지는 그의 독특한 음악 세계는 레코드사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였다. 하지만 알프레드 라이언은 그에게서 엄청난 재능을 보았고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앨범을 계속 내주는 모험을 강행하였다. 이런 블루노트 레코드와의 동행은 이후 몽크가 세계적인 재즈 피아니스트가 되는 데에 큰 밑바탕이 되어주었다.
 
세 번째는 용기이다. 조그마한 레이블에서 시작한 블루노트는 계속되는 뮤지션의 성공으로 더 이상 그들만을 위한 작은 음악을 할 수 없는 위치에 이르렀다. 이에 회사는 대형자본에 손을 벌리지만 그 대가로 더 이상 두 창립자가 지향하는 음악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런 블루노트의 변화는 재즈 대신 힙합이 흑인음악의 주류로 떠오르면서 위기를 겪게 된다. 1980~1990년대 음악교육의 축소는 흑인 아이들에게 악기를 연주할 기회를 박탈했고, 이 자리는 레코드판만 있으면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는 힙합이 대신하게 되었다.

귀를 사로잡는 아름다운 재즈의 선율 
 
어쩌면 재즈의 위기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었던 블루노트는 그들의 정신에 따른 변화를 시도한다. 새로운 회사의 대표가 된 돈 워스는 과거 두 창립자가 그러했듯 뮤지션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순수 재즈를 고집하기보다는 다양한 음악적인 색을 포용한다. 힙합 가수 켄드릭 라마와의 협업은 물론 힙합, R&B 등 다양한 장르를 받아들이며 '오직 아티스트에 대한 믿음과 회사의 신념으로 선택하고 작업한다.'는 자신들의 의지를 이어간다.
  
 <블루노트 레코드> 스틸컷

<블루노트 레코드> 스틸컷ⓒ 마노엔터테인먼트

 
이런 자세는 용기에서 비롯된다. 블루노트는 매 순간 용기를 잃지 않았다. 회사의 사정이 좋지 않을 때도, 본인들이 추구하는 음악이 주류와 다르다는 의견이 있었을 때도, 재즈가 지고 힙합이 떠오를 때도 자신들의 신념을 버리거나 주류에 탑승하려는 자세보다는 신념을 지키면서 시대를 이끌어 가는 음악을 하고자 하는 용기를 잃지 않았다. 블루노트는 인간에 대한 믿음과 음악에 대한 진정성을 단 한 순간도 잊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블루노트 레코드>는 귀를 사로잡는 사운드를 극장에서 들을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하는 건 물론 전설적인 재즈 뮤지션들의 레코딩 비하인드를 통해 호기심을 자극한다. 아트 블레이키의 밴드 이름이 '아트 블레이키 앤 재즈 메신저스'가 되는 과정이나 존 콜트레인이 'The Ultimate Blue Train'을 작업할 당시를 이야기하는 장면은 재즈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특별한 순간을 선사할 예정이다.
 
우리가 가사를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 노래에 흥미를 느끼고 클래식에 감동받듯, 음악은 가사가 아닌 소리를 통해 감정을 전한다. 음이 어우러져 펼쳐지는 콜라보와 연주자의 감정이 담긴 듯한 독주는 이야기 없는 서사와 눈물 없는 슬픔과 기쁨을 선사하며 깊은 감동을 주기도 한다. <블루노트 레코드>는 음악이 지닌 특별한 순간의 역사를 담아낸 의미 있는 다큐멘터리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 씨네 리와인드에도 게재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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