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 tvn

 
정경호과 박성웅, 두 배우가 함께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가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2018년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인 <라이프 온 마스>의 두 주인공이 다시 만난 거니 당연히 기대할 수밖에. 더구나 때론 형님같고 때론 아버지같던 강력반 계장(박성웅)과 이십년 후의 미래에서 온 까칠한 '아싸' 젊은 강력반 반장(정경호)으로 '고락'을 나눴던 두 사람이, 악마와 악마에게 영혼을 판 뮤지션으로 만난다니... 이 신선하고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조합에 대한 기대는 더욱 상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첫 편 방송 후 2편까지 본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의 시청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악마 모태강으로 돌아온 박성웅, 뮤지션으로 성공하기 위해 영혼을 저당잡힌 정경호, 두 사람이 '영혼'을 둘러싸고 벌이는 <파우스트>같은 격정 서사일 줄 알았는데, 정작 그런 느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1-2회에서 두드러진 건, '불운의 아이콘' 김이경(이설 분)의 바닥부터 시작된 '신데렐라' 스토리였다. 첫 회 3%로 출발했던 시청률이 2회에 2%대로 떨어진 건 바로 시청자들의 이런 아쉬움이 반영됐기 떄문으로 보인다(1회 3. 066%, 2회 2. 56 닐슨 코리아 케이블 기준).

영혼을 팔아버린 서동천-하립 

드라마는 여전히 승승장구 하며 최고의 작곡가로 활약하고 있는 하립(정경호 분)에게 배달된 한 장의 영수증으로부터 시작된다. '당신의 영혼을 회수하기 10일 전'이라는 섬뜩한 문구를 보자마자 하립은 자신이 잊고 있던 '과거'를 떠올린다. '간과 쓸개'로 대학 가요제에서 입상했지만 같은 멤버 이충렬(김형묵 분)가 외모로 더 주목받으며 2년 만에 팀은 해체된다. 이후 하립, 아니 당시 서동천의 음악은 외면받아, 결국 그는 거리를 전전했다. 그런 그 앞에 나타난 '악마'는 부와 성공, 그리고 젊음을 주며 '영혼'을 넘겨달라고 했고, 그는 그 계약에 사인을 한다. 결국 시간이 흘러 그 계약이 끝나는 날이 눈 앞에 다가온 것이다.

하립은 계약서를 찢어도 보고 무장을 한 채 악마로 추정되었던 인물에 반항도 해본다. 하지만 그런 그의 앞에 진짜 '악마' 모태강(박성웅 분)이 등장하며 그의 영혼 회수는 불가항력적인 일임을 확인시켜준다. 

그렇게 악마와의 계약 기간 만료로 고심하는 사이 하립은 김이경과 마주치게 된다. 늦은 밤 '대리 운전자'로 하립 앞에 나타난 이경은 하립의 최신 히트곡이 자신의 자작곡이라고 말해 그를 혼돈에 빠뜨린다. 심지어 한 술 더 떠 이경은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며 10년 전 자신이 친구를 위해 만든 곡 역시 '하립'의 곡과 동일했다고 주장한다.

불운의 아이콘 김이경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 tvn


영혼을 팔아버린 파우스트 박사처럼 시작된 하립 이야기의 중심은 1회 중반 김이경의 등장 이후 '루저' 김이경에게로 옮겨간다. 청소년 시절 불운했던 가정사로 인해 소년범이 된 이래 이경은 되는 일 없는 '불운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리고 그 '불운' 중 가장 그녀를 좌절하게 만든 건 바로 그녀의 창작곡이 하립의 곡과 동일하다는 것이었다. 10년 전에 이어, 다시 한번 하립과 같은 곡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이경은 좌절하며 '음악'을 접기로 결심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하립과 이경의 '음악'을 둘러싼 표절 시비는, 결국 지금까지 '하립'에게 부와 성공을 안겨다 준 '하립'의 음악이 결국 악마가 '훔쳐온' 그 누군가의 음악이었다는 사실로 귀결된다. 결국 이런 사실은 자신의 부와 성공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을지언정 자기 능력이라 믿었던 서동천을 혼란에 빠뜨린다. 

드라마는 하립과 악마 모태강의 대립, 그리고 하립과 이경 사이의 갈등과 하립의 회한, 술 기운에 내뱉은 신예 가수와 함께 할 신곡 발표 이벤트, 거기에 시끌벅적하게 하립 소속사 사장으로 돌아온 옛 동료 이충렬, 그 소속사에서 조우하게 된 전 연인 모태강과 소속사 대표 지서영(이엘 분)의 엇갈린 인연 등으로 복잡하게 뻗어나간다. 

그 중 뜻밖에도 가장 두드러져 보인 건 영혼을 판 뒤 자기 부정의 해프닝을 반복하는 하립이 아닌 불운의 아이콘 김이경이다. 하립 곡의 진짜 주인인 이경은 매번 자신을 배반하는 운명 속에서 하립과 계속 인연을 이어간다. 심지어 악마 모태강이 하립의 영혼을 데려가는 것을 유예하는 조건으로 악마에게 바칠 다른 영혼을 제시하며 김이경은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의 중심 키워드가 된다.

이 드라마가 박성웅과 정경호의 만남이라고 왁자지껄하게 홍보를 했음에도 결국 도달하고자 한 건 납량 특집판 신개념 김이경의 신데렐라 스토리가 아닐까라는 의심을 하게 만드는 지점이다.

특히 2회 엔딩, 옛 고등학교 동창들 앞에서 과하게 수모를 당하던 김이경 앞에 이젠엔 자신의 영혼 회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탓에 히스테릭하기만 했던 하립이 예의 '키다리 아저씨' 같은 모습으로 등장해 자신의 차로 에스코트하는 장면에서 그 의심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드라마는 '악마'보다 더 '악마' 같은 사람들이 난무하는 세상 속에서, '진심'을 향해 손을 뻗고자 한다. 하지만 그런 드라마의 목소리는 악마 모태강과 하립의 대립 속에서 악마의 약점이 '음치'라는 등의 '해프닝' 등에 묻혀 버린다.

모태강으로 돌아온 박성웅은 역시나 '포스'있지만, 정작 드라마 속 그의 역할은 비중있는 '조연'으로 비껴서있는 듯 보인다. 즉 하립과 악마의 대립은 드라마의 주된 갈등이지만 막상 드라마의 구성에서는 '특이한 상황'의 조성 정도로 보여지는 것이다.

<파우스트>를 기대했지만 <성냥팔이 소녀>같던 김이경에게 찾아온 찌질한 '키다리 아저씨' 하립을 발견하게 되는 드라마. 과연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가 어떤 장르, 어떤 주제, 어떤 구성으로 갈지 궁금할 따름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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