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알앤제이>의 한 장면

연극 <알앤제이>의 한 장면 ⓒ 위수정

 
엄격한 규율이 존재하는 가톨릭 남학교에서 네 명의 소년이 기숙사를 빠져나와 금서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꺼내 든다. 호기심으로 책을 읽은 네 명의 남학생은 자신도 모르게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현재 서울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알앤제이(R&J)>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각색한 작품이다. 극 속의 또 다른 극이 들어있는 구성의 <알앤제이(R&J)>를 지난 10일 프레스콜 하이라이트 시연으로 처음 봤을 때와 지난 17일 실제 공연으로 봤을 때의 느낌은 180도 달랐다.

무대 위 네 명의 배우들은 학생 1, 2, 3, 4 역을 비롯해 로미오, 줄리엣, 머큐쇼, 티볼트, 유모 등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에 등장하는 10여 개의 남녀 캐릭터를 연기한다. 

가톨릭 학교의 엄숙한 분위기를 그대로 살린 무대에서 배우들은 말 그대로 '각'을 단단히 잡고 등장해 시선을 끈다. 단정한 교복을 입고 팔에는 책을 낀 학생들은 마치 군인처럼 90도로 각을 맞춰 발을 구르며 무대로 들어온다. 그 후 최면같이 외우는 규율.
 
 연극 <알앤제이>의 한 장면

연극 <알앤제이>의 한 장면 ⓒ 위수정

 
"거짓말하지 마라, 도둑질하지 마라, 자신을 속이지 마라, 누구도 죽이지 마라, 욕망의 노예가 되지 마라."

네 명의 학생은 한 밤 중에 기숙사를 빠져나와 붉은 천으로 감싸 둔 금단의 서적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펼쳐 든다. 역시 하지 말란 짓이 가장 제일 재미있는 법이다.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로미오, 줄리엣, 유모, 머큐쇼 등을 연기하는 학생들은 점점 극에 몰입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필자도 그저 학생 네 명이 연기하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는 기분이었다. 어느 순간 학생의 연기를 보고 있는 것인지 '로미오와 줄리엣'의 연기를 보고 있는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배우와 관객이 빠져 들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150분 (인터미션 15분)의 극을 보고 났을 때 느낌은 '이건 내게 인생 연극이다'라는 것이었다. 프레스콜만 봤을 때는 단순히 '남학생 4명이 액자식 구성의 극을 연기하는 건가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전체 극은 완전히 느낌이 달랐다.

극 중 네 명의 학생은 붉은 천을 팽팽히 잡아당기며 대립을 하기도, 몸에 두르면서 욕망에 잠식당하는 모습을 보인다. 빨간색 천이 시각을 자극하면서 또 시선을 끄는 것은 무대 구성이다. 무대 위 빼곡히 들어찬 책상과 의자는 무대 소품인 동시에, 무대석으로 활용된다.

드라마와 객석의 공간이 공존하는 무대석에 앉은 관객들은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배우와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며 공연에 집중을 돕는데 마치 4DX 영화관에 온 기분이다. 배우들이 객석을 지나가기도 하며 객석 안에 있는 무대 위에서 발을 구르는데 의자가 같이 흔들리는 기분이다. 무대석 또한 이 공연의 감칠맛이다. 객석에서 무대를 보면 무대석에 앉은 관객까지 보여 마치 그 관객들마저 공연의 한 부분처럼 느껴진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 만큼 관객들 역시 무대 위의 배우에게 더욱 쉽게 빠져들 수 있다.
 
 연극 <알앤제이>의 한 장면

연극 <알앤제이>의 한 장면 ⓒ 위수정

 
연극 <알앤제이(R&J)>는 개인적으로 두 번은 봐야 작품을 제대로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 번은 객석에서, 한 번은 무대석에서. 처음에는 잘생긴 남자 배우가 4명이나 나온다니 가벼운 마음으로 보러 갔는데, 나올 때는 큰 여운을 가지고 나오게 된다. 다시 한번 극을 보면서 그 여운을 복기하게 됐다.

한편 <알앤제이(R&J)>는 공연제작사 ㈜쇼노트가 제작한 작품으로 오는 9월 29일까지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나인스타즈뉴스>(9stars.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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