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영화 <앨리스 죽이기> 관련 이미지.

다큐 영화 <앨리스 죽이기> 관련 이미지.ⓒ 인디플러그

  
시작은 단순한 여행이었다. 대한민국 국민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 국민이라면 갈 수 있는 북한여행. 미국 시민권자인 신은미씨 역시 그랬다. 남편의 제안으로 가게 된 이 여행의 끝은 '특별한 추억'이 아닌 '강제 출국'과 더불어 '5년간 대한민국 입국금지'가 됐다.

이 일련의 상황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앨리스 죽이기>의 언론시사가 22일 오전 서울 건대입구에서 열렸다. 연출을 맡은 김상규 감독, 그리고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에 거주 중인 신은미씨가 화상 연결을 통해 참석했다. 

빨갱이가 되어버린 한 시민

두 사람 모두 제목에서 암시하듯 '이상한 나라'에 대한 주제의식을 강조했다. 북한여행 이후 찬양 고무했다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무죄로 결론났지만, 그의 강제추방은 풀리지 않았다. 

국내 개봉에 앞서 이미 북미에서 영화가 개봉한 것에 신은미씨는 "미국 동포 분들은 엄중한 마음으로 영화를 봤다고 했고, 외국 친구들은 마치 블랙코미디를 감상하는 것 같다는 말을 전했다"며 "대동강 맥주가 맛있다고 했고, (2011년 당시) 북한 핸드폰 개통 수가 250만 대를 넘었다는 사실을 얘기했다고 종북이 됐다는 게 미국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란 것"이란 반응부터 전했다.  

세 차례의 북한 여행 후 신씨는 책을 썼고, 그 감상을 사람들과 나눴다. 그 대가로 한국사회에 깊게 뿌리 박힌 레드 콤플렉스를 몸소 겪어야 했다. 영화엔 인연을 끊자는 친모의 모습과 그에게 사제 폭탄 공격을 서슴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신은미씨는 "(제 이야기 말고도) 중요한 뉴스가 많을텐데 그 2개월 간 한 평범한 아줌마의 말이 화제가 됐다"며 "종북몰이로 제 인생 역시 많이 바뀐 부분이 있다. 오히려 국보법 위반 혐의, 추방이라는 황당한 상황을 당하며 우리의 분단 문제는 엄청난 비이성, 비상식과 연관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2011년 처음 북한 여행을 가려 했을 때 두려운 마음과 약간의 호기심이 있었다. 저 역시 그 전까진 민족이니, 통일이니 하는 단어를 생각하지 않고 살던 사람이었다. 여행 이후 그들과 마음을 나누며 우리가 떨어질 이유가 없는 같은 민족임을 알게 됐다. 분단으로 (인해) 우린 반공 교육을 하고 가짜뉴스를 보도하는 등 북에 대한 악마화로 가득 차 있는데, 엄청난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었다. 

제가 느낀 감동이나 사랑을 <오마이뉴스>에 연재했고, 수백만의 사랑을 받아 책도 내게 됐다. 북한 강물이 깨끗하고, 대동강 맥주가 맛있다, 멋쟁이 여성들도 많다는 제 개인적 의견으로 갑자기 빨갱이가 됐고 심지어 남파된 공작원이 됐다. 이 일을 겪으며 저 역시 오히려 통일과 평화를 염원하게 됐다." (신은미) 


"5년 전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법 없다"
 
 22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영화 '앨리스 죽이기' 언론시사회에서 김상규 감독(아래)과 신은미 씨가 화상통화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신씨는 지난 2014년 토크 콘서트에서의 발언으로 종북 논란을 불러와 2015년 강제출국돼 5년간 재입국이 금지됐다.

22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영화 '앨리스 죽이기' 언론시사회에서 김상규 감독(아래)과 신은미 씨가 화상통화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신씨는 지난 2014년 토크 콘서트에서의 발언으로 종북 논란을 불러와 2015년 강제출국돼 5년간 재입국이 금지됐다.ⓒ 연합뉴스


한 종편 언론사의 전형적인 왜곡 보도가 원인이었다. 2014년 당시 영화를 기획했을 때 "북한의 입체적 모습을 알리고자 하는 취지가 있었다"던 김상규 감독은 "그러다 신은미씨 책을 접했고, 기사를 접하게 됐고, 강연도 듣게 됐는데 굉장히 신선했다"며 "촬영을 시작한 이후 공교롭게 (종편 등에서 종북 표현을 쓰면서) 논란이 거세지는 걸 보면서 초반 기획이 결국 신은미씨를 통해 한국사회를 돌아보는 걸로 바뀌게 됐다"고 말했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게 바뀐 것 같다. 가장 큰 건 국민이 촛불로 정권을 바뀌었고, 남과 북, 미국까지 한반도 평화를 논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우리가 놓쳐선 안 되는 지점이 보였다. 아무리 지도자가 대화한다고 (해도) 평화의 종결점이 오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평화의 시작일 수 있지만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 교류가 있어야 실질적 평화 가능하다. 아직까진 우리는 선언적 평화 단계다. 때문에 5년 전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법 없다. 이 영화로 우리가 갖고 있는 레드 콤플렉스를 다시 돌아보고 질문을 던지게 하고 싶었다." (김상규 감독) 

신은미씨를 상징하면서도 동시에 '이상한 나라'를 연상케 하는 제목에 대해서 김상규 감독은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며 "동화에선 앨리스가 꿈에서 깨어나는 것으로 끝나지만, 그걸 주변에 얘기했다면 아마 지금 한국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까. 한 사람의 여행기를 개인이 싫어할 순 있지만 언론이 나서 사회악으로 취급하는 게 정상일까 묻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감독은 영화에 TV조선, 채널A 등 특정 언론사가 집중해서 나오는 것에 "한 종편 언론사가 종북 토크쇼라는 표현을 쓰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심지어 박근혜 전 대통령도 사용했다"며 "언론과 정부가 논란을 확대 재생산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해당 언론사의 기자들을 눈여겨 볼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자신이 담긴 이야기가 극장에서 개봉하는 것에 신은미씨는 "신기하다"면서도 "더 이상 이득이 전혀 없는 적대적 분단을 청산하고 보다 나은 우리 역사가 이뤄지길 바란다. 해외동포로서 남과 북의 오작교 역할을 (하는 것을) 변변찮은 글로 계속 전하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영화 <앨리스 죽이기>는 오는 8월 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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