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포스터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포스터ⓒ (주)엣나인필름

 
2년 전 실직한 베르트랑(마티유 아말릭)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중년 남성이다. 재취업에도 도전해보았지만 어쩐지 여의치가 못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또래에 해당하는 중년 남성들이 수영장에서 무언가를 하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하게 된다. 다름 아닌 수중발레였다.

때마침 남성 수중발레단의 회원모집 광고와 맞닥뜨리게 된 그는 왠지 '오합지졸'처럼 보이는 그들 무리 속에서 어쩌면 자신도 그들 이상으로 잘해낼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환상을 갖게 된다. 이렇게 하여 문을 두드리게 된 남성수중발레단, 그들의 파란만장한 도전기가 펼쳐진다.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스틸 컷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스틸 컷ⓒ (주)엣나인필름

 
'오합지졸' 중년 남성들의 파란만장한 수중발레 도전기

나이가 3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수중발레단 멤버들은 베르트랑처럼 하나같이 뭘 해도 되는 게 없는 딱한 처지에 놓인 인물들이다. 가족들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호소하며 이를 홀로 감수하던 로랑(기욤 까네)은 그 탓인지 매사에 까칠하기 이를 데 없었고, 수영장을 운영하는 마퀴스(브누와 쁘엘브루드)는 벌여놓은 사업들마다 하나같이 파산 직전에 이른 상태였다.

티에리(필리프 카터린느)는 마퀴스가 운영하는 수영장에서 관리 일을 도맡으며 그럭저럭 살아가고는 있으나 마퀴스와 한 배를 탄 처지라 그의 앞날 역시 불투명했다. 자신의 딸이 재학 중인 학교에서 급식 일을 하는 시몽(장 위그 앙글라드)은 틈만 나면 기타를 들고 연주에 몰입하는 게 그의 유일한 위안거리 가운데 하나다.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과 약간은 각진 얼굴 탓에 언뜻 록커 김도균을 떠올리게 하지만, 그와는 달리 시몽은 어느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자기 만족형 음악가에 불과하다.

이들은 키가 서로 달라 들쭉날쭉한 데다 배마저 불룩 튀어나온 전형적인 중년 남성의 체형을 갖추고 있었다. 이쯤 되면 예술에 방점이 찍힌 수중발레와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 '오합지졸형' 조합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이들은 그동안 수영과는 인연이 적었던, 물과는 그다지 친분이 없었던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에 불과하다. 이들을 조련하겠다고 나선 델핀(버지니아 에피라)이 제아무리 빼어난 실력을 갖춘 전직 수중발레 선수였다고 해도 이러한 연유로 인해 왠지 현실성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스틸 컷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스틸 컷ⓒ (주)엣나인필름

 
하지만 자신들이 애써 노력하여 갈고 닦은 실력을 대중 앞에서 펼쳐 보이거나 대회를 통해 자웅을 겨루는 일 자체만으로도 이들에게는 색다르며 짜릿한 경험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무언가 뚜렷한 목표가 생기자 '오합지졸'에 불과했던 이들의 마음 한 켠에는 어느덧 근래 경험해보지 못한 작은 불꽃 같은 게 몽글몽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비록 대단한 건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스스로 해냈다는 성취감, 바로 이 감정이 이들의 마음을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조련사 델핀에 이어 바통을 이어받은 아만다(레일라 벡티)의 독사 같은 조련과 함께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된다. 이들이 기를 쓰고 훈련에 몰두하는 장면이 때로는 어이없고 때로는 우습기 짝이 없게 다가오지만, 분명한 건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의 열정은 더욱 달아오르고 있었고 그러면 그럴수록 에너지가 응집되면서 그 열기가 특정 방향으로 수렴해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쓸모 있음'은 삶의 원동력

인생의 반환점 부근을 돌아서게 되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다는 중년의 어려움. 이러한 불투명한 미래와 불안한 현실 앞에서 위기를 감내하던 이들에게 불현듯 찾아온 실낱같은 희망, 수중발레. 이들의 아름다운(?) 도전은 과연 어떤 결말을 맺게 될까?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간혹 절망감을 느끼게 되는 때가 있다. 특히 사회나 가정 어디에서도 자신의 존재 가치가 희미해지는 바람에 스스로가 더 이상 쓸모없는 존재라고 여겨질 때 더더욱 그러하다. 영화 속 다양한 캐릭터들은 인생의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서 앞서의 어려움과 맞닥뜨리게 되고 우연히 수중발레를 접하게 된다. 이를 통해 성취감과 함께 근래 잊고 있었던 '쓸모 있음'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스틸 컷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스틸 컷ⓒ (주)엣나인필름

 
누군가에겐 뻔한 이야기 전개일지 모르지만, 영화는 다양하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앞세워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고 있다.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캐릭터들마다 경쟁적으로 벌이는 깨알 같은 코믹 연기는 웃음을 배가시키는 대목이다. 특히 독종 조련사 아만다와의 훈련 과정에서 자연스레 터져 나오게 하던 폭소가 압권이다.

무언가를 성취해내고 '쓸모 있음'을 확인하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다. 극 중 인물들과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좋겠으나, 굳이 그렇지 않더라도 이 작품을 관람하며 가볍게 웃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털어낼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더없이 좋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새날이 올거야(https://newday21.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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