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폭한 기록> 영화 포스터

▲ <난폭한 기록>영화 포스터ⓒ 영화사 반딧불


강력계 형사 기만(정두홍 분)은 실수로 마약 제조 조직의 함정에 빠진다. 그 과정에서 신입 파트너는 살해당하고 기만은 머리에 칼날이 박히는 중상을 입는다. 자칫 목숨을 잃을 수 있어 칼날을 제거하지 못한 기만은 사고 후유증으로 시도 때도 없이 고통에 시달리고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게 된다.

이후 신변잡기 프로그램의 VJ인 국현(류덕환 분)이 머리에 칼날이 박힌 채 살아가는 전직 형사 기만의 사연을 우연히 접한다. 대박 아이템임을 직감한 국현은 기만을 쫓아다니며 취재에 응해달라고 끈질기게 설득한다. 기만은 파트너를 죽이고 자신에게 칼날을 박아놓은 마약 제조 조직의 보스 정태화(정의갑 분)에 대한 복수를 기록한다는 조건으로 동행 취재를 허락한다.

영화 <난폭한 기록>은 <두사부일체>(2001), <그녀를 모르면 간첩>(2004), <뜨거운 안녕>(2013), <아이 캔 스피크>(2017) 등 여러 작품의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하고, 2013년 '지적 장애 아동 성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한 <들개들>로 연출 데뷔를 한 하원준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다.

<난폭한 기록>은 5년 전에 촬영을 마쳤지만, 류덕환 배우의 입대와 배급사를 확정하지 못한 문제 등이 겹치면서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빛을 보게 되었다. 인고의 세월을 보낸 하원준 감독은 "<난폭한 기록>이 잘 부서지지 않는 작은 돌처럼 느껴져서 지키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액션장인' 정두홍, 영화 주연으로 돌아오다
 
<난폭한 기록> 영화의 한 장면

▲ <난폭한 기록>영화의 한 장면ⓒ 영화사 반딧불


<들개들>과 <난폭한 기록>은 제목에서 모두 '거칠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그런데 두 영화의 화법은 딴판이다. <들개들>은 정치적인 은유를 담은 서사가 돋보였다. <난폭한 기록>은 서사의 힘을 버리고 액션의 에너지로 내달린다. 신체의 언어로 가득한 영화의 중심엔 자타공인 최고의 액션 장인인 정두홍이 위치한다.

많은 영화에서 손꼽히는 액션 장면을 만든 정두홍 무술 감독은 2006년 <짝패>에서 주연 배우로 분하여 새로운 한국 액션 영화를 선보였다. <난폭한 기록>은 정두홍 무술 감독이 13년 만에 다시 주연 배우로 돌아온 작품이다. 하원준 감독은 "중년의 주인공이 자신의 분노를 몸의 복수로 승화시킬 수 있을 때 우리나라의 어떤 배우가 할 수 있을까?"란 고민의 결과가 정두홍 배우라고 설명한다.

<난폭한 기록>은 액션 장인 '정두홍'의 '몸의 복수'를 흥미로운 액션 장면으로 보여준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생활 소품의 활용이다. 기만은 여러 명을 상대로 할 때 손전등에서 꺼낸 건전지를 고무장갑 안에 넣고 싸운다거나 참치캔의 뚜껑을 뜯어 손에 쥐고 맞선다. 한 자루의 볼펜만으로 상황을 정리하기도 한다.

도구의 활용 만큼이나 공간과 시간대, 인원에도 변화를 주어 단조로움을 피한다. 청계천 골목길에서 기만과 파트너는 <레이드: 첫 번째 습격>(2011)처럼 여러 명과 맞붙는다. 성당에서 기만이 자신에게 달려드는 조직원들을 상대하는 장면은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2015)의 영향을 받은 듯하다. 어떤 장면은 낮에 벌어지고, 다른 장면은 밤에 펼쳐진다. 여럿이 뒤엉킨 '일 대 다수' 대결부터 긴장감이 넘치는 일대일까지 액션 시퀀스의 구성은 다채롭다.

<난폭한 기록>, 몸의 언어가 전하는 강한 쾌감
 
<난폭한 기록> 영화의 한 장면

▲ <난폭한 기록>영화의 한 장면ⓒ 영화사 반딧불

 
몸의 연기를 정두홍 배우가 맡았다면, 얼굴의 연기는 류덕환 배우의 몫이다. 영화는 류덕환 배우가 소화한 국현 캐릭터를 통해 여러 시선을 얻는다. 먼저, VJ 국현의 카메라 시선이다. 액션 시퀀스에서 기만을 잡는 국현의 카메라 시선은 풍부함을 더한다.

또 다른 시선은 국현 자신이다. 극 중에서 국현은 탈북자 출신으로 한국 사회에서 생존하고자 몸부림을 친다. 오로지 특종에만 집착하던 국현이 진정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깨닫는 장면은 <들개들>에서 들개 같은 무리에 속하던 언론인이 비로소 벗어나는 대목과 조응한다. 하원준 감독은 다른 장르에서도 '언론의 각성'이란 주제를 이어가고 있다.

제목 <난폭한 기록>은 다양한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기만의 입장에선 난폭한 '복수의' 기록이다. 국현의 입장에선 난폭한 '언론의' 기록이 된다. <난폭한 기록>은 난폭한 '만듦새의' 기록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몇몇 전개는 제대로 이해가 가질 않거니와 과한 설정으로 인해 개연성이 떨어지기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난폭한 기록>은 몸의 언어가 전하는 강한 쾌감, 액션 시퀀스의 신선함과 다양함 등 장점이 단점을 덮어주기에 충분하다. 정두홍과 서울액션스쿨의 땀으로 만든 난폭한 '액션의' 기록, 잘 부서지지 않는 작은 돌처럼 버틴 하원준 감독의 난폭한 '도전의' 기록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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