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FIFA U-17 여자월드컵 최종 결과를 알려주는 국제축구연맹 홈페이지(FIFA.com)에 사상 최초로 골든볼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는 여민지(가운데) 선수가 보인다.

2010 FIFA U-17 여자월드컵 최종 결과를 알려주는 국제축구연맹 홈페이지(FIFA.com)에 사상 최초로 골든볼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는 여민지(가운데) 선수가 보인다.ⓒ FIFA.com

 
2019년, '여자월드컵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도 노르웨이와의 마지막 게임에서 여민지가 돌아왔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감개무량한 마무리였다.

2010년 9월 26일 트리니다드&토바고 포트 오브 스페인에 있는 해슬리 크로포드 스타디움으로 우리 축구팬들의 기억을 잠시나마 돌려놓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한국시간으로 18일 오전 4시 프랑스 랭스에 있는 오귀스트-드로네에서 벌어진 2019 FIFA(국제축구연맹) 여자월드컵 A조 노르웨이와의 세 번째 게임에서 페널티킥으로만 2골을 내주며 아쉽게 1-2로 패하고 말았다.

뼈아픈 페널티킥 2실점

16강 진출이라는 기적을 이루기 위해 우리 선수들은 유럽의 강팀 노르웨이 골문에 많은 골을 넣어야 했지만 페널티킥 2실점을 두고 분루를 삼켜야 했다. 

게임 시작 후 3분 만에 노르웨이 코너킥 세트 피스 수비를 하다가 조소현의 잡기 반칙이 마리-솔레일 부도잉(캐나다) 주심에게 발각된 것이다. 체격 조건이 뛰어난 노르웨이 수비수 마리아 토리스도티르를 밀어내기가 힘들어 잠깐 끌어안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오늘 경기 첫 실점 17일(현지시간) 프랑스 랭스의 스타드 오귀스트-들론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한국과 노르웨이의 경기. 전반 한국이 실점하고 있다.

▲ 오늘 경기 첫 실점17일(현지시간) 프랑스 랭스의 스타드 오귀스트-들론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한국과 노르웨이의 경기. 전반 한국이 실점하고 있다.ⓒ 연합뉴스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고 첫 골을 성공시킨 주인공은 카롤리네 그라함 한센이었다. 골키퍼 김민정이 방향을 예측하고 몸을 날렸지만 공 속도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후반전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 49분에도 페널티킥을 알리는 휘슬 소리가 길게 울렸다. 이번에는 미드필더 강채림의 태클에 첫 골 주인공 카롤리네 그라함 한센이 넘어진 것이다.

이렇게 얻은 노르웨이의 두 번째 페널티킥은 이사벨 헬로브센의 것이었다. 이번에도 오른발 인사이드 킥이 첫 번째 페널티킥과 같은 방향으로 날아왔지만 한국의 새 골키퍼 김민정이 걷어낼 수 있을 정도로 약하지 않았다.

9년 전 기억을 떠올리며 '여민지 골, 이금민 어시스트'

사실상 16강 진출 꿈이 멀어졌지만 우리 선수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뛰었다. 공 점유율 면에서 6대4 정도의 비율로 노르웨이를 압도했고 슛 기록 자체만 비교해도 '한국 23개, 노르웨이 8개'로 나왔고 유효 슛 기록도 한국이 7개, 노르웨이가 2개뿐이었다. 노르웨이는 페널티킥 득점 말고는 우리 골문 안으로 슛을 날리지 못했다는 뜻이다. 
 
노르웨이, 지소연을 막아라 17일(현지시간) 프랑스 랭스의 스타드 오귀스트-들론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한국과 노르웨이의 경기. 한국 지소연이 슛하고 있다.

▲ 노르웨이, 지소연을 막아라17일(현지시간) 프랑스 랭스의 스타드 오귀스트-들론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한국과 노르웨이의 경기. 한국 지소연이 슛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만큼 우리 선수들은 교체 선수 3명(이민아, 정영아, 강유미)을 포함하여 14명 모두가 이를 악물고 끝까지 뛴 것이다. 한국 여자축구가 월드컵까지 나와서 세계 상위 랭커 팀을 상대로 이렇게 압도적인 게임 내용을 펼친 것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결과는 우리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충분한 체력과 조직력으로 대응한다면 세계 정상권 팀들과 당당히 실력을 겨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게임이었다.

우리 선수들에게도 페널티킥 기회가 찾아올 것 같았다. 67분에 지소연이 최전방으로 올라서며 노르웨이 주장 마렌 옐데와 몸싸움을 펼치는 순간 옐데의 오른쪽 팔꿈치에 밀려 지소연이 멀리 떨어져나갔다. 누가 봐도 고의적인 밀기 반칙으로 보였지만 마리-솔레일 부도잉 주심은 반칙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으로 그냥 게임을 진행시켜 아쉬움을 남겼다.

지독한 불운에 1골도 넣지 못하고 돌아갈 것 같았던 우리 선수들은 77분에 비로소 이번 월드컵 첫 골을 터뜨렸다. 이금민의 재치있는 오른발 힐킥 패스를 받은 여민지가 미끄러지며 오른발 끝으로 정확하게 차 넣은 것이다. 
 
여민지 힘차게 17일(현지시간) 프랑스 랭스의 스타드 오귀스트-들론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한국과 노르웨이의 경기. 한국 여민지가 슛하고 있다.

▲ 여민지 힘차게17일(현지시간) 프랑스 랭스의 스타드 오귀스트-들론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한국과 노르웨이의 경기. 한국 여민지가 슛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민지, 골이다! 17일(현지시간) 프랑스 랭스의 스타드 오귀스트-들론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한국과 노르웨이의 경기. 한국 여민지가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 여민지, 골이다!17일(현지시간) 프랑스 랭스의 스타드 오귀스트-들론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한국과 노르웨이의 경기. 한국 여민지가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금민-여민지가 합작해서 만든 귀중한 골은 이번 월드컵 한국 팀의 유일한 득점 기록으로 남았지만 2010년 9월 26일에 끝난 FIFA U-17 여자월드컵 결승전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한국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FIFA 주관 세계대회에서 당당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바로 그날이다. 

최덕주 감독이 이끌었던 9년 전 최고의 멤버들 중 이번 프랑스 월드컵에 뛴 선수는 모두 다섯 명(여민지, 이금민, 장슬기, 신담영, 이소담)인데, 마침 이 유일한 골도 여민지와 이금민이 합작한 것이라는 사실이 더욱 놀라웠다. 당시 여민지는 최근에 U-20 남자월드컵 결승전이 끝나고 이강인이 받은 골든볼(최우수선수상)은 물론 최다득점상에 해당하는 골든 부트까지 들어올린 영광의 기억이 남아있는 주인공이다(관련 기사 : 축구소녀 여민지가 들어올린 세 개의 트로피 http://bit.ly/c8wxnD).

여민지는 후반전 추가 시간도 거의 끝날 무렵 이금민의 왼발 크로스를 받아 날카로운 스탠딩 헤더 슛으로 극장 동점골을 노렸지만 노르웨이 골문 왼쪽 기둥 밖으로 아슬아슬하게 벗어나 누구보다 아쉬운 표정으로 월드컵을 끝내야 했다.

이제 우리 선수들은 2020년 도쿄올림픽 본선 무대에 올라 최고의 게임을 펼치기 위해 아시아지역 예선 일정부터 다시 뛰어야 한다.
 
응원, 감사합니다 17일(현지시간) 프랑스 랭스의 스타드 오귀스트-들론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한국과 노르웨이의 경기에서 패한 한국 선수들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응원, 감사합니다17일(현지시간) 프랑스 랭스의 스타드 오귀스트-들론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한국과 노르웨이의 경기에서 패한 한국 선수들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 FIFA 여자월드컵 A조 3차전 결과(18일 오전 4시, 오귀스트-드로네, 랭스)

한국 1-2 노르웨이 [득점 : 여민지(77분, 도움-이금민) / 카롤리네 그라함 한센(4분, PK), 이사벨 헬로브센(50분, PK)]

한국 선수들
FW : 이금민, 문미라(82분↔강유미), 여민지
MF : 지소연, 조소현, 강채림(66분↔이민아)
DF : 이은미(78분↔정영아), 김도연, 신담영, 장슬기
GK : 김민정

주요 기록 비교
점유율 : 한국 61%, 노르웨이 39%
유효 슛 : 한국 7개, 노르웨이 2개
슛 : 한국 23개, 노르웨이 8개
코너킥 : 한국 4개, 노르웨이 3개
오프 사이드 : 한국 0, 노르웨이 3개
패스 성공률 : 한국 81%(361/447개), 노르웨이 72%(225/314개)
뛴 거리 : 한국 106km, 노르웨이 108km
태클 : 한국 14개, 노르웨이 3개
파울 : 한국 12개, 노르웨이 12개
경고 : 한국 2장(조소현, 여민지), 노르웨이 0

A조 최종 순위
1위 프랑스 9점 3승 7득점 1실점 +6 *** 16강 진출!
2위 노르웨이 6점 2승 1패 6득점 3실점 +3 *** 16강 진출!
3위 나이지리아 3점 1승 2패 2득점 4실점 -2
4위 한국 0점 3패 1득점 8실점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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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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