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나레이 베이> 포스터

영화 <하나레이 베이> 포스터ⓒ (주)디오시네마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에메랄드빛 파도가 넘실대는 해변가로 한 여인이 걸어온다. 빨간색 간이의자와 책 한 권을 손에 든 여인은 바다가 보이는 해변가 그늘에 의자를 펴고 앉는다. 이내 그녀는 조용히 책을 펴 읽기 시작한다. 시간이 흘러 그녀 위로 햇볕이 쏟아지자 그녀는 다시 의자를 들고 그늘이 있는 자리로 옮겨 앉는다. 그렇게 10년째 그 자리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책을 읽는 그녀에겐 과연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주인공 사치(요시다 요)는 젊은 시절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여성이었지만 남편을 만나 아들 타카시(사노 레오)를 낳으며 꿈을 포기한다. 그렇게 아이를 키우던 사치는 여자와 마약에 빠진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홀로 아들 타카시를 힘들게 키우게 된다. 다행히 남편이 남긴 보험금으로 피아노를 장만하고 피아노 레슨을 통해 그녀는 삶을 꾸려간다. 하지만 사치는 자신의 삶을 이렇게 힘들게 만든 죽은 남편을 증오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남편에 대한 증오는 그를 닮은 아들 타카시와 거리를 두게 만든 듯 보인다.

거기다 아들 타카시는 사치가 그토록 증오하는 남편의 오래된 워크맨을 들고서 음악을 듣고 다닌다. 이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사랑스러운 아들이지만 사치는 그런 아들에게 차갑게 대하게 된다. 그런 냉랭한 관계를 유지하던 어느 날 사치는 아들이 상어에게 다리를 물려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이에 하와이로 달려간 사치, 그런데 그녀는 매우 냉정한 모습으로 아들의 유품과 시신을 화장한다. 그리고 나중에 후회한다며 아들의 마지막 손도장을 간직하라는 직원의 말에도 사치는 냉정하게 필요 없다며 이를 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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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세상 떠난 뒤 10년... 그녀는 왜 오열했나
 
 영화 <하나레이 베이> 스틸컷

영화 <하나레이 베이> 스틸컷ⓒ (주)디오시네마

  
아들의 참담한 죽음에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냉정하면서도 담담하게 받아들이던 사치는 하와이를 떠나기 전 잠시 생각에 잠긴 뒤 아들이 죽은 해변가에서 며칠을 보낸 뒤 일본으로 돌아온다. 그리곤 마치 아무 일 없었던 듯 아들방의 물품들을 박스에 정리하며 사치는 타카시를 잊으려 노력한다.

아들의 사진 한 장 지갑에 넣어두지 않고 잊으려 노력하던 사치는 결국 1년 뒤 다시 아들이 죽은 그 바닷가 해변을 찾는다. 그 뒤 10년이란 시간 동안 그녀는 휴가를 보내듯 그곳에 들른다. 왜 사치는 10년 동안 그 바닷가를 찾았을까?

사치는 그토록 증오했던 남편을 닮은 아들 타카시를 싫어했다고 말한다. 이에 그녀는 어떻게 해서든 타카시의 흔적을 지워 잊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 한편엔 남편에 대한 증오로 인해 사랑을 주지 못한 아들에 대한 죄책감이 남아있었을 것이다. 이에 사치는 아들 타카시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한 채 그 주변을 10년간 서성인 건 아닐까 생각된다.
 
 영화 <하나레이 베이> 스틸컷

영화 <하나레이 베이> 스틸컷ⓒ (주)디오시네마

 
그러던 중 우연히 아들 또래의 타카하시(무라카미 니지로)와 오자키 료(쿠리하라 루이)를 만나게 되면서 사치는 조금씩 아들의 죽음에 다가선다. 아들이 그토록 좋아했던 서핑을 스케이트보드를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죽기 전 아들에게 전해주지 못했던 샌드위치를 타카하시에게 대신 먹인다. 또한 아들을 잊기 위해 사진조차 가지고 다니지 않던 사치는 왜 아들의 사진이 없느냐는 타카하시의 말에 사치는 10년 동안 찾아보지 않았던 아들을 사진을 호텔 주인으로부터 선물받게 된다.

그리고 사치의 사연을 알게 된 타카하시는 그녀에게 바닷가에서 오른쪽 다리가 없는 서퍼를 만났다는 거짓말을 하게 된다. 이에 10년간 바닷가 해변만 서성이던 사치는 바다에 직접 들어가 아들을 찾는다. 그 뒤 아들의 마지막 손도장을 찾으러 간 사치는 아들의 마지막 체취를 만지며 아들을 떠나보낸 지 10년 만에 오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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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죽음을 마주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모습
 
 영화 <하나레이 베이> 스틸컷

영화 <하나레이 베이> 스틸컷ⓒ (주)디오시네마

 
주인공 사치는 죽은 아들 타카시를 남편 때문에 미워했지만 사랑하는 아이러니한 감정으로 인해 아들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10년간 그 곁을 맴돈다. 이런 사치의 모습은 이 영화의 원작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집 <도쿄기담집>을 원작으로 해서인지 소설 <상실의 시대> 속 주인공 와타나베를 닮았다. 와타나베는 자살한 절친 기즈키의 여자친구 나오코를 사랑하게 되면서 죽은 친구에 대한 죄책감에 괴로워한다. 이에 그녀를 사랑하지만 이를 표현하지 못하고 그 곁을 맴도는 와타나베의 모습은 사치와 비슷해 보인다.

또한 10년 동안 아들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던 사치가 우연히 만나게 된 일본이 10대 서퍼들로 인해 마침내 아들의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은 난니 모레티 감독의 영화 <아들의 방> 속 조반니 가족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영화 <아들의 방>의 조반니 가족은 스쿠버다이빙을 하다 죽은 아들의 사고로 인해 일상에 큰 혼란을 겪게 되지만 우연히 찾아온 아들의 여자친구와의 특별한 여행을 통해 가족의 상처를 치유하게 된다. 조반니 가족이 죽은 아들의 여자친구의 방문으로 상처를 치유했듯 영화 <하나레이 베이> 속 사치 또한 타카하시와의 오자키 료와의 만남을 통해 10년간 가슴에 담아왔던 아들에 대한 상처를 밖으로 꺼내게 된다.
 
 영화 <하나레이 베이> 스틸컷

영화 <하나레이 베이> 스틸컷ⓒ (주)디오시네마

 
이처럼 영화<하나레이 베이>는 죽은 아들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10년간 그 곁을 서성이던 주인공 사치의 이야기를 다룬다. 사치가 우연히 만난 10대 아이들로 인해 용기 내어 아들의 죽음을 마주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모습을 아름다운 하와이 풍경과 함께 담담하게 그려낸 영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현택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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