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퍼거슨(사진 왼쪽)과 도널드 세로니

토니 퍼거슨(사진 왼쪽)과 도널드 세로니ⓒ UFC

 
UFC에서 가장 뜨거운 흥행 체급은 단연 라이트급이다. 머니파이트에서 미친 존재감을 뽐내는 '악명 높은(Notorious)' 코너 맥그리거(31·아일랜드)가 활약하는 체급이기 때문이다. 자신은 물론 대립각을 세우는 선수까지 덩달아 띄워버릴 수 있는 상품 파워를 갖추고 있는 맥그리거는 UFC 흥행의 중심을 중량급에서 경량급으로 바꿔놓은 인물이기도하다.

물론 현재 맥그리거의 활동은 다소 주춤한 상태다. 스타덤에 오른 후 워낙 경기텀이 길기도 하거니와 이런저런 사건과 구설수에 휘말리며 당장은 옥타곤에서 보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은퇴 선언 후 빠른 번복, SNS 망언 퍼레이드 등 특유의 기행은 계속되고 있으나 딱 거기까지인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히 라이트급은 끄덕 없다. 맥그리거만큼은 아닐지 모르지만 충분히 관심을 끌 만한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라이트급은 양과 질적으로 풍성해졌다.

그 중에서도 현 챔피언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1·러시아)는 독보적 기량에 상품성까지 업그레이드해가며 맥그리거가 장점휴업 중인 라이트급을 이끌어가는 모습이다. 누르마고메도프의 매니저 알리 압델아지즈는 최근 한 격투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UFC 역사상 가장 큰 계약을 성공시켰다. 별다른 어려움 없이 수월하게 협상을 마치며 역대 최고 계약금을 보장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렇듯 당분간 라이트급의 독주는 계속될 전망이다. 타체급 같은 경우 중량급의 위상이 예전같지 않은 상태서 빼어난 슈퍼스타가 이탈하거나 사라진 체급이 많으며 기량과 흥행성을 겸비한 신성 등장 또한 지지부진한 상태다.
 
간판급 베테랑 충돌! 차기 정상대결의 주도권 잡아라
 
그런 점에서 오는 9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서 있을 UFC 238 '세주도 vs 모라에스' 대회는 상당한 관심을 받고 있다. 라이트급 타이틀을 노리는 두 명의 베테랑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엘쿠쿠이(El Cucuy)' 토니 퍼거슨(35·미국)과 '카우보이' 도널드 세로니(36·미국)는 대권의 향방이 걸려 있을지도 모를 승부에서 서로를 제물삼아 굵직한 한판승부를 벌인다.

메인이벤트는 플라이급 챔피언 헨리 세후도와 밴텀급 랭킹 1위 말론 모라에스의 밴텀급 타이틀 결정전이 장식한다. 코메인이벤트 역시 발렌티나 셰브첸코와 제시카 아이의 여성 플라이급 타이틀전으로 펼쳐진다. 챔피언타이틀전이라는 명분이 앞에 붙기 때문이다. 하지만 퍼거슨과 세로니의 격돌 또한 그에 못지않은 묵직함을 자랑한다. 인기와 관심도만 따진다면 그 이상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세로니는 라이트급 파이터들 사이에서도 이름값이 높은 축에 속한다. 웰터급을 넘나 들기는 했으나 라이트급에서도 많은 시합을 치렀던지라 경기 숫자만 따진다면 동체급에서 터줏대감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정상권과는 살짝 거리가 있는 파이터로 인식되고 있다. 중위권에서는 극강의 모습을 보였으나 상위권 강자들과의 전적이 썩 좋지 않은 것이 이유다.
 
 정상에 서기에는 2%부족하다는 평가를 들어왔던 세로니 입장에서 이번 퍼거슨전은 다시 오지않을 절호의 기회다.

정상에 서기에는 2%부족하다는 평가를 들어왔던 세로니 입장에서 이번 퍼거슨전은 다시 오지않을 절호의 기회다.ⓒ UFC 아시아 제공

 
UFC에서 세로니가 인정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많은 경기 숫자다. 2011년 UFC에 데뷔한 이래 매년 3경기 이상씩을 치르는 부지런함을 과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총 UFC에서만 31경기를 소화했으며 올해에도 벌써 세 번째 경기에 출격한다. 세로니가 왜 UFC 공무원으로 불리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상당수 선수들이 부상, 사건 사고 혹은 주최 측에서 제대로 대진을 잡아주지 않아서 등 이런저런 이유로 1년에 3경기를 치르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무려 8년째 그 같은 행보를 꾸준히 이어오는 것 만으로도 박수를 받을만하다. 성실하기도 하거니와 성적과 캐릭터, 흥행성에서 평균 이상을 유지해왔기에 가능한 행보였다. 언제든 믿고 옥타곤에 세울 수 있을 만큼 주최 측에서 신뢰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로니는 밸런스가 좋은 파이터다. 주로 타격을 통해 게임을 풀어나가는 방식을 선호하지만 수준급 그래플링 능력까지 겸비하고 있어 상황에 맞는 경기 운영이 가능하다. 타이밍 태클 혹은 클린치 싸움을 통해 상대를 바닥에 끌고 가는 것은 물론 하위에서의 움직임 또한 좋은 편이다.

하지만 세로니가 좋은 경기력을 뽐내며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들어낼 때는 역시 타격이 폭발할 때다. 그의 타격 기반은 무에타이다. 옥타곤 중앙을 점령한 채 성큼성큼 압박하다가 빈틈이 보인다 싶으면 몰아쳐서 사냥하는 방식을 좋아한다. 킬러 본능이 충만한지라 일단 자신이 흐름을 잡았다 싶으면 어지간해서 분위기를 넘겨주지 않는다.

펀치와 킥으로 몰아붙이고 케이지로 몰려 갈 데가 없어진 상대에게 빰클린치 후 니킥 연타를 퍼붓는가 하면 라이트훅, 레프트 바디샷, 라이트 어퍼컷, 미들킥 등으로 이어지는 만화에서나 볼 듯한 콤비네이션으로 경기를 가져간 적도 있다.

부지런히 앞손을 내고 로우킥을 차면서 유효타 싸움에서 흐름을 잡아가다가 상대가 빈틈을 보이거나 충격을 받았다 싶으면 거침없이 치고 들어가 폭발적인 연타로 경기를 끝내버린다. 짐 밀러에게 가드를 타고 올라가 머리를 강타하는 하이킥 하이라이트를 만들어낸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서 터지는 단발 타격도 위력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은 세로니보다는 퍼거슨의 승리 가능성을 더 높게 예상한다. 경기경험, 신체조건, 테크닉 등에서 세로니가 밀릴 것은 없어 보이지만 정상권 강자들과의 대결에서 퍼거슨이 훨씬 좋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데로 세로니는 중위권까지는 '양민학살급' 포스를 보였으나 상위랭커를 상대로는 한계를 종종 노출했다. 하파엘 도스 안요스, 앤소니 페티스전 패배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의 분위기만 놓고 보면 세로니 입장에서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 퍼거슨은 최근 들어 경기텀이 매우 길어지고 있다. 재작년, 작년 한 경기씩에 그치고 있으며 이제 올해 첫 출격이다. 부상 및 정신질환(조현병) 등으로 고통의 시간을 보낸 것을 비롯 가정폭력 문제까지 휘말리며 훈련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적지 않은 나이를 감안했을 때 실전감각마저 우려된다.

반면 세로니는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파이터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챔피언 결정전까지 치른 바 있는 알 아이아퀸타(32·미국)를 판정으로 잡아내며 상승세를 타는 모습이다. 브레이크 없는 세로니가 퍼거슨마저 잡아내며 라이트급 새로운 대권 후보로 떠오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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