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방송된 < PD수첩 > '굿닥터의 위험한 진료'편의 한 장면

28일 오후 방송된 < PD수첩 > '굿닥터의 위험한 진료'편의 한 장면ⓒ MBC


"세상에 그런 의사가 없어요. '난 이렇게 아픈데도 내가 내일 당장 죽더라도 한 명의 환자를 더 보겠다."
"자기만 따라오면 1년 안에 나을 수 있다, 6개월 후면 좋아질 거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니까 '이 사람이 없으면 나는 병을 못 고치겠구나, '이 사람만이 나를 치료할 수 있는 신이구나."


'이런 의사 또 없습니다~', 가수 이승철의 노래 가사가 아니다. 실제 제보자들의 증언도 그랬다. 적어도 어느 순간까지는, 외양으로 비춰지는 모습은. 하지만 이 정신과 의사는 '그루밍'(가해자가 피해자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것) 범죄 의혹의 당사자로 떠올랐으며, 의사로서 부적절한 행위와 여러 불법적인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였다. 

"성관계는 합의에 의해할 수도 있고 비합의에 의해 할 수도 있겠죠. 그리고 여자 분이 당할 수도 있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본인(환자B)이 맨날 항상 마지막에 예약을 해요. 빼도 박도 못하게 제가 퇴근해야 하는데 그분은 뭔가 일을 낼 것 같은 분위기였고 저는 그냥 있었는데 강제로 당했죠."

성폭력 의혹에 대한 해당 의사의 주장이다. 자신이 원치 않은 상황에서 여성 환자에게 5회 이상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그는 2017년 배우 유아인의 병명을 진단, 소셜 미디어 상에 공개해 지탄을 받았던 정신과 전문의 김현철 원장이다. 

28일 방송된 MBC < PD 수첩 >은 '굿닥터의 위험한 진료' 편을 통해 김현철 원장의 의혹을 다뤘다. 방송이 제기한 의혹은 김 원장이 환자와 가진 부적절한 관계 외에도 의약품 오남용과 의료수가 허위청구 의혹 등 다수였다.   

"성욕을 풀 데가 없으니까 찾다가 찾다가 환자 분들 중에"   
 
 28일 오후 방송된 < PD수첩 > '굿닥터의 위험한 진료'편의 한 장면

28일 오후 방송된 < PD수첩 > '굿닥터의 위험한 진료'편의 한 장면ⓒ MBC


"환자 얼굴은 기억 못해도 차트를 보면 '이 사람은 가슴 큰 여자', '외국인이랑 사귀는 여자'. 자기 자신의 성욕을 풀 데가 없으니까 찾다가 찾다가 환자 분들 중에." 
"전이감정을 느끼는 분들이 몇 분 계시는데 나중에 뒤탈이 없을 만한 사람만 골라서 그렇게 전이감정을 역이용한 거예요."

  
< PD 수첩 >에 제보한 김 원장의 전 병원 직원들의 증언이다. 김 원장은 지난 2013년 MBC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 출연한 뒤 유명세를 얻었고, 이후 각종 예능-교양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았다. 이후 전국에서 환자들이 몰려들었고 유명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전 직원들은 그가 음담패설은 물론 정신적으로 취약한 환자의 전이감정을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감당할 수 있으실까요? 저는 한 번 만나면 시시하게 안 만나요."
"그럼 통원치료와 무관히 1차 치료는 종결된 걸로 하겠습니다. 전 만나면 먼저 섹스를 하자고 얘기하지 싶습니다. 호텔로 모셔도 될까요?"


김 원장이 한 환자에게 보냈다는 문자 메시지다. 이 환자는 김 원장이 진료 시간에 호텔을 예약하는 등의 행동을 해 김 원장과의 관계를 특별하게 여길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김 원장이 환자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전이'를 성관계 목적으로 이용했다고 의심되는 대목. 또 다른 환자는 김 원장이 제안해서 단 둘이 동행했다는 일본 여행을 이렇게 회고했다. 믿고 따랐기에 자연스레 여행을 떠났다는 설명이었다. 

"눈을 떠보니까 김현철이 제 옆에 누워 있었어요. 누워서 저를 안고 있고 몸을 만지고 있는 거예요. 어떤 액션을 취해야 할지 모르겠고 제가 여기서 싫다고 하거나 '이거 왜 이러세요?' 이러면 되게 이상해질 것 같고 나중에 치료에도 영향을 줄 거 같고...(중략) 항상 만나면 모텔로 가기 바쁘고 호텔 가고 항상 모든 만남에는 성관계가 포함돼 있었어요. 제가 이상해서 '너는 나를 뭐라고 생각하니?', '그냥 잠자리 대상으로 생각하니?' 이렇게 묻기도 하고 실제로 그렇게 생각할까봐 혼자 전전긍긍하기도 하고." 

이 환자는 김 원장에게 연락이 끊긴 후 자살 시도도 하고 다른 병원에 입원까지 해야 했다. 이후 공황장애에서 불안, 강박이 심해졌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까지 생겼다.

이에 대해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윤리위원회 장형윤 간사는 < PD 수첩 >과 한 인터뷰에서 "성적인 관계를 맺거나 혹은 연인과 같은 친밀한 개인적인 관계를 맺는 게 한 가지 커다란 경계위반의 종류이고 또 하나는 금전과 관련된 (관계), 이 두 가지는 결코 하면 안 된다고 수련 기간 중에 교육받는 내용이다"라고 말했다.

고통받는 피해자, 당당한 정신과 의사
 
 28일 오후 방송된 < PD수첩 > '굿닥터의 위험한 진료'편의 한 장면

28일 오후 방송된 < PD수첩 > '굿닥터의 위험한 진료'편의 한 장면ⓒ MBC


작년 2월, 신경정신의학회 윤리위원회에 출석한 김 원장은 자신과 성관계를 한 환자가 애정망상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접한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한 회원은 "정신과 의사라는 자격을 가지고 망상환자가 아닌 사람에 대해서 망상환자라고 매도하면서 발언의 신뢰성을 깎아내리고 스스로 자기 자신을 보호하려고 하는 행동이 저는 극도로 비윤리적이라고 생각을 했다"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 PD 수첩 > 제작진에게 김 원장은 "나는 떳떳하다"며 "왜 하필  김현철만 괴롭히는가? 개인적인 송사 같으면 제가 당연히 잘못을 제 성격상 바로 시인하고 감옥 갑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강제로 (여성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도 했다.

환자와의 성적 접촉 자체를 거절해야 상식 아니냐는 질문에 김 원장은 "당연하죠"라며 "그래서 저는 거절을 하고 싫은 내색을 다 냈었습니다. 달라붙은 건 두 분입니다"라고 해명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 PD 수첩 >이 만난 전문가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사실 심리치료를 받는 분들의 가장 큰 문제가 자기 결정권 행사를 못하기 때문에 또 자기결정권을 본인이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실 심리치료를 받게 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그걸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어떤 심리적 장애가 있는 분들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한 것이죠." (최승원 덕성여대 심리학과 교수)

"정신과 의사가 정신적으로 혹은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환자에 대해 성적인 의도를 가지고 접근을 해서 또 그루밍 과정을 거쳐서 성관계를 가졌을 경우에 이걸 과연 법이 자유라는 이름으로 허용해줘야 되느냐, 우리 사회적으로 이걸 용납해야 하느냐." (박준혁 변호사)


외국의 사례는 어떨까. 미국의 경우, 심리학자와 정신과 의사를 포함한 의사 혹은 치료자가 환자와 성적 관계를 가지는 것을 착취로 규정하고 면허 박탈과 법적 처벌 등으로 엄격하게 제한한다. 반면 김 원장의 성폭력 혐의를 조사한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환자와 정신과 의사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고, 성인끼리 합의한 성관계로만 판단한 결과였다. 

김 원장의 의료 행위에 대해 경찰이 나서야 할 정황은 또 있었다. 김 원장은 그간 다수 방송 관계자, 연예인들과의 친분 관계를 과시해왔다. 정신과 의사라면 응당 비밀을 엄수해야 할 일부 연예인의 상담 내용까지 누설하면서. 한 방송 관계자는 김 원장을 이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방송가 사람들한테 작가라든지 PD라든지 연예인들한테 선심 쓰듯 약을 뿌리고 다닌다는 얘기는 파다했어요. 김현철 선생님한테 약 타먹었다, 이런 얘기를 직접 듣기도 했고. 진료행위가 있고 그 다음에 공식적인 처방전을 발행하고 약을 준 건 아니었던 거 같아요."

이와 관련, 김 원장이 메신저나 전화 등 비대면 진료 후 향정신성 의약품들을 유명인들한테 '배달', 즉 전달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또 각성제 성분이 포함된 약을 다량으로 처방하는 등 비정상적인 처방에 대한 제보가 잇따랐다. 김 원장은 과용이 엄격히 제한돼야 할 향불안제를 60일치, 180일치까지 한 번에 처방하기도 했다. 제보에 나선 한 환자의 설명이다.  

"김현철씨한테 치료를 받기 시작한 지 3, 4개월 차 그때 한 달 내 연달아 두 번 자살 시도를 하기도 했었어요. 일종의 원하면 언제든지 죽을 수 있는 한마디로 나한테 칼자루를 쥐어줬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막아야 할 제2의, 제3의 김현철 
 
 28일 오후 방송된 < PD수첩 > '굿닥터의 위험한 진료'편의 한 장면

28일 오후 방송된 < PD수첩 > '굿닥터의 위험한 진료'편의 한 장면ⓒ MBC


김 원장 병원의 전 직원들은 그 역시 향정신성의약품을 과다 복용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1~2주 복용량이 무려 100알에서 200알 정도였다고도 했다. 그러나 약물 오남용에 대해 김 원장은 "이미 제 치료로 벌써 약이 다 끊기고 완치가 된 환자 분들 되게 많습니다. 일단은 중독에 대한 우려는 접으시고요"라며 "오남용이라고 말씀하시는 건 저한테 큰 모독입니다. 다른 선생님들은 이해 못하실 거예요"라고 답했다. 

"유아인 진단 논란부터 환자와 성관계, 의료법 위반 등 김 원장과 관련된 의혹이 제기되자 신경정신의학회는 김 원장을 제명했습니다. 비윤리적인 행위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고 납득할만한 소명도 없었기 때문에 결국 징계를 결정한 것입니다. 김 원장은 학회 결정에 반발해 제명처분 무효소송을 걸었습니다."

진행자인 한학수 PD의 설명이다. 학회에서 제명됐다고 해서 의사 면허가 취소되는 것은 아니다. 의료법상 의사의 자격정지나 면허취소 결정은 의료행위와 관련된 사안이어야 한다.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자격정지는 불가능하다. 의료인으로서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했을 때, 의사협회가 보건복지부에 자격정지를 요청할 수는 있다. 이에 대해 최종결정권한을 가진 보건복지부는 "기준에 미달"이라는 답을 내놨다. 

방송 말미, < PD 수첩 >은 병원 전 직원의 증언을 토대로 의약품 오남용과 함께 김 원장이 진료 환자 수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국민건강보험 급여를 허위 청구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관계 당국의 확인과 필요에 따라 경찰 조사가 동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방송이 나간 직후, 김현철 원장의 이름은 포털 실시간 검색어를 장식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혹에도 불구하고 김 원장은 진료를 버젓이 해나갈 가능성이 높다. < PD 수첩 >도,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도 바로 그 점을 우려하고 있었다. 
 
"환자의 병을 치료해야 하는 의사가 오히려 환자에게 이런 심각한 병적 피해를 입히고 관련 법규도 없고 이 과정 자체가 너무 힘들기 때문에 사람들이 말을 못하는 것... 저는 제 사례가 국내에서 처음이 아닐 거라고 분명히 생각하거든요. 이런 걸 처벌하지 못하면 이런 제2, 제3의 김현철이 계속 나타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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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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