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KBS2 <제보자들> 방송 화면

지난 23일 KBS2 <제보자들> 방송 화면ⓒ KBS


23일, 우연히 페북을 훑는데 '조현병 쇼크, 그들은 왜 살인자가 되었나'라는 자극적인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놀랍게도 이건 공영방송 KBS2 <제보자들>이 이날 방송한 꼭지 중 하나의 제목이었다.

<제보자들> 소개 글에 따르면,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들의 내막이나 진실 등을 쫓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물론 이전에 어떤 방송을 해왔는지도 중요하겠지만, 이번 타이틀은 외국 같았으면 당사자들의 협회나 인권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할 수 있을 정도로 문제가 있다.

최근 조현증 당사자와 정신장애인에 의한 범죄사건들이 한국 사회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물론 강력범죄는 언제나 우리에게 두려움과 공포를 불러일으키기 마련이지만 그 사안을 어떻게 대하냐에 따라 그 사회의 성숙도를 가늠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6년 통계에 의하면, 현재 조현증 치료를 받고 있는 남성은 5만5397명, 여성은 6만3765명으로 치료중인 환자는 12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 1%인 50만명이 조현증 환자로 추산된다고 하니, 나머지는 진단을 받지 못했거나 방치돼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정말 조현증과 강력범죄는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을까?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지난해 발표한 성명에서 "전체 범죄 중 조현병 환자에 의한 범죄율은 0.04%이며, 치료와 관리를 받고 있는 정신질환자의 범죄 가능성은 일반인의 강력범죄 가능성보다 현저하게 낮아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의 이정하 대표는 "정신장애가 없는 일반인들의 범죄율이 10배로 높고, 심지어 의사의 범죄율이 정신장애인보다 더 높다"라며 "조현증 당사자들이 비장애인에게 폭력당하고 사기당하고, 죽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은 현실이지만 방송에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일반인에게 알려진 이런 오해의 근원은 뭘까? 모든 것을 언론 방송 등 매체 탓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흥미 있고 자극적인 소재만 다루는 방송이나 언론 등 매스미디어의 영향이 적지 않다. 유럽에는 자살-범죄 보도 가이드라인이 있다. 언론에서 어떻게 보도하느냐에 따라 대중의 자살률이 높아지기도 하고 낮아지기도 한다는 연구 통계 때문에 자세하고 자극적인 내용은 보도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물론 우리 나라에도 자살 보도 관련 언론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일부에서만 지켜질 뿐 '흥미'를 쫓는 상당수 미디어들은 이를 외면하는 실정이다. 진정한 언론이라면 인간의 존엄성과 공익을 더 중요시해야 한다. 그렇기에 진지한 자세와 심도 있는 분석으로 사안을 다뤄야 한다.

2009년 캐나다에서 발생한 '오미숙 사건'
 

당연히 정신장애인의 인권도 중요하고, 동시에 의료진과 비장애인의 안전도 중요하다. 그렇다면 우린 무엇을 해야할까.

오래전, 나치 시절 히틀러와 그 추종자들은 수 만 명의 정신장애인을 감금하고 가스실로 보냈다. 그 후 어떻게 되었나. 극단적이고 잔인한 방법으로 정신장애가 사라졌는가? 한국사회의 쇼셜미디어에 넘쳐나는 혐오의 표현들은 이미 그 자체로도 당사자와 가족들에겐 큰 상처를 줄 뿐더러, 이 불안한 현실을 개선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왜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지 그 원인을 분석해보고 시급히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다.

2009년 캐나다에서 발생한 '오미숙 사건'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생각 수준이 어떤지를 잘 보여준다. 정신장애인 오미숙씨가 한국 정신장애인들의 인권 현실이 박해에 해당한다며 캐나다에 난민신청을 했고 캐나다 연방정부는 한국에 조사관을 파견했다. 퀘벡정부는 실태조사 후 박해를 받은 것이 맞다며 그녀와 딸의 난민신청을 받아들였다.

최근 MBC 탐사언론 < PD수첩 >은 국내 조현병 치료 체계의 총체적 부실을 지적했다. 방송에서 이정하 파도손 대표는 조현병 환자들이 실제로 입원하면서 병을 키워왔다고 빍혔다. 또 입원 치료 방식이 끔찍했고 제대로 된 치료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의사 1명당 60명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양질의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쉽사리 짐작할 수 있다. 

방송은 정부 예산 부족과 서비스 제공 인력의 열악한 노동조건도 함께 지적했다. 국내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전문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복지사/임상심리사/간호사의 대부분은 계약직이어서 근속기간이 대략 3년 남짓 뿐이다. 정신장애인 치료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신뢰'를 쌓을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 PD수첩 >제작진은 2012년 통합정신건강증진시범사업에 선정된 광주 정신건강복지센터의 모범 케이스를 소개했다. 인력과 예산이 추가지원된 광주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선 24시간 위기대응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었다. 또 환자들을 직접 방문해 관리하는 데다, 1인당 정신건강 예산은 '진주 사건'이 일어난 경남에 비해 3배나 높았다. 하지만 경남의 2천 원대에 비해 높은 것이지 결국 7천 원 정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중 76만 명이 평생 한 번 이상 조현병 증상 경험   
 
 지난 21일 방송된 < PD수첩 > '나는 안인득이 아니다'의 한 장면

지난 21일 방송된 < PD수첩 > '나는 안인득이 아니다'의 한 장면ⓒ MBC


그렇다면,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 독일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총 인구 1% 정도가 조현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2010년 기준, 독일심리치료사협회에 따르면 자국내 치료감호소에서 치료 및 관리를 받고 있는 사람은 약 1만 명이다. 독일의 헤센 (Hessen)주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환자 100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환자를 돌보는 활동지원인(care taker)도 100명이다. 주치의는 7.6%, 심리상담의는 5.8%, 사회복지사는 4.5%, 스포츠및 물리치료사는 1.2%, 교사는 1.75%, 취업 및 재활을 돕는 치료사는 8.5%다. 각 주마다 대체로 6~7개의 치료감호소 (Forensic psychiatry)가 있다.

<한국경제> 4월 19일자 <"1000명 수용 공주치료감호소, 정신과전문의는 고작 8명뿐">에 따르면,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를 격리 수용해 치료하는 곳을 치료감호소라고 하는데, 국내에는 유일하게 공주에만 있다고 한다. 이 기사는 "현재 1000명에 가까운 범법 정신질환자가 수용돼 있지만 이들을 치료 및 관리할 정신과 전문의는 8명에 불과하다. (중략) 정신과 전문의 1명이 120명 넘는 인원을 관리하고 있는 셈이다"라고 보도했다.

보건복지부의 정신질환실태조사(2016년)에 따르면 국민 중 76만 명이 평생 한 번 이상 조현병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조현병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식해도 사회적 시선과 편견 때문에 병원 방문을 꺼려 상담이나 치료를 받는 사람은 39%에 그친다.

대중이 조현증을 향해 근거 없는 두려움 키우게 된 원인에는 언론의 책임도 크다.

독일 최대 국영방송 ARD의 인기 시사프로그램 <타게스샤우(tagesschau)>는 테러에 대한 불안감으로 유럽이 한창 술렁였던 2016년 여름, '테러에 대해 증가하는 우리의 공포감은 옳은가?'라는 타이틀로 당시 시청자들이 제일 궁금해하던 현실을 정면돌파했다.

서유럽내 테러에 의한 사망자수를 시대별로 비교한 통계자료를 제시하며, 과거 아일랜드공화국군 (IRA), 스페인  '바스크 조국과 자유'(ETA)무장단체, 독일 적군파(RAF)의 활약이 왕성했던 1970~1980년대에 비해, 현재 테러 사망자수가 오히려 훨씬 줄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2006년~2014년의 독일 연방정부의 통계자료를 보여주며, "이 기간 테러로 서유럽에서 사망한 총 인원보다, 매년 독일 국내에서만 음식으로 질식사한 이가 훨씬 많다"고 시청자들을 안심시켰다. 당시 이 방송의 내용이 일반인들에게 크게 회자되면서, '테러 위협은 일상에 상존하는 위험에 비할 바 아니다'라는 인식으로 대중에게 각인되었다.

언론은 무책임하게 이미 존재하는 조현병에 관한 공포를 증폭시켜 상황을 악화시키면 안 된다. 국민들에게 정확한 사실과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여 이 장애에 관해 국민들이 제대로 인식하고 제때 치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열악한 인프라가 개선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데 목소리를 보태야 한다. 아울러, 스스로를 대변할 수 없는 사회적 약자에게도 본의 아니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배려하는 신중함 또한 언론의 역할이라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댓글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클레어 함은 독일 뮌헨에서 활동하는 다큐멘터리 프로듀서, 칼럼니스트및 인권활동가이다.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