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 지금 만나> 포스터

영화 <우리 지금 만나> 포스터ⓒ 인디스토리


통일부는 2015년부터 평화와 통일이 필요한 이유를 경제적인 측면이 아닌, 피부에 와 닿는 우리의 이야기로 보여주겠다는 취지로 매년 '한반도 평화와 통일영화 제작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그 결과 2015년에 6편, 2016년에는 4편, 2017년에는 5편의 단편 통일영화를 선보인 바 있다.

2018년엔 장편 영화 연출 경력을 지닌 부지영 감독과 강이관 감독이 제작지원작에 처음으로 합류하여 <여보세요>(부지영 연출), <우리 잘 살 수 있을까?>(강이관 연출), <그 아이>(서동수 연출), <판문점 에어컨>(이태훈 연출)을 내놓았다. 통일부가 만든 제작지원작들은 2018년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전환기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영화' 기획전으로 상영되며 화제를 모았다.

<우리 지금 만나>는 통일부 제작지원작이었던 <기사선생>(김서윤 연출), <우리 잘 살 수 있을까?> <여보세요>를 묶은 옴니버스 통일영화다. 세 단편 통일영화들은 기존의 딱딱한 내용이 아닌, 사랑, 갈등, 소통을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각자의 방식으로 꾸며 평화와 통일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 <우리 지금 만나>의 한 장면

영화 <우리 지금 만나>의 한 장면ⓒ 인디스토리


<기사선생>은 개성공단으로 식자재를 배달하는 남한의 성민(배유람 분)과 매일 마주치는 북한의 직원 숙희(윤혜리 분)가 주인공이다.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로 묵묵히 일만 하던 성민은 처음 만난 북한 사람이 낯설 뿐이다. 숙희는 그런 성민의 눈빛에서 읽히는 낯선 감정이 영 마음에 안 든다. 서로를 경계하던 두 사람은 음악을 관심사로 삼아 마음을 열게 된다.

<기사선생>에서 눈길을 끄는 건 공간이다. 개성공단은 남북 교류 협력의 상징과도 같다. 연출을 맡은 김서윤 감독은 개성공단에 편의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개성공단에서 남북의 남녀가 서로 호감을 느끼게 된다는 내용을 떠올렸다고 한다. 김서윤 감독은 <기사선생>을 통해 "예상치 못한 개성공단 폐쇄에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했던 그들이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으리란 희망을 품고 있지 않을까. 그런 애틋함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연출의도를 설명한다.
 
 영화 <우리 지금 만나>의 한 장면

영화 <우리 지금 만나>의 한 장면ⓒ 인디스토리


<우리 잘 살 수 있을까?>엔 결혼을 앞둔 재범(하휘동 분)과 현채(최남미 분)가 나온다. 오랜 연인 사이였던 둘은 피자 종류의 선택부터 실내 온도 조절, 가구 조립에 대한 의견 차이까지 많은 면에서 다름을 느끼며 힘들어 한다. 사소한 다툼으로 섭섭한 감정이 쌓인 밤, 현채는 갑작스레 밖으로 나가버린다. 재범은 다급하게 현채를 찾아 나선다. 근처 클럽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춤을 추며 화해한다.

<우리 잘 살 수 있을까?>는 남북의 관계를 남녀 간의 관계로 묘사한다. 춤을 통해 화해를 모색하는 전개에 걸맞게 대한민국 비보이계의 레전드인 하휘동과 가수 청하의 안무 선생으로 유명한 최남미가 멋진 춤 실력을 발휘한다. 둘이 맞붙는 댄스 배틀 장면에선 빨강과 파랑, 흰색과 흑색을 활용한 색의 배치도 돋보인다. 연출한 강이관 감독은 "국가를 개인이라고 거칠지만, 단순하게 생각하고 남한과 북한의 평화와 통합을 남녀 간의 사랑이라고 생각했다"고 작품의 배경을 설명한다. "주제를 무겁게만 다루지 않고 즐거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바람도 덧붙인다.
 
 영화 <우리 지금 만나>의 한 장면

영화 <우리 지금 만나>의 한 장면ⓒ 인디스토리


<여보세요>는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보살피며 급식소, 건물청소 등 여러 일을 하는 정은(이정은 분)이 우연히 북한 여자(이상희 목소리)로부터 잘못 걸려온 전화를 받게 되면서 생기는 해프닝을 그린다. 처음엔 남한으로 건너간 아들을 찾아달라는 북한 여자를 보이스 피싱으로 여기며 무시하던 정은은 점차 대화를 나누며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수화기 너머 목소리와 친구가 된다.

<여보세요>에서 남과 북의 사람들은 전화 통화를 나누며 친구 사이로 발전한다. 남과 북은 휴전선으로 막혀있지만, 어디선가 남과 북이 연결된다는 상황은 평화의 시대를 향한 메시지로 더없이 적절하다. 한편으로는 <공동경비구역 JSA>를 떠올리게 하는 설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상상력의 산물로만 치부해선 곤란하다. 메가폰을 잡은 부지영 감독은 기획 과정에서 자료 조사를 위해 탈북자들을 만났는데 그들이 무료 통화 어플을 이용하여 북한의 가족들과 생각보다 수월하게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부지영 감독은 "통일이 거창한 어떤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안부를 묻고 소통을 하고 소민을 나누는 거라는 생각이 들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힌다.

<우리 지금 만나>는 북한 사람을 처음 만나는 남한 사람이 느끼는 감정, 남북의 상황을 사소한 이유로 다투고 화해하는 남녀 관계로 바라본 은유, 멀게만 느껴졌던 남북의 거리가 기술 발전에 발맞춰 좁혀진 변화상 등 남북 관계와 통일을 다양한 형식으로 담고 있다. 그리고 너무 늦기 전에 우리 지금 만나자고 말한다. 무거운 화법을 벗어난 3인 3색 통일영화 <우리 지금 만나>를 보고 남북 관계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바뀔 우리의 일상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갖길 추천한다. 2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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