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영화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제77회 칸영화제가 팔부능선을 넘어섰다. 경쟁부문 초청작 대부분이 공개된 가운데, 작품을 본 소수의 눈을 빌려 최고의 영예를 누가 안을지에 대한 소문이 무성하다.
 
현재까진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페인 앤 글로리>가 가장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를 비롯한 심사위원단의 의중은 짐작하기 어렵다. 황금종려상의 향방은 칸영화제 마지막 날인 25일 시상식에서 공개된다.
 
씨네만세는 지금까지 경쟁부문에 초청된 명감독에 대해 소개했다. 켄 로치, 다르덴 형제, 짐 자무쉬, 페드로 알모도바르, 쿠엔틴 타란티노가 그 대상이었다. 올해 경쟁부문에 21편의 영화가 초청됐으므로 이들의 작품 외에도 16편의 작품이 황금종려상을 놓고 경쟁한다.
 
남은 이들 가운데 지역을 넘어 세계 영화계에서 주목할 만한 업적을 쌓은 인물은 두세 명 정도로, 한국의 봉준호를 포함해 압둘라티프 케시시, 자비에 돌란이 그들이다. 그 중 씨네만세 268회의 주인공은 케시시와 돌란이다.

칸영화제의 '덜 아픈 손가락', 케시시
 
칸영화제 2013년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압둘라티프 케시시 감독.

▲ 칸영화제2013년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압둘라티프 케시시 감독.ⓒ 칸영화제

  
튀니지 태생인 케시시는 일곱 살이던 1966년 가족들과 함께 프랑스로 이주, 니스에서 자랐다. 배우로 경력을 시작해 각본과 연출 모두에 재능을 보였으며, 이민자 출신이란 정체성에서 나온 다양성과 통합의 가치를 자주 꺼내 활용했다.
 
케시시는 프랑스 내에서보다 외부에서 먼저 인정받은 것으로 유명한데, 그를 처음 발굴한 건 칸이 아닌 베니스였다. 30대 후반에 찍은 35분짜리 단편 <볼테르의 탓이다>가 베니스영화제 미래의 사자상을 받으며 주목할 만한 신진감독으로 일약 떠오른 것이다.
 
이후 그의 영화는 홍콩 금마장을 비롯해 전주와 도쿄 등 아시아 대표 영화제에 단골로 초청됐고, 2004년 광주영화제는 두 번째 영화 <게임스 오브 러브 앤 찬스>에 대상까지 선사했다. 세 번째 작품 <생선 쿠스쿠스>는 아시아 외에도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평단으로부터도 인정을 받았는데, 유독 케시시의 활동무대인 프랑스에선 그를 알아주지 않았다. 유럽에선 다만 그를 발굴한 베니스 영화제가 심사위원 특별상을 안기며 마음을 달랬다.
 
케시시가 칸의 선택을 받은 건 다섯 번째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를 통해서였다. 예년보다 최고 수준의 작가가 많지 않다는 평도 있었으나 이제와 돌아보면 만만치 않은 작품이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린 해였다. 코엔 형제의 <인사이드 르윈>, 짐 자무쉬의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파올로 소렌티노의 <그레이트 뷰티>, 알렉산더 페인의 <네브래스카>,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아쉬가르 파라디의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가 그해 경쟁부문 진출작이다.
 
케시시를 포함해 칸이 특별히 아끼는 작가가 많지 않은 해였으나, 경쟁부문 심사위원장 역시 할리우드 영화의 상징 스티븐 스필버그였다는 점에서 독특한 해이기도 했다. 그리고 황금종려상은 케시시의 <가장 따뜻한 색, 블루>에 돌아갔다. 그의 많은 영화가 그랬듯, 유럽보다는 북미와 아시아 평단에서 더욱 많은 애정을 받았으나 공교롭게도 그해 칸엔 스필버그와 이안이 있었다. 더욱이 칸이 후한 점수를 준 사례가 많은 동성애 소재 영화이기도 했고 말이다.
 
올해 케시시는 로맨스 연작 두 번째 편인 <매크툽, 마이 러브: 인터 메조>를 들고 칸을 찾았다. 상을 받은 2013년조차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케시시지만 올해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문제는 화제가 되는 게 작품이 아닌 그의 개인사란 점에 있다.
 
케시시는 지난해 6월 무명 여배우를 성폭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으며, 재판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작품이 나올 때마다 폭압적인 태도로 현장에 군림한다며 잡음이 적지 않았던 그이기에 바라보는 시선이 더욱 좋지 않다. 여성영화인에겐 관심을 적게 보이면서도 논란이 되는 영화인은 수용하는 듯해 폭격당하는 중인 칸영화제에서, 케시시의 수상여부는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일 수밖에 없다.

천재냐 칸의 콩깍지냐, 자비에 돌란
 
자비에 돌란 <단지 세상의 끝>으로 2016년 칸영화제에서 경쟁부문 2위 격인 심사위원 대상을 탄 자비에 돌란.

▲ 자비에 돌란<단지 세상의 끝>으로 2016년 칸영화제에서 경쟁부문 2위 격인 심사위원 대상을 탄 자비에 돌란.ⓒ (주)엣나인필름

  
2009년 데뷔작 <아이 킬드 마이 마더>부터 6차례나 칸영화제에 불려간 돌란은 견줄 사람을 찾기 힘들 만큼 칸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두 번째 경쟁부문 진출작인 <단지 세상의 끝>은 심사위원 대상까지 받았다. 당시는 켄 로치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가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로 그 해였고, 20대 영화인에겐 충격적이기까지 한 성취였다.
 
칸을 제외한 주류 평단으로부터는 아직 충분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돌란이지만 칸은 그에 대한 신뢰를 거두지 않고 있다. 동성애를 소재로 한 신작 <마티아드 앤드 맥심>이 당연하다는 듯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제 돌란이 칸에서 탐낼 만한 것은 단 하나뿐이다.
덧붙이는 글 김성호 시민기자의 팟캐스트(http://www.podbbang.com/ch/7703)에서 다양한 영화이야기를 즐겨보세요.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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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존엄과 역사의 진보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간직하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 팟캐스트 '김성호의 블랙리스트' 진행 / 인스타 @blly_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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