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기념하는 데에는 여러 방법이 있다. 예컨대 올해는 서기 2019년이고 단기 4352년이며 불기로는 2536년, 간지로는 기해년이다. 또 주체 108년(북한)이기도 하고 4월까지 헤이세이 31년이자 마지막 해였고, 5월부로 레이와 원년(일본)이기도 하다. 이렇게 한 해를 기념하는 방법은 국가나 종교, 문화권 별로 다양하며 이는 사실 별로 어색하거나 특별히 이상한 것도 아니다.
  
'TMA' 트와이스 사나, 트둥이 저격 비주얼 트와이스 사나가 24일 오후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더팩트 뮤직 어워즈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트와이스 사나의 모습(자료사진)ⓒ 이정민

 
최근 해를 기념하는 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 있다. 이름은 미나토자키 사나, 20대 초반의 일본인 여성이고 걸그룹 트와이스의 멤버이기도 하다. 조금 특별한 점이라고 하면 일본인으로서 한국의 그룹 멤버로 활동한다는 것 정도다. 그런데 연예인 사나씨가 논란이 한 가운데에 선 이유는 그보다 조금 더 특이한 것이었다.

사나씨는 지난 4월 30일, 그러니까 레이와 시대가 시작하기 전날이자 헤이세이 시대의 마지막 날에 트와이스의 공식 인스타그램에 게시물을 남겼다. 일본어로 "헤이세이 출생으로 헤이세이가 끝나는 건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지만 헤이세이 수고했어요! 레이와라는 새로운 시작을 향해, 헤이세이의 마지막인 오늘은 산뜻한 하루로 보내요"라는 내용이었다.

이해하기 쉽게 요약하자면 '한 시대가 끝난다는 것은 아쉽지만, 새로운 시작을 위해 말끔하게 송구영신을 하자' 정도의 글이 될 것이다.
 
 그룹 트와이스 멤버 사나가 지난 5월 1일 팀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게시글. 일본어로 "헤이세이 출생으로 헤이세이가 끝나는 건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지만 헤이세이 수고했어요! 레이와라는 새로운 시작을 향해, 헤이세이의 마지막인 오늘은 산뜻한 하루로 보내요"라는 내용의 글을 썼다.

그룹 트와이스 멤버 사나가 지난 5월 1일 팀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게시글. 일본어로 "헤이세이 출생으로 헤이세이가 끝나는 건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지만 헤이세이 수고했어요! 레이와라는 새로운 시작을 향해, 헤이세이의 마지막인 오늘은 산뜻한 하루로 보내요"라는 내용의 글을 썼다.ⓒ 트와이스 인스타그램 갈무리

 
트와이스 일본인 멤버 사나씨의 글에 쏟아진 비난
  
최근 일본에선 한 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천황'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비록 우리의 일은 아니지만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축하해 주거나, 아니면 '그렇구나' 하고 말 것이다.

하지만 많은 이의 행동은 이와 같은 예상 답안을 보기 좋게 비껴나갔다. 송구영신 하자고 이야기한 젊은 일본인 여성 연예인을 향해 '제국주의자'라는 비난이 쏟아진 것이다.

실제로 사나씨가 올린 SNS 게시글과 JYP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항의와 비난하는 댓글이 넘쳐났다. '역사왜곡'이나 '친일'(?), '무개념' 등의 원색적인 비난은 예사였고, 타이완 출신 멤버 쯔위가 과거 국적 논란에 휩싸였을 때 그랬던 것처럼 '공개사과를 하라'고 요구하는 사람도 있었다. 더 나아가서는 '사나를 그룹에서 탈퇴시켜야 한다'는 주장 또한 나왔다.

사나씨가 올린 게시물에는 일본의 전범 역사를 미화하거나 '천황제'를 언급하는 부분은 존재하지 않았다. 단지 송구영신을 잘 하자는 언급 정도밖에 없다. 과연 어떤 부분이 일부 누리꾼들을 불편하게 만든 것일까. 그 원인에 대해 생각해보기 전, 같은 날 대한민국 국무총리가 올린 글을 먼저 보자.
 
 지난 4월 30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본인의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 '헤이세이' 시대를 마치고 '레이와' 시대를 여는 일본에 인사를 남기며 나루히토 천황과 일본 국민에 감사하다는 말을 썼다.

지난 4월 30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본인의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 '헤이세이' 시대를 마치고 '레이와' 시대를 여는 일본에 인사를 남기며 나루히토 천황과 일본 국민에 감사하다는 말을 썼다.ⓒ 이낙연 총리 페이스북 갈무리

 
이낙연 총리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본이 헤이세이 시대를 마치고 레이와 시대를 시작한다는 글을 올렸다. 여기서 다른 점은 '글쓴이' 하나밖에 없다. 그 외에는 글의 내용과 방향은 매우 비슷하다. 심지어 이 총리는 나루히토 '천황님'을 글에서 직접 언급했고, 글의 말미에는 "일본 국민께 인사드린다"라는 인사말 또한 남겼다.

같은 날, 비슷한 내용의 글을 올렸지만 한쪽은 빗발치는 비난을 받았고 다른 한쪽은 그렇지 않았다(물론, 일부 누리꾼들은 댓글로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는 의견을 달긴 했다. 하지만 온 뉴스를 도배할 정도로 논란이 되진 않았다).

두 가지 사례를 보며, 문득 우려스러움이 밀려왔다. 설마 역사적인 사안을 두고 특정 개인을 비판하는 행동 자체가 애국인 것처럼 포장되는 분위기가 우리 사회에 조금씩 스며들고 있는 것인가? 누군가를 비난하기 위해 필요할 때만 꺼내 드는 '선택적 애국심'을 위해 반일 감정이나 독립운동 역사 등이 이용된다는 것인데, 이는 우리 사회 분위기나 미래, 그리고 역사를 고려했을 때 안타까운 현상이기 때문이다.

트와이스의 멤버 사나씨는 아무런 죄가 없다

실제로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 등 온라인에선 '개인의 올바르지 못한 역사 관련 발언'을 찾아내 '친일 의혹'을 주장하는 것이 곧 애국적 행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일본은 전범국가가 맞다. 그리고 일본이 한국을 식민통치했다는 사실은 사라지거나 부정당하지도 않고, 그래서도 안 되는 '역사'다. 더불어 일본의 '천황제'와 그에 따른 연호 사용에 대해 비판할 지점은 있다.

다만 '애국'에 갇혀 객관적 시선을 배제한 채 사안을 보려 하면, 우리 사회에도 우리 나라에도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참고로 공화국 일본의 입헌군주 아키히토 '천황'의 헤이세이 시대는 (비록 상징적 존재일지라도) 군주가 앞장서 일본의 재무장을 반대했고, 한-일의 평화적 관계를 위해 노력한 시기이다. 아마 그가 아니었다면 자민당과 아베 총리, 그 이전 총리들의 개헌과 재무장 계획은 한참 전에 실행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큰 이변이 없는 한 평화를 위한 '천황'의 노력은 나루히토의 레이와 시대에도 큰 변화가 없을 거라는 것이 중론이다.
 
'SBS가요대전' 사나, 지적인 섹시미 트와이스의 사나가 25일 오후 서울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 2018 SBS 가요대전 >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트와이스 사나의 모습(자료사진)ⓒ 이정민

 
'사나 논란'으로 몸살을 겪고 있는 우리가, 우리 사회가 더욱 기억하고 실천해야 하는 건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받아내는 일이다. 한 연예인이 쓴 글에 대해 맥락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비난하는 건 정당한 일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반일 감정'에 기댄 비난이야말로 '지나치게 닫힌 사회'라는 비판을 부를 수 있다. 

진짜 비판을 받아야 할 대상이 있다면, 그건 연호에 대한 감상을 SNS에 적은 개인이 아니라 과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하지 않으려는 일본 정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과거사 문제에 관련해서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있다면 그건 일본 정부의 관계자이지, 국내에서 활동하는 일본 연예인은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특정 아이돌 멤버를 향한 애꿎은 비난과 훈계는 이제 멈춰야 한다.

트와이스의 멤버 사나씨는 아무런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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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글로 기억하는 정치학도, 사진가. 아나키즘과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가장자리(Frontier) 라는 다큐멘터리/르포르타주 사진가 팀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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