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의 가사들이 간직한 심리학적 의미를 찾아갑니다. 감정을 공유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의미까지 생각하는 '공감'을 통해 음악을 보다 풍요롭게 느껴보세요.[편집자말]
'TMA' 방탄소년단, 월드스타의 위엄 방탄소년단이 24일 오후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더팩트 뮤직 어워즈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TMA' 방탄소년단, 월드스타의 위엄 방탄소년단이 24일 오후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더팩트 뮤직 어워즈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검은 머리, 노란 머리, 푸른 눈, 갈색 눈. 히잡을 두른 여성과 터번을 올린 남성. 트랜스젠더의 정체감을 마음껏 뽐낸 한 사람. 이들 모두가 같은 버스 안에 있었다. 공용어는 영어지만, 조근조근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언어는 여러 가지였다. 생김새도 언어도 모두 다르지만, 유모차를 탄 아기와 엄마가 버스에 오르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의자를 접어 유모차가 놓일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자신들의 문화적 정체감을 다양하게 드러내지만, 캐나다 사회의 가치를 공유하며 평화롭게 어울려 살고 있는 사람들. 캐나다 밴쿠버에 머물던 지난 2년간 이런 풍경을 목격할 때마다 나는 존중과 연대가 느껴져 마음이 뭉클해지곤 했다.

얼마 전 발표된 방탄소년단의 신곡 '소우주'는 그 때 느꼈던 뭉클함을 떠오르게 했다(소우주(Mikrokosmos)작사 Matty Thomson, Max Lynedoch Graham, Marcus McCoan, Ryan Lawrie, Camilla Anne Stewart, RM, 슈가, 제이홉, "DJ Swivel" Young, Candace Nicole Sosa, Melanie Joy Fontana, Michel 'Lindgren' Schulz 작곡 Matty Thomson, Max Lynedoch Graham, Marcus McCoan, Ryan Lawrie, Camilla Anne Stewart, RM, 슈가, 제이홉, "DJ Swivel" Young, Candace Nicole Sosa, Melanie Joy Fontana, Michel 'Lindgren' Schulz ).

개인의 다양성 존중

노래는 이렇게 시작한다. '반짝이는 별빛들 깜빡이는 불 켜진 건물'. 이 곡의 화자는 깜깜한 밤 도시에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던 듯싶다. 그리고 늦은 밤 환히 빛나는 불빛들을 보고 '우린 빛나고 있네 각자의 방, 각자의 별에서'라고 노래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삶을 열심히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빛'을 본다.

그런데 이 빛은 무엇인가가 잘 되어갈 때만 반짝거리는 것이 아니다. '어떤 빛은 야망, 어떤 빛은 방황'이라는 가사처럼 제각각 다른 이유로 빛이 난다. 성공하지 않아도 '야망'을 품고 있는 것만으로도 빛나고, 심지어 '방황'하며 힘든 시간을 지내고 있어도 빛난다.

'깜빡이고' '방황하고' 각기 다른 이유와 꿈을 품고 있지만,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만으로 '빛'이 난다고 속삭이는 방탄소년단. 지금 이들은 '다양성'을 노래하고 있었다. 심리학에서 다양성(diversity)란 인종, 성별, 장애, 종교 등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삶의 조건과 맥락, 이와 관련된 다양한 정체감을 뜻한다.

심리학자들은 각 개인이 처해있는 맥락의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을 때, 개개인의 삶의 방식을 존중해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다양성 존중은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핵심 기제이기도 하다.

방탄소년단이 '소우주'에서 노래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이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품은 이 빛들은 그 어떤 것이라도 가치 있다고 노래한다. '어두운 밤(외로워 마)' '별처럼 다 (우린 빛나)', 우리 하나하나는 '큰 존재니까 let us shine' 이라면서.

존중에서 연대로
 
 '소우주'가 수록된 방탄소년단의 새앨범

'소우주'가 수록된 방탄소년단의 새앨범 ⓒ Dreamus

  
노래를 시작하면서 각 개인의 다양성을 노래하던 방탄소년단은 이를 연대로 이어간다. '어쩜 이 밤의 표정이 이토록 또 아름다운 건 저 별들도 불빛도 아닌 우리 때문일거야'라며. 하나하나의 별빛과 불빛도 소중하지만 이것이 어우러져 '우리'가 되었을 때 더 아름답다는 의미다. 각 개인을 존중하지만, 서로의 어려움과 기쁨을 함께 나누며, 각자가 더 잘 빛날 수 있도록 연대하는 공동체를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존중과 연대가 함께 하는 공동체에서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아갈까. 먼저 다른 이들이 꿈을 이뤄가는 모습을 보며 희망을 느낀다. 방탄소년단은 이를 '난 너를 보며 꿈을 꿔'라고 노래한다. 존중받는 한 개인은, 스스로를 받아들일 수 있기에 타인의 성취를 진심으로 응원해 줄 수 있다. 남이 잘되면 나도 잘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상대방이 밝혀 놓은 빛은 나의 꿈을 이뤄가는 토대가 된다. 때문에 '서로가' '서로의 빛'을 보아주며 모두가 가진 꿈의 소중함을 인정해준다.

또한, 서로 공감하며 공동체의 중요한 가치를 함께 실천할 수 있게 된다. '같은 말을 하고 있었던 거야 우린'은 이런 의미다. 여기서 '같은 말'은 권력에 의해 주입된 가치가 아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추구하는 자유와 평등과 같은 궁극의 가치, 그리고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니면서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기쁨과 슬픔 같은 인간 보편의 정서를 의미한다. 개성이 존중받는 공동체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처지에 공감하며, 이를 통해 보다 궁극적인 삶의 가치들을 실현해 갈 수 있다.

더 큰 공동체로

각 개인을 존중하고, 이런 개인들이 서로 연대하며 공감하는 공동체는 각 구성원에게 강한 소속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이런 공동체 의식이 폐쇄적으로 '우리'안에 갇힐 때 나의 공동체가 아닌 다른 공동체에게는 배타적이 되기 쉽다. 이럴 때 사람들은 '남(외집단)'과 '우리(내집단)'를 구분짓고, 외집단을 배척하는 폐쇄적인 집단주의로 변질된다. 역사적으로 인류가 저지른 많은 잔혹한 전쟁들은 이런 폐쇄적 집단주의에서 비롯돼 다.

이제 방탄소년단은 공동체 의식을 '세계'로 넓혀가자고 이야기한다. 사실, 우리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속해있지만, 대한민국에 속해있으며, 더 넓게는 아시아에 속해있고, 좀 더 확장해 보면 이 지구상에 속해있다. 때문에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기도 하지만, 세계시민이기도 하다. 각 개인이 세계시민으로서의 공동체의식을 가지고, 세계에 속한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성을 존중해준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폐쇄적 집단주의는 사라지고 보다 존중과 연대가 확장돼 평화가 자리잡게 될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이를 '한 사람에 하나의 역사 한 사람에 하나의 별 70억 개의 빛으로 빛나는 70억 가지의 world'라고 표현한다. 이제 '우리'의 범위는 확장된다. 직장도 마을도, 대한민국도 아닌 전 세계 70억의 사람들이 우리가 되는 것이다. 70억 사람들 각자가 지닌 개성을 하나의 '별'로 존중해 줄 때 우리 각자는 성장하고 동시에 연결된다. 그래서 방탄소년단은 '70억 가지의 삶 도시의 야경은 어쩌면 또 다른 도시의 밤, 각자만의 꿈 let us shine'이라고 노래한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70억 명의 사람들 각자가 서로를 존중하면서 연대하고, 공감하는 '사람이 별'이 되는 사회를 소망하면서 말이다.

다문화사회인 캐나다 밴쿠버에 거주할 당시 다양한 이들이 자신의 개성을 간직한 채 어우러져 사는 모습에 종종 감동을 받곤 했었다. 그 이유를 이 노래를 통해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방탄소년단식으로 말하자면, 다양한 삶의 방식들이 한 곳에 어우러진 모습에서 '소우주'를 발견했던 듯싶다. 

한 사람 한 사람은 '우주'에 비견할 만큼 소중한 존재들이다. 인종, 종교, 성별, 성정체감 등 한 사람이 가진 특징은 그 배경이 어떤 것이라도 존중받아야 한다. 그리고 이 소중한 존재들이 연대할 때 서로를 신뢰하며 더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방탄소년단이 '소우주'에서 노래하는 세상. 우리도 한 번 실천해보면 어떨까. 그러면 이 노래 말미에서 반복되듯 '우리 그 자체로 빛나'게 되지 않을까.

반짝이는 별빛들
깜빡이는 불 켜진 건물
우린 빛나고 있네
각자의 방 각자의 별에서

어떤 빛은 야망
어떤 빛은 방황
사람들의 불빛들
모두 소중한 하나

어두운 밤 (외로워 마)
별처럼 다 (우린 빛나)
사라지지 마
큰 존재니까
Let us shine

어쩜 이 밤의 표정이 이토록 또 아름다운 건
저 별들도 불빛도 아닌 우리 때문일 거야

You got me
난 너를 보며 꿈을 꿔
I got you
칠흑 같던 밤들 속
서로가 본 서로의 빛
같은 말을 하고 있었던 거야 우린

가장 깊은 밤에 더 빛나는 별빛
가장 깊은 밤에 더 빛나는 별빛
밤이 깊을수록 더 빛나는 별빛

한 사람에 하나의 역사
한 사람에 하나의 별
70억 개의 빛으로 빛나는
70억 가지의 world

(후략)
- 방탄소년단 '소우주' 중에서


* 덧붙이는 말 : 심리학은 사람의 마음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특히, 상담심리학은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이 보다 행복해질 수 있도록 돕는 방법들을 연구한다. 상담심리학에서 건강한 마음은 한 개인이 얼마나 온전히 존중받느냐와 관련이 깊다. 사람은 있는 그대로 존중받는 경험을 할 때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 존중의 경험을 타인들과 나눌 수 있게 된다. 자신이 존중받은 경험을 타인과 나눔으로서 그 사람에게도 존중이 전달되고, 이는 다시 또 다른 사람에게로 전파된다. 이런 변화가 퍼져 나갈 때 결국 세상은 다양성을 존중하고, 함께 연대하는 공동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심리학을 통해 가사를 살펴보고자 했던 것은,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노래 속에서 이런 메시지를 찾아내 전하고 싶어서였다.  방탄소년단의 '소우주'는 이런 심리학의 가치를 잘 담고 있는 노래다. 이 노래를 끝으로 대중가요 속에 숨겨진 심리학적 의미를 찾아 나섰던 '가사공감' 연재를 마무리하려 한다. 연재는 여기서 끝나지만, 의미심장한 노래가 또 들려온다면, 언제든 다시 글로 소통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필자의 개인블로그(https://blog.naver.com/serene_joo)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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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의 시선으로 일상과 문화를 바라봅니다. 사람은 물론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기'를 소망하며 평등과 생명존중을 담은 글을 쓰고 소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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