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의 작은 시인에게> 포스터

영화 <나의 작은 시인에게> 포스터ⓒ (주)엣나인필름


유치원 교사 리사(매기 질렌할)의 마음은 창작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의 재능은 예술을 사랑하고 동경하는 그녀의 마음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녀는 매주 시 쓰기 수업을 들으며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해 보지만 그녀에게 돌아오는 다른 수강생들과 선생의 평가는 실망스럽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자신의 학생 지미(파커 세바크)가 시를 읊조리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된다. 도저히 다섯 살 아이에게서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어휘력과 표현력에 그녀는 감탄을 금치 못한다. 너무도 자유롭고 쉽게 시를 짓는 지미에게 그녀는 온 마음을 빼앗겨버리고, 시간이 갈수록 그의 천재적 재능에 집착하게 된다. 
 
 영화 <나의 작은 시인에게>의 한 장면

영화 <나의 작은 시인에게>의 한 장면ⓒ (주)엣나인필름

 
지난 4월 4일 개봉한 <나의 작은 시인에게>는 비범함을 꿈꾸는 '범인'의 콤플렉스와 욕망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는 매우 매력적인 영화다. 여자 선생님과 다섯 살 제자라는 관계 설정에서 보통은 이들의 우정과 성장을 생각하기 쉽지만 영화는 선생님 리사에게 온전히 집중한다.

10대 자녀 둘을 둔 엄마이자 지난 20년간 유치원생들을 가르쳐 온 선생으로서, 지미의 재능이 얼마나 특별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리사는 그의 입에서 나오는 시를 한 자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쓴다. 시상이 떠오른 지미가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움직이며 시를 읊으면 리사는 신의 말씀을 받아 적은 선지자처럼 그의 시를 옮겨 적는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이 쓴 것인 양 시 작문 수업시간에 발표한다.

이전과는 다른 평가들이 이어지고, 강사 사이먼(가엘 가르시아 베르날)는 마치 그녀의 존재를 이제야 발견한 듯 놀란 얼굴로 미소 짓는다. 지미의 시로 인해 전에 받아본 적 없는 특별한 관심을 받기 시작한 그녀의 얼굴엔 만족과 슬픔이 뒤엉켜 하나로 규정지을 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이 담겨있다.  

리사는 지미의 아버지를 찾아가 지미가 대단한 재능을 가지고 있으며 그 재능을 키울 수 있도록 애써줄 것을 부탁하지만 그는 아들의 재능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아니, 오히려 그가 돈벌이가 안 되는 시인으로 자라는 것을 원치 않는다.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지미의 보호자는 그녀가 아닌걸.

하지만 그녀는 거기에서 포기하지 않는다. 지미를 데리고 미술관에도 가고, 유치원에서도 오직 지미에게만 집중하면서 유치원 교사라는 본분을 망각한 채 마치 자신이 최후의 수호자라도 되는 것처럼 선을 넘기 시작한다.

다정하지만 예술에 무지한 남편과 하루 종일 손에서 폰을 놓지 않는 딸, 대학 대신 군에 입대하겠다는 아들 사이에서 지미의 존재는 리사에게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자신의 모든 행동이 '지미를 위해서'라고 그녀는 말하지만 인스턴트 문화에 익숙해져버린 오늘, 예술에 대한 그녀의 갈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도구로 지미에게 집착하는 것은 아닐까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영화 <나의 작은 시인에게>의 한 장면

영화 <나의 작은 시인에게>의 한 장면ⓒ (주)엣나인필름

 
다섯 살 시인 지미가 쓴 시들은 놀랍도록 아름답지만 시적 재능을 제외하면 그에게 부여할 수 있는 특성은 없다. 영화를 이끌고 가는 것은 리사다. 그녀의 심리 변화를 따라가며 영화는 극적 긴장감을 더하는데, 이 긴장감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매기 질렌할의 섬세한 연기 덕분이다.

그녀의 연기는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로 그녀는 관객이 리사라는 인물을 입체적이고 다층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한 관객이 리사에게 공감하는 동시에 적절한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매기 질렌할에게 박수를 보낸다.

<나의 작은 시인에게>는 예술을 감상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들의 태도에 대해 여러 가지로 고민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영화다. 비범함을 꿈꾸는 대다수의 평범한 우리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법이 인상적인 이 영화는 이스라엘 영화 <시인 요아브>(2014)를 리메이크 한 것으로 2018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강지원 시민기자의 브런치 계정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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