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얘기지만 KBO리그 10개 구단의 투타 전력은 불균형하다. 때문에 팀마다 주전으로 활용할만한 마땅한 선수가 없어 약점이 되는 포지션이 있는가하면 반대로 특정 포지션에 1군급 자원이 풍족한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 타팀으로 가면 주전급으로 활약할 선수가 백업 플레이어로 뛰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LG에는 외야수가 그런 포지션이다. 전통적으로 외야라인이 강했던 LG는 2017시즌 이후 FA(4년 총액 115억 원)를 통해 국가대표 외야수 김현수를 영입하며 외야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이형종의 부상으로 주전 출장 기회를 잡게 된 LG 이천웅

이형종의 부상으로 주전 출장 기회를 잡게 된 LG 이천웅 ⓒ LG 트윈스

 
거기에 지난 시즌엔 유망주 채은성이 25홈런 119타점을 기록하며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좌익수 김현수와 우익수 채은성이 고정되며 나머지 선수들에게 허락된 자리는 중견수 한 자리 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그 한자리의 주인공은 지난 시즌 초반 강렬한 인상을 남긴 '광토마' 이형종의 차지였다. 특히 좌타자가 많이 포진한 LG 타선에서 오른손 타자라는 이점이 있고 '호타준족' 리드오프로 나서서 기선제압을 하기에 용이한 스타일이기에 류중일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김현수-이형종-채은성으로 외야라인이 꾸려지며 가장 아쉬움을 삼킨 이는 바로 이천웅이다. 포지션 경쟁자 이형종과 마찬가지로 아마추어 시절에 주로 투수로 뛰었다가 프로 입단 후 방망이를 잡은 이천웅은 남다른 재능을 보이며 빠르게 1군급으로 성장했다.
 
 LG 이천웅 최근 6시즌 주요기록(출처=야구기록실 KBReport.com)

LG 이천웅 최근 6시즌 주요기록(출처=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특히 이천웅은 프로 입단 이후 가장 많은 타석(405타석)을 소화했던 지난 시즌, 주전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보였다. 규정타석에는 미달했지만 400타석 이상을 소화하며 0.340의 고타율을 기록했다. 

홈런이 2개라 장타력이 아쉽긴 했지만 2루타를 22개나 기록하며 장타율 0.435를 기록, 만만찮은 타격 생산력을 보였다. 그의 주전 경쟁자인 이형종의 지난 해 OPS는 0.844다. 이천웅이 기록한 OPS 0.842와 거의 차이가 없다.

주전 경쟁에서 밀린 것이 아쉬울 수 밖에 없는 것이 백업으로 만족하기엔 지난 시즌 매우 뛰어난 활약을 보였기 때문이다. 만약 외야진이 탄탄한 LG가 아닌 좌타 외야수가 부족한 팀이었다면 붙박이 주전이 확실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아쉬운 백업 역할에 만족하던 이천웅에게 예상보다 빠르게 기회가 찾아왔다. 주전 중견수로 낙점받았던 이형종이 오른쪽 햄스트링 근육 손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지게 된 것이다. 이형종은 8일 엔트리에서 말소가 되었고 LG는 9일 투수 김대현을 등록시켰다.

이형종의 대체자로 외야수가 아닌 투수 김대현을 보강한 것은 그만큼 대체자인 이천웅을 신뢰한다는 뜻도 있다. 당분간 이천웅은 이형종의 자리에 투입되어 주전으로 뛰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천웅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이형종의 부상 정도가 그리 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미한 햄스트링 근육 손상은 쉽게 볼 부상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매우 긴 공백을 걱정할 정도의 부상도 아니다. 아마 짧으면 2주 길어도 3주안에는 이형종이 몸상태를 완전하게 회복해 1군에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이후 주전 중견수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이형종과 이천웅 (사진 : LG 트윈스)

지난 시즌 이후 주전 중견수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이형종과 이천웅 (사진 : LG 트윈스) ⓒ 케이비리포트

 
즉 향후 2주간의 활약에 따라 이천웅의 올시즌 성패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기간동안 이천웅이 주전 중견수로 뛰어난 모습을 보인다면 이형종이 돌아온 뒤에도 주전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충분하다. 부상으로 낙마했던 자리에 백업 선수가 더 뛰어난 활약을 펼쳐 주전의 주인공이 바뀐 사례는 종종 볼 수 있다.

반대로 2주 동안 이천웅의 활약이 미미하다면 역시 백업이 어울리고 주전감은 아니라는 인상을 남길 수밖에 없다. 그렇게 평가가 내려지면 시즌 중 다시 주전 경쟁에 나서기 힘들어진다. 이천웅에게는 여러모로 각오를 다질 수밖에 없는 시간이다.

주전을 꿈꾸지 않는 1군 선수는 없다. 특히 다른 팀에 가면 얼마든지 주전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듣는 선수라면 더욱 그렇다. 천금같은 기회를 잡은 이천웅이 향후 2주일 동안 주전으로 입지를 굳히는 활약을 보이며 LG를 상위권으로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관련 기사] '마운드 최강' LG, 타선 침묵 해법은?

[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글: 이정민 / 김정학 기자) 본 기사는 스포츠전문지[케이비리포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기사 문의 및 스포츠 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프로야구 KBO LG트윈스 이천웅 이형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문화/스포츠 컨텐츠 공작소 www.kbreport.com (케이비리포트)입니다. 필진 및 웹툰작가 지원하기[kbr@kbreport.c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