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메이저리그 개막전 선발등판이 이미 확정된 LA 다저스 소속의 류현진은 KBO리그에 데뷔하자마자 스타 반열에 올랐다. 그 이유는 프로 첫 등판부터 센세이션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2006시즌 잠실 LG전에서 데뷔전을 치렀는데  7.1이닝동안 무려 10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었다. 고졸신인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뛰어난 피칭이었다.

하지만 '괴물 투수'의 역사적인 데뷔전 등판 중계영상은 그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다. 당시 KBO리그는 전 경기가 중계되던 시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시 뉴스용으로 기자석에서 촬영한 짤막한 영상만이 자료로 남아있을 뿐이다.
 
 26일 KBO리그 데뷔전을 갖게 되는 KT 이대은

26일 KBO리그 데뷔전을 갖게 되는 KT 이대은 ⓒ kt 위즈

 
26일 데뷔전이 예고된 '꽃미남 특급 신인' kt 이대은도 신인 시절 류현진처럼 TV 중계 영상을 남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차 신인지명에서 1순위로 지명되며 올 시즌 가장 주목받는 신인 중 한 명인 이대은은 1군 데뷔 전부터 지명도가 상당히 높은 투수다.

하지만 그의 첫 등판 경기인 NC-KT전을 담당하는 방송사인 KBSN스포츠가 배구 챔피언 결정전을 중계하는 관계로 TV 중계는 잡혀 있지 않다.

사실 야구 시즌이 시작되는 봄이면 늘상 겪어왔던 갈등이다. 프로야구에서는 정규 시즌 총 720경기 중 시즌 초반 1경기일 뿐이지만 가을에 시즌이 시작되는 배구와 농구의 경우 포스트시즌이 한창인 시점이다. 경기 자체의 비중이나 중요도로 따지면 야구 경기가 밀릴 수 밖에 없다.

더구나 프로 배구의 인기는 매년 치솟고 있다. 적극적인 팬서비스와 경기력이 날이 갈수록 발전하며 겨울스포츠의 절대강자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배구 남녀 챔피언 결정전은 대부분의 경기가 시청률 2% 안팎이라는 놀라운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타 종목의 주목도가 프로야구 이상이 될 정도로 상황이 변했기 때문에 KBO는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과거의 인기만 믿고 손을 놓고 있다가는 이번 이대은 데뷔전의 TV 중계가 불발된 것과 같은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방송사는 정규시즌 경기의 95%만 중계 의무)

아쉽게도 TV 중계는 무산되었지만 다행히 인터넷-모바일 중계는 진행될 예정이다. KBO리그 유무선 중계권 사업자인 통신·포탈 컨소시엄이 26, 27일 양일간 창원NC파크에서 열리는 kt와 NC의 경기를 직접 중계하기 위해 나섰기 때문이다. 

방송사의 영상 제작과 중계를 대신할 대안이 생긴 것은 다행이지만 이번 돌발 상황으로 인해 그간 많은 지적을 받아오던 KBO 비디오 판독센터의 민낯도 드러나고 말았다.

KBO리그는 중계가 없는 26일, 27일 창원 kt vs. NC전에는 비디오 판독을 실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방송사의 화면이 없다면 확실한 판독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비디오 판독이 경기의 일부가 된지 이미 오래다. 지난 해 한국시리즈 최종전만 해도 그렇다. 3: 3 동점으로 팽팽하던 8회초 SK 공격에서 김성현의 적시타때 2루주자 김재현이 홈을 밟고 세이프가 선언되었다. 하지만 정확한 화면으로 보면 양의지의 미트가 김재현의 다리를 먼저 태그했다.

당연히 두산은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고 이로인해 결과가 정정되었다. SK의 역전 점수는 취소되었고 뒤이어 8회말 두산이 오히려 점수를 뽑아내 리드를 잡았다. 이처럼 비디오 판독은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바꿀 수도 있는 시스템이다.

심판도 사람이기에 슬로우 모션으로 찍은 영상보다 더 정확하게 판단을 내릴 수 없다. 비디오 판독 시스템은 야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스포츠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제 프로 스포츠의 필수요소가 된 셈이다.

방송사의 중계화면이 없다고 해서 비디오 판독을 실행할 수 없다는 KBO리그의 입장 표명에 야구팬들은 황당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KBO는 이미 2017년에 30억을 들여 설립한 '자체' 판독 센터를 서울 상암동에서 운영 중이기 때문이다. 올시즌만 해도 개막을 앞두고 더 정교한 비디오 판독을 시행하기 위해 구장마다 카메라를 새로 설치한다고 발표를 한 바 있었다.

하지만 이번 발표를 보면 KBO리그의 자체 판독 센터는 무용지물로 밖에 볼 수 없다. 방송사의 중계 화면이 없다면 비디오 판독을 시행하기 어렵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중계될 예정인 26~27일 창원 경기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중계될 예정인 26~27일 창원 경기 ⓒ 창원시청

 
KBO리그는 개막전에만 11만 명이 넘는 관중이 야구장을 찾았을만큼 국내에서 독보적인 흥행력을 자랑하는 프로 스포츠다.

하지만 중계와 관련된 KBO리그의 대처는 류현진이 데뷔하던 당시인 2006년과 비교해도 별다른 차이가 없을 정도로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간 방송사의 TV 중계에 일방적으로 의존하던 KBO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체적인 대안 마련에 나설지 주목된다.

[관련 기사] '심증 징계' KBO, 심판 자질 평가가 먼저다

[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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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이정민 / 김정학 기자) 본 기사는 스포츠전문지[케이비리포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기사 문의 및 스포츠 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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