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타자 박병호는 잊어주세요."

2019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타순을 구상하던 키움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이 직접 밝힌 일성이다. 거포의 대명사인 박병호는 키움 뿐 아니라 국가대표팀에서도 4번 타자를 맡고 있는, KBO리그의 대표적인 4번 타자다.

하지만 장정석 감독은 "박병호가 4번이 아니라 2번 혹은 3번 타순에 기용되면 시즌 전체로 볼 때 40타석 정도를 더 소화할 수 있다"고 이유를 밝히며 그에게 새로운 타순을 부여할 것을 암시했다.
 
 2019시즌 2번타자로 기용될 것으로 보이는 키움 박병호

2019시즌 2번타자로 기용될 것으로 보이는 키움 박병호 ⓒ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의 2번타자 박병호 기용은 사실 선진야구라 할 수 있는 메이저리그의 최근 추세를 따르는 타순 배치다. 득점 생산에 주목하고 있는 메이저리그 다수 구단에서는 팀에서 가장 타격 생산력이 높은 타자를 2번과 3번에 배치하는 것이 추세다.

박병호의 경우와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최근 KBO리그에서도 통계를 중요시하는 몇몇 구단은 이런 흐름에 발맞춰 2번 타자로 일명 '강한 2번 타자'를 배치시키는 기용법을 쓰기도 했다. 타격의 세기는 떨어지지만 번트를 잘 대고 작전 수행능력이 좋은 타자를 2번에 배치시키는 전통적인 타순에 대한 선호도는 예전만 못하다.

여기에 올 시즌 키움의 박병호 2번 활용은 기존의 '강한 2번'을 넘어선 '더 강한 2번타자'의 유행을 불러올 수 있다. 박병호는 지난 시즌 OPS 전체 1위(OPS 1.175)를 기록한 명실상부한 리그 최고의 생산력을 갖춘 타자다.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인 WAR도 7.5로 1위/케이비리포트 기준)

'강한 2번 타자'가 유행했다고 한들 팀내 최고 타자를 2번에 배치시킨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다. 키움의 박병호 2번 기용은 기존 야구관의 틀을 완전히 깨고 또 한번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만한 시도다. 만약 2번타자 박병호를 앞세워 히어로즈의 타선이 폭발한다면 유행에 민감한 몇몇 팀들도 키움을 따라 팀 내 최고 타자를 2번에 배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4시즌 이후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도루나 작전 등을 앞세워 공격을 풀어나가는 '스몰볼'은 더이상 각광받지 못하고 있다. 아웃 카운트를 헌납하며 1점을 추구하는 작전보다 높은 출루율을 바탕으로 대량 득점 확률을 높이는 야구가 점점 각광받는 추세다.

리그의 이런 흐름을 감안할 때 박병호같은 타자를 2번이나 3번에 배치하는 것은 합리적인 기용법이다. 박병호는 무려 0.457의 출루율을 기록하면서 출루율 전체 1위에 오른 타자다. 2위인 양의지(0.427)와 3푼 차이를 기록했을 정도로 리그에서 독보적인 출루 능력을 자랑한다. 

이런 타자가 타순만 앞으로 조정해주면 4~50타석을 한 시즌에 더 들어설 수 있는데 '팀 최고타자는 4번'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타순을 유연하게 운용하지 못한다면 득점력 측면에서 손실이 될 수밖에 없다.
 
 유력한 홈런왕 후보인 박병호(출처: KBO야매카툰-2019 홈런왕 후보 9인 9색 편 중/엠스플뉴스)

유력한 홈런왕 후보인 박병호(출처: KBO야매카툰-2019 홈런왕 후보 9인 9색 편 중/엠스플뉴스) ⓒ 케이비리포트 야구카툰

 
수년 전 키움은 팀 내 야수들 다수에게 벌크업을 강조해 장타력을 급상승시켜 리그 전체에 벌크업 열풍을 몰고온 바 있다. 히어로즈의 타선 폭발을 목격한 다른 구단들도 웨이트 트레이닝의 중요성을 깨닫고 트레이닝 파트를 개선한 바 있다.

과연 키움의 '2번타자 박병호' 카드는 또 한번 리그의 유행을 선도할 수 있을까? 종종 색다른 시도로 리그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온 히어로즈가 '2번 박병호' 카드를 통해 창단 첫 우승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관련 기사] '명불허전' 박병호-린드블럼, 2018 투타 MVP

[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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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이정민 / 김정학 기자) 본 기사는 스포츠전문지[케이비리포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기사 문의 및 스포츠 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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