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챔프전에서 대한항공 점보스에 패하며 2시즌 연속 우승이 좌절된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는 작년 FA시장에서 5억2000만 원을 투자해 공수를 겸비한 V리그 최고의 윙스파이커 전광인을 영입했다. 전광인은 이번 시즌 득점 10위(438점), 공격 성공률 5위(53.15%)를 달리며 문성민을 제치고 현대캐피탈의 토종 거포로 맹활약하고 있다.

주전 센터 최석기가 한국전력 빅스톰으로 떠난 '디펜딩 챔피언' 대한항공 역시 지난 시즌 대활약을 통해 '국가대표 센터'로 성장한 김규민을 영입했다. 비록 이번 시즌 봄 배구 진출은 좌절됐지만 삼성화재 블루팡스와 KB손해보험 스타즈도 FA시장에서 윙스파이커 송희채와 리베로 정민수를 영입하며 부족했던 포지션을 채웠다. 이처럼 FA시장을 통한 선수 영입은 전력을 보강하기 위한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다.

이소영(GS칼텍스 KIXX), 한수지(KGC인삼공사) 등 대어들이 일찌감치 원소속구단과 재계약하며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았던 여자부에서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가 김세영과 김미연을 영입하며 '큰 손'을 자처했다. 김세영은 흥국생명의 약점으로 꼽히던 중앙을 든든히 지키며 맏언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고 김미연 역시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며 '알짜배기FA'임을 증명하고 있다.

청소년 대표 출신임에도 3라운드까지 밀려난 비운의 유망주
 
 도로공사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김미연은 기업은행을 거쳐 작년 흥국생명과 FA계약을 맺었다.

도로공사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김미연은 기업은행을 거쳐 작년 흥국생명과 FA계약을 맺었다.ⓒ 한국배구연맹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배구를 시작한 김미연은 대전 용산고 시절 빠르고 간결한 스윙과 강력한 서브를 앞세워 유망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김미연은 2011년 태백산배 중고 남녀 배구대회에서 대전 용산고를 우승으로 이끌었고 청소년 대표에도 선발돼 아시아 선수권에서 베스트 서버에 선정될 정도로 일찌감치 재능을 인정 받았다.

하지만 김미연은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기량이 정체됐고 윙스파이커라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수비에서도 썩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렇다고 김미연이 180cm이상의 큰 신장을 자랑하는 거포 유형도 아니었다. 결국 김미연은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전체 14순위로 간신히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 지명됐다. 전국대회 우승이나 청소년 대표 선발 같은 '실적'이 없었다면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할 수도 있었다.

김미연은 입단 초기 황민경(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임효숙, 김선영 등 기존의 주전급 선수들과 1라운드로 지명된 입단 동기 곽유화에 밀려 많은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2012-2013 시즌 외국인 선수 니콜 포셋의 부상을 틈타 좋은 활약을 펼치며 도로공사 팬들로부터 '미콜'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플레이는 다소 투박하지만 과감한 공격과 특유의 파이팅은 2015-2016 시즌까지 같은 팀에서 활약했던 '밍키' 황민경을 쏙 빼 닮았다.

2015-2016 시즌 무릎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동기 문정원 대신 주전으로 활약한 김미연은  레즐리 시크라, 정대영에 이어 팀 내에서 3번째로 많은 득점(276점)을 기록했다. 그렇게 도로공사에서 자리를 잡아가던 김미연은 2016년6월 이고은(GS칼텍스)과 최은지(인삼공사), 전새얀(도로공사)이 포함된 2대2 트레이드를 통해 IBK기업은행 알토스로 이적했다.

김미연에게 도로공사 이적은 꽤 좋은 기회였다. 외국인 레프트 메디슨 리쉘이 있고 중앙이 약해 김희진이 센터로 활약하는 기업은행에서 이정철 감독은 김미연을 오른쪽 공격수와 센터로 활용했다. 그리고 김미연은 파이팅 넘치는 공격과 강한 서브로 두 시즌 동안 주전 선수로 활약하며 기업은행의 6연속 챔프전 진출에 기여했다. 특히 2016-2017 시즌에는 서브 부문에서 2위(세트당 0.29개)에 오르며 배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쌍포' 이재영-톰시아 부담 덜어주는 흥국생명의 활력소
 
 김미연은 과감한 공격과 넘치는 파이팅으로 팀 분위기를 끌어 올려주는 선수다.

김미연은 과감한 공격과 넘치는 파이팅으로 팀 분위기를 끌어 올려주는 선수다.ⓒ 한국배구연맹

 
김미연은 2017-2018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었다. 김미연의 FA취득은 시기적으로도 꽤나 적절했다. 만약 김미연이 2017년에 FA를 취득했다면 김희진, 김수지, 염혜선(이상 기업은행), 박정아(도로공사), 황민경, 김해란(흥국생명) 같은 대어들 사이에서 크게 돋보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김미연은 연봉 1억 이하로 B등급으로 분류됐음에도 좌우를 오갈 수 있는 젊은 날개 공격수 자원으로 FA시장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김미연은 작년 5월 1억5000만 원의 연봉을 받고 센터 김세영과 함께 흥국생명으로 이적했다. 타 팀으로 이적한 FA 중에서는 최고 대우였다. 흥국생명 입장에서도 이재영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공격력을 갖춘 김미연을 보상 선수 출혈 없이 영입했으니 대단히 만족스런 계약이었다. 김미연은 이적 후 첫 공식대회이자 이재영과 외국인 선수 베레니카 톰시아가 뛸 수 없는 컵대회에서 팀 내 최다 득점(44점)을 기록하며 흥국생명에 무난히 적응했다.

사실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까지 수비는 좋지만 공격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신연경이 주전으로 나서며 좌우 공격의 균형이 잘 맞지 않았다. 공격력 강화를 위해 이한비가 코트에 나서면 서브 리시브가 흔들리곤 했다. 하지만 평균 수준의 수비력과 파이팅 넘치는 공격력, 그리고 리그 정상급의 서브를 겸비한 김미연이 가세하면서 흥국생명은 이재영과 톰시아, 김미연으로 이어지는 이상적인 삼각편대를 구축하게 됐다.

김미연은 27일 기업은행과의 경기에서도 40.74%의 성공률로 알토란 같은 12득점을 올리며 흥국생명의 풀세트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승부의 분수령이 된 3세트 16-15 상황에서 연속 4득점을 올리는 엄청난 폭발력을 선보이며 경기 흐름을 흥국생명 쪽으로 가져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미연은 이번 시즌 218득점을 올리며 '쌍포' 이재영과 톰시아의 부담을 확실히 덜어주고 있다.

김미연은 1993년생으로 아직 만 25세의 젊은 선수지만 기업은행 시절 이미 두 번의 챔프전을 치른 바 있다(2016-2017 시즌 챔프전 상대는 바로 흥국생명이었다). 이런 김미연의 경험은 '김연경 시대' 이후 10년 만에 챔프전 우승을 노리는 흥국생명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3라운드로 지명돼 국가대표 선발과 FA계약까지 따낸 김미연이 프로 입단 후 세 번째 팀에서 생애 두 번째 우승반지를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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