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다. 그런데 가끔 대히트를 기록한 드라마는 본 적도 없는데 내용을 알 것만 같다(?). 심지어는 극 중 대사들이 유행어가 되는 걸 보면서 인기를 실감하기도 한다.

최근 종영된 JTBC 드라마 < SKY 캐슬 >이 나에겐 그런 작품이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쓰앵님'이라는 유행어와 '입시 코디네이터'라는 직업의 존재였던 것 같다. 물론 한국의 교육열이 높다는 것을 누가 모르겠는가. 하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이번 드라마를 통해 '입시 코디네이터'라는 직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 않았을까.

지난 24일 방영된 < SBS 스페셜 > '입시코디 김주영을 찾아서' 편에서는 < SKY캐슬 > 속 입시 코디였던 김주영(김서형 분) 같은 사람이 정말로 있는지 찾아 나섰다. 

"남들이 몰라야 진짜 정보"
 
 24일 방송된 < SBS 스페셜 > 방송 중 일부.

24일 방송된 < SBS 스페셜 > 방송 중 일부.ⓒ SBS

 
< SKY 캐슬 >의 열풍 속에, 나를 포함한 많은 평범한 사람들은 묻곤 했다. 그래서 '입시 코디'가 진짜 있어? 지금 자녀의 대입을 준비하는 엄마들은 아무래도 입시 관련 최신 정보에 관심이 많다 보니 코디를 직접 찾아다니거나, '코디를 찾아다니는 엄마들이 있다더라' 하는 소문을 듣는 모양이다. 제작진이 만난 엄마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돈만 있으면 (입시 코디 고용을) 하고 싶다"고. 정말 그런 사람이 있으면 믿고 맡기고 싶은 게 엄마들 마음이라고. 

소문은 무성하나 실체가 불분명한 그 이름, 입시 코디. 제작진은 입시 코디네이터를 찾기 위해 서울 강남 학원가 주변을 취재했다. 하지만 유명 사교육 강사조차 '그런 게 있다는 말은 들었다'라고만 대답하는 상황. 대치동의 1세대 입시 컨설턴트인 김은실씨도 코디의 존재 여부를 묻는 제작진의 질문에 "내가 소개시켜준들 그분이 얘기를 해주겠냐"고 말할 정도니 정말 비밀스러운 존재이긴 한 것 같다. 

입시 코디네이팅은 결국 입시 컨설팅이다. 방송에 따르면, 입시 컨설팅을 담당하는 학원은 2014년 51개였던 것이 2018년 248개 정도로 늘어났다고 한다. 그만큼 이제는 공부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 컨설팅을 통해 대입 전략을 세우는 사람이 늘었다는 얘기다. 최근 학생부 종합전형(아래 학종)의 비중이 커지면서 대학에서 학생에게 요구하는 것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대입을 위해 요구하는 것은 많은데, 학생이 어디에 맞춰서 준비해야 하는지 불확실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그래서 더더욱 학부모가 바빠진다. 엄마가 아이의 학생부를 내실 있게 채우기 위해 각종 활동을 대신 해주는 경우도 많다. 입시설명회에 가는 것은 기본이다. 사실 이런 모습들은 내가 대입을 준비하던 5~6년 전에도 볼 수 있었던 풍경이었다.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있으면 최대한 해주는 것이 예전부터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으니까. 그래서 방송에 나온 엄마들은 말한다. 돈이 있으면 입시 코디를 쓸 거라고. 
 
 24일 방송된 < SBS 스페셜 > 방송 중 일부.

24일 방송된 < SBS 스페셜 > 방송 중 일부.ⓒ SBS

  
대입을 앞둔 자녀의 엄마들은 정보에 뒤처질까봐 불안해한다. 이러한 불안을 이용하는 것이 입시 컨설팅 시장이다. 그런데 모두가 아는 정보는 쓸모가 없다고 한다. 자녀의 입시를 성공시킨 어느 엄마는 다른 엄마들을 이끌며 '돼지엄마'라고 불리는데, 한 돼지엄마는 "공개되지 않는, 남들이 다 가지지 않은 정보가 진짜 정보"라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진짜 정보'란 어떤 것일까? 입시를 위해 서류를 조작하는 것은 예사고, 국외에 잠깐 다녀오거나 극단적으로는 이혼까지 동원하는 경우도 있다.

제작진이 접촉한 김주영(가명)씨는 입시 코디네이팅의 실체를 알려준다. 금융자산가의 매니지먼트 일을 하다가 입시 코디가 된 사람, 학원 강사를 하거나 입시 자료를 만들다가 입시 코디로 돌아선 사람 등 코디가 되는 경로는 다양하다. 고액 입시 컨설턴트의 경우는 정체가 숨겨져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사무실도 내지 않는다고 한다. 또 그들이 관리하는 강사들의 인맥 또한 규모가 엄청났다. 

입시를 위한 상담료만 1인당 월평균 300만~350만 원이고, 3년치를 계산하면 1억 원이다. 모든 수업은 입시 코디를 통해서만 이루어져야 한다. 내신 과외비는 5학기 기준 2억 원, 비교과 영역의 경우 독서목록을 만들 때 책 한권 당 40만 원이다. 의예과를 지원할 경우 읽을 책 목록이 45~50권 정도 나와야 한다. 또 소논문도 컨설팅 항목에 들어가는데, 소논문의 경우 하나당 500만 원으로 책정된다. 이게 도대체 어느 나라 상황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금액이 큰데, 방송에 출연한 김주영씨의 말을 빌리자면 입시가 그야말로 "머니 게임"인 것이다. 

입시, '공정한 게임'은 가능할까
 
 24일 방송된 < SBS 스페셜 > 방송 중 일부.

24일 방송된 < SBS 스페셜 > 방송 중 일부.ⓒ SBS

  
입시에 필요한 모든 부분에 걸쳐 김주영씨 말대로 코디를 받으면 대략 15억 원이 든다. 아마 입시 컨설팅에 15억을 쓸 수 있는 사람이 한국에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은 비교적 덜 하지만 예전에는 '대입에 성공하려면 할아버지의 재력, 아버지의 무관심이 필요하다'는 농담이 많이 떠돌았다. 엄마는 그냥 기본적으로 자녀 입시에 있어 아빠와 '일심동체'여서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고, 할아버지가 물려줄 재산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뷰에 응한 대치동 한 부모는 "대치동에는 그렇게 부자인 사람도 그렇게 가난한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그렇게 부자는 아닌 사람'의 범주에 들어가는 직업군은 변호사, 의사, 판사, 검사 등 전문직인데, 어떻게 보면 한국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경제적 상류층에 해당하는 직업군 아닌가? 방송에 나온 김주영씨는 토지를 통해 대대손손 부를 축적했던 사람들은 교육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반면, 지식으로 돈을 버는 이들은 그 지식이 없으면 이 생활이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없다고 지적한다.

애초에 공정하지 않은 게임인 셈이다. 서울과 달리 지방은 입시 관련 정보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입시 코디 수준은 아니지만 지방에 사는 학부모들은 컨설턴트에게 출장상담을 요청한다. 방송에서 입시 컨설팅을 한다는 서영진씨는 "아직도 지방에는 공부만 잘하면 대학 가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한다. 서울의 학부모와 비슷한 점이 있다면 그들의 관심사는 입시제도에 대한 이해가 아니라, 내 자식이 대학을 잘 갈 수 있는 법에 있다는 것.
 
 24일 방송된 < SBS 스페셜 > 방송 중 일부.

24일 방송된 < SBS 스페셜 > 방송 중 일부.ⓒ SBS

 
'학생들끼리 경쟁하는 리그에 어른들이 개입하는 것'. 서영진씨가 보는 현재 입시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더 빨리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사회경제적 위치에 있는 부모를 두는 것은 '엄청난 행운' 아닌가.

이에 관해 교육평론가 이범씨는 '결국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지난해 8월에 발표된 교육부의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향'의 일부 내용에 따르면, 수상경력 기재는 학기당 1개로 제한하고, 앞서 말했던 고액 컨설팅의 대상인 소논문은 학생부에 아예 쓸 수 없게 된다. 

'공부의 신'으로 유명한 강성태씨는 이번 방송에서 "대학이 현재 공정하게 뽑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 의문이 든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현행 입시제도 하에서 뭐라도 해보고 싶어서 대학 재학생들의 자기소개서를 공개하고 도움을 받고자 하는 수험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사실 방송 말미에 나온 모습들은 참 아이러니하다. 이 방송이 궁극적으로 의도한 것이 무엇이냐와 무관하게, 결국 시스템으로 인해 이득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방송 중 김은실씨는 현행 입시는 공정한 게임이 아니라고 말하고, 강성태씨도 비슷한 말을 한다. 하지만 어쨌거나 입시 제도가 더욱 복잡해지고 도움 되는 정보는 더더욱 얻기 힘들어지는 상태에서 사교육 시장은 이득을 보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안타까운 건 이 견고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는 묘수가 아직까지 그 누구에게도 없어 보인다는 사실이다. 강씨는 "가진 자만을 위해 돌아간다고 한탄만 하는 것은 방법이 아니다"라면서 "조금 더 부지런하게 입시 정보를 얻기 위해 돌아다닌다면 굉장한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일리 있는 얘기 같지만, 어찌 보면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시스템을 깰 수 없다면 시스템을 잘 이용해보자는 말은 전략적인 차원에서는 영리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시스템을 '잘 이용할 수 있는' 경제적, 사회적 자본은 균등하게 배분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 모두는 '입시 코디 김주영'을 원하지만 누군가는 김주영을 찾지 못해 끙끙대고, 그동안 또 다른 누군가는 김주영 덕분에 승승장구하고 있으니까. 결국 뻔한 얘기 같지만, < SBS 스페셜 >에 출연한 사람 중 교사인 최재훈씨가 한 말이 주는 울림이 크다. 

"저희가 생각하는 교육은 사실 대입이라기보다는 아이들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학교가 이제 그걸 돕기 위해 나서야 되는데 우리 사회 또는 우리 학교는 계속 입시에만 초점을 두잖아요. 우리가 아이들의 삶에 대해서 얼마만큼 고민을 했고 그거에 대해서 도와줬더니 아이들의 삶의 형태와 방향이 이렇게 만들어졌더라는 쪽으로 부담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