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인삼공사를 제물로 후반기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도희 감독이 이끄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는 2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8-2019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KGC인삼공사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18, 23-25, 25-23, 25-21)로 승리했다. 잔여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리그 5위 자리를 확정 지은 현대건설은 2019년 들어 11경기에서 8승3패를 기록하며 알찬 후반기를 보내고 있다(9승19패).

자타가 공인하는 여자배구 최고의 센터 양효진은 5개의 블로킹과 함께 60.98%의 공격성공률로 31득점을 올리며 공격을 주도했고 외국인 선수 밀라그로스 콜라(등록명 마야)가 20득점으로 뒤를 이었다. 최근 현대건설은 한 순간에 흐름이 끊어져 상대에게 대량실점을 하는 경기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3라운드까지의 부진을 극복하고 안정을 되찾은 이다영 세터의 활약 덕분이다.

1년에 한 번 올스타전에서만 빛나던 세리머니 전문(?) 선수
 
 이다영은 넘치는 끼를 앞세워 프로 입단 후 3년 동안 올스타전 세리머니상을 독식했다.

이다영은 넘치는 끼를 앞세워 프로 입단 후 3년 동안 올스타전 세리머니상을 독식했다.ⓒ 한국배구연맹

 
이번 시즌 V리그 여자부는 백업 세터들의 활약이 어느 때보다 크고 돋보이는 시즌이다. 실제로 각 구단의 백업 세터들은 최소 400회에서 최대 800회 이상의 세트 시도를 통해 주전 세터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GS칼텍스 KIXX의 안혜진과 이고은은 나란히 1000회 이상의 세트를 시도했을 정도로 출전시간 분배가 잘 이뤄져 있다(물론 세터가 자주 교체되는 게 늘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대건설에서 주전 세터 이다영 다음으로 많은 토스를 시도한 선수는 백업세터 김다인이나 이미소가 아닌 김연견 리베로(238회)다. 현대건설의 이도희 감독은 이번 시즌 28경기를 치르는 동안 이다영을 한 번도 코트 밖으로 나오게 한 적이 없다. 이다영은 이번 시즌 현대건설이 치른 28경기 101세트에 모두 출전해 6개 구단 주전 세터 중 유일하게 3000회가 넘는 세트(3122회)를 시도하고 있다.

선명여고 시절부터 이재영(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과 함께 '쌍둥이 유망주'로 큰 기대를 모았던 이다영은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현대건설에 지명됐다. 이다영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멤버로 활약했을 만큼 높은 잠재력을 인정 받은 유망주였지만 현대건설에는 이미 세터상 4회 수상에 빛나는 확실한 주전세터 염혜선(IBK기업은행 알토스)이 있었다.

프로 입단 후 3년 동안 염혜선의 백업 세터로 나선 이다영은 179cm의 좋은 신장과 높은 점프력을 바탕으로 2단 공격과 블로킹에서 큰 강점을 보여왔다. 하지만 정작 세터의 기본적인 덕목인 토스의 안정감에서는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염혜선에게 미치지 못했다. 루키 시즌에 당한 허리부상도 이다영의 성장을 막았던 큰 악재 중 하나였다.

물론 이다영은 특유의 발랄한 성격과 넘치는 끼로 올스타전에서 3년 연속 세리머니상을 수상하며 배구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소속팀에서는 백업에 불과한 이다영은 매년 팬투표를 통해 올스타전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이다영은 올스타전에서의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리그에서 큰 활약을 하지 못하며 김사니(SBS스포츠 해설위원)와 이숙자(KBS N 스포츠 해설위원), 이효희(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를 잇는 차세대 세터 경쟁에서 점점 뒤쳐졌다.

개막 17연패의 주범에서 후반기 상승세의 주역으로 변신 
 
 이다영은 큰 키와 뛰어난 운동능력으로 블로킹과 서브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이다영은 큰 키와 뛰어난 운동능력으로 블로킹과 서브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2016-2017 시즌이 끝난 후 현대건설에는 큰 변화가 생겼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이자 90년대 '무적함대' 호남정유를 이끌었던 명 세터 출신 이도희 전 해설위원이 새 감독으로 부임했고 9년 동안 현대건설의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한 염혜선이 FA자격을 얻어 기업은행으로 이적한 것이다. 염혜선 세터가 떠나면서 현대건설 선수단에 세터는 이다영 한 명 밖에 남지 않았다.

이도희 감독은 염혜선을 보내면서 얻은 보상 선수 지명권을 베테랑 윙스파이커 한유미(KBS N 스포츠 해설위원)를 묶는데 사용했다. 이다영은 2017-2018 시즌을 앞두고 이도희 감독으로부터 집중 과외를 받았다. 기본적인 구질이나 자세교정은 물론, 선수들을 이끌어야 하는 세터로서의 역할까지 자세히 전수 받았다. 그리고 이다영은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한 첫 시즌 현대건설을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현대건설은 이번 시즌에도 이다영에게 주전 세터 자리를 맡겼다. 하지만 풀타임 2년 차를 맞은 이다영은 팀이 개막 17연패에 빠지면서 부진의 주범으로 배구팬들에게 많은 질타를 받았다. 물론 외국인 선수의 부진과 교체, 레프트 포지션의 혼란 등 부진의 원인은 다양했지만 이다영이 선수들을 이끄는 세터인 만큼 부진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일부 배구팬들은 이다영을 두고 '토스 빼고 다 잘하는 세터'라는 혹평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 마야가 V리그 적응을 끝내고 고유민의 투입으로 서브 리시브가 안정되면서 이다영의 토스도 점차 안정을 찾아갔다. 이다영은 오른쪽의 마야를 중심으로 중앙의 양효진과 정지윤에게 공격을 집중시키고 황민경과 고유민에게 수비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줬다. 그 결과 현대건설은 최근 11경기에서 8승을 올리며 탈꼴찌에 성공했고 현대건설의 상승세를 이끈 이다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대폭 줄어 들었다.

이다영의 쌍둥이 언니 이재영은 지난 시즌 공격성공률 33.72%에 그치며 부진한 시즌을 보낸 바 있다. 하지만 지난 시즌의 부진을 거울 삼아 더욱 성숙해진 이재영은 이번 시즌 이번 시즌 득점 3위(528점), 공격성공률 8위(38.78%)를 달리며 유력한 MVP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개막 17연패라는 큰 악몽을 겪은 이다영도 이번 시즌의 시련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는다면 머지 않은 시간에 여자배구를 대표하는 젊은 세터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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