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전춘만(박호산 분)은 잡혀 조사를 받게 됐다. 은선재(이설 분)이 우태석(신하균 분)에게 전춘만과 장형민(김건우 분)의 대화를 녹음한 파일을 건네줬고 이를 통해 전춘만의 범행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는 장형민의 악행이 그렇게까지 심할 줄 몰랐다고 항변하지만 몰랐다고 해서 나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리고 전춘만은 분명히 나쁜 것을 알았다. 

장형민의 살인으로부터 시작된 악연
 
 MBC 드라마 <나쁜 형사>의 한 장면. 그는 장형민의 악행이 그렇게까지 심할 줄 몰랐다고 항변하지만 몰랐다고 해서 나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리고 전춘만은 분명히 나쁜 것을 알았다.

MBC 드라마 <나쁜 형사>의 한 장면. 그는 장형민의 악행이 그렇게까지 심할 줄 몰랐다고 항변하지만 몰랐다고 해서 나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리고 전춘만은 분명히 나쁜 것을 알았다.ⓒ MBC

 
전춘만과 우태석의 악연은 정말로 질겼다. MBC 드라마 <나쁜형사>는 방영 내내 두 사람의 질긴 인연을 그렸다. 적당히 권력에는 빌붙고 약자에게는 강한 전춘만과 범죄자를 잡는 일이라면 방법을 가리지 않는 우태석의 모습은 닮았지만 달랐다. 결정적인 것은 죄책감의 차이였다. 악행을 저질러온 전춘만은 감옥에 가서도 끝까지 '용서'를 구하기는커녕 일말의 죄책감도 가지지 않았다. 이에 비해 우태석은 '용서'를 구하지는 못했지만 죄책감에 스스로의 신념으로 나쁜 놈들을 끝까지 잡았다. 

두 사람의 악연은 장형민의 살인으로부터 시작됐다. 장형민의 부모로부터 큰돈을 받은 전춘만은 장형민을 풀어주기 위해 수사를 엉망으로 진행했고 우태석이 데려온 목격자인 배여울을 장형민과 대질 시키면서 목숨의 위협을 받게 했다. 결국 장형민은 배여울(조이현 분)의 엄마를 살해했고 배여울까지 죽이려 했다. 

여기에 우태석은 죄책감을 느꼈다. 공포에 떠는 배여울에게 지켜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진술을 부탁했기 때문이다. 장형민에게 배여울이 살해당했다고 여긴 우태석은 그렇게 나쁜 형사가 됐다. 비리경찰이 아닌 어떤 수단도 가리지 않고 범인을 잡아들이는 나쁜 형사가. 그렇게 장형민의 목숨줄을 쥐게 됐을 때 우태석은 구하지 않았다. 아니, 죽이고 싶어 했다. 

기억을 잃은 은선재, 배여울이었다니
 
 MBC 드라마 <나쁜 형사>의 한 장면. 결국 살인자가 된 황부경씨의 말이 절절히 울렸다. “그러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내가 병원장을 죽이니까 그제서야 세상이 우리 아들에게 관심을 갖더라. 나같이 돈 없고 백 없는 엄마가 할 수 있는 건 내 몸뚱아리 갈아 넣는 것밖에 없나봐요.”

MBC 드라마 <나쁜 형사>의 한 장면. 결국 살인자가 된 황부경씨의 말이 절절히 울렸다. “그러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내가 병원장을 죽이니까 그제서야 세상이 우리 아들에게 관심을 갖더라. 나같이 돈 없고 백 없는 엄마가 할 수 있는 건 내 몸뚱아리 갈아 넣는 것밖에 없나봐요.”ⓒ MBC

 
그가 이렇게 오랜 세월을 죄책감으로 살아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우태석이 또 다른 목격자였던 자신의 동생 우태희(배윤경 분)을 지키기 위해 숨기고 배여울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그렇게 배여울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졌다는 짐이 우태희와 우태석에게 남겨졌다. 

그에게 하늘이 기회를 줬던 것일까. 배여울은 살아있었다. 비록 사고로 뇌를 절단하게 되면서 기억을 잃어버린 은선재(이설 분)으로 변하게 됐지만. 두 사람의 만남이 좋지는 않았다. 자신의 양부모를 살해했다는 혐의로 은선재는 조사를 받게 됐고 우태석은 그녀를 강력하게 의심했다. 하지만 살해 도구를 발견하지 못하고 은선재의 범행도 밝히지 못해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다만, 은선재가 배여울이라는 사실은 알게 됐다. 

은선재는 장형민과 엮이면서 끊임없이 우태석의 곁에서 머물렀다. 그녀는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고 싶어 보였고 우태석은 배여울과 장형민이 공범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에 휩싸이며 고통스러워했다. 만약 두 사람이 공범이라면 지난 세월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죄책감에 온갖 수단을 가리지 않고 소중한 사람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범죄자를 잡는데 몰두했던 지난 세월은 어떻게 된 것일까. 그런 두려움이었다. 

다행히 배여울은 장형민과 공범이 아니었다. 장형민에 의해 강제로 친구를 칼로 찌르게 됐고 이를 동생인 우태희가 알려줬다. 하지만, 흔들리는 우태석의 눈빛과 마음은 이미 은선재에게 고스란히 전달이 됐다. 

이제 남은 것은 은선재의 양부모 살해 혐의였다. 우태석에게 사라졌던 살해도구인 망치가 배달되어 왔다. 케이크 상자에 들어있는 피 묻은 망치를 은선재가 구매하는 장면의 영상도 확보 됐다. 이는 은선재가 건네는 용서받을 수 있는 기회였다. 자신의 양부모를 죽인 범인을 찾는 것. 그게 우태석에게 남은 일이었다. 

난데없이 한 남자가 자신이 부부를 살해했다며 자수를 했지만 여러 정황은 그렇지 않았다. 집에 들어가는 여자를 목격했다는 생수 배달원의 진술, 살해도구를 구매한 정황까지 여러 가지가 은선재를 지목했다. 우태석은 결국 제대로 된 진실을 마주했다. 

은선재가 우태석에게 준 기회

결과는 끔찍했다. 희망은 없을 거라는 은선재의 말처럼 밝혀진 진실에 시원해 할 수 없었다. 평범한 꿈을 꾸며 살아갔을 배여울(조이현 분)이 은선재가 되버린 세월에는 좌절과 고통만이 가득했다. 자신들의 죄를 없애기 위해 배여울을 없애라고 명령했던 그들 부부가 그녀의 살아있음을 알고 입양을 해 집에 가두고 학대를 했던 것이다. 기억을 잃은 은선재는 예쁨을 받기 위해 묵묵히 학대를 견뎠다. 그러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주임에게 진실에 대해 듣게 되고 양 부모가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사람들임을 알게 된 것이다. 

은선재는 왜 이렇게 됐을까. 사랑했던 가족은 장형민의 손의 죽음을 맞이했고 자신을 지켜준다던 경찰은 동생을 살리기 위해 지켜주지 못했다. 새롭게 만나게 된 양부모는 오히려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사람들이었다. 아무도 없었고 용서할 수 없는 상처를 준 사람들만 남았다. 

그래서 은선재는 우태석을 찾았다. 그리고 용서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자꾸만 줬다. 은선재가 사라졌던 배여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우태석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지켜봤다. 어째서 스스로의 범행사실을 알려줄 수 있는 범행도구를 보낸 것인지, 자꾸만 우태석의 주위에서 얽혀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의문들이 해결됐다. 

"나, 끊임없이 당신에게 용서받을 기회를 주고 있었어. 당신은 날 위해 수사를 멈출 수도 있었고, 당신은 날 위해 뭐라도 할 기회가 있었어." 

은선재는 배신감이 컸던 것 같다. 마음을 열게 됐던 자신이 초라해져서, 결국은 모든 행동이 미안함에서 나왔을 것 같다는 쓸쓸함에 외로웠다. 삶을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든 사람 중 한명이지만 마음이 갔고 용서할 수 없지만 용서하고 싶었다. 그래서 더 기회를 주게 됐다. 

'용서'에 대한 메시지 전한 <나쁜 형사>
 
 MBC 드라마 <나쁜 형사>의 한 장면. 우태석의 선택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그는 그녀가 자신을 용서 할 수 없다며 스스로 손을 놓았고 은선재는 또 다시 혼자 남을 수 없다며 같이 뛰어내렸다.

MBC 드라마 <나쁜 형사>의 한 장면. 우태석의 선택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그는 그녀가 자신을 용서 할 수 없다며 스스로 손을 놓았고 은선재는 또 다시 혼자 남을 수 없다며 같이 뛰어내렸다.ⓒ MBC

 
용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나는 한 때 여러 사람에게 잘못을 했던 일이 있다. 같은 단체에서 활동하는 중에 여러 사람의 신뢰를 깨지게 만들 수 있는 잘못을 했고 나는 여러 이야기 끝에 그만두기 보다는 더 해보게 됐다. 하지만 한번 깨진 신뢰는 쉽게 회복이 되지 않았다. 작은 일에도 사람들은 민감하게 생각하기도 하고 의심을 하기도 했다. 노력은 쉽게 다가가지 않았고 작은 실수는 크게 되돌아왔다. 

처음에는 반성하는 마음으로, 더 잘하겠다던 내 마음도 약해지기 시작했다. 끝에는 사람들이 믿을 마음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믿음을 줄 기회도 주지 않는다며 원망하기도 했다. 지나서 생각해보면 그들 역시 나에게 은선재처럼 기회를 주고 있던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때의 난 그들이 날 용서할 수 없을 것이라며 회복을 그만뒀다. 

우태석의 선택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그는 그녀가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며 스스로 손을 놓았고 은선재는 또 다시 혼자 남을 수 없다며 같이 뛰어내렸다. 용서란 참으로 어렵다. 용서한다고 생각해도 쉽게 원망하는 마음이 사라지지도 않고 용서 받아야하는 이들도 이것이 오래되면 포기하게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한 가지의 선택지는 남아있다. 그 단체를 떠났지만 여전히 비슷한 일들을 하며 조금의 도움이라도 보태고 싶은 내 마음처럼, 배여울은 지키지 못했지만 나쁜 놈들은 모조리 잡겠다고 여전히 뛰어다니는 이제는 광역수사대 대장인 우태석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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