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잊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은 역사에서 기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한다. 올해는 3.1운동과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불과 100여 년 전 조상들은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웠다. 그런 그들을 우리는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까?

MBC가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준비한 < 1919~2019, 기억록 >(아래 '기억록')이 역사를 기억하는 데 도움을 줄 것 같다. <기억록>은 근현대사 100년을 대표하는 100인의 인물을, '기록자'로 선정된 셀럽 100인이 새롭게 조명하는 3분 다큐 프로그램이다.

<기억록> 제작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23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기억록>을 연출자인 김호성, 최별 MBC PD를 만나 100인 선정 과정과 촬영 뒷이야기를 들어보았다.

3분 동안 셀럽이 한 명의 인물을 소개하는 방식의 영상
 
 < 1919~2019, 기억록 >의 김호성(오른쪽), 최별(왼쪽) MBC PD

< 1919~2019, 기억록 >의 김호성(오른쪽), 최별(왼쪽) MBC PDⓒ 이영광

 
- MBC가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기획한 < 1919-2019, 기억록 > 다큐가 지난주 4회까지 방송되었는데 반응이 어떤가요?
김호성 PD(아래 김) : "사실 저희가 시청률이 측정되는 프로그램은 아니에요. 그런데 인터넷 반응이나, 주변 사람들,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고 연락을 준 지자체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새로운 스타일로 쉽게 역사를 알려줘 관심이 간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저희 프로그램이 정규 시간대에 방송되지 못하다 보니 아직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다는 거예요."

최별 PD(아래 최) : "저희 프로그램 자체가 새로운 포맷이죠. 그 중 하나가 편성 시간이 고정된 게 없다는 거예요. 광고가 나가는 중간 저희 프로그램이 캠페인처럼 나가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보통 반응이 즉각적으로 오진 않는 거 같아요. 다만 시청자나 시민분 중에서도 마니아 층이 생기는 게 느껴지긴 해요. 댓글을 보면 '재밌다'나 '좋다' 정도가 아니라 상당히 성의 있는 댓글이나 관심 있는 댓글이 보여서 책임감과 중압감 같은 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 거 같아요."

- < 1919-2019, 기억록 >은 어떻게 시작하시게 되었어요?
김 : "1919년 이후 100년 되는 해이다 보니 그것에 대한 의미 있는 프로그램 만들자는 내부 의견이 있었어요. TF팀까지는 아니지만, 최 PD와 제가 이쪽으로 발령을 받아서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지 고민해서 시작됐거든요. 내부에서도 '3.1운동·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되는 해인데 우리가 기록하고 그런 걸 계속 유지시키면서 사람들에게 알려줘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거든요."

- 포맷은 어떻게 잡았어요?
: "사실 삼일절이나 광복절 특집은 모든 방송국에서 매년 해온 거 같아요. 실제 제작진이 항상 아쉬웠던 부분은, 이런 특집의 경우 공들여서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만들었는데 한번 방송하고 나면 끝인 거예요. 그게 참 아쉬웠죠. 그래서 '1년 동안 60분을 쪼개 쓴다면?'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짧은 콘텐츠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 1년 동안 계속 필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거죠.

포맷이란 건 특별히 정해놓진 않았고, 하나 약속한 게 있다면 '3분 동안 셀럽이 한 명의 인물을 소개한다'예요. 잘 안 알려진 인물을 소개하다 보니, 자료나 설명할 만한 그림이 없어서 아마 많은 회차에 드라마 타이즈가 들어가게 될 것 같고요. 만약 그걸 대체할 만한 게 있으면 자유롭게 시도하자고 말하고 있어요."

- '기록하여 기억하다'가 케츠프레이즈잖아요. 어떤 의미인가요?
김 : "초반 회의 때 기록해야 한다거나 기억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어요. 그러다 보니 작가가 '기록하여 기억하다'라는 타이틀 아이디어를 내주신 거예요. 저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그 당시 사람들을 기억하고 지금의 우리가 기록하자는 것이었거든요. 거기서 '기록하여 기억하다'란 타이틀이 나온 거예요."

최 : "사실 맨 처음엔 제목을 좀 더 멋있게 가고 싶어서 제목만 한 달 고민한 거 같아요. 멋 부린다고 멋이 나는 거도 아니고 다시 처음 기획하던 마음으로 돌아가게 되더라고요. 그럼 저희가 이 프로그램으로 하려는 게 뭔가 했을 때, 딱 두 가지 기록하는 것과 기억하는 것이라서 이거로 가자고 한 거죠. 작가님이 좋은 아이디어 냈죠."

유관순, 김원봉 등... '100인' 인물 선정 방식은?

- 지금까지 유관순 열사, 기생 김향화, 의열단 김원봉에 대한 기록으로 구성하셨잖아요. 인물 선정에 기준이 있을 거 같아요.
김 : "우선 1919년부터 2019년까지 100년의 역사 중에 민주주의를 이끌었던 인물을 기준으로 했어요. 그리고 그 안에서 의미 있고 의로운 일을 함에도 미처 알지 못했던 인물, 또 이름은 알더라도 그들의 행적을 정확히 모르는 인물을 선정했어요. 그런데 1차 선정해보니, 인물이 100명을 넘어 훨씬 넘어선 거예요. 어찌 보면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했고, 기록하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저희 모두가 반성해야 하는 부분인데요. 그 많은 인물 중에서 제작진과 자문단 교수님들과 상의 끝에 100인을 선정하게 됐어요."

최 : "기준이 제일 어려웠던 부분인 거 같아요. 보통 100인에 대한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쉽게 말해 한국을 빛낸 위인 100인 같은 걸 할 거 같잖아요. 그러나 저희 프로그램에 나오는 100인은 '한국을 빛낸 1위부터 100위까지'가 아니에요. 저희가 집중하려고 한 건 이 사람이 얼마나 훌륭한 일을 했느냐보다는 이 사람의 삶이나 한순간이 요즘 사람에게 큰 메시지와 큰 울림을 줄 수 있느냐였어요. 사실 그 시대를 진심으로 살다간 사람은 다 배울 부분이 있더라고요. 그 안에서 어떤 메시지를 뽑아내느냐가 중요하죠. 그렇기 때문에 100인이라는 건 엄격한 기준을 가진 건 아니에요. 모든 프로그램이 그렇듯 제작진이 생각하기에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메시지, 화두를 던지는 데 그걸 소통하는 방식이 역사적 인물을 통한다 정도로 이해하시면 편할 것 같아요."
 
독립기념관. 유관순 투옥 일지  천안 목천 독립 기념관에서 유관순 투옥 일지를 공개했다. 1986.8.2

▲ 독립기념관. 유관순 투옥 일지 천안 목천 독립 기념관에서 유관순 투옥 일지를 공개했다. 1986.8.2ⓒ 연합뉴스

 
- 첫 편을 유관순 열사로 했는데 아무래도 3.1운동이면 떠오르는 사람이라 그렇게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한데.
김 : "올해 1월이 유관순의 달(국가보훈처가 지정한 2019년 '1월의 독립운동가'가 유관순 열사)이더라고요. 저희도 삼일절에 틀지 아님 첫 편으로 할지 고민했어요. 그러다 첫 편으로 결정하게 된 이유는. 유관순 열사에 대해 많이 알고 있잖아요. 그런데 그 안 그녀의 행적을 자세히는 모르더라고요. 예를 들어 아우내 장터 만세운동을 이끌었고, 그 만세운동에서 부모님을 여의고, 1920년 서대문 형무소 여옥사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한 부분. 이런 점들이 저희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바에 맞아 첫 편으로 제작했어요."

최 : "(김호성) 선배 말씀처럼 3.1운동 100주년 프로그램 첫 회가 유관순이면 뻔하다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근데 저희는 지금까지 알던 유관순은 잘못 알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다들 '소녀'나 '누나'로만 알고 있지, 그녀가 얼마나 주체적인 독립운동가로서 살았는지는 많이 모르더라고요. 그 부분을 바로잡으려고 많이 노력한 부분이에요. 특히 이번 100인 중에 여성 인물을 많이 넣으려고 찾았어요. 유관순도 그냥 유관순이 아니라 그 안에 무슨 이야기가 있는지 공부 많이 했거든요. 물론 그걸 다 녹여내기엔 3분이라는 시간이 짧았지만, 여성이라서 의미가 있었던 거 같아요."

- 3분짜리 아주 짧은 다큐예요. 3분이라서 제작이 쉬울 수도 있지만 요약하는 거라서 꽤 어려울 것 같거든요.
김 : "맞아요. 팀 내에서 10~15분으로 하는 게 더 낫겠다는 말도 있었어요. 길게 제작하면 차라리 더 쉬울 거 같았어요. 60분 분량을 채울 수 있을 정도의 공부를 하고 나서 또다시 핵심적인 부분만 찾아내 3분으로 축약하려니 시간이 배로 드는 거예요."

- 배경음악도 나오던데요.
김 : "'무명' 편에 IU의 '이름에게'를 썼었고 '유관순 열사' 편은 이선희의 '바람 기억'을 했는데 이건 기획단계부터 선정된 곡이에요. 촬영 전부터 노래 들었고, 가사와 분위기가 저희가 하고자 하는 내용과 잘 맞았다고 생각했어요. 의미 전달도 잘 될 거 같았고요. 그래서 음악을 생각하며 콘티를 짰어요. 근데 문제가 뭐냐면 잘 맞는 음악이 한 번 나오니까 고민이 더 되는 거예요. 좋은 음악을 골라야 한다는 부담감. 근데 매회는 어려울 거 같고 최대한 많은 음악을 듣고 있어요."

최 : "보통 음악(재생시간)이 3~4분이라 (3분 다큐에 맞는) 음악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저희가 음악을 찾아 듣기 시작했어요. 60분짜리면 중간에 틀었다가 재밌으면 보게 되는 게 저희는 3분짜리라 중간에 틀면 프로그램이 끝난단 말이에요. 그러면 들리는 음악에 임펙트가 있어야 하고 사로잡아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신경 쓰는 부분이에요."

- 기록자 선정은 어떻게 하는 건가요?
김 : "처음 선정은 1919년부터 2019년까지 100명을 선정하고 지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셀럽 100명을 선정하려고 한다며 전화하고 만나보고 하는 식으로 진행했거든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셀럽들이 시청자들에게 편히 다가가면서 100년의 역사에 기록된 100인을 소개해주면 시청자들이 좀 더 편히 볼 수 있고 긍정적으로 보지 않을까. 좀 더 관심 있게 역사 속 인물들을 바라보지 않을까 싶었어요. 지금도 100인이 셀럽은 선정 중이고, 섭외도 계속되고 있어요."

- 지금 어느 정도 작업이 진행된 건가요?
김 : "지금 방송 나가는 건 거의 사전 제작이라고 보면 되고 2월부터 나갈 인물은 이제 제작되고 있다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2월부터는 한 주에 두 명의 인물이 기록되거든요. 그러다 보니 지금도 저희는 지금도 하루에 촬영과 편집을 병행하고 있어요."

최 : "3분이라도 금방 끝나지 않더라고요. 계속 밤새 촬영해요. 보통 촬영한 날 PD들 편집 안 하거든요. 그러나 저흰 촬영한 날 편집하니까 무리긴 하죠. 그래도 퀄리티 떨어지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다큐, 꾸준히 봐주시길"

-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기록을 취재하시며 느끼시는 것도 있을 것 같아요.
김 : "제작하며 무게감이나 부담감을 많이 느껴요. 왜냐면 대한민국 역사를 만들었던 중요한 인물들을 한 명씩 소개하고 그걸 기록하는 거잖아요. 정말 중요하고 조심스럽게 제작해야 하는 부분인 거죠. 저희가 그 부담감을 떨쳐내기는 지금도 쉽지는 않고 그래서 인물 하나하나 더 자세히 보고 우리가 혹시 이 인물을 잘못 기록하는 것 아닌가란 것을 자문 교수님과 회의해가며 만들어 가고 있어요."

최 : "저희가 만드는 영상 한 컷이나 대본 한 줄로 혹시 잘못 전달되거나 혹시 이 인물에 대한 오해가 생길까 봐 조심스럽게 작업하고 있어요. 저희가 만든 영상도 기록물로 계속 남는 거잖아요. 사실 쉽게 생각하면 쉽게 끝낼 수도 있는데 계속 붙잡고 못 놓게 되는 게 그런 부분인 거 같아요. 그래서 계속 다시 보는 과정이 있고요.
제작진이 공통적으로 얘기한 부분인데 독립 운동가들 공부를 하다 보면 그 시대 내가 태어났다면 이 사람처럼 살 수 있었을까는 저희 매주의 화제예요. 그런데 쉽게 예스가 안 나오는 거죠. 그러니 만드는 입장에서 더 신중해지는 거죠. 어려운 선택을 실행한 인물인데 쉽게 만들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어요."
 
 김호성 MBC PD

김호성 MBC PDⓒ 이영광

 
- 가장 인상적인 인물로는 누구를 생각하세요?
김 : "제작진 다 비슷할 텐데, 다 인상적이에요. 그러지 않을 수 없어요. 인물들에 몰입하다 보면 인상적이에요. 이건 형식적인 대답이 아니라 진심으로 꼽을 수 없을 거 같아요. 한 분 한 분이 저희가 미처 알지 못한 일을 했던 대단한 분이라 힘들어요."

최 : "저도 그런 거 같아요. 어떤 인물을 제작할 때마다 그 인물에 관심이 가니까요. 기획 의도가 우리가 아는 독립운동가나 정치인을 넘어서서 안 알려진 여성이나 인권 쪽을 아우르자고 했는데 저희가 100인을 놓고 보니까 모자이크처럼 이들 중 한 명이라도 빠지면 한국은 지금의 이 모습은 아닌 거예요. 그러니 누굴 뽑는 게 어려워서가 아니라 뽑을 수 없는 부분이 생기는 거 같아요. 그래도 1년이 끝날 즈음엔 누군가 한 명은 있겠죠."

- < 1919-2019, 기억록 >으로 시청자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김 : "기록되는 인물을 통해 작은 메시지는 전달할 수 있으나, 통일된 큰 메시지를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건 어려운 부분이 있는 거 같아요. 다만 가장 큰 메시지라고 뽑는다면, '이 인물들이 당시 싸워낸 용기에 대해 기억하시고, 또 기록해달라'인 거 같아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처럼 '우리 모두 기억하자'가 가장 큰 메시지죠."

최 : "이 프로그램의 장점인 거 같아요. 생각하는 게 자유로울 수 있는 부분인 것 같고요. 선배가 말한 부분에 동의하는 부분이고 매 회차 작은 메시지는 있죠. 그러나 프로그램 전체적인 구호가 있는 건 아니에요. 다만 요즘 사람들 여유가 없잖아요. 100년 전 이야기를 기억하고 살만한 여유가 없는 시대인데 저는 개인적으로 그 생각했거든요. 매일매일 살다 보면 일상이 의미 없이 지나가잖아요. 근데 사실 '어떻게 보면 일상이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일 수도 있는데'라는 환기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잠시나마 되길 바라며 하죠."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김 : "방송쟁이로서 얘기하면 저희가 공들여서 하는 프로젝트인데 시간이 짧고 수시 방송이다 보니 많이 못 보시는 게 사실이지만 단순히 열심히 만들었으니 봐달라는 게 아니라 꼭 기억되고 기록해야 할 인물들이 있으니 시청자들이 많이 봐주셨으면 감사할 거 같아요. 초반에 말씀드렸지만, 저희 프로그램은 시청률과 큰 관계없어요. 제작하다 보니 생긴 제작진 스스로의 책무이자 의무인 거 같아요."

최 : "이게 시청률 집계가 아예 안 되니 그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어요. 근데 단순히 열심히 만들었으니 봐달라는 것보다는 독립 운동가나 역사 이야기하면 재미없을 거 같다는 편견이 있잖아요. 그게 아니라 재미도 있고 울림도 있게 만들 테니, 꾸준히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MBC 다큐 < 1919~2019, 기억록 > 영상 중 한 장면

MBC 다큐 < 1919~2019, 기억록 > 영상 중 한 장면ⓒ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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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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