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스타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의 네 MC, 김국진-김구라-윤종신-차태현.

▲ 라디오스타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의 네 MC, 김구라-윤종신-김국진-차태현. ⓒ MBC

  
너무 심각하지 않으면서 너무 가볍지도 않기, 쉽게 물어보기 힘든 것들을 시원하게 질문하기, 한결같이 재미있기. 이 어려운 것들을 12년 동안 해온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매주 수요일 밤 방송되는 MBC 예능 <라디오스타>다.  

시작은 <황금어장>이었다. 무릎이 닿기도 전에 모든 걸 꿰뚫어 본다는 '무릎팍도사'가 <황금어장>의 메인 코너로 주름잡던 2007년 5월, '라디오스타'는 또 다른 서브 코너로서 '무릎팍도사'에 붙어서 시작했다. 5분짜리 코너였으니 '붙어서'라는 표현이 너무한 건 아닐 것이다. 그러다가 2011년 자투리 코너가 아닌 독립적인 프로그램으로서 <황금어장>을 잇게 됐다.

그렇게 12년차가 됐다. 지난 16일에는 '갑자기 분위기 육백회' 특집을 방송했는데, <라디오스타>답게 600회를 거룩(?)하게 기념하는 대신 피식 웃게 하는 '깨발랄 B급 콘셉트'로 꾸며졌다. 육씨라서 초대된 육중완을 비롯해 한다감, 이태리, 피오가 출연해 600이란 숫자에 자신의 삶을 애써 끼워맞추며 MC들과 재기발랄한 시간을 만들었다.

12년차 장수 프로그램, 믿고 보는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MBC <라디오스타>(아래 '라스'). 지난 21일 오후 서울 상암 MBC에서 라스를 연출하는 한영롱 PD를 만나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다.

MC들과 함께 나이 들며 성숙해진 라스 
 
한영롱PD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를 연출하는 한영롱PD가 녹화를 진행 중이다.

▲ 한영롱PD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를 연출하는 한영롱PD가 녹화를 진행 중이다. ⓒ MBC예능연구소


<라디오스타> 녹화는 매주 수요일에 진행된다. 네 명의 MC들이 네 명의 게스트들에 관해 궁금한 것이 다 다르고, 대본에 있는 이야기만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녹화에 들어가 봐야 그 회차의 분위기를 알 수 있다. 한 PD는 "현장 분위기는 방송으로 보시는 텐션 그대로"라며 "급하고 빠르게, 치고 들어갈 틈 없이 토크가 진행된다. 저희 제작진이 차마 못 물어봤던 이야기, 대본에 없는 것도 현장에서 MC분들이 그냥 물어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라스'가 보여준 거침없는 돌직구 질문들은 대본에 없는, MC들의 즉흥 질문이었던 적이 많았던 것이다. 이것이 자연스럽게 '라스'의 힘이 됐다. MC들이 게스트와 이야기를 해나가면서 생겨나는 궁금한 부분들을 그때 그때 주저 없이 묻기 때문에 시청자도 속시원함을 느낀다. 대본에 없는 것도 물어보니까 제작진이 꽤 편집을 많이 하겠다 싶었는데 한 PD는 고개를 저었다. 

"생각보다 편집이 많이 안 된다. MC들도 프로그램과 함께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예전보다는 프로그램 자체가 성숙해졌다고 생각한다. 듣는 이가 기분 나빠하는 독설, 그것만으로는 12년을 올 수 없었다고 본다. '라스'는 그동안 진화해 왔다. 게스트가 나와서 긴장하고 있는데 이분들한테 심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과연 '라스'의 색깔일까? 그런 생각을 제작진도 MC도 꾸준히 했다. 독설을 해서 당황시키는 게 '라스'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쉽게 못하는 질문을 하는 게 '라스'라고 생각한다." 

솔직함은 '라스'의 개성으로 자리잡았다. 시청자가 궁금해 할 것들을 직설적으로 묻는 솔직함은 어떤 프로그램도 흉내낼 수 없는 '라스'만의 강점이다. 하지만 그 솔직함이 자칫 선을 넘으면 상처를 주는 독설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제작진은 그 부분을 많이 신경쓰고 있는 듯했다.

그렇다면 독설을 넘어 성숙한 라스를 위해 따로 노력하는 점이 있을까. 이 질문에 한 PD는 주저 없이 "사전 인터뷰"라고 답했다. 예전에는 사전 인터뷰가 없었고 전화로 게스트를 인터뷰했는데 요즘은 녹화 전에 직접 만나서 길게 이야기를 듣는다. 게스트 본인과 대화하면서 '이 사람이 이런 캐릭터구나', '우리가 몰랐던 이런 포인트가 있는 분이구나' 하고 사전에 많이 파악하려고 하고, 그걸 대본에 녹인다고 했다.

네 MC의 토크 스타일  
 
라디오스타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의 네 MC, 김국진-김구라-윤종신-차태현.

▲ 라디오스타 MC 김국진-김구라-윤종신-차태현이 600회를 기념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 MBC

  
'라스'하면 네 MC 김국진-윤종신-김구라-차태현의 케미스트리가 매력 포인트다.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MC가 많은 편인데, 그들은 어떤 게스트가 나와도 웬만큼 재미를 끌어올릴 수 있는 베테랑들이다. 한 PD는 "요즘 편집하면서 현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자, 저 텐션을 방송으로 그대로 보여주자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대본은 간단한데 네 명의 MC들이 마치 역할극을 하듯 각자 포인트를 잡아 풍성하게 이야기를 이어가고, 또 서로가 서로를 잘 안다. 한 PD는 "그게 12년을 같이한 합이 아닐까"라며 "신기하다"고 덧붙였다.

'라스'는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의 토크쇼가 아닌데도 의외로 깊은 고민을 토로하는 게스트가 많이 있었다. 이런 독특한 분위기를 구축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한 PD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MC들도 되게 성숙해지셨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 사람이 진짜 고민인 건지, 재밌게 이야기하려고 하는 말인지 MC분들은 다 안다. 진짜 이 사람의 상처라면 아파하는 포인트를 막 찌르지 않는다. 그걸 무리하게 희화화시킬 필요가 없다. 그것 말고도 끌어낼 수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 대답에서 '라스'가 고민하는 지점이 거듭 선명하게 보였다. 12년 전부터 그랬듯 '라스'는 '라스'답게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독설도 하고 게스트를 짓궂게 놀리기도 하지만, 그 선을 어떻게 성숙하고 노련하게 잘 탈 것이냐는 매번 가지고 가는 숙제였다.

MC들이 가볍게 던지는 한 마디가 게스트의 고민 해결에 큰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이럴 수 있는 배경에 대해 한 PD는 "진심에서 나오는 것이라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댓글 같은 걸 보면 '김구라는 맨날 이혼, 공황이야기만 한다' 그러시는 분들도 계신데 실제로 김구라씨는 '나 생각보다 마음이 힘들고 나 이렇게 아파, 너도 아프니?' 하고 다가가는 솔직한 분"이라며 "그래서 게스트분들도 자기의 내밀한 이야기를 꺼내놓는 게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MC들은 어떨까. 한 PD는 "김국진씨는 정말 믿고 가는 맏형"이라며 "게스트 네 명 중에 누구 한 명에 꽂혀서 말하지 않고 골고루 챙겨 주시니까 안정적으로 믿고 가는 분"이라고 했다. 이어 윤종신에 대해선 "공감형 토커"라고 표현하며 "게스트의 이야기를 풀어서 해석하는 것이 김구라씨 스타일이면, 윤종신씨는 '너는 그렇구나' 하고 그대로 받아들이고 풀어간다"고 설명했다.

차태현에 대해선 "정말 신기한 게, 게스트들이 차태현씨를 보고 이야기한다"며 "예능에 많이 안 나와 봐서 불안해 하는 게스트들이 차태현씨를 보고 안정감을 얻더라. 리액션을 워낙 잘해 주신다. 게스트의 이야기를 듣느라 대본을 잘 안 볼 정도로 대화에 몰입하고, 숙제를 하듯 게스트 공부도 많이 해 오신다"고 말했다. 

녹화 현장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복불복", "랜덤"이라고 표현한 한 PD는 게스트와 MC의 합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게스트가 아무리 재미있고 웃긴 사람이라도 네 MC와 합이 잘 안 맞으면 재미가 안 터진다. 

월드컵 스타 섭외 비하인드
 
한영롱PD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를 연출하는 한영롱PD가 녹화를 진행 중이다.

▲ 한영롱PD MBC <라디오스타> 한영롱PD. ⓒ MBC예능연구소

  
게스트 섭외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매주 게스트가 초대되어 이야기를 풀어가는 프로그램인 만큼, 섭외를 할 때 무엇에 중점을 두는지 물었다. 한 PD는 곧장 "시의성"이라고 답했다. '라스'는 미리 녹화를 해서 쌓아두는 게 아니라 방송 일주일 전에 바로 녹화를 하는데, 이것도 시의성 때문이다. 한 PD는 "무언가가 화제가 됐어도 시의성이란 게 일주일이면 사라져서 이것이 가장 신경 쓰이는 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라스'를 찾은 게스트들을 돌아보면 단연 월드컵 스타들이 돋보였다. 조현우, 김영권, 이용, 이승우 선수가 월드컵 직후 게스트로 출연해서 높은 시청률을 보였는데, 그들을 어떻게 섭외했는지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을 수 있었다. 당시 독일전이 끝난 게 밤 12시 30분이었는데 새벽 1시에 제작진이 바로 현지로 전화를 했고 섭외에 성공한 것이다. 선수들이 한국에 오자마자 다음날 만나서 사전 인터뷰를 하고 그 주에 바로 녹화를 떴다. 

"원래는 3~4주 걸릴 과정을 대본 쓰는 것까지 5일 만에 했다. 몸은 너무 힘들었지만 뿌듯했다. 선수분들이 이야기도 잘 하시고 매력적이었다. 그런 시의성 있는 특집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토크쇼가 아니라 '캐릭터쇼'

'라스'가 다른 토크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지점은 무엇일까. 이 물음에 한 PD는 "라스는 토크쇼의 모양새는 하고 있지만 토크쇼는 아닌 것 같다, 어떤 의미에서의 캐릭터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게스트의 인생 이야기를 쭉 듣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매력'을 찾아내는 작업을 한다.

대본을 쓸 때도 에피소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재미있는 포인트를 잡아서 쓴다. 제작진 중에는 모니터를 하는 스태프가 따로 있는데, 게스트가 정해지면 그 사람의 데뷔 이후 방송들과 자료들을 싹 다 찾아서 모니터 한다. 다른 방송에서 했던 이야기를 빼기 위해서다. 이것이 라스가 특별히 노력하는 부분이었다.

한 PD에게 '라스'의 장수비결, 인기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는 "라스는 보장된 재미가 있는 것 같다"고 답하며 "기복이 많이 없는, 믿고 보는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고 생각한다. 미친 듯이 재밌는 회차는 있어도, 어느 회차가 미친 듯이 재미없네? 하는 건 없다"고 답했다.
 
라디오스타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의 네 MC, 김국진-김구라-윤종신-차태현.

▲ 라디오스타 (왼쪽부터) 김구라-김국진-윤종신-차태현. ⓒ MBC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은 어떻게 설정하고 있을까. 한 PD는 "이 이야기는 '라스'에서 할 수 있겠다, 다른 프로그램 말고 '라스'에서만 편하게 말할 수 있겠다 하는 이미지가 생기면 고마울 것 같다"며 "익숙한 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너무 많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전히, 틀어놓고 보면 (반드시) 재미있는 그런 프로그램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물었다. "'라스' 피디로 산다는 건?"
 
"많은 사람을 만나서 좋다. 다양한 사람들을 생각보다 깊게 알 수 있어서 그런지 사람에 대한 애정이 더 생기는 것 같다. 연예인들이 다 기가 셀 것 같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생각보다 연약한(?) 분들이 많다. 보여지는 것 뒤에 숨겨진 그런 모습을 시청자에게도 보여드릴 수 있단 게 매력적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