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겨루기' 녹화현장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진행된 KBS 1TV 교양프로그램 <우리말 겨루기> 녹화현장에서 제작진들이 녹화준비를 하고 있다.

▲ '우리말 겨루기' 녹화현장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진행된 KBS 1TV 교양프로그램 <우리말 겨루기> 녹화현장에서 제작진들이 녹화준비를 하고 있다. ⓒ 이정민

 
18년째 매주 월요일 저녁, 우리네 안방에 유익한 즐거움을 전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2003년 6월 25일 첫 방송된 KBS 1TV <우리말 겨루기>는 재미있는 퀴즈를 통해 우리말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키는 퀴즈 프로그램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도전! 골든벨>, <유 퀴즈 온 더 블럭> 등 일반인을 대상으로 했던 여러 퀴즈 프로그램들이 제작 중단되거나 유명인 출연으로 방향을 선회한 현재 <우리말 겨루기>는 국내 방송 중 유일하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일반인 대상 퀴즈쇼이기도 하다. 

지난 5월 21일 서울 여의도 KBS 사옥에서 진행된 KBS 1TV <우리말 겨루기> 녹화 현장을 방문했다.
 
녹화 시작을 30여 분 앞두고 출연자들은 각자 소개멘트 연습에 한창이었다. <우리말 겨루기>는 두 외주 제작팀이 격주로 제작에 참여하는데, 이날 연출을 맡은 이창하 PD는 직접 무대 위에 올라와 출연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긴장을 풀어주려 애쓰고 있었다.

"말씀하실 때 아나운서쪽만 보지 마시고 카메라도 봐주세요. 웃으면서. 크게 또박또박 말씀해주세요."
"(출연자들끼리) 빨리 친해지시는 게 좋아요."
"힌트라는 말은 안 돼요. 힌트 대신 도움말."
"부저를 한 번 눌러볼까요. 여러 명이 눌렀을 땐 가장 먼저 누른 사람에게 기회가 갑니다."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에 출연자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한 출연자가 몸에 휘감은 마이크 줄이 익숙하지 않은 듯 따가움을 호소하자 음향팀 스태프가 나서 줄을 조절해주기도 했다. 

염지선 KBS 책임 프로듀서는 "연예인들은 (카메라 앞에서) 우리가 보기에 익숙한 그림을 만들어주지만, 카메라가 낯선 일반인들은 목소리도 작아지고 행동도 위축된다. 그걸 방송으로 보면 프로그램이 더욱 가라앉아 보인다"면서도 "요즘은 영상 세대들이 많아져서 그런지, 사람들이 더 밝아지고 목소리도 커졌다. 카메라 앞에서도 자연스럽게 말씀하시는 분이 예전에 비하면 많아졌다"고 말했다.

"<우리말 겨루기> 녹화 시간은 일주일 중 가장 중요한 스케줄"

"박수치면서 시작하겠습니다. 박수!"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지키느라 방청객도 없이 최소한의 인원만 스튜디오에 남아 다소 조용한 분위기였지만, 출연자들과 스태프들의 힘찬 박수로 촬영이 시작됐다. 출연자들은 자기소개와 함께 랩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등 간단한 장기자랑을 선보이기도 했다. 대여섯 대의 카메라와 환한 조명에 긴장한 듯한 출연자에게 스태프들은 "괜찮아요, 뻔뻔하게! 자신있게! 다시 해봅시다"라며 독려했다. 

"방청객 없이 1년 정도를 보낸 것 같다. 처음에는 진짜 어색했다. 박수 치는 어머니들이 그렇게 중요한 존재였구나 싶더라. 그 나머지를 제가 메워야 한다는 생각에 힘들었는데 이제는 모두들 적응했다. 저는 괜찮은데 출연자분들은 낯선 곳에 와서 덩그러니 서 있으시지 않나. 가족들의 응원을 보면 힘이라도 얻으실 텐데, (그게 없어서) 힘드실 거다. 죄송하기도 하고. 그래도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다." (엄지인 아나운서)
 

'우리말 겨루기' 엄지인 아나운서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진행된 KBS 1TV 교양프로그램 <우리말 겨루기> 녹화현장에서 엄지인 아나운서가 녹화 준비를 하고 있다.

▲ '우리말 겨루기' 엄지인 아나운서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진행된 KBS 1TV 교양프로그램 <우리말 겨루기> 녹화현장에서 엄지인 아나운서가 녹화 준비를 하고 있다. ⓒ 이정민

 
이날 '우리말 달인'에 도전하는 주인공은 총 4명이었다. 아나운서를 꿈꾸는 취업준비생 김민혜씨, 초등학생 때 예선에 도전했다가 아쉽게 탈락했다는 심종혁씨, 고된 수험생활을 끝내고 우리말 달인에 도전해보고 싶었다는 대학생 최인규씨, 그리고 2018년 <우리말 겨루기>에 출연한 이후 3년 만에 재도전에 나선 주부 최경희씨까지. 

무대 뒤 커다란 스크린 화면에 십자말 퍼즐이 뜨고 문제풀이가 시작되자 스튜디오 한 켠에서 또 다른 주인공이 마이크를 들었다. <우리말 겨루기> 초창기부터 17년간 자리를 지켜온 터줏대감 박형욱 성우다. 카메라 뒤에서 라이브로 또박또박 문제를 전달하는 그는 "<우리말 겨루기> 녹화 시간은 일주일 중 가장 중요한 스케줄이라 17년째 이 시간은 비워둔다"며 "주변 사람들 모두 화요일 오후에는 나와 연락이 안 된다는 걸 알 정도"라고 전했다. 이어 박 성우는 매주 이 스튜디오에 올 때마다 긴장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어느 방송이나 그렇겠지만 (<우리말 겨루기>는) 특히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프로그램이다. 라디오에서 만약 실수를 하면 '이게 생방송이죠'라고 하면서 넘어가기도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녹화인데도 3천만 원의 상금이 걸려 있지 않나. 저도 매우 긴장한 상태에서 방송에 임한다. 혹여나 제 목소리가 살짝 잘못 나가기만 해도 출연자들이 문제를 푸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저뿐만 아니라 우리 프로그램의 제작진 모두가 토씨 하나 틀리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박형욱 성우)

문제풀이가 거듭될수록 현장은 활기를 띠었다. 문제를 맞히면 100점을 얻을 수 있지만, 잘못 말하면 50점이 깎이는 시스템에서 출연자들은 엎치락 뒤치락 하며 점수를 쌓아 나갔다. 

어려운 문제가 등장하자 스튜디오에는 잠시 정적이 감돌았다. 출연자들이 한동안 답을 맞히지 못하자, 맞은편에서 지켜보던 김이슬 작가가 "도움말을 드리는 게 좋겠다"고 엄지인 아나운서에게 손짓했다. 이후 엄 아나운서가 이 단어의 실생활 사용 예를 들며 문제풀이를 도왔다.

<우리말 겨루기>의 김이슬 메인 작가는 "제작진이 미리 엄청나게 많은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현장에 오는데도, 늘 난이도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쉬운 단계의 문제를 예상보다 어려워 하는 경우도 많고,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던 문제를 너무 쉽게 풀어버리는 때도 있다고.

"예심 성적이 있으니까. 그날 출연자들의 성적에 따라 단어를 출제하는 편이다. (제작진들이) 문제를 실제로 풀어보는데, 정답이 빨리 나오는 건 쉬운 문제로 하고 끝까지 정답이 안 나오면 어려운 문제니까 후반부에 넣는다. 그런데 난이도를 처음에는 알 수 없는 게, 뜻만 보면 어렵게 느껴지는데 단어를 공개하면 참 쉬운 단어들도 많다. 작가들이 풀어봤을 때는 난이도가 낮은 문제였는데 전체 스태프랑 다같이 풀어보면 어려운 문제도 있다. 시뮬레이션을 여러 번 해봐야 한다. 일을 매주 하다보니 저희도 어느 정도 느낌이 오긴 하지만 매주 열심히 준비해서 회의하고 녹화장에 오는데도 늘 다르다. '이 문제를 이렇게 푸시네?' 싶을 때가 많다. 그게 좀 (제작진들 입장에서) 어렵지."

11년째 <우리말 겨루기>의 진행을 맡고 있는 엄지인 아나운서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만, 누가 잘할지 누가 못할지는 전혀 예상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라고 자신했다. <우리말 겨루기>가 18년째 사랑받아온 비결 역시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초등학생도 나오고 80대 할아버지, 할머니도 나오고 만삭 임산부 나오시고 외국인들도 한국인들과 함께 대결한다. 직업도 상관없다. 소위 명문대 학생이 나와서 꼴찌하기도 하고 의사, 변호사라고 잘하는 것도 아니다. 신기한 게 퀴즈 프로그램이라 대본이 없다, 문제 말고는. 그런데 매회 드라마가 나온다. 의도하지 않았고 의도할 수도 없다. 그러니 꾸준히 사랑받을 수밖에."
  

'우리말 겨루기' 염지선 PD 염지선 PD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진행된 KBS 1TV 교양프로그램 <우리말 겨루기> 녹화현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우리말 겨루기' 염지선 PD 염지선 PD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진행된 KBS 1TV 교양프로그램 <우리말 겨루기> 녹화현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18년 동안 2천여 명의 출연자가 <우리말 겨루기>를 다녀갔다. 그만큼 출연자들의 면면도 다양할 수밖에 없을 터. 김이슬 작가는 가장 기억에 남는 출연자로 병원에서 하루종일 빨래를 하시며 <우리말 겨루기>를 보셨다던 50대 어머님을 꼽았다. 그는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저녁 9시까지 혼자 세탁실에서 수십 개의 세탁기를 돌리면서 일하시는 분이었다"며 "그날 달인이 되지도 못하셨고 출연자들 중에서도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끝까지 활짝 웃으면서 재밌게 촬영하고 가셨다. 좋은 추억이라고 너무 행복해하셨던 모습이 생생하다"고 회상했다. 방송 도중 한 번도 실수한 적이 없다던 박형욱 성우는 어느 출연자 때문에 유일하게 딱 한 번 울컥했던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녹화가 시작되면 어떤 순간이든, 몸이 아프든, 무슨 일이 있건 간에 읽기 시작해서 '무엇일까요?'(라고 문장이 끝나기)까지 절대 흔들리지 않고 집중한다. 그런데 딱 한 번 흔들린 적이 있었다. 어머니가 이 프로그램을 너무 좋아해서 나왔다는 도전자였다. 그런데 프로그램 출연을 준비하는 사이에 어머니가 돌아가신 거다. 우리 작가한테 전화해서 '나갈 이유가 없다'고 했다는데, 가족들이 '엄마가 하늘에서 보실 거'라고 설득해서 나오신 분이었다. 

그때는 코로나19 이전이라 가족들이 스튜디오에 응원을 왔었지. '가족이 모두 모여있는걸 보고 (어머니가) 좋아하셨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데 감정이 올라오더라. 문제 낼 때 약간, 저와 오디오 감독님만 느낄 수 있을 만큼 울컥 했다. 젖먹던 힘까지 꺼내서 끝까지 마치고 마이크를 돌리고 눈물을 흘렸다.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약간 울컥한다. 처음이었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다. 출연자분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배울 만한 분들이 많아서 늘 열심히 살아야겠구나 생각하게 된다." (박형욱 성우)


이날 녹화 도중엔 촬영이 중단되는 순간도 있었다. 모두가 어려워 하던 문제에서 최인규씨가 정답을 "불사하고"라고 외쳤던 순간이었다. 그러나 <우리말 겨루기>의 원칙은 동사의 기본형만 정답으로 인정한다는 것. 이창하 PD가 직접 스튜디오로 내려와 다른 출연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3천만 원의 상금이 걸린 만큼, 점수가 오르내리는 과정 하나하나에 여지를 남기지 않겠다는 제작진의 원칙이 여실히 느껴졌던 대목이었다.

"불사하다가 정답인데, 불사하고라고 말했어요. 이걸 정답 처리해도 될까요? 혹시 이의 있으시면 지금 말씀해 주세요. 다시 부저 누르기부터 촬영할게요."

다행히 다른 출연자들은 쉽게 승낙했고, 해당 문제는 최인규씨의 득점으로 반영됐다. 염지선 프로듀서는 "뒷말이 나오지 않아야 하니까. 만약 다른 분들이 항의하셨다면, 그건 빼고 가야 한다. 상금이 걸린 문제니까"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예전에는 그런 걸 쉽게 넘어갔다가 뒤늦게 블로그나 SNS로 항의 받은 적도 있다더라. 출연자들은 여기 나오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공부하고 연습하시 분들이니까. 재미보다 더 신경써야 하는 게 공정성"이라고 강조했다. 

"퀴즈쇼의 한계는 상금이 있다는 거다. 상금을 많이 줄수록 인기를 끄는데, 너무 큰 상금을 걸면 사행성 조작으로 보일 수도 있다. 국내 많은 퀴즈 프로그램들이 이젠 없어졌는데 우리나라 시청자분들이 머리가 좋아서 공략법을 빨리 만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모든 퀴즈 프로그램들의 공략법이 온라인에 있다. 우리 프로그램도 공략법이 있다더라. 그게 어느 정도 공유가 되면 저희도 틀을 바꾸려고 한다." (염지선 프로듀서)
 

'우리말 겨루기' 녹화현장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진행된 KBS 1TV 교양프로그램 <우리말 겨루기> 녹화현장에서 출연진들이 제작진의 설명을 들으며 버튼을 눌러보고 있다.

▲ '우리말 겨루기' 녹화현장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진행된 KBS 1TV 교양프로그램 <우리말 겨루기> 녹화현장에서 출연진들이 제작진의 설명을 들으며 버튼을 눌러보고 있다. ⓒ 이정민

 
방송 녹화가 중반을 넘어가자, 결승 진출자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두 번째 출연이었는데 공부를 많이 못했다고 아쉬워 하던 최경희씨는 "집에 가고 싶다"는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아 스튜디오를 웃음에 빠트리기도 했다. 아나운서 지망생 김민혜씨가 최후의 1인이 되어 달인에 도전했지만 1단계에서 탈락하면서 아쉽게 달인 등극에는 실패했다. 나머지 출연자들도 스튜디오 한 켠에 남아 지켜보다가 함께 아쉬워했다. 
 
오후 1시 반쯤 시작된 녹화는 4시가 다 되어서야 끝이 났다. 비록 달인이 되지는 못했지만 김민혜씨를 비롯한 출연자들은 엄지인 아나운서와 기념 촬영을 하기도 하고 "다음에 꼭 아나운서가 되어서 다시 보자"는 훈훈한 인사를 했다. 

마지막으로 김이슬 작가는 시청자들에게 즐기는 마음으로 <우리말 겨루기>를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국내에서 우리말을 소재로 1시간 동안 진행되는 방송 프로그램이 <우리말 겨루기>밖에 없다. 그에 대한 책임감이 있다. 맞춤법을 모든 국민이 완벽하게 지킬 수는 없지만, 누군가는 계속 알리고 있다는 게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방송을 보실 때)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즐기는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교육적인 목적으로도 많이 본다더라. 보시다 보면 퀴즈를 맞히는 재미도 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단어의 또다른 속뜻도 알게 되실 수 있고. 우리말을 아름답게 지켜나가는 프로그램이라고 응원해주시면 좋겠다." (김이슬 작가)

우리말겨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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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이 '아침마당' 타이틀송 듣고 놀라는 이유는..."

[장수프로] 오는 5월 30주년 맞는 KBS1 <아침마당> 이영준 PD 인터뷰

매일 아침 8시 25분 변함 없이 자리를 지켜온 KBS 1TV <아침마당>이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오는 5월이면 1991년 5월 20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로 꼬박 30년째다.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사옥에서 진행된 생방송 촬영 현장을 찾았다. 방송을 30여 분 앞둔 시점, 스튜디오에는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다. 생방송 시간이 다가오자 코로나19 방역 지침 준수를 위해 출연진과 몇몇 필수 스태프를 제외하고는 모두 스튜디오 밖으로 나가야 했다. 최종 리허설 역시 꼭 필요한 인력만 남긴 채로 진행됐다. 프로그램의 상징같은 방청객 없이 조용한 스튜디오에서 생방송이 시작됐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은 풍경이었다. 방송 직후 만난 이영준 PD는 "처음엔 (방청객 없이 방송하는 게) 참 힘들더라"고 토로했다. 늘 8% 이상의 고정 시청층을 보유하고 있는 <아침마당>은 코로나 시국에도 제 몫을 톡톡히 했다. 전문가들을 초빙해 면역력을 올리는 방법을 알려주거나, 코로나19 완치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경각심을 주는 식이다. 매주 목요일 방송되는 '슬기로운 목요일' 코너에서는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출연해 코로나19 백신 안정성에 대해 설명하기도 한다. 이영준 PD는 "코로나가 한창 기승 부릴 때는 한 주 전체를 코로나 특집으로 한 적도 있다"며 "워낙 인기 프로그램이니까 회사 차원에서도 요구가 있다. 중요한 어젠다를 소화해야 할 때가 많다. 최근에 사회적 공분이 있었던 '정인이 사건'도 전문가들을 급히 섭외해서 아동학대 사태의 본질에 대해 <아침마당>답게 풀기도 했다"고 말했다. 매주 금요일 '생생토크' 코너를 맡고 있는 이영준 PD는 1991년 KBS에 입사했다. 그는 "<아침마당>과 입사 생일이 똑같다"며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그러면서 프로그램을 '해우소'(불교에서 화장실을 이르는 말)에 비유했다. 매주 10명가량의 출연자와 함께하는 '생생토크' 코너 특성상 이영준 PD는 금요일마다 오전 6시즈음 이른 출근을 해야 한단다. 출연자가 많을수록 미리 준비하고 체크해야할 것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는 "패널들도 보통 7시 전에 스튜디오에 오신다. 메이크업도 해야 하고, 전체 대본 리딩도 해야 하니까"라면서도 "코너마다 성격이 달라서 (연출도) 매일매일 다르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 프로그램은 가수 박진영, 비의 출연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두 사람은 지난 1월 1일 생방송에 나와 신곡 '나로 바꾸자'를 공개하고, 일일 멘토로 변신해 스타를 꿈꾸는 후배 가수들에게 조언과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당시 방송을 직접 연출한 이영준 PD는 "온라인의 뜨거운 반응을 전부 찾아봤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젊은 층들에게도 점차 확대해나갈 수 있는, 공기같은 프로그램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PD는 "매일 보시는 분들은 이 프로그램이 없으면 아침이 안 지나간 것 같다, <아침마당> 보려고 (KBS 채널을) 틀었는데 너무 허탈하다고 호소하시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뉴스특보 등으로 결방되는 날이면, 시청자 참여 어플리케이션 '티벗'에 아쉬워 하는 시청자들의 글이 연이어 올라온다고. 그는 "우리 프로그램이 스테디 셀러이지만 그동안 끊임없이 변화의 노력을 해왔기 때문에 이렇게 (30년 동안)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생방송 토크쇼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방송 시간이다. 이영준 PD는 "쇼트트랙 계주할 때처럼 65분을 세밀하게 단락별로 나눠서 '랩 타임'을 정한다. 단락이 끝나야 할 시간인데, 이야기가 길어지면 빨리 넘어가야 한다고 MC들에게 신호를 준다"며 "저도 생방송을 연출하다 보면 이야기에 푹 빠져서 시간을 잊을 때가 있다. 그러면 작가들이 제게 말해주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생방송 스튜디오 곳곳에는 '빨리빨리', '마무리', '시간 부족' 등이 쓰여 있는 커다란 팻말이 놓여 있었다. 이 외에도 '스마일', '박수', '시선 정면' 등 다양한 팻말이 있었고, 생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현장 스태프들은 PD와 소통하며 카메라 뒤에서 이러한 팻말들을 이용해 박수를 유도하고 패널들의 움직임을 조정하는 등 방송의 흐름을 이끌었다. 이날 생방송에는 배우 이순재, 박정수, 김형자, 전원주, 가수 장미화 등 베테랑 방송인들이 많이 출연했다. 전원주와 장미화, 김형자는 "밧줄로 꽁꽁, 밧줄로 꽁꽁 단단히 묶어라~" 리허설 때부터 여러 번 연습했던 노래로 자신들을 소개했는데 긴장한 탓인지 노래가 살짝 맞지 않았다. 이에 김재원, 이정민 아나운서는 "세 자매분들의 호흡이 잘 맞지는 않았어요", "오늘 급히 결성이 되셔서요"라며 웃어 넘겼다. 덕분에 방송은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이영준 PD는 "장미화 선생님같은 베테랑 방송인 분들도 긴장하신다"며 이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PD는 "생방송을 이끄는 MC들의 역할이 정말 크다"며 김재원, 이정민 아나운서를 극찬했다. 그는 "우리 프로그램 MC는 KBS에서 최고로 호흡이 잘 맞는 남녀 아나운서들이 한다. 김재원 아나운서는 정말 징그럽게 잘한다. 이 표현 꼭 그대로 써 달라(웃음). 김재원은 생방송에 최적화된, 생방송을 해야 진가가 드러나는 MC다. 이정민도 생방송을 끝내야 하는 시간을 칼같이 맞춘다. 두 사람만 믿고 있으면 아무런 걱정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생방송에 능한 MC들과 스태프들이 있다고 해도 1년 내내 매일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을 터. 이에 대해 묻자 이영준 PD는 "솔직하게 말하겠다. 사실 녹화 방송도 있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아침마당>은 5월 17일 월요일부터 21일 금요일까지를 '30주년 특집 주간'으로 정하고 다양한 기획을 준비하고 있다. 30주년 특집 방송은 '희망은 당신입니다'라는 큰 주제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영준 PD는 "BTS도 섭외하려고 했다. 방시혁 대표에게 공개 질의서는 보냈으나 답이 없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화상채팅을 통해 전 세계에 있는 시청자들을 연결할 계획이라는 힌트를 살짝 공개하기도 했다.

'다큐 3일'의 자랑스런 기억, 2016년 촛불집회서 있었던 일

[장수프로] KBS2 <다큐멘터리 3일> 이지운 PD·장소영 작가가 말하는 성공 비결

[기사 수정 : 6월 17일 낮 12시 35분] 2007년부터 15년째 방송되고 있는 KBS 2TV <다큐멘터리 3일>(아래 <다큐 3일>)은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72시간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아침 7시 누군가의 문 앞에 택배 상자를 배달하기 위해 새벽을 달리는 사람들부터, 안내견 학교의 시각 장애인과 안내견 이야기, 서울 도봉구에서 구로구까지 달리는 160번 버스, 길 위의 동반자였던 자동차의 마지막을 보여준 인천 폐차장 편 등.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이 멈추고, 모두가 마스크를 쓰는 낯선 풍경이 익숙해진 지금도 여전히 <다큐 3일>은 대한민국의 곳곳을 기록하고 있다. 이지운 PD가 '생생한 한국의 아카이브'라고 자신하는 까닭이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제작진 이지운 PD와 장소영 작가를 만났다. 매주 방송을 만드는 제작진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은 반드시 72시간을 촬영하고 이를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는 것. 2019년부터 이 프로그램에 합류했다는 이 PD는 "<다큐 3일>은 포맷이 아주 강력한 프로그램이다. 1회 때부터 지금까지 만드는 사람도, 여건도 변했지만 포맷에 대한 약속은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다"고 자신했다. 그러한 믿음을 지켜왔기 때문일까. <다큐 3일> 팀은 언제 어느 곳에서 카메라를 들더라도 비교적 시민들의 환대를 받을 수 있다고. 그래서 시사교양국 PD들 사이에서도 꼭 가보고 싶은 프로그램으로 손꼽힌단다. 이 PD는 "프로그램 희망원을 받아보면 (<다큐 3일>은) 다들 오고 싶어하는 곳이다. 시사고발 프로그램같은 경우에는 현장에서 자기를 싫어하고 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인터뷰해야 하지 않나. 반면 <다큐 3일>은 시민들이 좋아해주시니까. 그게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장소영 작가는 2016년 촛불집회 당시의 자랑스러웠던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이렇게 오랜 기간 방송할 수 있을 줄 몰랐다" 장소영 작가는 지난 2011년 제작팀에 합류해 꼬박 10년을 함께 일해온 인물이다. 그의 손을 거쳐간 에피소드만 100여 개 가까이 된다는 장 작가는 일상을 살 때는 생각 못하다가 이런 시간이 되면 새삼 프로그램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 그는 "늘 특별하고 유명하고 잘난 사람들 이야기만 듣다가,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 보지 않았던 이웃집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프로그램이다. 촬영한 내용들을 보다 보면 이게 정말 소중한 기록이구나 확 느껴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 작가는 팀에 처음 합류했을 때에는 이렇게 오랜 기간 방송할 수 있을 줄 몰랐다고 털어놨다. 특정한 공간의 72시간을 빼곡히 담아내기 위해 현장에서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은 바로 VJ다. 각자 카메라를 들고 공간에 직접 들어가 그 곳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장면을 만들어내는 이들을 제작진은 '현장 디렉터'라고 부른단다. 이지운 PD는 <다큐 3일>의 제작 시스템에 대해 "연출진이 기획의도를 공유하고 사전 브리핑을 하면, 4명의 VJ들이 각자 독립적인 연출권을 갖고 현장으로 흩어진다"며 "PD는 VJ들의 보고를 받는다. 각자 흩어진 현장의 정보를 모아서 업그레이드 해서 '이렇게 가봅시다' 하고 방향을 제시하고. 그게 반복되는 연출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날 두 사람은 방송을 완성하기까지 VJ들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고 연신 강조했다. PD가 아이템에 따라 성향이 맞는 VJ를 선발하고 조합하는 역할을 하지만, 그 다음은 VJ에게 온전히 맡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베테랑 VJ들이 <다큐 3일> 팀에 많이 포진돼 있는 이유도 그래서라고 했다. 장소영 작가는 특히 "기술 면에서도 베테랑이지만 무엇보다 진정성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열린 마음으로 이분의 말을 들어야지 하는 마음이 있어야 상대방이 카메라를 들고 있다는 것도 점점 잊어버리고 얘기하게 되는 거다. 처음에는 '카메라, 어우 짜증나'라고 하시지만, 이틀째 삼일째가 되면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VJ와 출연자가 대화를 한다"고 귀띔했다. 이어 VJ들이 흔히 겪게 되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들을 공개하기도 했다. 3000분 촬영 중 방송에 담기는 건 45분 72시간 동안 4대의 카메라가 꼬박 촬영한 3000분 내외 분량의 영상 중에 방송에 담기는 것은 겨우 45분 정도다. 그렇다 보니 안타깝게 잘라내야 하는 장면들도 많단다. 장 작가는 "편집은 버리는 게 묘미라고 하던데, 머리로는 알겠는데 마음은 그게 아니다. 이것도 넣고 싶고 저것도 넣고 싶고 늘 아쉽다"고 토로했다. 방송에 담지 못한,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묻자 두 사람은 "그거 얘기하자면 밤도 샐 수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도 코로나19 때문에 친구를 만나지 못하게 된 한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매주 바쁘게 돌아가는 제작 일정이지만 그 와중에도 더 나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제작진들의 고민도 적지 않았다. 장 작가는 "요즘 프로그램의 인기가 예전같지가 않아서 고민이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과 새롭게 해나가야 하는 것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느라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다큐 3일> 제작진들의 이러한 고민은 모바일 전용 콘텐츠 '조연출 다이어리'로도 이어졌다. 본 방송 이틀 전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는 조연출 다이어리는 AD들이 직접 촬영하고 편집한 5분 내외의 영상이다. 내용은 대개 본방송에 나오지 않는 비하인드 스토리로 채워진다. 안산 다문화특구 편에서는 주요한 AD가 직접 다문화 미용사에게 머리를 맡기기도 하고, 카약 특집에서는 72시간 카약 타기에 도전하기도 한다. 정제된 분위기의 본방송과 달리 인터넷 '밈'을 활용하는 등 속도감 있고 자유로운 편집도 재미 포인트다. 이지운 PD는 "본방송 위주의 경직된 유통을 좀 벗어나 보고 싶었다. 그런데 예산은 없고, 잘려나가는 B컷들이 아깝기도 했다. 우리 조연출들 실력이 되게 좋아서 직접 만들어보라고 했다"며 "(조연출이 직접 체험하는) 과정들도 매번 촬영 테이프에 녹아있었는데 그동안은 그걸 다 버렸다. 그런 걸 한 번 공개해보면 재밌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탄생 계기를 설명했다. 앞으로도 <다큐 3일>의 본령을 잊지 않고 일상을 기록해 나가겠다는 제작진들은 무엇보다 휴머니즘에 그치지 않으려 한다는 고민과 다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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