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가 <동네 변호사 조들호 2 : 죄와 벌(아래 '조들호 2')>로 승부수를 던졌고, 이에 월화드라마 경쟁이 격전장으로 변했다. 당연히 첫 방송이 끝나고 승자의 미소를 띤 건 박신양, 고현정의 <조들호 2>이다.

하지만 그 승리의 미소는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화요일 밤이 지나고 뜻밖의 복병 tvN의 <왕이 된 남자>가 예사롭지 않은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왕이 된 남자>가 사극인 게 인기의 비결일까? 그러기엔 <조들호 2>란 드라마는 그 자체로서 생각해 볼 여지를 남긴다. 
   
'망가진 박신양'으로 다시 막 올리는 시즌 2 

시즌 1에서 '동네 변호사'로 이름을 떨친 조들호(박신양 분)는 다혈질의 성격이라 TV 방송에 나가서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던 강직한 캐릭터였다. 하지만 그런 그가 온정으로 맡은 뜻밖의 사건으로 인해 시즌1에서처럼 다시 한번 추락하고 만다. 잘 나가던 검사에서 하루 아침에 아내조차 잃은 거지꼴 변호사로 추락했던 조들호는, 시즌 2의 시작에서 감지 않아 떡진 머리에 언제 갈아입었는지도 모를 츄리닝에 껴입은 파카, 쓰레빠(슬리퍼가 표준 말이지만 박신양이 신은 건 어쩐지 쓰레빠가 어울린다) 신세의 거지꼴로 돌아왔다. 마치 그런 모습이 시즌의 통과 의례라도 되는 것처럼. 

만사 다 포기하고 사는 듯한 그의 앞에 그의 아버지 같은 검찰 수사관 윤종건(주진모 분)의 실종 사건이 던져진다. 쓰레빠를 신고 그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조들호. 그러나 그 노력이 무색하게 조들호의 앞에 나타난 건 '자살'했다는 윤종건 수사관의 시신, 그리고 윤종건의 자폐를 앓는 딸뿐이다. 

추락과 동시에 나락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사건을 계기로 조들호 시즌 2는 포문을 연다. 동네 변호사답게 그를 추락시킨 것도 예의 조들호의 인정이었고 다시 조들호를 일으켜 세우는 것도 그의 '인지상정'이다. 조들호를 아들처럼 여겨주었던 검찰 수사관의 실종, 그리고 하나밖에 없는 딸의 무죄를 입증하려다 온 몸을 두드려 맞은 어머니까지. 드라마 <조들호 2>는 조들호의 '휴머니즘'을 부각하며 동네 변호사 조들호를 다시 소환한다. 
    
'화룡점정'은 고현정 

그런 조들호의 맞은 편에는 피도 눈물도 없는 인물, 자신 앞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심지어 죽음을 진심으로 즐기는 듯한 이자경(고현정 분)이 있다. 시즌 1은 법무법인 금산과 그와 얽힌 검찰 권력이라는 조직적인 거악을 상대하면서 서민들을 위한, 서민들의 '변호사 동네 변호사 조들호'의 전선으로 구성되었다. 반면 시즌 2는 첫 회부터 휴머니티한 조들호와 그와 정반대로 사이코패스라 하는 게 딱 어울릴 극한의 악인 이자경을 포진시켜 '선과 악의 대결'로 전선을 변주한다. 

이러한 전선의 변화를 위해 등장시킨 첫 사건이 바로 백승훈 자해 사건이다. 백승훈은 조들호를 나락으로 빠뜨린 부패 정치인 백도현의 아들이다. 조들호는 자신의 소신 때문에 맡고 싶지 않았지만, 백승훈의 자해 사건을 계기로 조들호의 마음이 흔들린다. 하지만 법조문의 헛점을 찌른 판결은 피해자의 자살로 이어지며 조들호를 파멸로 이끈다. 문제는 최근 법조 드라마에서 이런 성폭행 피해의 진실이 뒤바뀌는 사건이 너무도 빈번해, 이제는 '클리셰'로까지 느껴진다는 것이다. 
    
과연 박신양과 고현정만으로 <조들호 2> 다시 성공할까

거기에 조들호는 2016년으로부터 무려 햇수로 3년 만에 돌아오건만, 2회가 되기도 전에 예의 '박신양 표 연기'가 너무 익숙하게 느껴진다는 점 또한 아쉽다. 물론 <조들호 2> 자체가 익숙한 박신양 표 연기의 친숙함에 기대어 가는 것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질구레한 그와 강만수(최승경 분), 윤소미(이민지 분)의 씬들이 마치 어제 본 듯하다는 건 분명 16부작의 정주행에 장점만은 아닐 터이다. 

뿐만 아니라,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캐릭터의 함정인 것인지 조들호 캐릭터의 불균등성이 처음부터 눈에 띈다. 윤정건이 납치되었을 장소를 눈으로 스캔하는 것만으로도, 그리고 거기에 떨어진 이자경의 사탕 껍질 하나만으로도 사건의 윤곽을 잡아내는 이성적인 능력자가, 정작 백도현의 아들 사건에 있어서는 그 혜안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건 작위적이거나 불균등한 서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드라마는 극 초반부터 소리 지르고 물불 가리지 않고 사건으로 뛰어드는 조들호의 캐릭터를 보여주며 질주한다. 문제는 '포르티시모(매우 강하게)' 성격의 캐릭터인 조들호를 드라마의 제일 앞에 내세우고서는, 그와 함께 등장한 인물들 역시 '포르테(세게)'의 연기를 보인다는 것인데, 이 점이 시즌 2에 뜻밖의 복병이 된다. 조들호와 한 몸인 듯 움직이는 강만수도, 이자경의 배후인 시즌 2의 거악인 국일그룹의 국현일(변희봉 분) 회장도, 조들호의 사무실에 들이닥친 빚쟁이 부부 안동출(조달환 분)과 오정자(이미도 분)도 마치 '성질내기 시합이라도 하는 것마냥' 드라마 초반부터 서로 아귀다툼을 벌인다. 

역설적으로 고음의 향연에서 낮은 목소리로 깔리는 이자경의 포스는 더욱 빛난다. 아마도 조들호의 캐릭터와 대조를 이루기 위해 그렇게 설정했을 터이다. 그런 이자경이 눈 하나 깜짝이지 않고 사람을 죽이고, 깔깔거리고 웃거나, 마약에 취한 국일 그룹 아들을 샤워기로 마구 때릴 때 드라마의 집중도는 높아진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이자경 캐릭터의 성격은 이미 <리턴>, 아니 그 이전 <선덕여왕>이나 <여왕의 교실> 이래로 고현정에게 익숙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고현정의 연기를 지켜보아왔던 팬들로서는 새롭다기보다는 '또?'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마치 고현정이 가장 잘하는 걸 더욱 극단적으로 강조한 느낌이 강한 악역 캐릭터는 맛을 내기 위해 설탕을 몇 스푼 더 넣은 듯하다. 

최근 4회에 이른 <조들호 2>는 '포르테시모' 성격의 박신양과 목소리는 피아니시모(매우 약하게)지만 악행은 '포르테시모인' 고현정의 '포스' 대결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행간을 메우는 건 익숙한 클리셰 같은 사건들이다. 

여기서 생각해 볼 건 '과연 <조들호 1>이 어떠했는가'라는 것이다. '과연 <조들호   1>이라는 드라마가 박신양 표 연기를 차치하고 리바이벌 할 만한 내용이었는가'라는 의문을 뒤늦게 떠올리게 된다. 시즌 1 역시 박신양의 연기와 그 연기에 힘 입은 시청률을 빼놓고는 드라마적 내용에 있어 이렇다 하게 주목할 만한 작품이었을까?이에 관해서도 묻게 된다. 

그래서일까. 돌아온 시즌2에서는 어느 법률 혹은 장르 드라마에서 본 듯한 익숙한 서사가 두드러진다. 이는 차치하더라도 박신양, 고현정이라는 두 배우의 연기와 분위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듯이 보인다. 무엇보다 시즌 1의 미덕이었던 동네 변호사라는 특성은 4회까지 방송분에서 쉽게 찾아보기가 힘들다. 

물론 그럼에도 두 배우가 등장하면 드라마의 흡인력은 높아진다. 그저 거리의 버스 정류장에서 박신양이 나즈막히 몇 마디 했을 뿐인데도 설득이 되고, 쓰레빠로 경호원 두 명을 무찔러도 통쾌하다. 심지어 다음 회차에서 냄새 날 것 같은 옷을 벗어던진다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된다.

고현정도 마찬가지다. 나즈막한 목소리의 그녀가 진짜인 듯 신경질을 내며 샤워기로 사람을 패는데 그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하다. 마지막 장면에서 '차 드실래요' 하는 고현정의 목소리에 간담이 서늘해지고, 그런 그녀 앞에 자신이 발견한 사탕 껍질을 내놓는 박신양을 보며 다음 회를 기다리게 된다. 과연 <조들호 1>에 고현정이라는 화룡점정을 얹은 <조들호 2>는 이번에도 배우의 힘만으로 시즌을 성공시켜낼 것인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