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녀의 목요일>의 포스터

<그와 그녀의 목요일>의 포스터ⓒ ㈜그룹에이트, ㈜스타더스트

 
제목부터 흥미를 끌었던 <그와 그녀의 목요일>(황재헌 작·연출)은 내용도 독특하고 신선했다. 친구이자 형제였고, 연인이자 천적이었던 50대의 두 남녀 연옥(윤유선/우미화)과 정민(성기윤/성열석), 두 사람은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관계이다. 딸 이경(백수민/정승혜)의 부모이지만, 그렇다고 서로 부부는 아니다. 그들은 결혼만 빼고 다 해 본(?) 사이다. 그렇게 30년을 지냈다. 그들은 어떻게 그와 같이 애매한 사이가 된 걸까? 

연옥은 국제분쟁 전문기자다. 평생을 분쟁지역을 떠돌아 다니며 취재에 모든 걸 바쳤다. 현장을 누볐고, 역사 속에 존재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연옥은 위암을 선고받는다. 죽음이 코앞으로 닥친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에게 정민이 불쑥 찾아 온다. 매번 그런 식이다. 정민은 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교수다. 학식이 뛰어날뿐더러 언변 또한 훌륭하다. 그는 분석하고, 해석한다. 그에게 역사는 '학(學)'으로 존재할 뿐이다. 
 
 <그와 그녀의 목요일>의 한 장면

<그와 그녀의 목요일>의 한 장면ⓒ ㈜그룹에이트, ㈜스타더스트

 
역사에 대한 관점의 차이는 곧 그들이 삶에 임하는 태도의 차이로 나타났다. 언제나 역사의 일부분이고자 했던 연옥은 자기 객관화를 할 여력이 없었다. 정민은 그런 연옥을 두고 솔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반대로 외부자의 시선으로 일관했던 정민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무책임했다. 어떤 결정을 내리고, 그에 대한 평가를 받는 게 두려웠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연옥은 그런 정민이 싫었고 미웠다. 두 사람은 줄곧 평행선을 달려 왔다. 
 
연옥과 정민은 매주 목요일마다 하나의 주제를 정해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서로에게 평생 진실되지 못했던 두 남녀가 비겁함, 역사, 죽음 등의 주제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예상되다시피 단순한 토론은 아니다. 연옥과 정민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부딪친다. 열띤 대립과 첨예한 갈등이 이어진다. 그리고 토론 속에서 과거의 자신들 즉, 젊은 시절의 연옥(김소정)과 정민(왕보인)을 마주하게 된다. 

연옥과 정민은 주장을 제기하고 논리를 펼쳐나가면서 자신의 심리 변화를 느끼게 되고, 미처 알지 못했던 상대방의 진심과 마주하게 된다. 서로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했던 그들은 이 상황이 낯설기만 하다. 그러나 죽음을 앞둔 연옥은 초조하기만 하고,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는 정민은 계속 겉돌기만 한다. 결국 마지막 '진실' 앞에서 주저한다. 그들은 서로를 향해 손을 뻗을 용기가 없다. 과연 연옥과 정민은 솔직해질 수 있을까? 
 
 <그와 그녀의 목요일>의 캐스트

<그와 그녀의 목요일>의 캐스트ⓒ 김종성

 
<그와 그녀의 목요일>에는 총 5개의 배역이 있는데, 젊은 시절의 연옥과 정민을 제외한 나머지 배역은 더블 캐스트다. 이번 회차의 배우는 우미화와 성열석이었다. 우미화라는 이름은 낯설었지만, 그의 얼굴은 익숙했다. 누군지 모르겠다면, JTBC 드라마 <라이프>에서 산부인과 과장을 떠올려 보자. 그래도 가물가물하다면 JTBC < SKY 캐슬 >에서 예서 엄마(염정아)에게 꼼짝 못하고 당했던 도훈 엄마를 떠올려 보자. 

우미화는 안정적인 연기로 극의 중심을 잡아나갔다. 대사 전달력뿐만 아니라 감정 전달도 훌륭했다. 상대 배우의 연기를 살려주는 여유까지 갖추고 있었다. 드라마에선 짧은 호흡의 연기밖에 볼 수 없었는데, <그와 그녀의 목요일>의 정극 연기를 통해 우미화가 연기력이 탄탄한 배우라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참고로 우미화는 2017년 SACA 최고의 연극배우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을 만큼 연극계에서는 인정받고 있는 배우다. 
 
성열석은 엄청난 양의 대사를 속사포처럼 쏟아내는데, 그 암기력이 경이롭기까지 했다. 연극을 볼 때마다 '배우의 발견'을 경험하게 되는데, <그와 그녀의 목요일>에서는 성열석이 돋보였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40대의 배우들이 50대의 배역을 연기하는 탓에 약간의 이질감이 느껴졌다. 그 간극을 웃음으로 넘기지만, 몰입하기까지 시간이 좀 필요하다. 또, 극이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다소 지루한 느낌이 없지 않다.

관객은 많은 편이 아니었다. 앞의 3~4줄에만 관객들이 들어찼다. 소극장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배우들은 관객과 직접 눈을 맞춰가며 연기를 했는데, 그 때문에 몰입도는 확실히 올라갔다. '나는 누군가에게 솔직했던가?' 스스로 되묻게 만드는 <그와 그녀의 목요일>은 곱씹을 만한 연극임이 틀림없다. 여운도 남는 편이다. 연옥과 정민은 목요일의 토론을 통해 솔직해질 수 있었을까? 궁금하다면, 지금 예매를 해보는 건 어떨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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