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버드 박스>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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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2014년 <바바둑>은 각종 영화제를 휩쓸며 그 해 최고의 공포영화로 손꼽히는 작품이 됐다. 출산 차 병원으로 가던 중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은 아멜리아는 그때 낳은 아들 사무엘과 힘겹게 살아간다. 사무엘은 과잉 행동장애를 앓고 있다. 아멜리아는 아들 사무엘이 남편의 창고에서 발견한 그림책 바바둑을 읽어 달라 조르자 읽어준다. 이 책은 악령의 저주가 담긴 금서였고 깨어난 악령 '바바둑'은 두 모자를 괴롭힌다.
 
이런 전개에서 공포영화가 택할 수 있는 길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주인공의 승리를 통한 악령의 퇴치, 두 번째는 봉인을 피한 악령의 승리다. 그러나 이 영화는 악령 바바둑과 아멜리아 모자의 '공존'을 결말로 택한다. 이 결말은 인간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는 사라질 수 없는 감정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조쉬 메일러맨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버드 박스> 역시 눈을 뜨고 세상을 바라보면 죽는다는 독특한 설정을 통해 불안과 공포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바바둑>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 첫 장면, 말로리(산드라 블록 분)는 두 아이를 데리고 강으로 향한다. 그녀와 두 아이는 눈을 가린 채 움직인다. 5년 전, 임산부였던 말로리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괴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유럽에서 먼저 시작된 이 현상은 눈을 뜨고 무언가를 보면 끔찍한 방법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는 집단 자살 현상이다. 병원에서 이 현상을 처음 목격한 말로리는 집으로 돌아오던 중 도시 전체가 집단 광기에 휘말린 것을 알게 되고 다른 생존자들과 함께 모퉁이 집으로 피신하게 된다.

불타는 차 안으로 들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성
  
 영화 <버드 박스> 스틸 컷.

영화 <버드 박스> 스틸 컷.ⓒ 넷플릭스


집 안으로 들어오는 데 성공한 사람들은 밖을 볼 수 없게 창문과 문을 완전히 막아버린다. 그들은 스스로를 세상과 단절시켜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에 내몰린다. 자살로 이어지는 괴현상의 과정은 눈과 귀를 통해 이뤄진다. 눈을 통해 '무언가'를 본 이들은 귀를 통해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이 목소리는 자신의 내면에 품은 불안과 공포를 자극할 수 있는 이의 목소리다. 앞서 설명한 영화 <바바둑>에서 아멜리아에게 악령 바바둑이 붙은 이유는 그녀 내면의 불안, 남편의 죽음과 문제를 지닌 아들의 존재 때문이다.
 
영화 초반부에서 말로리를 구하려던 더글라스의 딸도 이 목소리에 끌려 불타는 차에 들어가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 그때 그녀에게 말을 건넨 목소리는 그녀의 어머니였다. 작품 속 더글라스는 거친 말과 과격한 행동, 스스로 좋은 가장이었던 적이 없다는 말을 통해 가족들을 힘들게 했음을 고백한다.

인간은 누구나 내면에 불안과 공포를 안고 살아간다. 이런 불안한 공존은 사소한 말과 행동이 기폭제가 되어 극단적인 선택을 일으키기도 한다. <버드 박스> 속 괴현상은 이런 불안과 같다. 완전히 해소되고 지워지지 않으며 때론 그 원인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알 수 없다.
 
이 영화에서는 '새'가 중요한 소재로 사용된다. 흔히 새는 쥐와 함께 불안을 감지하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에서도 새는 불안을 감지하는 동물로 등장한다. 동시에 새는 새장에 갇혀 있다. 작품의 제목이 '버드 박스(Bird Box)'인 이유다 그래서가 아닐까. 새는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유로운 존재로 인식된다. 하지만 새장에 갇힌 새는 자유롭지 못하다. 위험을 감지하더라도 갇혀있기에 도망칠 수 없다.
 
이 영화에서 인간은 새장에 갇힌 새와 같다. 개인의 자유는 법적으로 보장이 되지만 사회가 지닌 제도와 규범, 그리고 경제적인 예속에 묶여 살아간다. 새장에 갇힌 새는 넓은 세상을 바라볼 수 없기에 자그마한 공간 안에서 한정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하늘 위에서 바라볼 수 없기에 알 수 없는 것에 불안을 느끼고 이 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에 공포를 지닌다. 이런 불안과 공포의 대상은 같은 인간 그리고 인간들이 만들어 나가고 살아가는 사회란 공간이다.

'악령'을 맞닥뜨렸을 때 해결하는 법
  
 영화 <버드 박스> 스틸 컷.

영화 <버드 박스> 스틸 컷.ⓒ 넷플릭스

  
영화 속에서 '악령'을 맞닥뜨렸을 때 해결하는 법은 내면의 목소리였다. 주인공 말로리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된다. 그리고 그녀는 아이들이 두 눈을 뜨고 살아갈 수 있는 장소를 찾길 희망한다. 그 장소는 사회가 지닌 어떠한 편견도 증오도 없는 세상이었다.
 
말로리는 이 희망의 장소로 아이들을 데려가던 중 숲 속에서 난관에 봉착한다. 그녀에게도 목소리가 들리게 된 것이다. 그녀 내부의 불안을 자극하는 목소리는 말로리의 내면에서 공포를 이끌어내려 든다. 이에 말로리는 자신 내면에 품었던 목소리를 내뱉는다. 그 목소리에는 사랑과 진심, 용서를 구하는 말이 담겨 있다.

<버드 박스>는 역설적인 작품이다. 살기 위해서는 아무것도 보아서는 안 된다. 바꿔 말하자면 우리가 사는 세상 곳곳에 사람이 보면 고통스럽고 힘든 무언가가 가득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새장에 갇힌 새처럼 인간도 불안과 공포를 안고 살아간다. 공포와 불안은 근원적인 감정이기에 벗어날 수도 지워낼 수도 없다. 다만 우리 모두가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어떨까. 불안과 공포를 자극하는 목소리가 아니라 내면의 목소리를 따른다면, 불안은 해소될 수 있다. <버드 박스>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 키노라이츠, 루나글로벌스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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