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러시아 월드컵 우승팀은 프랑스였지만 대회 기간 내내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은 팀은 단연 준우승팀 크로아티아였다. 구 유고연방에서 독립해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4강 돌풍을 일으켰던 크로아티아는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조별리그에서 아르헨티나, 결승 토너먼트에서 덴마크, 러시아, 잉글랜드를 차례로 꺾고 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크로아티아는 마리오 만주키치(유벤투스FC), 마테오 코바치치(레알 마드리드), 이반 라키치치(FC바르셀로나), 데얀 로브렌(리버풀FC) 같은 유럽 빅클럽에서 활약하는 스타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크로아티아 대표팀의 중심은 역시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다. 올해 발롱도르 수상자이기도 한 모드리치는 드리블, 시야, 활동량, 수비가담 등 미드필더로서 갖춰야 할 모든 걸 갖춘 선수로 월드컵에서 크로아티아의 돌풍을 주도했다.

이렇듯 각 클럽이나 대표팀에는 골을 많이 넣는 선수도 중요하지만 2선에서 경기를 조율하고 공격수들에게 적절한 패스를 찔러주는 플레이 메이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2018-2019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5연승을 달리며 맨체스터 시티를 제치고 2위로 올라간 토트넘 핫스퍼FC에도 그런 '보이지 않는 영웅'이 있다. 토트넘의 중원사령관이자 덴마크 대표팀의 에이스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그 주인공이다.

4시즌 연속 45경기 이상 출전한 토트넘 중원의 사령관
 
 지난 15일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8-2019 영국 프리미어 리그 토트넘 홋스퍼 FC와 번리FC의 경기에서 토트넘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득점한 후 기뻐하고 있다.

지난 15일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8-2019 영국 프리미어 리그 토트넘 홋스퍼 FC와 번리FC의 경기에서 토트넘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득점한 후 기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1992년 덴마크의 미데파르트에서 태어난 에릭센은 만 3세가 되던 1995년부터 축구를 시작했다. 미델파르트의 G&BK와 오덴세 BK의 유소년팀에서 기량을 연마하던 에릭센은 2008년 네덜란드의 명문구단 AFC아약스로 이적했다. 2010년 아약스의 1군에 데뷔한 에릭센은 4년 동안 113경기에서 25골을 기록하며 유럽무대에서 본격적으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2013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토트넘으로 팀을 옮긴 에릭센은 프리미어리그 데뷔 첫 시즌부터 36경기에 출전해 10골 10도움을 기록하며 토트넘의 주전 선수로 자리 잡았다. 에릭센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부임한 2014-2015 시즌에도 48경기에서 12골 5도움을 기록하며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주목 받는 젊은 미드필더로 떠올랐다. 

에릭센은 델리 알리와 손흥민이 새로 합류한 2015-2016 시즌 골보다는 어시스트에 주력하는 전문 플레이 메이커로 자리 잡았다.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이 25골로 리그 득점왕에 오르고 젊은 공격수들이 대거 합류하면서 에릭센이 굳이 득점에 신경 쓸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에릭센은 2015-2016 시즌 리그에서만 13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아스날FC의 메수트 외질(19개)에 이어 도움 부문 2위에 올랐다. 

2016-2017 시즌은 토트넘의 'D.E.S.K. 라인'(델리, 에릭센, 손흥민, 케인)이 각각 20개 이상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최고의 위력을 떨친 시즌이다. 에릭센은 초반 다소 부진했지만 시즌을 거듭할수록 경기력이 살아나며 48경기에서 12골 23도움으로 맹활약했다. 특히 리그 36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해 23개의 공격포인트(8골 15도움)를 기록하는 동안 단 하나의 경고나 퇴장도 받지 않을 정도로 깔끔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에릭센은 2017-2018 시즌에도 리그 10골, 10어시스트를 포함해 47경기에서 14골12도움을 기록하며 토트넘을 세 시즌 연속 리그 '빅3'로 이끌었다. 2018년 1월에는 케빈 데브라위너, 다비드 실바(이상 맨시티)와 함께 영국 축구선수 협회에서 선정한 올해의 팀 미드필더 부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무려 첼시의 에당 아자르와 은골로 캉테, 아스날의 외질, 리버풀의 사디오 마네 등을 제치고 받은 상이다).

프리미어리그 6년 차의 베테랑임에도 아직 만 26세

에릭센은 지난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16년 만에 조별리그 통과를 노리는 덴마크 대표팀의 최고 스타로 주목 받았다. 에릭센은 덴마크의 에이스답게 조별리그에서 페루전 결승골 어시스트에 이어 호주전에서는 중거리슛으로 선제골을 넣으며 맨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됐다. 비록 16강에서 준우승팀 크로아티아를 만나 승부차기에서 실축을 하며 패했지만 러시아 월드컵은 에릭센의 존재감을 확인하기 충분한 무대였다.

2018-2019 시즌에도 에릭센은 토트넘의 중원 사령관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주로 골을 책임지는 것은 케인과 손흥민, 델리 알리지만 공격 3인방의 활약 뒤에는 언제나 에릭센의 깔끔한 공격조립이 있다. 시즌 초반에는 복부근육 부상으로 결장하면서 최근 4시즌 연속 45경기 이상 출전한 피로가 쌓인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에릭센은 금방 자신의 컨디션을 회복하며 공격포인트를 적립해 나갔다.

에릭센은 조별리그 통과의 분수령이 된 11월 28일 인터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후반 25분 교체로 출전해 천금 같은 왼발 결승골을 성공시켰다. 에릭센은 번리와의 17라운드 경기에서도 교체로 출전해 결승골을 기록했다. 에릭센은 손흥민이 멀티골을 기록했던 27일 AFC본머스전에서도 선제 결승골을 포함해 1골1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특히 후반 15분 케인의 4번째 골을 도운 크로스는 에릭센의 뛰어난 감각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에릭센은 탄탄한 기본기와 번득이는 센스, 양발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킥력을 두루 갖춘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공격형 미드필더다. 하지만 토트넘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첼시FC처럼 많은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 팀이 아니고 고국 덴마크 역시 월드컵이나 유로대회에서 자주 실적을 내는 팀이 아니다. 그럼에도 에릭센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최고 수준의 미드필더로 인정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에릭센의 기량이 뛰어나다는 반증이다.

약관의 나이에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해 어느덧 토트넘에서 6년째 활약하고 있지만 에릭센은 1992년생으로 손흥민, 루카스 모라와 동갑내기다. 2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이미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활약을 보장하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자리 잡은 에릭센은 지금까지 보여준 것보다 앞으로 보여줄 것이 더 많다. 그리고 토트넘을 응원하는 많은 팬들은 에릭센의 남은 전성기도 토트넘과 함께 하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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