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23일 방송된 < SBS 스페셜 > '결혼은 사양할게요'편 중 한 장면

2018년 12월 23일 방송된 < SBS 스페셜 > '결혼은 사양할게요'편 중 한 장면 ⓒ SBS

 
결혼 적령기의 딸을 둔 언니는 벌써 몇 년 전부터 딸내미 시집 보낼 걱정을 만날 때마다 한다. 심지어 '서른을 넘어서면 결혼 정보 회사에 등록할 테니 알아서 하라'고 엄포까지 놓았단다.

하지만 웬걸, 언니가 목을 매는 그 딸내미는 엄마의 마음이 무색하게 당장 결혼 생각이 없단다. 심지어 사촌 동생이 해주겠다는 소개팅도 단칼에 자른다. 아직 남자 만날 생각이 없단다. 키도 크고, 얼굴도 잘 생기고... 등등 얘기해봐도 마찬가지.

조카의 눈이 높아서일까? 엄마, 동생이랑 시간 날 때마다 여행 다니고 맛집 찾아다니는 것으로 만족해서일까? 아니, 그것보다는 이른바 '결혼 적령기'라는 어른 세대가 만들어 놓은 프레임에 자신을 꿰어 맞추는 것이 싫어서가 아닐까?

그래서일까? 요즘 조카처럼 '비타협적 저항'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젊은이들이 등장하고 있다. 바로 작정하고 결혼을 안 하겠다고 말하는 '비혼주의자'들이다. 
  
 2018년 12월 23일 방송된 < SBS 스페셜 > '결혼은 사양할게요'편 중 한 장면

2018년 12월 23일 방송된 < SBS 스페셜 > '결혼은 사양할게요'편 중 한 장면 ⓒ SBS

 
얼마 전 다녀온 동창 모임. 이제는 늙수구레한 나이의 동창들 사이에서도 아이들 결혼 얘기가 자연스레 나왔다. 결혼하기 힘든 세상에 관한 이야기가 오가다 '요즘 결혼하지 않겠다고 하는 아이들'이 화두에 올랐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앞서 밝혔듯이 당장 우리 집 얘기다.

하지만 아이들을 애써 키웠고, 지금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는 친구는 '세상에 태어나서 아이를 기르는 일만큼 가치 있고 보람 있고, 행복한 일이 없다'며 자신은 아이들에게 결혼하고 아이도 낳으라고 하겠다고 한다.

설왕설래하고 헤어져 돌아오는 길, 생각해보니 우습다. 아이들의 삶인데, 마치 우리 인생인 것처럼 진지하게 서로의 입장을 내세웠던 것이. 그렇다.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비혼'이 문제가 되는 건, 당사자가 아닌 삶에 우리가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빠의 오지랖, 딸의 비혼 선언... 그 세대적 간극
 
 2018년 12월 23일 방송된 < SBS 스페셜 > '결혼은 사양할게요'편 중 한 장면

2018년 12월 23일 방송된 < SBS 스페셜 > '결혼은 사양할게요'편 중 한 장면 ⓒ SBS

 2018년 12월 23일 방송된 < SBS 스페셜 > '결혼은 사양할게요'편 중 한 장면

2018년 12월 23일 방송된 < SBS 스페셜 > '결혼은 사양할게요'편 중 한 장면 ⓒ SBS

 
지난 23일 방송된 < SBS 스페셜 > '결혼은 사양할게요'편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다큐에 등장하는 오현춘씨(50)는 가장으로서 온갖 고생을 겪으며 반듯하게 삼 남매를 키워낸 인물이다. 어려운 인생 고비고비에서도 가족을 놓치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게 그의 자부심이고, 자신이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당연히 결혼을 인생의 통과 의례로 여긴다. 그렇기에 오현춘씨는 이제 26살, 결혼 적령기가 된 큰 딸에 대한 고민이 크다. 하지만 정작 딸인 오화진씨는 그런 아빠의 요구에 '나 결혼 안 해'라고 답한다. 아버지에게는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말이다. 

화진씨는 스스로 비혼주의자라 선언한다. 화목한 가정에서 사랑을 받고 자라났지만, 자신이 자라오면서 본 어머니의 삶은 늘 가사 일에서 놓여나지 못해 자신의 삶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건축 구조사로서 경력 단절을 겪고 싶지 않은 화진씨는 어머니가 일궈낸 것처럼 가정을 꾸려나갈 자신이 없다. 그는 남편과 시댁이 그녀의 삶에 들어올 여지가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긋는다. 

그런데 아버지와 달리, 어머니는 화진씨의 생각에 동조한다. 사랑에 빠져서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결혼을 서둘렀기에, 화진씨의 어머니는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자신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결혼하지 않을 거라며 '후회'의 념을 꺼낸다. 
 
 2018년 12월 23일 방송된 < SBS 스페셜 > '결혼은 사양할게요'편 중 한 장면

2018년 12월 23일 방송된 < SBS 스페셜 > '결혼은 사양할게요'편 중 한 장면 ⓒ SBS

 
'출산이 애국'이라고...? 비혼 권하는 사회

다큐에서 '비혼'을 선택한 여성들이 이유로 든 건 크게 두 가지다. 우리 사회가 경력 단절 여성에게 가하는 부당한 대우를 감수해가며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다는 것이 첫째다. 그리고 또 하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함으로써 자신이 받아들여 할 '시댁' 등의 새로운 인간 관계를 굳이 감당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2018년 12월 23일 방송된 < SBS 스페셜 > '결혼은 사양할게요'편 중 한 장면

2018년 12월 23일 방송된 < SBS 스페셜 > '결혼은 사양할게요'편 중 한 장면 ⓒ SBS

 
남자라고 다를까. 다큐에서는 '분양을 받은 아파트에 개를 몇 마리 더 들여놓을지언정 여자 사람을 들여놓을 생각은 없다'는 어느 남성도 등장한다. 그는 이제 결혼 적령기를 맞은 친구들이 하나 둘 결혼할 때마다 '넌 언제 결혼하냐'는 친구들의 인사가 번거롭지만 자신의 입장에서 한 치도 흔들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막상 결혼한 친구들, 주변 남성들이 그의 눈에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결혼과 출산이 '애국'의 문제로까지 격화되며 '세대 갈등'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는 요즘, 어른들은 태연하게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 당연한 '사람의 도리'라 주장한다. 하지만 이에 젊은이들의 대답은 단호하다. 청년들은 '결혼은 그저 삶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한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삶만을 '정상'으로 만들어 놓은 어른들이 문제라고. 
 
우리 사회의 결혼 제도는 외적으로는 사랑하는 두 사람의 개인적인 결합으로 정의내려지지만, 막상 그 과정에 들어서면 결혼은 '집안과 집안의 결합'으로 여겨진다. 그렇기에 결혼은 그저 사랑하는 사람과 한 집안에 사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 인해 다른 집안의 조직원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는 삶의 방식이다. 
 
 2018년 12월 23일 방송된 < SBS 스페셜 > '결혼은 사양할게요'편 중 한 장면

2018년 12월 23일 방송된 < SBS 스페셜 > '결혼은 사양할게요'편 중 한 장면 ⓒ SBS

  
그 이유는 우리가 2018년의 현대 사회를 살지만, 사회의 기본 단위는 여전히 과거 규정된 '가정'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여성의 사회적 참여와 발언권이 상대적으로 고양되었지만, 여전히 가부장적 가족 제도의 근간은 공고하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엄마들은 '나는 이렇게 살았지만 너는 이렇게 살 필요가 없다'라고 자녀에게 말하고, 그 딸들은 엄마처럼 혹은 아들은 아빠처럼 살 자신이 없고 살고 싶지 않다고 한다.

거기에 결혼에 드는 돈이 '2억'이니 하는 세태도 영향을 미친다. 한 가정을 이루는 데 드는 비용도 적지 않고, 젊은이들의 경제적 독립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사회적 현실은 더욱 결혼을 고려하기 버겁게 만든다. 제 아무리 독립적으로 살고자 하지만 이미 출발부터 부모에게서 경제적 도움을 받고 시작하는 결혼 생활에서 과연 얼마나 자신들만의 방식을 고집할 수 있을까? 

거기에 더해 최근 지자체마다 '아이를 낳으면 얼마를 지원해주겠다'고 하지만, 당장 아이를 낳고 키우는 엄마들의 고충은 크게 나아질 길이 없는 사회도 문제 중 하나로 지적된다. '아이 하나는 겨우 낳지만 둘을 낳으면 미친 짓'이라는 어느 워킹맘의 하소연이 공감을 얻는 세상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무모한 선택을 하는 이들이 해마다 줄어드는 건 당연지사가 아닐까. 이런 상황을 학습 효과로 겪은 젊은이들이 굳이 결혼과 출산이라는 모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비혼, 존중받아야 할 권리 
  
 2018년 12월 23일 방송된 < SBS 스페셜 > '결혼은 사양할게요'편 중 한 장면

2018년 12월 23일 방송된 < SBS 스페셜 > '결혼은 사양할게요'편 중 한 장면 ⓒ SBS

 
 2018년 12월 23일 방송된 < SBS 스페셜 > '결혼은 사양할게요'편 중 한 장면

2018년 12월 23일 방송된 < SBS 스페셜 > '결혼은 사양할게요'편 중 한 장면 ⓒ SBS

  
여러 이유로 결혼을 굳이 선택하지 않겠다는 젊은이들은 자신의 선택이 삶의 선택지 중 하나로 존중받기를 원한다. 결혼을 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여기는 세상에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삶을 '비정상'으로 낮잡아 보지 말아 달라 요구한다. 인간의 삶을 동물의 번식과 동일시하며 가임 연령 내의 결혼을 안 하기라도 하면 금단의 선이라도 넘은 듯이 여기지 말아달라 한다. 

결국 '비혼주의'는 어른 세대가 일궈오고 가꿔왔던 '가족 신화'에 대한 이의 제기이다. '한국 사회 내에 안전판이자, 유일무이한 보호막이었던 가족이란 제도가 과연 오늘날 유효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거기에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규범, 정상적이라 쓰고, 가부장적이라 읽게 되는 그 가족 제도에 대한 반기이기도 하다. 또한 결혼을 하면 또 다른 집안에 강제적으로 편입되어야 하는 공동체적 삶에 대한 문제 제기이다. 나아가서는 출산의 수치만을 고민하는 사회에 대한 젊은이들이 내놓은 답안지라고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획일적인 삶만이 정답이 되어온 대한민국이란 체제에 대한 거부에 가깝다. 
 
 2018년 12월 23일 방송된 < SBS 스페셜 > '결혼은 사양할게요'편 중 한 장면

2018년 12월 23일 방송된 < SBS 스페셜 > '결혼은 사양할게요'편 중 한 장면 ⓒ SBS

 
그렇기에 청년들에게 '왜 결혼을 안 하느냐'고 다그치기 이전에, 어른 세대가 만들어 놓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을 반성하고 개선하는 것이 먼저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애국' 운운하면서 '결혼은 천부적 권리며 의무이고 행복'이라고 해봤자, 팍팍한 현실을 사는 청년들에게는 그야말로 '개풀 뜯어 먹는 소리' 취급만 받을 뿐이다. 
 
 2018년 12월 23일 방송된 < SBS 스페셜 > '결혼은 사양할게요'편 중 한 장면

2018년 12월 23일 방송된 < SBS 스페셜 > '결혼은 사양할게요'편 중 한 장면 ⓒ SBS

 
2018년, 지구상의 인구가 72억을 넘어서고 있다. 어느 통계에 따르면, 세계 인구 수가 이번 세기 안에 40억이 더 늘어날 것을 전망하고 있다. 과연 지구는 이런 인구를 계속 감당할 수 있을까?

국제 생태발자국 네트워크에 따르면 프랑스인 정도의 삶을 유지하며 살려면 30억 명이 적정 인구 수준이라 한다. 미국인의 삶 수준은 40억 명, 한국 사람들이 원하는 라이프 스타일에 맞추려면 22억 정도라고 한다. 이처럼 지구 포화, 혹은 인구 폭발의 측면에서 보면 어쩌면 오늘날 비혼주의자들은 인간의 숙명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저 '하나 낳아 잘 기르자'와 '셋이라서 행복해요' 사이를 오가는 정책의 변덕이 문제일 뿐. 
 
 2018년 12월 23일 방송된 < SBS 스페셜 > '결혼은 사양할게요'편 중 한 장면

2018년 12월 23일 방송된 < SBS 스페셜 > '결혼은 사양할게요'편 중 한 장면 ⓒ SB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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