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자 복직과 구체제 간부들의 저항 이후) 그 뒤 1년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운 나날이었습니다. 10년 가까이 쌓인 문제들을 정리하는 것도 그랬고, 그 사이 잃어버린 경쟁력을 되찾는 것도 그랬습니다. 특히 시민 여러분의 신뢰를 얻는 것이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 저는 어려움을 상당히 이겨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MBC 구성원들도 많은 '새로운 탐험'을 하면서 더욱 단단해졌습니다. 내년에는 시민 여러분께 더 좋은 방송을 전해드릴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내년 이맘때에는 시민 여러분으로부터 'MBC, 완전히 돌아왔네!'라는 말씀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 건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 건물. ⓒ 권우성

 
지난 7일 MBC 최승호 사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MBC 사장으로 선임된 지 1년이 된 날"이라며 위와 같은 소감을 전했다. 1년여 전인 올해 1월 신년 간담회 자리에서 "1년 안에 MBC를 정상화시키겠다"던 자신감과는 사뭇 다른 뉘앙스다. 그렇다면 MBC 정상화의 원년이라 할 수 있는 올 한 해 MBC에 대한 외부의 평가는 어떨까.
 
"(최 사장) 취임 1년을 맞은 지금, 콘텐츠 경쟁력은 좀체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수백억 원대 적자를 떠안은 상태에서 콘텐츠 투자를 확대하면서 적자 규모가 1000억 원대로 치솟았다. 플랫폼으로서의 지상파 경쟁력 하락과 동반한 지상파 광고시장 위축은 악순환을 낳고 있다.
 
MBC 조직 내부에서는 'MBC의 조직 문화와 DNA가 망가졌다'는 자조가 나온다. 최 사장이 내걸었듯 '청산과 재건'을 동시에 잡아야 하지만 어느 하나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12일 <미디어오늘>의 "최승호 사장 취임 1년, MBC 앞날은" 기사 중 일부다. 지상파 전체의 극심한 위기 속 광고시장 악화와 파업대체 인력 거취 등 여러 내외적인 요인이 MBC의 재건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라 할 수 있다.
 
최승호 사장은 만족하고 있을까
 
문제는 콘텐츠다. 콘텐츠의 경쟁력이 방송사 전체의 신뢰도와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진리'는 이미 JTBC가 증명한 바 있다. 그런 점에서, <무한도전> 종영 이후 <나혼자 산다>나 <전지적 참견 시점>의 선전과 달리 <내 뒤에 테리우스>와 최근 출발한 <나쁜 형사> 외에 침체일로를 겪었던 드라마 부문은 문제가 더 심각해 보인다. 다행스러운 것은 탐사보도를 비롯해 뉴스와 탐사보도/시사교양 부문에서 MBC 특유의 '보도력'이 살아나고 있다는 점이리라.
 
"MBC는 최근 비리 유치원 감사 결과 공개로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MBC가 이른바 '정상화' 이후 가장 뜨거운 반응을 체감한 보도였다. 박소희 MBC 정치팀 기자는 '공영방송 MBC가 추구해야 하는 뉴스란 그런 것'임을 깨달았다고 했다. < PD수첩 >과 <스트레이트>도 MBC 탐사보도의 쌍끌이 역할을 하며 공영방송 MBC의 가치를 새삼 확인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말 <기자협회보>는 "깨어난 '특종 DNA'… 고개 드는 지상파"란 기획 기사를 통해 "몇 년 사이 시청률과 신뢰도, 영향력까지 잃고 '이빨 빠진 호랑이' 같던 지상파 뉴스의 야성이 서서히 살아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SBS가 치고 나가는 사이 MBC와 KBS 역시 "의미 있는 특종들이 이어지면서 제보가 많아지고 여기서 다시 특종이 나오는 '선순환'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중 MBC에서 가장 돋보이는 프로그램은 역시나 전통의 < PD수첩 >이었다. 지난 11일 방송된 < PD수첩 > '2018 대한민국과 < PD수첩 >' 편은 한 해 동안 MBC의 야성이 어떻게 드러났는가를 잘 보여주는 '요약 정리'였다.
 
되살아나는 MBC의 야성

  
 2018년 12월 11일 방송된 < PD수첩 > 연말특집 1부 '2018년 대한민국과 PD수첩 - 침묵을 깬 용기'편 중 한 장면

2018년 12월 11일 방송된 < PD수첩 > 연말특집 1부 '2018년 대한민국과 PD수첩 - 침묵을 깬 용기'편 중 한 장면 ⓒ MBC

 
"우리 조선일보는 정권을 창출시킬 수도 있고 정권을 퇴출시킬 수도 있습니다. 정권 운운하면서 저한테 협박을 해대니까 저 때문에 정권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그런 걸로까지 제가 심각한 협박을 느꼈죠." - 조현오 전 경찰청장

< PD수첩 >은 지난 7월 24일과 31일 방송된 '장자연 사건' 2부작에서 과감한 실명보도로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재조사를 추동했다. 당시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MBC와 인터뷰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인터뷰는 꽤나 직설적이었다. 11일 방송에서는 장자연 사건 재조사 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난 권재진 전 법무부 장관의 실명이 추가됐다. 이날 장자연 사건과 관련된 재조사와 < PD수첩 >의 보도에 대해 진행자인 한학수 PD는 이렇게 자평했다.
 
 2018년 12월 11일 방송된 < PD수첩 > 연말특집 1부 '2018년 대한민국과 PD수첩 - 침묵을 깬 용기'편 중 한 장면

2018년 12월 11일 방송된 < PD수첩 > 연말특집 1부 '2018년 대한민국과 PD수첩 - 침묵을 깬 용기'편 중 한 장면 ⓒ MBC

  
 2018년 12월 11일 방송된 < PD수첩 > 연말특집 1부 '2018년 대한민국과 PD수첩 - 침묵을 깬 용기'편 중 한 장면

2018년 12월 11일 방송된 < PD수첩 > 연말특집 1부 '2018년 대한민국과 PD수첩 - 침묵을 깬 용기'편 중 한 장면 ⓒ MBC

 
"총체적 경찰의 부실 수사, 검찰의 소극적인 수사 지휘, 그 뒤에서 언론의 역할을 저버린 채 사주의 가족을 보호하려고 했던 거대 언론, 그들이 감추려고 했던 비밀이 어디까지 드러날 수 있을지 끝까지 지켜봐야 합니다."
 

지난 3월과 8월 2회에 걸쳐 방송된 김기덕·조재현의 성폭력 폭로 역시 < PD수첩 >이 올 한 해 집요하게 추적한 이슈였다. 11일 < PD수첩 >은 김기덕 감독이 카자흐스탄에서 현지 스태프와 함께 신작을 촬영 중이라는 소식을 보도했다. '미투' 이후 가해자로 지목받은 이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혹은 '백래시'를 통해 어떻게 2차 가해를 이어나가는지를 확인하는 보도가 아닐 수 없었다.
   
 2018년 12월 11일 방송된 < PD수첩 > 연말특집 1부 '2018년 대한민국과 PD수첩 - 침묵을 깬 용기'편 중 한 장면

2018년 12월 11일 방송된 < PD수첩 > 연말특집 1부 '2018년 대한민국과 PD수첩 - 침묵을 깬 용기'편 중 한 장면 ⓒ MBC

  
 2018년 12월 11일 방송된 < PD수첩 > 연말특집 1부 '2018년 대한민국과 PD수첩 - 침묵을 깬 용기'편 중 한 장면

2018년 12월 11일 방송된 < PD수첩 > 연말특집 1부 '2018년 대한민국과 PD수첩 - 침묵을 깬 용기'편 중 한 장면 ⓒ MBC

 
< PD수첩 >은 서지현 검사의 폭로를 다룬 또 '미투' 사건들과 함께 부동산 투기 강사들의 현재도 다시금 조명했다. 지난 10월 방송된 '미친 아파트값의 비밀'편을 통해 큰 파장을 일으켰던 만큼, 이 후속보도 역시 놓칠 수 없었던 부분이리라.

< PD수첩 >을 비롯한 MBC 탐사보도의 특종과 파장은 <뉴스데스크>나 여타 시사교양 프로그램과의 연계로 이어지고 있다. 예컨대, <조선일보>와의 '전쟁'이 그 좋은 예다.

< PD수첩 > '장자연 사건' 2부작에서 조현오 전 청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조선일보>와 장자연 사건 관련성을 폭로했던 MBC는 이후 <뉴스데스크> 11월 16일 방송에서 '조선일보 손녀 갑질' 사건을 최초 보도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았다.
 
이어 지난 12일 방송된 MBC <실화탐사대>는 '충격폭로! 재벌가 어린 자녀들의 갑질' 편을 통해 재벌가의 전 운전기사들을 취재함으로서 재벌가 자녀들 사이에 만연한 '갑질' 문화를 고발했다. <뉴스데스크> 역시 13일 "방정오 TV조선 전 대표, 과거사 조사단 출석"과 같은 단독 보도를 통해 '조선일보 일가'에 대한 보도를 이어가는 중이다.
 
MBC 출신 손석희 사장이 증명해낸 바 있다. 보도부문의 신뢰도와 경쟁력이 방송사 전체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결국 MBC 역시 발 빠르고 경쟁력 있는 뉴스와 탐사보도를 통해 낮아진 신뢰도를 회복할 때, 드라마와 예능 부문 역시 되살아 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당면한 거시적 과제와 내외의 우환의 해결책은 또 다른 해법을 요하는 문제겠지만. 1년 후, MBC 최승호 사장의 바람대로 시청자들은 "MBC, 완전히 돌아왔네!"라고 칭찬할 수 있을까. 해법은 간단하진 않지만 이미 제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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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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