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캐슬>의 한 장면

의 한 장면ⓒ JTBC

 
"우리 예빈인 도둑질을 한 게 아니라 스트레스를 푼 거야. 내 딸한텐 그게 게임이고 놀이였을 뿐이라고. 새벽부터 오밤중까지 하루 온종일 학교로 학원으로 내몰리는 아이가 스트레스가 없겠니? 네 식대로 하면 당장 학원 관둬야지. 난 그렇게 못해. 한국 같은 경쟁 사회에서 어떻게 학원을 끊어. 난 내 식대로 내 딸 관리해."

JTBC < SKY 캐슬 >을 보면서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지난 5회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한서진(염정아)은 둘째 딸 예빈(이지원)의 탈선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예빈이 편의점 내의 과자를 수시로 훔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를 묵인했다. 오히려 편의점 점주를 찾아가 돈을 건네며, CCTV 영상을 지워달라고 요청했다. 이렇듯 서진은 뒤탈이 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었다. 그것이 엄마의 역할인 양 말이다.

그리고 자신의 딸의 도둑질을 지적하는 이수임(이태란)을 찾아가 따진다. 도둑질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푼 것뿐이고, 그저 게임이고 놀이였을 뿐이라 항변한다. "그렇게 키워서 괜찮겠니?"라고 묻는 수임에게 "그래, 난 이렇게 해서라도 내 딸들 명문대 보낼거야. 이보다 더한 일도 할 수 있어. 그래야 내 딸들도 최소한 나만큼은 살 수 있으니까"라고 쐐기를 박는다. 수임은 말문이 막힌다. 

도대체 서진은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남편이 아무리 잘 나가도, 네가 아무리 성공해도 자식이 실패하면 그건 쪽박 인생이야." 한서진을 움직이는 건 '자식의 성공'이다. 그 성공이란 오로지 '명문대에 진학'시키는 것이었다. 아마도 서진은 자신의 딸이 절도가 아니라 그보다 더한 짓을 저지른다고 해도 지금처럼 행동할 게 뻔하다. 딸의 의대 진학에 대한 집착, 그 어긋난 욕망이 서진을 괴물로 만들어 버렸다.
 
 <SKY 캐슬>의 한 장면

의 한 장면ⓒ JTBC

 
그런데 괴물이 된 건 서진뿐일까. 그런 서진 밑에서 자라난 예서(김혜윤)와 예빈도 괴물이 되기 직전이다. 1등이 전부라 훈육받았던 예서는 자기밖에 모르는 아이가 됐다. 주위 친구들을 무시하는 독단적인 성격을 지니게 됐다.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성공을 위한 도주쯤으로 여긴다. 안하무인이다. 설령 예서가 의대에 들어가 의사가 된들 제대로 된 의술을 베풀 수 있을까? 환자를 생각하는 의사가 될 수 있을까?

예빈은 엄마와 언니에 반발하지만,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을 상실한 채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치지만,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것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걸 (알고 있겠지만) 누구도 똑바로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혼내지 않았다. 제대로 된 '어른'이 주변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대로 두면 예빈은 어떤 어른으로 자라게 될까. 예서보다 불안한 건 오히려 예빈일지도 모르겠다. 

어른에게 바락바락 대들고, "재수없다"고 무례한 언행을 저지르는 첫째 딸의 잘못을 지적하기보다 두둔하고, 둘째 딸의 도둑질을 혼내기보다 스트레스를 푼 거라 합리화하는 서진은 경악스러웠다. 

딱 맞는 사례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드라마를 보며 문득 얼마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한 초등학생의 폭언이 떠올랐다. 아이는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손녀였고 방정오 TV조선 대표이사 전무의 딸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에 불과한 아이가 입에 담은 말들은 섬뜩하기 짝이 없었다. 
 
 방정오 TV조선 대표는 자신의 딸의 폭언에 대해 대신 사과했다.

방정오 TV조선 대표는 자신의 딸의 폭언에 대해 대신 사과했다.ⓒ MBC

 
"돈 벌려면 똑바로 벌어."
"아저씨는 장애인이야. 팔, 다리, 얼굴, 귀, 입, 특히 입하고 귀가 없는 장애인이라고. 미친 사람이야."
"일단은 잘못된 게 네 엄마, 아빠가 널 교육을 잘못시키고 이상했던 거야. 돈도 없어서 병원하고 치과도 못 갔던 거야 가난해서."
"아저씨 진짜 해고당하게.. 나 아저씨 보기 싫어 진짜로. 아저씨 죽으면 좋겠어. 그게 내 소원이야. 아저씨 죽어라."


녹취가 공개된 후 파장이 커지자 방정오 전무는 "자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저를 꾸짖어 주십시오"라는 사과문과 함께 자리에서 물러났다. 드라마에서 서진이 자신의 딸을 감싸고 돌았던 장면은 '교육이 무엇인지, 부모의 역할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묻고 있었다. 초등학생의 운전기사를 향한 폭언 영상 역시, 여론의 화살이 그 부모를 향했던 것을 보면 맥락은 다르지 않다. '괴물'이 '괴물'을 낳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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