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랜드'를 아십니까?
 
 시즌 전 스프링 캠프에 참여했던 롯데 포수 4인방(나원탁,나종덕,김사훈,강동관)

시즌 전 스프링 캠프에 참여했던 롯데 포수 4인방(나원탁,나종덕,김사훈,강동관) ⓒ 롯데 자이언츠

 
올시즌 7위에 그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롯데 자이언츠지만 타선의 화력 만큼은 리그 상위팀 못지않게 강력했다. 하지만 내년 시즌을 앞둔 롯데 야수진의 고민은 여전하다. 바로 공수 모두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포수 자리다.

시즌 초반 나종덕과 나원탁, 김사훈이 번갈아가며 포수 자리에서 주전 오디션을 받았지만 1군 주전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재활을 끝마친 안중열이 8월에 합류하기 전까지 롯데는 안방의 약점을 채우지 못했다. 안중열 합류 후 경기력이 살아난 것을 감안하면 한뼘 차이로 놓친 가을행 티켓은 포수진의 부진 탓이 컸다.

사실 롯데 포수들의 고전은 어느정도 예견되었던 일이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취득한 강민호가 삼성으로 떠났기 때문이다. 2005년부터 12년 가까이 붙박이 주전이던 강민호가 떠난 자리는 쉽게 메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갑작스러운 강민호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롯데는 외부 영입 대신 기존 선수들을 육성해 공백을 메우겠다는 심산이었다. 2017 신인 드래프트 포수 최대어로 꼽힌 이른바 '나나랜드'라 불리었던 나종덕과 나원탁을 중심으로 육성에 힘을 쏟았다. 실제로 시범경기에서 나원탁은 타격, 나종덕은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희망을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막상 정규시즌이 시작되자 이들의 경험 부족과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나원탁은 선발로 출장한 개막전에서 도루 저지를 위한 송구를 하다 선발투수 듀브론트를 맞추는 등 수비 약점을 지우지 못했다.

고졸 2년차 포수 나종덕은 시즌 내내 최악의 타격 결과(타율 0.124, 규정타석 30%이상 충족 타자 393명중 역대 최하위)를 남기며 아쉬움을 남겼다. 결국 지난해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던 롯데 포수 중 누구도 인상적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나종덕은 또다시 마무리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중이고 나원탁과 강동관은 내년 시즌 군복무로 인해 팀에서 빠지게 되었다. 도돌이표인 셈이다.

오아시스 같았던 안중열·김준태의 합류, 그러나...
 
 올시즌 롯데 안방의 단비 같은 존재였던 안중열

올시즌 롯데 안방의 단비 같은 존재였던 안중열 ⓒ 롯데 자이언츠

  
한 조각 희망도 없어 보였던 2018 롯데 안방에도 '볕들 날'은 있었다. 2015년 다자간 트레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된 포수 안중열이 긴 재활을 마치고 1군에 복귀한 것이다. 안중열은 트레이드 당시인 2015년과 2016년 주전 강민호의 백업으로 일천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신인답지 않은 모습을 종종 보였다.

그러나 2016년말 덕아웃에서 넘어지는 부상으로 팔꿈치를 다쳤고 재활 과정에서 뼈가 웃자라는 바람에 생각보다 공백이 매우 길어졌다. 만 2년 만에 돌아온 안방이었지만 안중열은 다른 경쟁자들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포수답지 않게 재빠른 몸을 활용한 블로킹으로 홈 베이스를 지켰고 타석에선 의외의 클러치 능력을 보여주며 구멍같았던 9번 타순에서 적시타를 종종 터뜨렸다. 확실히 안중열 합류 후 롯데는 다른 팀이 되었다.

그리고 2016년 이후 상무에 입대했던 강민호의 또 다른 백업포수 김준태 역시 돌아온다. 포수 치고 특이하게 좌타자인 김준태는 우투수에 매우 강하고 좌투수에 매우 약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좌투수에 강한 안중열과 플래툰으로 활용하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안중열과 김준태가 합류한 포수진은 적어도 올시즌 전반기보다는 훨씬 안정감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위험요소는 분명히 있다. 안중열의 경우 2년의 공백이 있었을 정도로 몸 상태에서 확신을 가지기 어렵다. 선수 본인도 팔꿈치 통증은 이제 안고 가야하는 부분이라고 밝혔을 만큼 완벽하다고 할 수 없는 상태다.

김준태 역시 상무에서 팔꿈치 수술을 받고 8월달을 제외하면 올 시즌 내내 상무에서 지명타자로 뛰었다. 포수로서 어느정도 플레이를 보일지 미지수다. 거기에 이제 군복무를 마친 김준태와 달리 안중열은 군 미필 선수다. 내년에 25세가 되는 안중열은 군문제 해결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나이다.

대형 포수 있다고 육성이 안될까?
 
 FA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포수 양의지

FA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포수 양의지 ⓒ 두산 베어스

 
포수 육성을 선언한 롯데의 특징은 안방에 확실한 중심을 잡아줄 대형 선수 없이 육성 플랜을 가동한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은 집토끼였던 대형 포수 강민호를 놓치고 신인급 선수들로 안방을 꾸렸다. 올시즌 역시 FA시장에 양의지와 이재원이라는 대어급 포수 FA가 풀렸지만 롯데는 육성을 말하며 영입전에 참전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롯데가 간과하는 것이 있다. 대형포수가 있다고 해서 육성이 안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포지션을 불문하고 해당 포지션에 리그 정상급 선수가 있다면 신인급 야수 육성이 더 빨라질 수도 있다.

신인급 선수들이 성장할 때에 코치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같은 포지션에 보고 배울 롤모델 선배 역시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 당장 롯데의 경우만 봐도 확고한 주전 선수가 사라진 2018시즌은 포수 육성에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었다.

그러나 강민호가 확실하게 자리를 잡고 있던 시기에는 신인급 포수였던 장성우, 김준태, 안중열 같은 선수들이 순조롭게 1군에 연착륙해 큰 부담없이 백업으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롤모델 없이 바로 전쟁터에 내던지듯 출전했던 '나나랜드'와 확실한 백업 경험을 쌓았던 안중열이 보였던 경기력의 차이는 아마 프로 초창기 롤모델의 존재 여부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다. 국제 무대와 한국시리즈 등 큰 무대를 두루 경험한 양의지는 젊은 포수들에게 더 할 나위 없는 포수 교과서다.

올 시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그래도 롯데는 포수 유망주가 가장 많은 팀 중 하나다. 내년 롯데 안방을 구성할 김준태, 안중열, 나종덕 모두 연령별 대표팀 주전 포수를 경험했을 정도로 재능을 인정받은 선수들이다. 군에 입대한 나원탁과 강동관 역시 마찬가지로 연령별 대표팀을 경험했었다.

지금은 비록 실망스럽지만 이들을 확실하게 이끌어줄 롤모델이 존재하게 된다면 포수가 구멍이었고 고민거리었던 롯데가 단숨에 포수왕국으로 탈바꿈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대형 포수를 영입하는 것이 성적과 육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최적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2018시즌 롯데는 타고투저의 리그 흐름을 역행한 벤치의 판단 미숙과 여러 악재가 겹치며 비록 7위에 그쳤지만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보여준 팀이다. 화끈한 공격력과 탄탄한 불펜진은 마지막까지 기적을 향해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선발진과 불안한 포수진의 약점만 해결되면 롯데는 가을야구를 넘어 그 이상을 꿈꿀 수 있는 팀이 될 잠재력이 충분하다. 포수진 육성과 롯데의 오랜 숙원인 대권 도전,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력 보강을 위한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관련 기사] '공수겸비' 양의지 영입, 망설일 이유 없다

[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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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이정민 / 김정학 기자) 본 기사는 스포츠전문지[케이비리포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기사 문의 및 스포츠 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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