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화면 캡처.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화면 캡처. ⓒ SBS


"직장도 관뒀다. 결혼도 못하겠지 당연히, 인생 끝이다, 난 죽겠구나, 그런 생각이 너무 많이 들고 사람이 죽으면 (동영상을) 유작이라고 하는데 내가 그렇게 되지 않을까. 끝인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너무 무서웠다. 사람들이 부모님에게 네 딸 어디서 봤다 그럴까봐 무섭다. (...) 왜 이제야 밝혀질까. 그런 사이트 운영하는 사람이면 이 사람이 별짓을 다했구나. 근데 이렇게 잘살 줄은 몰랐다. 너무 억울하고 날 팔아서 그 돈을 벌었을까. 자신이 모르는 사람을 이용해서 뻔뻔하게 잘 사는 것 같아서..."

위디스크 등 각종 웹하드 사이트에 성관계 동영상이 유포된 피해 여성의 말이다. 이 여성은 지난 2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양 회장은 어떻게 괴물이 되었나? 웹하드 제국과 검은돈의 비밀' 편에 출연해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연인과 함께 찾은 숙박업소에서 몰래 설치된 카메라로 자신도 모르는 새 불법 촬영당했다. 

피해자는 계속해서 고통을 호소했다. "사람들한테 말을 못한다"며 "말을 하면 누군가 알게 될 것 같고, 보게 될 거 같고, 지금 말을 하니까 다시 힘들어지는 것 같다. 부모님한테도 말을 못했다. 앞으로도 말 못할 것 같다"고 괴로운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우연히 자신의 영상을 위디스크에서 접하고 업로더 80명을 고소했지만, 경찰은 6명만 겨우 찾아내 조사했다. 경찰은 "(피고소인이) 연락을 안 받으면 방법이 없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렇게 피해자가 죽음과도 같은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동안 가해자 중 한 명인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은 무엇을 하고, 어떤 이익을 봤을까.   

양 회장의 돈 벌이, 피해자의 죽음 값 
 
 양진호 회장 별장 내 호화 시설.

양진호 회장 별장 내 호화 시설. ⓒ SBS

 
 양진호 회장 별장 내 호화 시설

양진호 회장 별장 내 호화 시설 ⓒ SBS

 
지난해 양 회장 소유의 위디스크와 파일노리 두 회사는 37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리벤지 포르노·몰카 등 불법 동영상으로 얻은 수익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 양 회장이 쉽게 돈을 버는 동안 피해자들은 죽음에 한 걸음씩 더 가까워져 갔다.    

이날 <그것이 알고 싶다>에선 양 회장의 탈세 및 비자금 조성 의혹도 다뤘다. 경상개발연구비 지출 등을 통해 90억~160억 원가량 탈세를 한 정황이 포착됐다. 5년간 꾸준히 이뤄진 240억 원의 계열사 배당과 이면계약서 등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도 추적했다.

그는 이러한 자금으로 6개 로펌과 거래하며 자문비용도 수시로 지출했다. 그의 불법 행위엔 항상 법의 방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날 방송에선 값비싼 오디오 시스템과 보이차, 침향 등으로 꾸며진 그의 별장 사진도 공개됐다. 모두 성범죄 동영상 피해자들의 피눈물, 목숨값으로 번 돈이었다. 
 
양 회장은 지난 7일 긴급체포 뒤 협박·강요·폭행·마약복용·불법동영상 유포 방조 등 10가지 혐의로 9일 구속됐다. 그의 직원 폭행과 갑질, 충격적인 행각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지 열흘 만이었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말 <그것이 알고 싶다>는 '왕 회장'이라는 가명으로 그를 지목하며 그가 이른바 '웹하드 카르텔'의 정점에 있는 인물이라고 보도했다. 제작진은 4개월여 만의 후속 방송을 통해 양 회장의 개인 범죄와 성관계 동영상 불법 유통의 세계를 한 번 더 조명했다. 대체로 그간 나온 언론 보도를 정리·종합하는 수준이었지만, 피해자의 육성을 통해 피해 실태를 더욱 깊이있게 조명하면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들도 일부 다뤄졌다.   

특히 양 회장에게 폭행과 갑질, 가혹행위를 당한 전·현직 직원, 지방대 김아무개 교수 등의 생생한 육성이 전파를 탔다. 방송은 한 사람의 악인이 얼마나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했는지, 하나같이 외부와의 관계를 끊고 은둔해 있는 피해자들이 얼마나 괴로운 심정 속에 있는지 조명했다. 이들은 양 회장에게 피해를 입고도 법적 대응을 하기까지 수년이 걸릴 정도로 두려움이 컸고, 제작진이 찾아갔을 때도 카메라 앞에 서길 오랫동안 망설였다.  
 
 양진호 회장이 도메인을 운영한 해외 지점들.

양진호 회장이 도메인을 운영한 해외 지점들. ⓒ SBS

 
"해외 거점 중 하나인 필리핀에서 불법 음란물 영상을 올리는 일을 했다. 필리핀에선 올리다 걸리면 거의 죽음일 정도로 처벌이 세다. '나는 할 수 없다'해서 소환당해서 잘렸다. 호스트와 도메인을 통해 여러 나라에 진출하려고 생각했었구나 알게됐다. 피해자인데 피의자로 바뀐 사람도 몇 명 있다. 양진호, 유OO, 임OO. 이런 사람들을 제대로 비판해 줬으면 좋겠다." (전 직원 진술)
 
"영상을 볼 때마다 맞은 기억이 생생하고 맞았던 부위가 아픈 것 같았다. 입사 1년 만에 퇴사했다. 글 올린 지 12시간 만에 연락을 받았다. IP 추적으로 날 찾은 거다. 내가 직접 갈 때까지 전화와 문자를 계속했다. 그 분을 거역할 수 없는 조직문화다. 회사긴 한데 왕국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 첫 직장에서 해방되고 싶어서 섬으로 간 거다." (폭행 피해 전 직원 진술) 
 
"때리고 가래침 먹이고... 입에 콱 넣고 때리고 그랬다. 머리채를 잡고, 그 냄새가 아직도 나는 것 같다. 아직도 그가 한 말을 잊지 못한다. 취조를 하는 동안 가족의 신상정보를 다 적으라고 했다. (애들 다니는) 초등학교 이름을 적고, 애들 휴대전화 번호까지 다 적어줬다. (양 회장이) 올 12월 안으로 자살해라, 그것만이 네 가족이 편하게 살 수 있는 길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아무개 교수 진술)
 
 양진호 회장에게 폭행당한 전 직원.

양진호 회장에게 폭행당한 전 직원. ⓒ SBS


양 회장의 전처와 대학 동창인 김 교수는 2013년 불려가 3시간 동안 집단폭행을 당했다. 그는 중간중간 흐느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가 양 회장 집무실에서 집단폭행을 당하는 동안 누구 하나 신고하는 이가 없었다. 이 일로 양 회장과 공동폭행한 직원들(친동생 체대 동창들)은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무혐의)을 받았다. 현재 사건은 김 교수의 검찰 항고를 통해 재수사가 재개된 상황이다. 
   
박상규 <셜록> 기자는 "양 회장의 재산이 1000억 원이 넘지만 차명으로 관리되고 있다, 본인 재산은 자기 집 정도"라며 "이혼소송에서 부인으로부터 되레 양육비를 받아내는 결과를 이끌어냈다"고 전했다.  
 
 양진호 회장과 그 동생에게 3시간 동안 폭행당한 교수가 피해 사실을 진술하고 있다.

양진호 회장과 그 동생에게 3시간 동안 폭행당한 교수가 피해 사실을 진술하고 있다. ⓒ SBS

  
제작진은 또 경찰수사에 대비해 양 회장의 지시로 조직적인 증거인멸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양 회장의 휴대전화 교체, 회사 하드디스크 교체, 서류 파쇄 등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사기관은 그의 혐의를 얼마나 입증해낼 수 있을까. 현재 양 회장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에 따르면 자신에게 적용된 10가지 혐의를 대체로 시인하고 있으나, 필터링을 조작·무력화한 부분을 부인하고 있다. 여타 혐의는 피해자와의 합의를 통해 해결 가능하거나 처벌 수위가 낮지만 불법 동영상 유포 및 방조는 가장 중한 혐의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반 업로더가 올려서 가져가는 수익을 줄이려면 우리(직원)가 올리는 수밖에 없었다"거나 "아이디를 수시로 바꿔가면서 동영상을 업로드했다" "헤비 업로더를 독려하는 한편 직원들에게 업로드하도록 유도했다" "올리는 걸 거부하면 해고했다"는 복수 증언을 다수 확보했기에 불법 영상 '유포 정범'으로 기소하는 데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또 경찰은 그의 현금 흐름을 추적하면서 이것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간 정황은 없는지 조심스럽게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웹하드 및 P2P 업체 50여 개... 규제 안돼 
 
 양진호 회장에 대해 진술하는 전 직원.

양진호 회장에 대해 진술하는 전 직원. ⓒ SBS

 
그러나 양진호 한 사람을 처벌한다고 해서 불법 성관계 동영상 공유가 근절되는 것은 아니다. 국내 웹하드 및 P2P 업체는 50여 개로, 불법 동영상을 경쟁적으로 올리는 곳은 양 회장 업체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웹하드 업체에게 불법 영상 삭제 및 필터링 의무를 부과하는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2년째 계류 중이다. 관련 사업자들의 반발 때문이다. 법 위반 시 해당 법안은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을 규정하고 있다. 또 모바일에서 불법 영상들을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보도록 바뀌는 경향이 있음에도 전혀 규제가 안 되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양 회장의 갑질과 엽기 행위는 사실 이곳저곳에서 거절당한 제보였다고 한다. 그의 엽기 행각에도 불구하고 일개 중소기업 오너인 그의 위치상 보도 가치가 높지 않다고 판단한 언론사가 많았던 것이다. 그러던 중 지난 7월 추악하고 견고한 국내 웹하드 카르텔이 보도되면서 그의 개인적인 범죄도 조명받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의 갑질이 시민의 공분을 샀고, 이것이 불법 영상 수사를 촉진한 측면이 크지만, 진정한 핵심은 웹하드 카르텔의 완전한 해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자신의 잘못이 아닌 불법 영상 유출로 고통받는 피해자가 있고, 아무 죄책감 없이 이것을 업로드하고 다운받는 사람들이 있다. 여성들은 '나의 일상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다'라고 외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 제기와 고통이 공허한 메아리가 돼버리고 피해자는 방치되고 숨어버렸다. 숙박업소나 화장실 같은 장소에 카메라가 있고, 몰래 촬영된 영상을 사고파는 시장이 형성돼 있는 사회는 정상적인 사회라고 할 수 없다. 여성들의 피해와 고통을 돈벌이로 이용하고 소비하는 행태를 이번 사건을 통해 뿌리 뽑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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