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분, 인천 유나이티드의 문선민이 오른발 슛으로 골을 노리는 순간. 그러나 공은 왼쪽 기둥에 맞고 나왔다.

78분, 인천 유나이티드의 문선민이 오른발 슛으로 골을 노리는 순간. 그러나 공은 왼쪽 기둥에 맞고 나왔다.ⓒ 심재철


가을 축구장에 선수는 물론 팬들의 눈물도 뚝뚝 떨어졌다. 비교적 일찍 만든 2-0 점수판을 쳐다보며 인천 유나이티드는 쉽게 이기는 줄 알았지만 후반전 중반에 그것이 3-2로 뒤집혔다. 그러나 곧바로 VAR(비디오 판독 심판) 룸에서 무전이 날아와 강원 FC의 세 번째 골이 취소됐다.

그렇게 벼랑 끝에 내몰린 줄 알았던 인천 유나이티드가 89분에 만세를 부르며 눈물을 쏟아냈다. 프로 데뷔 2년차 이정빈의 오른발 끝에서 믿기 힘든 결승골이 터져나온 것이다. 후반전 교체 선수로 들어가서 12분만에 자신의 프로 데뷔골을 터뜨린 이정빈은 골문 뒤 관중석을 가득 메우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특별한 서포터즈 비상(飛上)원정대를 향해 달려가 울먹였다. 팬들이 붙여준 별명 '축구 천재'의 드라마가 지금 막 시작됐다는 것을 알리는 듯했다.

욘 안데르센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10일 오후 2시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축구장에서 벌어진 2018 K리그 원 36라운드 강원 FC와의 어웨이 경기에서 3-2 펠레 스코어 승리를 거두었다. 이로써 인천은 10위까지 뛰어올라 강등권 탈출 가능성을 널리 알렸다.

가을 축구장을 떠날 수 없는 이유

어웨이 팀 인천 유나이티드는 지난 3일 상주 상무와의 홈 경기 2-1 승리 직후부터 이번 36라운드 춘천 어웨이 게임 응원 준비를 시작했다. 구단에서 버스를 3대 정도 대여하면 되는 줄 알았지만 팬들의 열기는 상상을 뛰어넘었다. 신청 1차 마감 이후에도 팬들이 몰리고 또 몰려들어 무려 8대의 버스가 10일(토) 오전 9시부터 숭의 아레나를 출발했다. 또 하나의 K리그 역사로 적히고 있는 '비상(飛上)원정대'가 그렇게 이어진 것이다.

지난 8월 19일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바로 그곳 춘천에서 떠올리기 싫은 0-7 참패의 기록을 안고 돌아오며 고개를 숙였다. 현재는 그보다 더한 2부리그 강등 위기를 겪고 있기에 두 가지 숙제를 풀기 위해 더 이를 악물고 뛰었다. 
 
 3분, 아길라르의 프리킥을 받아 오른발 발리슛으로 멋진 첫 골을 터뜨리는 인천 유나이티드 골잡이 무고사(9번)

3분, 아길라르의 프리킥을 받아 오른발 발리슛으로 멋진 첫 골을 터뜨리는 인천 유나이티드 골잡이 무고사(9번)ⓒ 심재철

 
경기 시작 후 3분만에 인천 유나이티드의 첫 골이 터졌다. 왼쪽 측면에서 얻은 프리킥 세트 피스를 미드필더 아길라르가 재치있게 올렸고 강원 FC 수비수들 뒤를 돌아 도망나온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가 기막힌 동작으로 오른발 발리슛을 강원 골문 왼쪽 구석에 꽂아넣었다. 상대 선수들이 예측하지 못한 세트 피스의 묘미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이 기세를 몰아 19분에 오른쪽 풀백 정동윤이 시원한 왼발 30미터 중거리슛으로 추가골까지 넣었다. 8월 19일 0-7 참패의 기억을 지우기 위해 어느 때보다도 간절하게 뛰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라운드에서 전남 드래곤즈를 1-0으로 물리치고 K리그 1 잔류를 확정한 강원 FC가 이대로 물러설 팀이 아니었다. 간판 골잡이 제리치의 득점왕 도전 과제도 남아있기에 그들도 골을 넣어야 할 이유는 충분한 것이다.

전반전 끝나기 전에 강원 FC의 추격이 시작됐다. 43분, 노련한 미드필더 정석화의 논스톱 패스를 받은 제리치가 인천 유나이티드 골문 정면에서 강력한 오른발 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공이 정산 골키퍼 바로 왼쪽으로 날아왔지만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속도였다.
 
 43분, 강원 FC 골잡이 제리치가 도저히 막을 수 없는 강력한 오른발 골을 터뜨리는 순간

43분, 강원 FC 골잡이 제리치가 도저히 막을 수 없는 강력한 오른발 골을 터뜨리는 순간ⓒ 심재철

 
인천 유나이티드 MF '이정빈', 감동의 눈물 흘리다

홈 팀 강원 FC의 김병수 감독은 후반전 인천 유나이티드의 급한 마음을 흔들기 위해 두 장의 교체 카드를 적절히 활용했다. 56분에 김지현을 빼고 슈퍼 서브 디에고를 들여보냈고, 85분에는 오른쪽 풀백 박창준을 빼고 골잡이 정조국을 들여보낸 것이다.

특히 디에고는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경기 때마다 골을 터뜨리며 분루를 삼키게 했던 주인공이어서 인천 유나이티드의 후반전 수비 라인에 비상이 걸렸다. 힘이 넘치는 드리블로 그라운드 곳곳을 휘젓고 다니는 디에고까지 막아야 하는 인천 유나이티드는 69분에 결국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다. 오른쪽 측면에서 넘어온 공을 제리치가 건드렸고 왼쪽에서 기다린 맥고완이 가볍게 밀어넣은 것이다.

이렇게 춘천의 가을 하늘이 더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74분에 디에고의 발끝에서 첫 번째 반전이 만들어졌다. 왼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디에고의 역습 드리블은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을 하나 둘씩 떨어져나가게 했고 결국 인천 유나이티드 골 라인을 통과했다. 강원 FC 서포터즈 나르샤도 3-2 대역전극에 환호성을 보내주었다. 

하지만 김용우 주심은 골 선언을 하지 못했다. VAR 룸에서 긴급 연락이 온 것이다. 강원 FC 제리치의 마지막 패스가 이어진 순간 디에고의 위치가 간발의 차로 오프 사이드였다. 2부심의 깃발이 올라가지 않은 것을 VAR 시스템으로 정확하게 잡아낸 것이다.

가슴을 쓸어내린 인천 유나이티드 벤치에서는 급히 선수 교체를 단행했다. 77분, 아길라르를 빼고 이정빈을 들여보낸 것이다. 지난 해 인천 유나이티드의 파랑 검정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에 데뷔하여 8경기밖에 뛰지 못한 이정빈이 올해도 많은 기회를 잡지는 못했지만 R리그에서 꾸준히 좋은 감각을 유지한 덕분이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이정빈의 극장골이 춘천 하늘에 울려퍼졌다. 89분, 교체로 들어온 동료 임은수의 역습 패스를 받은 이정빈이 과감하게 공을 몰고 들어가다가 오른발 슛을 때려넣었다. 그의 바로 앞에 강원 FC 센터백 발렌티노스와 김오규가 가로막고 있었지만 그 사이를 꿰뚫어버린 회심의 골이었다.
 
 89분, 인천 유나이티드 이정빈(왼쪽 두 번째)이 오른발 슛으로 3-2 펠레 스코어 결승골을 터뜨리는 순간

89분, 인천 유나이티드 이정빈(왼쪽 두 번째)이 오른발 슛으로 3-2 펠레 스코어 결승골을 터뜨리는 순간ⓒ 심재철

 
프로 데뷔 20번째 경기에서 비로소 첫 골을 터뜨린 이정빈은 뒤도 안 돌아보고 인천 유나이티드 서포터즈 비상원정대를 향해 달려나갔다. 그리고는 유니폼에 붙은 엠블럼을 부여잡고 눈물을 쏟았다. 그도 울고 비상원정대도 울었다. 

3-2로 경기를 끝낸 인천 유나이티드 이정빈은 곧바로 이어진 MBC SPORTS+2와의 인터뷰를 통해 비상원정대 팬들과 부모님께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는데 그에게 마이크를 들어주고 있던 정순주 아나운서도 눈물을 흘려 이를 지켜보고 있던 많은 축구팬들에게도 감동을 이어주었다.

비록 먼저 36라운드를 끝냈지만 이 승리로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순위를 한 계단 더 끌어올려 10위(36점 8승 12무 16패 51득점 68실점)가 됐다. 바로 위 FC 서울까지 승점 1점 차이로 위협할 수 있는 자리까지 올라온 것이다. 그래서 24일(토) 오후 2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지는 경인 더비가 두 팀의 이번 시즌 운명을 갈라놓을 것으로 보인다.

9위 FC 서울(승점 37, 37득점), 10위 인천 유나이티드(승점 36, 51득점), 11위 상주 상무(승점 36, 40득점), 12위 전남 드래곤즈(승점 32, 39득점)의 모든 경기는 그들에게 벼랑 끝 바로 거기이기 때문에 가을 축구장을 떠날 수가 없다.

2018 K리그 원 36R 결과(10일 오후 2시,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 강원 FC 2-3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무고사(3분,도움-아길라르), 정동윤(19분,도움-아길라르), 이정빈(89분,도움-임은수) / 제리치(43분,도움-정석화), 맥고완(69분,도움-제리치)]

◎ 강원 FC 선수들
FW : 김지현(56분↔디에고), 제리치
MF : 오범석, 맥고완, 이현식, 정석화
DF : 정승용, 발렌티노스, 김오규, 박창준(85분↔정조국)
GK : 이범영

◎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
FW : 무고사(85분↔김정호)
AMF : 문선민, 아길라르(77분↔이정빈), 고슬기(60분↔임은수), 남준재
DMF : 한석종
DF : 김진야, 부노자, 김대중, 정동윤
GK : 정산

◇ 주요 경기 기록 비교
점유율 : 강원 FC 60%, 인천 유나이티드 FC 40%
유효 슛 : 강원 FC 10개, 인천 유나이티드 FC 10개
슛 : 강원 FC 17개, 인천 유나이티드 FC 21개
코너킥 : 강원 FC 8개, 인천 유나이티드 FC 6개
프리킥 : 강원 FC 10개, 인천 유나이티드 FC 12개
오프사이드 : 강원 FC 1개, 인천 유나이티드 FC 0개
파울 : 강원 FC 10개, 인천 유나이티드 FC 12개
경고 : 강원 FC 0장, 인천 유나이티드 FC 1장(10분 고슬기)

◇ 2018 K리그 1 하위 스플릿 현재(11월 10일) 순위표(같은 승점=다득점 우대)
7위 강원 FC 36경기 43점 11승 10무 15패 55득점 59실점 -4 
*** K리그1 잔류 확정
8위 대구 FC 35경기 43점 12승 7무 16패 44득점 55실점 -11  *** K리그1 잔류 확정
9위 FC 서울 35경기 37점 8승 13무 14패 37득점 44실점 -7
10위 인천 유나이티드 FC 36경기 36점 8승 12무 16패 51득점 68실점 -17
11위 상주 상무 35경기 36점 9승 9무 17패 40득점 51실점 -11
12위 전남 드래곤즈 35경기 32점 8승 8무 19패 39득점 61실점 -22

◇ 2018 K리그 1 하위 스플릿 남은 경기 일정(왼쪽이 홈 팀)
11월 11일(일) 36라운드 ☆ FC 서울 - 전남 드래곤즈 / 대구 FC - 상주 상무
11월 24일(토) 37라운드
☆ FC 서울 - 인천 유나이티드 FC / 상주 상무 - 강원 FC / 전남 드래곤즈 - 대구 FC
12월 1일(토) 38라운드(최종)
☆ 인천 유나이티드 FC - 전남 드래곤즈 / 상주 상무 - FC 서울 / 강원 FC - 대구 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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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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