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 파크에서 진행된 2018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경기에서 선발투수 류현진이 공을 던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 파크에서 진행된 2018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경기에서 선발투수 류현진이 공을 던지고 있다.ⓒ EPA/연합뉴스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두 손을 꽉 잡은 팬들의 간절한 염원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치러진 '2018시즌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5차전. 에이스인 클레이튼 커쇼를 내세워 시리즈 반전을 노리던 LA 다저스는 보스턴 레드삭스에 1대 5로 완패하며 2년 연속 정상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미 동부와 서부를 대표하는 구단인 레드삭스와 다저스가 102년 만에 격돌한다는 점에서 이번 월드시리즈는 시작 전부터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류현진이 한국인 최초로 월드시리즈 마운드에 선발투수로 오른다는 점에서도 국내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다저스가 이날 패하면서 월드시리즈 우승의 꿈도, 기대를 모았던 류현진의 6차전 등판도 물거품이 됐다. 

주력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즌을 치러야 했던 다저스로서는 두고두고 아쉬운 월드시리즈였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투타 모두에서 압도적 기량을 뽐내며 정규시즌 최다승(108승)을 거둔 레드삭스의 우세를 점쳤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선발투수가 우세한 다저스가 해볼만하다는 분석도 있었다. 실제로 경기 내용면으로 볼 때 시리즈를 결정지은 5차전을 제외하면 매 게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빙의 승부가 이어졌다. 

다저스의 패인으로는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용병술이 첫 손에 손꼽힌다. 벤치 싸움에서 밀린 것이 다저스가 월드시리즈 정상 문턱에서 2년 연속 고배를 마시게 된  이유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로버츠는 투수 교체 타이밍은 물론이고 대타 작전에서도 번번이 실패하면서 언론과 팬들로부터 뭇매를 받고 있다. 다저스 팬들이라면, 그리고 류현진의 월드시리즈 6차전 등판을 기대했던 사람들이라면 두고두고 곱씹을 결정적 장면 3가지를 살펴본다. 

[장면①] 2차전 투수교체

1차전 패배의 부담감을 안고 등판한 경기에서 류현진은 4회까지 4안타 5K 1실점으로 호투하고 있었다. 투구수도 51개에 불과해 6~7회까지는 던질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5회 2사후 류현진은 크리스티안 바스케스와 무키 베츠에게 연속 안타를 맞은데 이어, 앤드류 베닌텐디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만루 상황을 맞게 됐다. 로버츠는 이때부터 불펜을 가동시키기 시작한다. 

문제는 로버츠가 선택한 릴리버가 라이언 매드슨이었다는 것. 전날 커쇼가 남겨놓은 승계주자 2명 모두에게 득점을 허용했던 매드슨은 스티브 피어스에게 밀어내기 볼넷, 마르티네스에게 적시 2루타를 맞아 류현진의 자책점을 순식간에 4점으로 불려놨다. 경기가 종료된 후 전문가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당시 투구수가 69구에 불과했던 류현진에게 당시 상황을 맡겼어야 했다는 것.

< FOX스포츠 >의 월드시리즈 해설을 맡았던 프랭크 토머스와 알렉스 로드리게스, 그리고 데이빗 오티스 등은 이 장면이 이날 게임의 승부처였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날 류현진의 투구가 훌륭했다고 평가하면서 투수를 교체한 로버츠의 결단은 실수라고 이구동성으로 비판했다.

특히 로드리게스는 "류현진을 꼭 거기서 빼야했는지 의문이다. 볼넷을 내주기는 했지만 나는 그가 피어스를 잡을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는 이날 피어스를 봉쇄했다. 그를 믿고 가야 했다"고 꼬집었다. 로버츠의 성급한 투수교체가 패인이었다는 것이다. 

[장면②] 4차전 투수교체

시리즈의 분수령이었던 4차전에서 호투하던 리치 힐을 교체한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등판한 힐은 특유의 칼날 제구력과 날카로운 커브를 앞세워 눈부신 피칭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날 7회 1사까지 힐은 1안타만 허용하며 레드삭스 강타선을 철저하게 무력화시켰다. 침묵하던 타선도 폭발해 6회말 상대 실책과 야시엘 푸이그의 3점 홈런이 터지며 4대 0으로 앞서가기 시작했다. 경기의 흐름이 완전히 다저스로 넘어온 상황.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악몽이 다저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7회초 힐은 선두타자인 잰더 보가츠에게 볼넷을 허용했으나 다음 타자인 에두아르도 누네즈를 삼진으로 잡고 안정을 찾는 듯했다. 그러나 로버츠는 투구수 91개에 불과한 힐을 내리고 스캇 알렉산더를 올렸다. 힐이 챔피언십 시리즈 4차전 등판 이후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올라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다소 이른 교체였다. 레드삭스 타선이 이날 힐의 투구에 완벽하게 가로막히고 있었기 때문에 선수를 믿고 이닝을 맡길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로버츠는 투수교체를 단행했고 다저스에게 끔찍한 재앙이 내리기 시작했다. 영점이 잡히지 않은 알렉산더는 브록 홀트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고 강판됐다. 문제는 다음에 올라온 투수가 하필이면 매드슨이었다는 것. 매드슨은 첫 타자인 브래들리 주니어를 2루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불을 끄는가 싶더니 투수 타석에서 대타로 나온 미치 모어랜드에게 3점 홈런을 허용하며 게임을 미궁 속으로 빠트렸다. 매드슨은 이번 시리즈에서 승계주자를 모두 홈으로 불러들며 다저스팬들의 역적이 됐다. 

다저스 불펜은 이후 모어랜드의 홈런으로 기세가 오른 레드삭스 타선에 초토화당했다. 선발 힐에게 6과 3분의 1이닝 동안 무득점으로 농락당했던 레드삭스는 이후 2와 3분의 2이닝 동안 매드슨, 켄리 잰슨, 딜런 플로로, 알렉스 우드, 마에다 켄타 등 5명의 투수를 상대로 대거 9득점하면서 게임을 뒤집었다. 이날 다저스는 다 잡았던 경기를 내주며 전날 승리한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장면③] 마무리 잰슨의 '불쇼'
 
 LA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 사진은 지난 10일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NLCS 1차전 연습 전 기자회견 모습.

LA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 사진은 지난 10일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NLCS 1차전 연습 전 기자회견 모습.ⓒ 연합뉴스


로버츠가 마무리 잰슨을 8회에, 그것도 두 번씩이나 등판시킨 것도 결과적으로 악수가 됐다는 지적이다. 잰슨은 역대 월드시리즈 최장이닝, 최장시간 기록을 갈아치운 3차전 혈투의 숨은 조역이었다. 그는 팀이 2대 1로 이기고 있던 8회초에 등판해 브래들리 주니어에게 동점 홈런을 허용했다. 다행히 연장 18회 맥시 먼스의 끝내기 홈런으로 팀이 이기기는 했지만 3차전 불펜 과부하의 악영향이 4차전에서 그대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이날의 동점 홈런은 뼈아팠다. 

잰슨은 '불쇼'는 다음날에도 이어졌다. 한 점 차로 쫓기고 있던 4차전 8회초에 등판한 잰슨은 피어스에게 또 다시 통한의 동점 홈런을 허용했다. 잰슨은 질 수 없는 경기이자, 절대로 져서는 안 되는 경기에서 잇따라 홈런을 맞으며 체면을 구겼고 결국 팀도 와르르 무너졌다. 전문가와 팬들 사이에서는 9회 등판이 익숙한 잰슨을 8회에 출격시킨 로버츠의 결단이 과연 적절했는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겁다. 포스트시즌 들어 팀내에서 가장 강력한 구위를 뽑내던 페드로 바에즈를 승부처에 등판시키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이다. 바에즈를 8회에, 잰슨을 9회에 내보냈어야 했다는 것이다. 

로버츠의 이상한 용병술은 시리즈 내내 큰 논란이 됐다. 로버츠는 '좌우놀이'에 집착한 나머지 팀내 파워 히터들인 먼시, 코디 벨린저, 작 피더슨 등을 들쑥날쑥 기용해 타선의 응집력과 파괴력을 극대화시키지 못했다. 대타 작전도 번번이 실패해 알렉스 코라 레드삭스 감독과 대조를 이뤘다. 특히 논쟁적인 부분은 투수교체 타이밍이다. 이례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나서 비판할 정도로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로버츠의 섣부른 판단이 팀 패배로 직결됐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숱한 화제를 낳았던 2018 월드시리즈는 레드삭스의 승리로 막을 내렸지만 여운은 좀처럼 가시질 않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했던 다저스의 입장에서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듯 싶다. 시리즈 향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3가지 장면을 떠올리면 더더욱 그렇다.

만약 로버츠가 승부처에서 다른 선택을 했었더라면 어땠을까. 어쩌면 월드시리즈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었을지 모른다. 류현진의 6차전 등판이, 다저스가 품었던 30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의 꿈이 이처럼 허무하게 끝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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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 '바람 부는 언덕에서 세상을 만나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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