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 4강 팀 '핵심 선수'... 왼쪽부터 중국 주팅(25세·198cm), 이탈리아 에고누(21세·193cm), 세르비아 보스코비치(22세·193cm)

세계선수권 4강 팀 '핵심 선수'... 왼쪽부터 중국 주팅(25세·198cm), 이탈리아 에고누(21세·193cm), 세르비아 보스코비치(22세·193cm) ⓒ 국제배구연맹

 
2018 여자배구 세계선수권 대회가 세계 최강자를 가리는 막판 경쟁에 돌입했다. 19일 준결승과 20일 결승전을 통해 우승 팀을 결정한다.

준결승은 19일 오후 1시 40분(아래 한국시간) 세르비아-네덜란드, 오후 4시 10분 중국-이탈리아 대결로 펼쳐진다. 오후 7시 20분에는 일본-미국이 5-6위 결정전을 갖는다. 

대망의 결승전은 20일 오후 7시 40분에 열린다. 준결승과 결승전은 모두 일본 요코하마 아레나(1만7000명 수용)에서 경기를 한다.

이번 세계선수권은 유럽의 초강세 흐름에 아시아 중국이 포함된 구도가 됐다. 반면 북중미와 남미는 4강 진출 팀이 없다. 한국 여자배구 입장에서는 중국이 4강권에 들어갔다는 점도 의미 있는 대목이다. 내년에 있을 도쿄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올림픽 세계예선전과 대륙별 예선전에서 한국의 올림픽 티켓 획득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스포츠 전문 채널인 SPOTV+는 19일 준결승 2경기를 모두 생중계한다. 결승전은 다음 날인 21일 오전 8시에 녹화 중계한다.

4강 팀 핵심 주전... 20대 젊고-190cm대 장신들

준결승에 오른 4팀은 세계 배구의 최신 흐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한국 여자배구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4팀은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20대 초중반의 젊고 파워를 갖춘 장신 선수들이 팀의 핵심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특히 팀의 주축 선수들은 대부분 190cm가 넘는 장신이다. 190cm가 넘지 않으면, 주 공격수 자리는 명함조차 내밀기 어려운 상황이 돼가고 있다. 이는 여자배구가 세계 4강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기본 필수 조건'이 됐다는 점을 잘 보여준 셈이다.

4팀의 핵심 선수를 살펴보면 한 눈에 알 수 있다. 중국은 레프트 주팅(25세·198cm), 장창닝(24세·193cm), 센터 위안신웨(23세·201cm)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세르비아는 라이트 보스코비치(22세·193cm), 레프트 브란키차(28세·190cm) 쌍포가 강력하다. 핵심은 단연 보스코비치다.

이탈리아도 20대 초반의 장신 선수들이 팀을 이끌어간다. 특히 라이트 에고누(21세·193cm)는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득점 부문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레프트는 파워가 강한 실라(24세·184cm)가 주축이다. 주전 센터인 키리켈라(25세·194cm), 안나 다네시(23세·198cm)도 20대 초중반의 초장신이다.

네덜란드는 라이트 로네케 슬루티어스(29세·191cm)가 주 공격수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에고누와 득점왕 경쟁을 하고 있다. 레프트도 아네 바위스(28세·191cm), 플라크(24세·190cm) 등 장신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노장 주축' 미국·브라질의 실패... 브라질은 '단신화'까지 겹쳐

반면 세계랭킹 2위 미국과 4위 브라질은 4강 진출에 실패했다. 30대 위주로 구성된 주전 선수들의 하향세, 젊고 강력한 주 공격수의 부재가 주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브라질은 6강 진출마저 탈락했다. 주전 선수의 신장이 '단신화'되면서 더욱 한계를 드러냈다. 브라질 공격수들의 신장은 4강 팀과 달리 대부분 185cm 이하로 구성됐다. 심지어 주전 센터진도 190cm가 안된다.

브라질, 일본, 태국은 단신 군단임에도 토털 배구를 바탕으로 하는 스피드 배구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팀이다. 특히 일본은 수비력까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세계 4강권에 진입하는 데 단신 군단은 큰 장애 요소라는 점이 이번에도 여실히 증명됐다.

한국 여자배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진정으로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고 본선에서 메달에 도전할 생각이 있다면, 세계 4강 팀들이 갖추고 있는 필수 조건을 외면해선 안되기 때문이다.

한국이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4강에 진입한 것도 25세의 젊고 강력한 주 공격수 김연경의 존재감과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장신화였다. 당시 주전 멤버들의 신장을 보면, 러시아 등 일부 팀을 제외하고 세계 강호 어느 팀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았다.

'최장신 3인방' 은퇴 이후 '대표팀 단신화' 우려

현재도 여자배구 대표팀은 '장신 군단'을 유지하고 있다. 김연경(31세·192cm), 박정아(26세·187cm), 양효진(30세·190cm), 김수지(32세·188cm) 등으로 구성된 주전 멤버들의 평균 신장은 중국을 제외하고 세계 강호들과 비교해 그다지 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파워와 스피드에서 밀리기 때문에 세계 상위권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 4강 팀의 주전 멤버들은 190cm대 장신임에도 파워·스피드가 한국보다 강하고 빠르다. 센터진의 블로킹과 속공 수준도 더 높다.

문제는 그나마 유지해 온 장신화도 머지않아 사라질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김연경, 양효진, 김수지의 나이를 감안할 때, 대표팀 은퇴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력과 체력도 하향세를 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필 이들 3인방이 대표팀에서 최장신들이다. 한꺼번에 은퇴할 경우, 급격한 단신화가 우려될 수밖에 없다.

현재 한국 여자배구는 완성된 스피드 배구를 구사하는 팀도 아니고, 수비 조직력이 일본·태국처럼 탄탄하지도 않다. 파워와 스피드도 세계 강호들에게 뒤진다. 그런 어중간한 상태에서 공격수와 센터진이 단신화마저 된다면, 국제대회 경쟁력이 한순간에 급추락할 수 있다.

추락도 문제지만, 다시 회복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배구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세계 최고 완성형 공격수인 김연경 한 명만 빠져도 국제대회 성적이 크게 우려되는데, 단신화까지 겹친다면 아시아에서도 중위권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드러난 중위권 국가들의 빠른 성장세를 보더라도 근거 있는 지적이다.

배구협회·KOVO, '장신 유망주 육성' 실천할까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대표팀을 책임지는 대한민국배구협회와 프로배구를 관장하는 한국배구연맹(KOVO)은 올해 대표팀 감독 전임제를 도입하면서 '유망주 육성'을 핵심 조건으로 내걸었다. 여기에서 유망주는 '장신 유망주'가 핵심이다. 세계 배구의 흐름이 급격히 장신화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남자배구나 여자배구나 똑같다.

배구협회와 KOVO는 지난 1월 국가대표팀 지원과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동 협력'을 선언했다. 주요 내용은 배구협회가 KOVO의 지원을 바탕으로 '국가대표 감독 전임제'를 도입하고, 국가대표팀 훈련에 8명 내외의 '배구 유망주'를 포함해 훈련시킨다는 것이었다.

그에 따라 KOVO는 지난 3월 국가대표팀 지원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남녀 국가대표의 국제경쟁력 강화 및 2020 도쿄 올림픽 동반 진출을 위해 한국배구연맹(KOVO)은 연간 약 6억 원을 대한민국배구협회에 지원하며, 이는 국가대표 감독 전임제, 유망주 선수 추가 훈련비 등을 위해 집행된다"고 밝혔다.

두 단체가 대표팀 전임 감독제를 도입하면서 유망주 육성을 특별히 계속해서 강조한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실천하느냐다. 눈앞의 성적에 급급하면 결코 해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말만 거창하게 앞세웠다가 시간이 지나면 도로아미타불 된 전례도 적지 않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겠다고 해봐야 소는 돌아오지 않는다. 은퇴하고자 하는 선수를 붙잡고 계속 희생을 요구할 수도 없다. 한국 배구가 세계 무대에서 처한 냉혹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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