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막판이 되면 전쟁을 방불케 하는 치열한 가을야구 쟁탈전이 벌어지지만 사실 KBO리그의 '가을야구 경쟁률'은 낮은 편이다. 메이저리그는 2012년부터 와일드카드를 한 장 더 늘렸음에도 여전히 30개 구단 중 10개 팀에게만 가을야구 티켓을 주어진다. 반면에 KBO리그는 5위까지 가을야구를 경험할 수 있다. 총원이 10명 밖에 없는 반에서 5등 안에만 들면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5위로 가을야구 막차를 타는 팀에게 주어지는 핸디캡은 가혹하리만큼 심하다. 팬들의 큰 지지 속에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지만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 전까진 홈경기 없이 원정에서 열리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에서 연승을 거둬야 한다. 5위팀에게는 패배는 물론이고 무승부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에이스 투수들이 대기하고 있는 가을야구에서 원정 2연전 연승은 결코 쉽지 않은 미션이다.

실제로 지난 2015년 와일드카드 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난 3년 동안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정규 시즌 5위팀이 4위팀을 꺾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올해도 6위 삼성 라이온즈에 승차 없이 가까스로 5위를 차지한 KIA타이거즈가 일찌감치 가을야구 진출을 확정 지은 넥센 히어로즈에 비해 크게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과연 역대 4번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지난 3년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

4위에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준PO 위한 워밍업에 불과하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 연속 가을야구 무대를 밟으며 한 번의 준우승을 기록했던 넥센은 작년 시즌 7위에 그친 데 이어 올 시즌에도 하위권으로 분류됐다. 물론 홈런왕 박병호의 컴백과 이정후, 최원태의 발굴 같은 호재도 있었지만 이장석 대표의 구속 수감과 김세현(KIA), 윤석민(KT위즈) 등 다시 시작된 주력 선수 트레이드 등 악재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난 5월에는 조상우와 박동원이 성폭행 사건에 연루돼 팀을 이탈했다.

하지만 고척돔의 영웅들은 보란 듯이 정규 시즌에서 75승을 따내며 1년 만에 가을야구 무대에 복귀했다. 타율 .355를 기록한 이정후는 24년 전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2년 차 징크스'를 분실 신고했고 복귀 첫 시즌 출루율(.457)과 장타율(.718) 타이틀을 따낸 박병호는 그야말로 '명불허전'이었다. 매년 그런 것처럼 송성문, 김규민, 김혜성 등 대체 자원들의 활약도 기대 이상이었다. 
 
 16일 오후 부산 동래구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박병호가 2회말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 서 있다. 2018.9.16

지난 9월 16일 오후 부산 동래구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박병호가 2회말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 서 있다. ⓒ 연합뉴스


가을야구를 앞두고 넥센이 더욱 기대하는 부분은 마이클 초이스의 대체 외국인 선수 제리 샌즈의 활약이다. 총액 10만 달러에 넥센 유니폼을 입은 샌즈는 첫 13경기에서 타율 .195 2홈런8타점으로 부진했다. 하지만 샌즈는 시즌 막판 11경기에서 3번의 멀티 홈런을 포함해 41타수18안타(타율 .439) 10홈런29타점을 쓸어 담았다. 샌즈의 활약이 가을야구에서도 이어진다면 넥센은 박병호와 김하성, 샌즈로 이어지는 위력적인 중심타선을 구축할 수 있다.

다만 정규 시즌 13승으로 팀 내 최다승을 기록했던 최원태의 부상 악재는 장정석 감독의 커다란 고민거리다. 최원태의 이탈로 인해 넥센은 가을야구에서 4인 로테이션 활용이 사실상 힘들어졌다. 두 외국인 투수와 한현희까지는 준비돼 있지만 안우진, 이승호, 김성민 같은 젊은 투수들은 아직 큰 경기 경험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불펜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을 감수하면서 오주원을 선발로 돌리는 모험을 하기도 쉽지 않다.

넥센은 와일드 카드 결정 1차전에서 외국인 에이스 제이크 브리검을 선발로 예고했다. 한 경기의 여유가 있다곤 하지만 휴식일 확보와 원활한 투수 로테이션을 위해서라도 1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내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올 시즌 평균자책점 6위(3.84), 탈삼진 4위(175개), 이닝 1위(199이닝)에 빛나는 브리검의 어깨가 매우 무겁다.

'디펜딩 챔피언'의 WC 결정전, 이제 5위가 4위 이길 때 됐다

작년 한국시리즈 우승에 빛나는 KIA는 올해 두산 베어스에 선두 자리를 내준 채 중위권의 험난한 혼란 속에 빠져 들고 말았다. .295의 팀 타율과 865점의 팀 득점(이상 2위)을 자랑하는 공격력은 여전히 남 부러울 게 없었지만 작년 시즌 4.79였던 팀 평균자책점이 5.40(9위)으로 추락하면서 투타의 균형이 어긋나고 말았다.

지난 2년 동안 35승 408.1이닝을 책임졌던 외국인 투수 헥터 노에시가 11승10패4.60으로 가까스로 체면치레를 했고 재계약에 성공한 팻 딘은 시즌 중반 선발진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여기에 최근 5년 동안 933.2이닝을 던진 에이스 양현종마저 들쭉날쭉한 투구를 보여줬으니 선발진이 제대로 돌아갔을 리 만무했다. 김기태 감독은 43세의 KBO리그 최고참 투수 임창용을 후반기 선발 투수로 활용했을 정도로 투수 운용이 힘들었다.

타선에서는 안치홍이 타율 .342 23홈런118타점을 기록하며 리그 정상급 타자로 성장했고 최형우 역시 5년 연속 3할20홈런100타점 시즌을 만들어냈다. 한국 나이로 38세의 베테랑임에도 여전히 KIA의 핫코너를 지키며 타율 .280 20홈런69타점을 기록한 이범호의 노익장도 경이롭다. 다만 이명기의 부상과 김선빈의 타율 하락으로 인해 작년에 비해 타선의 짜임새가 다소 떨어진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와일드 카드 결정전의 최대 변수로 꼽히던 KIA의 에이스 양현종은 1차전 선발 투수로 나설 예정이다. 양현종은 지난 3일 삼성전에서 3이닝 5실점을 기록한 후 늑간근 미세손상으로 정규 시즌을 조금 일찍 마지만 지난 12일 불펜 투구를 소화하며 가을야구 등판에 대한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양현종이 어떤 구위와 투구내용을 선보이느냐에 따라 와일드카드 결정전의 향방도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양현종, '1회부터 위기라니'  27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1회말 무사 만루에서 KIA 선발 양현종이 투구 준비를 하고 있다. 2018.9.27

지난 9월 27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1회말 무사 만루에서 KIA 선발 양현종이 투구 준비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KIA는 지난 2016년에도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LG를 상대로 1승을 거뒀던 경험이 있다. 이는 지난 3년 간 와일드카드 결정전 4경기에서 5위가 4위를 꺾었던 유일한 기록이기도 하다. 비록 원정에서 경기를 치르지만 '전국구 인기 구단'인 KIA가 1차전을 잡아낸다면 충분히 상승흐름을 탈 수 있다. KIA에게는 패하면 바로 시즌이 끝나는 경기인 만큼 투수를 아끼지 말고 과감한 교체를 통한 총력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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