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올드한 작품이 아닌가 하는 관객분들의 우려가 있는 것을 저희도 알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관점을 바꿔서 보신다면 정말 즐겁게 누릴 수 있는 행복한 공연이 될 수 있다. 그럼 저희도 더 행복한 마음으로 공연할 수 있을 것 같다." (배우 손민아)

번안, 각색된 작품이지만 한국의 정서를 그대로 담아내 '창작보다 더 창작같은'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 지난 11일 오후 제막식을 열고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지하철 1호선>은 폴커 루트비히의 '리니에 1'(1호선)을 학전 김민기 대표가 번안, 각색한 작품이다. 이번 제막식에선 원작 연출가 폴커 루트비히, 작곡가 비르거 하이만의 흉상을 기존에 만들어져있던 김광석 흉상 옆에 새로 만들어 공개했다.
 
 학전 블루 소극장 앞에 마련된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의 원작 작곡가 비르거 하이만, 연출가 폴커 루트비히의 흉상

학전 블루 소극장 앞에 마련된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의 원작 작곡가 비르거 하이만, 연출가 폴커 루트비히의 흉상ⓒ 서정준

 
지난 8일 개막해 3회차 공연을 맞이한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1998년 IMF 시대를 배경으로 연변 처녀 '선녀'가 중국에서 만난 한국 남자친구 '제비'를 찾아온 뒤 서울역과 청량리역을 오가는 지하철 1호선에서 다양한 인간군상을 만나며 겪는 이야기를 그렸다. 20년 전 배경이지만 아직까지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한국의 불편한 모습, 따듯한 모습 등이 극 전반에 걸쳐 느린 호흡으로 재생된다.

내용은 변하지 않았지만, 음악에는 변화가 있었다. 남북정상회담 환송 공연 '하나의 봄'을 만든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은 정재일 음악감독이 작품에 참여해 건반, 기타, 베이스기타, 드럼, 바이올린, 아코디언, 퍼커션의 7개 악기를 사용하는 5인 밴드로 변화를 줬다. 특히 아코디언의 멜로디는 이국적이면서도 향수를 부르는 느낌이 더해져 머나먼 외국을 보는 듯한 느낌의 20년 전 서울을 재현하는데 큰 기여를 더했다.

선녀 역 장혜민, 안경 역 이홍재, 걸레 역 제은빈, 철수 역 정재혁, 제비 역 김태영, 빨강바지 역 손민아, 문디 역 박근식, 곰보할매 역 최새봄, 날탕 역 이승우, 땅쇠 역 손진영, 포인터 역 윤겸이 출연해 오는 12월 30일까지 100회차를 원 캐스트로 선보인다. 또 대학로 인기스타로 자리매김한 배우 김재범, 김종구, 최재웅 등 50여명이 100회차 공연 중 어딘가에 카메오로 등장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갖게 만든다.
 
 빨강바지 역 손민아 배우

빨강바지 역 손민아 배우ⓒ 학전

 
제막식에 이어 열린 이날 공연은 학전 식구(학전 출신 배우, 관계자)들이 극장을 가득 메워 노래 하나 몸짓 하나에도 열렬한 환호성을 보냈다. 이날 빨강바지 역할로 공연을 마친 배우 손민아는 "다른 때보다 더 긴장되더라. 선배님들이 보러 오셔서 내가 '오버'하고 있나 싶은 불안한 마음도 생겼지만, 극에 몰입하며 차분히 풀어가려 했다. 마지막에 2층에서 '선녀'를 바라보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나더라. 오늘은 감기 기운이 있어 조금 아쉬웠지만, 앞으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며 앞으로의 공연에 대해 각오를 다졌다.
 
 <지하철 1호선> 제막식에 참여한 배우 설경구

<지하철 1호선> 제막식에 참여한 배우 설경구ⓒ 서정준

 
 <지하철 1호선> 제막식에 참여한 배우 김윤석과 장현성

<지하철 1호선> 제막식에 참여한 배우 김윤석과 장현성ⓒ 서정준


그렇다면 <지하철 1호선>을 거쳐간 선배 배우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현재 학전 블루 바로 앞 세우아트센터에서 가족뮤지컬 '어른동생', 연극 '형제의 밤'을 연출 중인 조선형 연출은 "너무 감동적으로 봤다. 소름끼치고 눈물날 뻔 했다. 13년 전에 출연했었는데 대사 하나, 동선 하나 기억나더라. 다시 <지하철 1호선>이 달리기 시작해 감동적이고 감사드린다"며 학전 식구들의 끈끈한 정을 느끼게 했다.

조 연출은 이어 "IMF 이야기가 배경인지라 일각에선 '지금 시대와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더라. 하지만, 오늘 공연을 보니 '클래식'이 된 느낌이었다"며 새로운 <지하철 1호선>을 본 소감을 전했다.

조선형 연출은 끝으로 "대학로 처음 왔을 때 김민기 선생님께 많은 걸 배워서 지금까지 작품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건강히 잘 지내시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학전'과 김민기 대표에게 애정어린 말을 건넸다.

또 2000년 '선녀' 역으로 무대에 올랐던 배우 배해선은 흡사 '<지하철 1호선> 홍보대사' 같은 모습이었다. 12월 쯤 게스트로 출연 예정이라고 밝힌 그녀는 제막식부터 공연 후 리셉션까지 쉬지 않고 돌아다니며 선후배들과 인사를 나눴다. 또 취재온 기자들에게 "첫 무대 올라갈 때보다 더 떨린다"며 소감을 이야기하는 등 자신의 작품처럼 자랑을 했다. 그녀는 제막식 이전에도 연습실을 찾아 계속해서 새로운 <지하철 1호선>을 응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9월 11일 오후 <지하철 1호선> 공연이 끝난 뒤 극장 앞마당에서 열린 리셉션 현장.

9월 11일 오후 <지하철 1호선> 공연이 끝난 뒤 극장 앞마당에서 열린 리셉션 현장.ⓒ 서정준

 
이들 외에도 '학전 독수리 오형제'로 불리는 장현성, 김윤석, 설경구는 제막식은 물론, 공연 관람과 리셉션까지 참여해 끈끈한 애정을 과시했다. 리셉션에 참여한 학전 식구들 중 일부는 극장 앞마당에 주저앉아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등 <지하철 1호선>처럼 과거에는 흔했지만, 요즘에 보기 힘든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한편, 제막식 이후에도 <지하철 1호선>은 계속 달린다. 당장 12일 오후에도 '폴커 루트비히와 그립스 테아터의 아시아적 변용-지하철 1호선을 중심으로'라는 다소 긴 제목의 학술포럼이 학전 블루에서 열린다. 정재왈 금천문화재단 대표, 장은수 한국외국어대 독문학과 교수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서정준 시민기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twoasone/)에도 실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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