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발매된 러블리즈의 인스트루멘탈 앨범 < Muse On Music >.  같은 회사 선배 인피니트에 이어 아이돌로선 두번째, 걸그룹으론 최초의 연주곡 음반을 내놓았다.

지난 10일 발매된 러블리즈의 인스트루멘탈 앨범 < Muse On Music >. 같은 회사 선배 인피니트에 이어 아이돌로선 두번째, 걸그룹으론 최초의 연주곡 음반을 내놓았다.ⓒ 울림엔터테인먼트


"사장님이 미쳤어요."

간혹 길을 걷다보면 좋은 품질의 제품을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한다는 의미에서 이런 문구를 써놓은 상점을 발견한다.

러블리즈의 새 음반 < Muse on Music >을 바라볼 때 생각난 문장도 이와 비슷했다.  달리 말하면 울림엔터테인먼트(러블리즈 소속사) 사장님이 이번에도 큰 일을 하나 저질렀다.

연주 버전만으로 3CD 음반 제작
 
 지난 2014년에 발매된 인피니트의 < The Origin >. 아이돌 그룹 최초의 연주곡 음반으로 화제를 모았다.

지난 2014년에 발매된 인피니트의 < The Origin >. 아이돌 그룹 최초의 연주곡 음반으로 화제를 모았다.ⓒ 울림엔터테인먼트


몇몇 가수 및 그룹들의 음반 혹은 디지털 싱글을 살펴보다가 타이틀곡의 인스트루멘탈 트랙(보컬 부분이 제외된 연주곡 버전)이 자리 하나를 차지하는 일을 가끔 목격하곤 한다. 

보통 음반의 수록곡 숫자를 채워넣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활용되곤 하는데 울림 측에선 여기서 발상의 전환을 꾀했다. 기존 발표 음반에는 연주곡을 넣지 않는 대신 이들만 따로 모아 아예 별도의 음반을 제작, 출시한 것이다.

첫 시도는 지난 2014년에 나온 그룹 인피니트의 < The Origin >이었다.   2010년부터 4년여간 발표된 인피니트의 음반에 담긴 곡을 간추려 새로운 믹싱 및 마스터링 과정을 거쳐 총 3CD 형태로 발매한 바 있다.

3만장 한정 제작이었던 이 음반은 판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될 만큼 팬들의 환영을 받았고 4년이 지난 2018년, 역시 같은 회사 소속 러블리즈의 33개 연주곡을 담은 3장짜리 음반 < Muse On Music >을 새롭게 선보였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점이 생긴다. 보컬이 제외된 연주곡, 심하게 말하면 그냥 '반주'에 불과할 수도 있는 버전들만 모아 음반으로 내는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리마스터링 작업... 원곡과는 차별화된 재미 선사
 
 지난 10일 발매된 러블리즈의 인스트루멘탈 앨범 < Muse On Music >. 수록곡의 필사본 악보를 책자 형태로 첨부한 점이 이채롭다..

지난 10일 발매된 러블리즈의 인스트루멘탈 앨범 < Muse On Music >. 수록곡의 필사본 악보를 책자 형태로 첨부한 점이 이채롭다..ⓒ 울림엔터테인먼트


실제로 < Muse On Music >에 수록된 곡들은  특별한 추가 녹음 없이도 기존 버전과는 구별되는 연주 음반만의 생동감을 선사한다.

총 33곡의 연주 트랙은 단순히 보컬만 제외된 것이 아니라 믹싱 및 리마스터링으로 불리는 보정 작업을 거쳐 수록되었다.

일반적인 가요/팝 녹음은 사람의 목소리를 강조해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악기 소리는 가급적 가수보다 한발짝 뒤에 물러선 것처럼 들리도록 가공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인피니트와 마찬가지로 러블리즈의 연주 음반에선 보컬이 빠진 만큼 기존 사용된 악기 소리가 그 빈 자리를 메울 수 있도록 보정 작업이 진행됐다.

키보드+베이스+기타+드럼 등 각각의 색깔을 뽐내는 악기들이 마치 어깨동무를 하듯이 동등한 위치에서 제 소리를 낼 수 있게 다듬는다고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스윗튠(인피니트 작업)만 해도 베이스 이태윤(조용필과 위대한 탄생)과 기타 홍준호 등 유명 연주인들의 명연이 곡의 빼대를 튼튼히 만들어줬고 원피스(러블리즈 담당)의 작품에선 낡은 1980년대산 하드웨어 방식 신시사이저가 내뿜는 키보드 선율과 화려한 현악기의 울림이 그 역할을 해낸다.

음반의 시작을 알리는 첫곡 `Destiny(나의 지구)`만 하더라도 "이런 악기 소리가 있었나?" 할만큼 기존 화려했던 신시사이저+현악기 외에도 재즈풍 기타 선율이 곡 중간에 등장,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러블리즈의 공연 애창곡으로 팬들에게 사랑받는 `1cm`에서도 8비트 옛날 전자오락스런 배경 소리와 함께 통통 튀는 일렉트릭 기타 배킹 및 솔로 연주가 그 어느 때보다 귀에 쏙쏙 들어온다.

시각적 요소 배제... 듣는 음악 + 소리에 대한 자신감
 
 러블리즈

러블리즈ⓒ 울림엔터테인먼트


지금은 과거에 비해선 나아진 편이지만 아이돌 음악에 대한 대중들의 선입견은 여전히 존재한다. "음악보단 춤 등 시각적인 면을 앞세운다", "가수로서 실력이 떨어진다" 등등.

선배그룹 인피니트도 그랬지만 러블리즈 역시 이런 편견을 타파하기 위한, 그리고 음악에 대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스윗튠의 작품을 중심으로 활동을 펼쳤던 인피니트와 달리 러블리즈의 주요 활동곡은 윤상이 이끈 작곡팀 원피스가 담당했다. 아쉽게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론 원피스의 작품들을 러블리즈 음반에서 찾아볼 수 없지만 원피스가 만들어준 러블리즈의 노래들은 이 팀의 색깔을 마련해준 일등공신이었다.

1990년대 발라드에 깃든 아련한 정서를 2010년대에 맞게끔 재현하면서 "소리 장인" 윤상 답게 빈틈 없는 사운드로 장식한 곡들은 기존 아이돌과는 차별되는 러블리즈만의 강점이 되어준다.

덕분에 원피스를 중심으로 원택+탁, 알파벳, 심은지 등 다양한 작곡가+프로듀싱팀이 담당한 러블리즈 음악은 작곡 입문자 및 현업 종사자들에게도 마치 교과서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내기도 했다.

서정성을 극대화시키는 케이(KEI)와 시원한 하이톤을 자랑하는 진(JIN)의 목소리 등이 제외된 `아츄(Ah-Choo)`, `Destiny(나의 지구)로도 음악팬들에게 듣는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회사 혹은 사장님의 '무모한 도전'은 기존 러블리즈 음악에 대한 자존심과도 연결된다.

이런 식의 무모함이라면 언제든지 대환영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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