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지식채널e> '노회찬과 정치인의 자격'의 한 장면.

EBS <지식채널e> '노회찬과 정치인의 자격'의 한 장면.ⓒ ebs


"국희의원 세비를 절반으로 줄이더라도 우리나라 근로 노동자 평균임금의 3배, 최저임금의 5배 가까운 액수입니다. 같이 삽시다. 그리고 같이 잘 삽시다."
 

"같이 잘 삽시다"란 그의 음성은 부드러웠고, 희망에 차 있었으며, 믿음직스러웠다. 그렇게 국회의원들 바로 앞에서 자신들의 특권을 줄이자던 그는 이제 가고 없다. 양심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의원직을 내려놨다.
 
지난달 30일 방송된 EBS <지식채널e> '노회찬과 정치인의 자격'은 그렇게 노회찬의 양심을 강조하고 있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뒤늦게 본 5분여의 이 영상은 다시금 정치인 노회찬의 발자국을, 그 의미를 되돌아보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지식채널e> 특유의 감성적인 화법이 보는 이로 하여금 울컥함을 북돋을 만큼. 그리고 영상 속 "같이 삽시다"란 발언의 전체 내용은 이러했다.
 
"제가 있는 의원회관 5층을 청소하는 청소노동자 중 한분에게 여쭤보니 새벽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하면서 약 130만 원가량의 월급을 받습니다. 주말에 특근까지 해야만 140만 원이 조금 넘는 액수를 수령할 뿐입니다. 국회의원 세비를 반으로 줄이더라도 우리나라 근로자 평균 임금의 세배, 최저임금의 다섯배 가까운 액수입니다.

같이 삽시다. 그리고 같이 잘 삽시다. 평균임금이 오르고 최저임금이 오른 후에 국회의원 세비를 올려도 되지 않겠습니까? 20대 국회가 먼저 나서서 고통을 분담하고, 상생하는 모범을 만듭시다."
 

정치인 노회찬이 정의당 원내대표로서 국회 본회의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나선 것은 지난 2016년 7월이었다. "정의를 실현하는 20대 국회를 만듭시다"라는 제목으로 동료들에게 읍소하고 때로는 질책하고 타일렀던 그의 음성을 듣고 있노라면, 진정 품격 있는 연설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밖에도 <지식채널e>는 비록 짧은 영상이지만 더 할 나위 없이 정치인 노회찬의 '품격'을 한 눈에 요약하고 있었다.
 
노회찬의 양심
 
 EBS <지식채널e> '노회찬과 정치인의 자격'의 한 장면.

EBS <지식채널e> '노회찬과 정치인의 자격'의 한 장면.ⓒ ebs

 
"나는 꼴찌로 당선됐다. 원내 의석이 제일 적은 당에서 지역도 아닌 비례대표인데, 그것도 299번째로 당선됐다."
 
2004년 17대 국회에 입성한 당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의 당선은 그 자체로 화제였다. 민주노동당은 정당 투표율 13%를 달성했고, 국민들은 그렇게 비례대표 8번이던 노회찬 후보를 국회로 입성시켰다.
 
반면 자민련의 비례대표 1번 김종필 후보는 가뿐히(?) 낙선했다. 이건 정치사의 유명한 일화고,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식채널e>는 이밖에 눈 여겨 보지 못했다면 알지 못했을 정치인 노회찬의 일화를 담담하게 기술하고 있었다. 예컨대 이런 종류.
 
"정치자금이 부족하다는 말을 하려면 먼저 3,000cc, 4,000cc 하는 검은 세단부터 팔아서 정치자금으로 써야 한다. 해외 출장 갈 때 천만 원에 가까운 퍼스트 클래스 좌석 비용을 정책활동비로 돌려달라고 스스로 선언해야 한다." (2005년 2월 15일 노회찬 의원 난중일기 중에서)
 
이렇게 그의 어록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하지만 그가 정치를 시작할 때 마이너스 3600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었는지, 잘 몰랐다. 더욱이 그가 초선시절부터 국회의원의 특권 내려놓기에 천착했었는지, 상세히 알지 못했다. 그런 사실은 또 있었다.
 
해마다 장미 206송이를 직접 구입, 국회 청소노동자들과 전국의 고마운 여성들에게 보냈었다는 사실도 잘 몰랐다. 그의 관심이 어디로 향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식채널e>는 그 정치인 노회찬의 관심을 이렇게 정리했다.
 
"의정활동 총 7년간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장애인, 소방관, 영세 상인… 서민을 위한 119개 법안을 대표 발의하는 데 쏟아 붓는다."

 
 '그대가 바라보는 곳을 향해, 우리는 걸어갑니다'
 
 고 노회찬 추모문화제 포스터.

고 노회찬 추모문화제 포스터.ⓒ 정의당


그리고 또 몰랐던 사실 하나. 19대 국회였던 2012년, 노회찬 의원이 "한자투성이 국회의원 선서문의 한글화"를 주장했고, 지금은 그 주장이 받아들여져 읽기 쉬운 한글 선서문이 상용된다는 사실.
 
그 선서문과 함께 <지식채널e>는 정치인의 양심을 저버리지 못하고 안타까운 선택을 한 노회찬 원내대표의 영정 행렬과 그를 지켜보는 국회 청소노동자들의 추도 모습을 '오버랩'시켰다. 정치인의 '양심'을 물으면서. 그리고, 9일은 고 노회찬 원내대표의 49재 날이다.

"49재를 이틀 앞두고 다시 그를 생각합니다. '노회찬'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것을 넘어 그가 바라보던 곳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고자 합니다. 많은 분들께서 함께 해주시기를 청합니다. 9월 7일 금요일, 선선한 가을 저녁 7시, 국회 본관 앞 잔디광장입니다."
 
심상정 의원이 6일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이다. 정치인 노회찬이 바라던 곳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발걸음은 이미 시작됐는지 모른다. 같은 날 정의당은 '청년 노회찬'을 키우기 위한 청년 정치인 교육 프로그램 '진보정치 4.0 아카데미'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최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의원은 국회의원 지역선거구 단위로 지구당을 두고 후원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정당법·정치자금법 개정안, 일명 '노회찬 법'을 발의했다. 또한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지난 3일 노회찬 원내대표가 준비했던 사실상 마지막 법안이었던 동의 없는 성관계 시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형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런 발걸음은 49재 당일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시민 작가와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 이정미 대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등이 제안자로 이름을 올린 '노회찬 재단'(가칭) 설립계획을 담은 제안문이 발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날 열리는 추모제의 제목 역시 '그대가 바라보는 곳을 향해, 우리는 걸어갑니다'로 알려졌다. 7일 저녁엔 그 노회찬이 바라봤던 곳을 따라잡고자, 여의도로 발걸음을 옮겨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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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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