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연출가 황민씨가 지난달 27일 밤 만취한 상태로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일으켰습니다. 동승자 2명이 사망했고, 황민씨에게는 구속영장이 청구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대다수 언론이 뮤지컬 배우 박해미씨를 집중 조명했습니다. 사고를 낸 황민씨가 뮤지컬 배우 박해미씨의 남편이기 때문입니다.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은 이 사건을 보도하며 '박해미 남편 차종'과 같은 불필요한 정보까지 보도했고, 자료화면으로는 해당 차량이 등장한 영화의 한 장면을 사용하는 등 선정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타 매체와 마찬가지로 사고 자체가 아닌 박해미씨의 신상과 박해미씨 부부를 조명하는 '시청률 장사' 행태도 보였습니다.

사고 피해자와 박해미씨를 흥밋거리로 소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보도 및 대담을 마친 후 TV조선 진행자는 이례적으로 자사 보도가 올바른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는데요. 과연 진심 어린 반성이었을까요?

'박해미 남편 차종과 코너링'? 꼭 이래야만 하는가
 
 ‘황민 씨 차종 고급 스포츠카’라 소개한 TV조선(8/29)

‘황민 씨 차종 고급 스포츠카’라 소개한 TV조선(8/29)ⓒ 민주언론시민연합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8/29)은 첫 소식으로 이 사건을 다뤘습니다. 패널인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 본부장이 먼저 사건의 개요를 설명하고, 김성수 변호사는 동승자의 사망 원인을 분석했는데요. 이때 갑자기 진행자 김광일 앵커가 "그런데 이번에 사고를 낸 차량은 어떤 차종입니까?"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최병묵 TV조선 해설위원은 해당 차량에 대한 정보를 늘어놨습니다.

최씨는 "D로 시작하는 스포츠카입니다. 굉장히 고급으로 통용되는 스포츠카인데 이게 가속력이 굉장히 뛰어나다고 합니다. 문제는 가속력은 뛰어난데 사실 이 코너링이라고 해서 약간 커브를 돌고 하는 그런 거 있잖아요. 그런 코너링에는 조금 취약하다, 이런 평가를 받고 있는 고급 스포츠카입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인명이 희생된 사고를 보도하면서 사고 차종의 가속력과 코너링까지 과도한 정보를 제공한 것인데요.

여기에 호응해 김광일 앵커는 "추월할 때는 그러니까 조금 취약한 점이 나타나겠군요"라며 어떻게 해서든 사고와 연결시키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최병묵씨도 "물론 지금 이 차의 경우에는 만취 상태로 운전을 했으니까, 뭐 제정신이었겠습니까? 그러니까 그렇지 이 차체만 볼 때는 코너링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전문가들로부터 받고 있습니다"라며 얼버무렸습니다.

기본적으로 인명사고를 흥미 위주로 소비하는 이런 방송 자체가 부적절합니다. 게다가 TV조선은 이 대화가 오갈 때 화면으로 해당 차량의 겉모습과 핸들, 뒷모습을 상세하게 보여줬습니다. 또한 황민씨의 SNS에 게재된 차량 사진까지 노출했습니다. 이는 사고의 원인이 음주운전으로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코너링 부실' 등을 말하면서 애먼 차량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만을 부각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영화 '분노의 질주'까지 등장한 TV조선, 이게 보도인가
 
 △ ‘황민 씨 차종’ 소개하며 영화 ‘분노의 질주’ 보여준 TV조선(8/29)

△ ‘황민 씨 차종’ 소개하며 영화 ‘분노의 질주’ 보여준 TV조선(8/29)ⓒ 민주언론시민연합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송국건씨가 황민씨 일행이 술을 마신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동안 화면에는 영화 <분노의 질주>의 한 장면이 나왔습니다. 영화 등장인물이 가속 페달을 밟아 시민들이 지나다니는 도로를 마구 주행하는 장면입니다. 건물을 들이받아 유리가 깨지고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피하는 모습을 소리까지 담아 보여줬습니다.

'음주운전 사망 사고'를 전하면서 이런 영상을 활용하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지키지 않는 것이며, 사망 사고를 흥밋거리처럼 소비하는 적절하지 못한 태도입니다.

과거 방송 영상까지… 언론은 왜 박해미씨를 괴롭히나
 
 ‘황민 씨 음주운전’에 박해미 씨만 얼굴 노출한 TV조선(8/29)

‘황민 씨 음주운전’에 박해미 씨만 얼굴 노출한 TV조선(8/29)ⓒ 민주언론시민연합


이렇게 노골적으로 선정성을 드러낸 장면 외에도 문제는 많았습니다. TV조선 <신통방통>(8/29)는 이 사건을 보도하는 내내 박해미씨를 조명했습니다. 박해미씨 얼굴이 화면으로 노출된 시간만 약 5분에 달합니다. 심지어 박해미씨와 황민씨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황민씨만 블러 처리를 하고 호칭도 '황모씨'라고 했습니다. 아직 경찰에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므로 피의자 신분을 밝히지 않을 수는 있으나 어째서 박해미씨만 이름과 얼굴을 모두 공개하는지, 황민씨 역시 이미 매체에 많이 노출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황민씨만 가린 기준은 무엇인지 의문입니다.

TV조선이 사진만 보여준 것도 아닙니다. 박해미씨가 황민씨와 함께 지난해 12월 자사 프로그램 <인생다큐 마이웨이>이 출연했던 영상도 끼워 넣었습니다. 이 부분은 사고와 아무런 관련이 없을 뿐 아니라 박해미씨에 대한 인권침해에 가깝습니다. 진행자 김광일씨는 "영상 하나 보여드리겠습니다"라더니 "박해미씨와 그 남편 되는 황모씨가 함께 TV에 출연한 적이 있습니다. 박해미씨는 재혼이었고 그 남편 되는 이는 초혼이었는데 아무튼 화목한 가정을 이루게 됐다, 서로 걱정을 해주면서 남다른 애정을 보이는 장면이 있는데요"라며 해당 장면을 보여줬습니다. 이 영상에서도 역시 박해미씨만 얼굴이 노출됐고 황민씨는 흐리게 처리됐습니다.

이후 보여준 내용은 이번 사고와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두 사람이 사이좋게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 불과합니다. 단지 두 사람이 출연한 장면이라는 이유로 관련도 없는 영상을 가져다 쓴 겁니다. 이처럼 TV조선은 보도 내내 사고 당사자가 박해미씨의 남편이라는 이유로 박해미씨를 집중 조명했습니다. 이런 행태는 비단 TV조선만의 전유물은 아니어서 채널A <뉴스TOP10>(8/28) 등 타 매체도 황민씨의 신원을 가린 채 박해미씨만 강조했습니다.

부적절한 보도 다 해놓고 '왜 이러는 걸까' 묻는 TV조선

이런 보도 경향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식했는지 진행자 김광일씨는 "이 사건을 저희가 보도를 하면서 정작 음주 사고를 내고 사망 사건을 낸 이 운전자, 우리가 황모씨라고 하고 그다음에 사진, 영상을 보여주면서도 그 사람 얼굴은 모자이크, 블러 처리를 한 반면에 아무 잘못도 없는 박해미씨는 이름 공개하고 있고 얼굴 다 공개하고 있어요. 왜 이렇게 보도하는 겁니까?"라고 물었습니다. 스스로도 10분 내내 그런 식으로 보도를 해놓고 '왜 이러는 거냐'고 자문한 건데요. 이에 송국건씨는 "아직까지는 구속이 안 된 상황이므로 일단 황모씨로 나오는 것"이라 답했고 최병묵씨는 "공인의 정도"를 따져야 한다면서 "박해미씨는 전국민이 거의 다 아는 유명인이고 남편인 황모씨는 그정도는 아니다"라 지적했습니다. 

TV조선이 자사를 비롯한 언론의 보도 행태에 대해 일종의 해명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따지고 보면 '유체이탈 화법'에 불과합니다. 이런 문제가 제기될 것을 예상했다면 TV조선이 먼저 다른 방식으로 보도했어야 합니다. 긴 시간 부적절한 방식으로 보도를 해놓고 자문자답하는 것은 '셀프 면죄부'라 볼 수 있습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8월 29일(수)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 28일(화) 채널A <뉴스TOP10>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이은솔 기자는 민주언론시민연합 인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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