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선수들에게 데뷔전은 그야말로 꿈과 같은 일이다. 수원삼성블루윙즈(아래 수원) 김선우 골키퍼도 설렘을 가지고 핑크빛 경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의 프로 첫 경기는 전체적인 수비 라인 붕괴와 상대의 원더골이 터진 끝에 '악몽의 데뷔전'으로 남고 말았다.

일요일이었던 지난 2일 대구스타디움에서 펼쳐진 KEB하나은행 K리그1 (클래식) 2018 27라운드 대구FC(아래 대구)와 수원의 맞대결에서는 대구가 수원을 4-2로 꺾는 이변을 연출해 냈다. 지난 라운드 강원FC전에서 구단 최초로 20-20 클럽에 가입한 세징야의 멀티골에 힘입어 대구가 승리한 것이다. 대구는 이날 경기 승리로 승점 29점을 기록, 9위 상주상무프로축구단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강등권 탈출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반면 상위권 추격에 여념이 없는 수원은 3위 울산현대축구단과의 승점 차를 좁히지 못했다.

김선우 골키퍼, 대구FC와의 경기를 교훈 삼아야

슛하는 한의권 1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크 1' 수원 삼성과 FC 서울의 경기. 수원 한의권이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 슛하는 한의권지난 8월 1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크 1' 수원 삼성과 FC 서울의 경기. 수원 한의권이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정 팀 수원은 지난 주중 펼쳐진 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전북현대모터스(아래 전북)전에서 3-0 완승을 거두며 최근 좋지 않았던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리그에서의 연패와 서정원 감독의 사퇴라는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선수들의 투지를 발휘한 끝에 일궈낸 대승이라 의미가 컸다. 따라서 수원이 그 흐름을 이어가고자 이번 대구전에서 선수단 변화를 최소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골키퍼 부분에서는 더욱이 그랬다. 부상에서 돌아온 신화용 골키퍼가 수원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했다. 26라운드 경남FC전에서 네게바의 페널티킥을 막아내며 승점 3점을 건져냈고, 지난 전북전에서는 위력적인 상대 슈팅을 몇 차례 막아내며 흐름을 수원 쪽으로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부상 복귀 이후 완벽한 몸 상태는 아니었지만, 수원의 수비가 안정을 찾는 데 1등 공신이라 이번 경기 선발 출전에는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몸 상태가 완벽치 않은 신화용이 또다시 부상을 입으며 이번 경기 출전이 불발됐다. 그리고 수원의 선택은 김선우였다. 매탄고와 성균관대를 거친 김선우는 2016년 드래프트를 통해 수원에 입단했다. 그러나 그의 자리는 없었다. 정성룡이 그해 J리그로 이적하면서 기회가 찾아오나 했으나 노동건, 양형모 골키퍼의 벽은 높았다.

출전을 위해 임대를 떠난 경남FC에서도 그는 골키퍼 장갑을 끼지 못했다. 수원으로 다시 돌아온 그는 데뷔전을 위해 착실한 준비를 해나갔다. 코치진 내부에서도 지난주 훈련에서 강봉균과 경쟁을 펼친 끝에 김선우가 더 낫다고 판단했다. 대구의 세징야 대비 훈련 및 기본 세이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이었다. 그리고 그는 이날 경기에서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프로 데뷔전의 감격을 누렸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김선우는 전반 7분 만에 선제골을 허용했다. 세징야가 처리한 프리킥 상황에서 김은선의 헤딩 클리어링이 정확지 않아 자책골로 첫 실점을 기록했다. 이른 시간 실점한 김선우는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몸 움직임이 전체적으로 둔해졌고, 킥 장면에서도 자신감이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전반 12분에는 손쉬운 클리어링 상황에서 불안한 볼 처리로 상대에게 공격권을 헌납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3차례나 더 무너졌다. 전반 18분 에드가의 재역전골을 시작으로 전반 34분과 후반 15분 세징야에게 연속골을 허용했다. 물론 이날 수원이 기록한 4실점 모두를 그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만큼 수비가 전체적으로 무너졌고, 경기 중 몇 차례 번뜩이는 장면 또한 존재했다. 전반 2분 코너킥 상황에서 홍정운의 프리 헤딩, 후반 종료 직전 구석으로 향하는 세징야의 프리킥을 슈퍼 세이브로 처리하는 모습과 전반 16분에는 정확한 킥으로 페널티 박스 안으로 공을 연결하며 이종성의 동점골의 시발점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모습은 칭찬받아 마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선우가 이날 보여준 퍼포먼스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골키퍼는 최후방에서의 선방뿐만 아니라 수비 전체적인 라인을 컨트롤해야 한다. 이날 경기에서는 이 부분이 정확히 이뤄지지 않았다. 두 번째 실점 장면이 수원 라인 컨트롤 실패의 집약체였다. 역습으로 넘어오는 대구의 공격에 맞서 세징야의 돌파와 에드가 실바의 침투 모두를 막지 못했다. 또한 세징야를 너무나 자유롭게 놔두었다. 전반 초반부터 대구의 공격 진영에서 위협적인 슈팅을 수차례 성공시킨 세징야에게 강한 마킹을 주문할 필요가 있었으나, 우유부단한 판단력이 세징야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준 셈이 되고 말았다.

이후 경기에서 김선우 골키퍼가 기회를 제공받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주전 골키퍼인 신화용이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 부상 복귀 이후 곧바로 이어진 부상이라 복귀 시기가 예상외로 길어질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노동건 골키퍼도 올 시즌 불안한 모습을 여러 차례 노출했다. 수원의 수비 조직력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후방의 불안감마저 커진다면 수원의 실점률은 급격히 치솟을 수밖에 없다. 김선우 골키퍼는 이날 경기를 교훈 삼아 수원의 최후방을 책임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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