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겔로라 붕 카르노(GBK) 주경기장 사진이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겔로라 붕 카르노(GBK) 주경기장 사진이다.ⓒ 허일권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이 45개국 1만여 명의 선수가 참가한 가운데 8월 18일부터 2일까지 16일간 개최됐다. 우리나라는 브리지(카드게임)를 제외한 39개 종목에 선수단 1044명(선수 807명)을 파견했다. 지난 8월 24일 필자는 서울시립대 스포츠과학 학생으로서 아시안게임을 관람하기 위해서 자카르타로 떠났다. 여행 경비는 학교 100주년 기념 프로그램에 선발돼 지원받았다.

아시안게임과 같은 메가스포츠 이벤트는 스포츠행정, 스포츠마케팅, 미디어, 운동처방 등 스포츠학문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이다. 필자는 스포츠를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아시안게임을 직접 보고 경험한 내용을 토대로 아시안게임에 대해서 전달하고자 한다.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던 아시안게임 현장

 겔로라 붕 카르노(GBK) 경기장 ‘GATE 5’ 입구의 모습이다.

겔로라 붕 카르노(GBK) 경기장 ‘GATE 5’ 입구의 모습이다.ⓒ 허일권


 경기장에 입장하지 못한 사람들이 겔로라 붕 카르노(GBK) 내에 설치된 TV나 전광판을 통해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경기장에 입장하지 못한 사람들이 겔로라 붕 카르노(GBK) 내에 설치된 TV나 전광판을 통해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허일권


아시안게임 경기를 보기 위해서 택시를 타고 자카르타 중심지에 위치한 겔로라 붕 카르노(GBK)로 이동했다. 가는 길은 숙소에서 6km밖에 되지 않았지만 매일·매시간 막히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택시로 계속 가는 것보다 경기장 주변에 내려서 걸어가는 게 더 빠를 정도다.

자카르타는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고 공기가 매우 탁함에도 택시를 포기하고 걸어가기를 택할 정도로 교통체증이 심각하다. 원래 자카르타는 교통 혼잡도가 극심하기로 유명한 곳이다. 그런 도시에서 아시안게임이 개최되다 보니 자동차와 인파가 더 늘어난 것 같다. 이 때문에 경기 시간 2시간 전에는 출발해야 경기장에 시간 맞춰 도착할 수 있다.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의 현장은 마치 우리나라 2002 월드컵 때를 보는 것만 같았다. 경기장 주변에 내려서 걷다보면 응원도구를 파는 길거리 상인부터 한류콘텐츠를 홍보하는 한국문화원까지 다양한 시설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45개국 선수들을 응원하러 온 사람들을 마주치면서 눈짓과 미소로 서로 인사를 건넨다. 그렇게 걷다가 경기장 입구에 도착해보면 이미 티켓박스와 티켓을 확인하고 들어가는 곳인 GATE(게이트)에는 사람들이 줄지어 길게 서 있다.

신기하게도 경기장 주변에서 싸우거나, 큰 소리를 지르는 사람을 보지는 못했다. 아이는 부모님의 손을 잡고 싱글벙글하고 있었고, 어른들은 아시안게임이라는 축제 분위기에 흥이 난 상태인 것 같다. 필자도 현장 분위기에 휩쓸려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경기를 보기도 전에 경기장에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흥분됐다.

 겔로라 붕 카르노(GBK)에 설치된 부스, 기념품 가게 등 대부분 시설에 사람으로 가득 찼다.

겔로라 붕 카르노(GBK)에 설치된 부스, 기념품 가게 등 대부분 시설에 사람으로 가득 찼다.ⓒ 허일권


입구에서 경기장으로 가는 길에는 아시안게임 기념품관, 음식, 제품 체험관 등 다양한 시설들이 마련돼 있었다. 대부분 시설들은 아시안게임에 공식적으로 후원하는 기업 74개사가 운영한다. 그 중 단연 눈에 띄는 건 스크린과 TV를 설치하고 길거리 응원을 하는 모습이다. 우리나라 길거리 응원이 생각나기도 했다. 길거리에서 응원하는 사람들은 티켓이 매진돼 경기장에 못 들어가는 사람이거나 경기 티켓은 비싸기 때문에 저렴한 페스티벌 티켓을 구매해서 경기장에 입장한 사람들이다. 무엇을 선택하든지 각자만의 방법으로 아시안게임을 즐겼다.

경기장 부스에서 파는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먹고 경기장을 걷다보면 가끔 길거리에서 각국의 국가대표들을 볼 수도 있었다. 특히 대한민국 국가대표를 우연히 발견할 때면 괜히 그들에게 달려가서 그들을 바라봤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괜스레 설레기 때문이다. 가끔 선수가 나를 보며 웃어주면 괜히 대한민국 파이팅이라고 응원하게 됐다. 그 선수가 어떤 종목의 선수인지도 이름도 알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외국에서 한국인만 만나도 반갑기 마련인데, TV 속에서 보던 국가대표들이 얼마나 반가운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축제 제대로 즐긴 흥의 민족 '한국인'

 경기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열심히 일하는 인도네시아 자원봉사자들과 찍은 사진이다.

경기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열심히 일하는 인도네시아 자원봉사자들과 찍은 사진이다.ⓒ 허일권


"혹시 한국인이세요? 여기 앉아서 같이 응원해요."

지난 25, 26일까지 겔로라 붕 카르노(GBK) 3X3 농구장에선 한국인들의 응원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들은 경기장 곳곳에 삼삼오오 모여서 대한민국을 목이 터져라 외쳤다. 전혀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이 "짝짝짝짝짝"이라는 소리에 맞춰 한마음 한 뜻으로 대한민국을 응원했다. 그들은 주변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응원에만 집중했다. 외국인들은 응원소리에 놀라기도 하고 신기하게 바라보기도 하면서 그 모습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었다. 현지 방송국에서도 한국인들의 응원을 계속 찍었고, 현장 경기 진행 MC도 한국인들의 응원전에 놀라움을 표현했다.

여자농구팀·남자농구팀 경기는 점심부터 저녁까지 진행돼다. 한국인들의 목소리는 쉬다 못해 심하게 갈라져버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열정은 더욱 더 불타올랐고 응원은 쉼 없이 이어졌다. 그렇게 이틀 동안 함께 아쉬워하고 웃으며 경기를 관람했다. 쉬는 시간에는 서로에게 음료수를 사다주고, 화장실을 갈 땐 서로의 짐을 맡아주기도 했다. 서로 아는 것이라곤 대한민국 국민이고, 자카르타에 대한민국을 응원하러 왔다는 사실뿐이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아시안게임 자원봉사자 셀라(Sela)가 우리에게 선물해준 아시안게임 기념품이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아시안게임 자원봉사자 셀라(Sela)가 우리에게 선물해준 아시안게임 기념품이다.ⓒ 허일권


3X3 농구뿐만이 아니라 겔로라 붕 카르노(GBK) 어느 경기장을 가든지 한국인의 응원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축구나 야구처럼 인기 종목은 말할 것도 없고, 양궁, 유도, 육상, 농구, 배구 등 다양한 종목에서 대한민국 국민의 힘찬 응원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의 패트리엇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전에서 기억을 잊지 못한다. 3-2로 한국이 우즈베키스탄에게 지고 있는 상황에서 후반전 시간은 흘러만 갔고 아쉬움은 더해만 갔다. 그러다 황의조 선수가 3-3 동점골을 극적으로 넣었다. 사람들은 옆에 뒤에 있던 사람들과 미친 듯이 포옹하고 하이파이브를 치면서 대한민국을 외쳤다. 사람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손을 맞잡고 함께 소리를 지르면서 희열을 느꼈다. 북과 꽹과리를 치는 소리와 함께 "오! 필승코리아" 노래가 울려 퍼졌다. 괜스레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이 느낌은 경기장 사람들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즈베키스탄 선수에게 우리나라 선수가 맞을 땐 부모님들이 자기 자식이 맞은 것 마냥 한마음으로 선수들을 걱정하기도 했다. 그 옆에서 부모님 손을 잡고 축구를 구경하던 아이들은 신기하게 부모님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

무더위에도 친절했던 자원봉사자들

"당신들 점심 경기에 왔던 것 기억해요. 저녁 경기를 보러 왔나요?"
"인도네시아에서 좋은 기억과 행복만 가져갔으면 좋겠어요."

겔로라 붕 카르노(GBK)에는 다양한 경기장이 있기 때문에 길을 찾기가 어렵다. 특히 구글 지도에 의존해서만 경기장을 찾아가기는 어렵다. 경기장에는 선수들 전용 입구가 있고, 경기장 입장 관리를 위해서 일반 관객들이 걸어갈 수 없도록 막아놓은 길도 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구글 지도에만 의존해서 가다가 GATE를 나가게 돼서 야구장을 찾는데 1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손 쉽게 경기장을 찾아가는 방법은 자원봉사자들에게 물어보는 것뿐이다. 경기장 곳곳에 위치한 자원봉사자들은 자신의 일인 것처럼 경기장, 기념품관, 음식점, 화장실 등을 찾아줬다. 무더위에 지칠 만도 하지만 그들은 항상 웃고 있었다.

 겔로라 붕 카르노(GBK) 3X3 농구장에서 대한민국을 응원하는 한국인의 모습이다.

겔로라 붕 카르노(GBK) 3X3 농구장에서 대한민국을 응원하는 한국인의 모습이다.ⓒ 허일권


지난달 25일, 3X3 농구 경기장에서 만나서 친해진 자원봉사자 셀라(Sela)는 한국으로 귀국할 때까지 우리에게 도움을 줬다. 셀라는 항상 경기장에서 열심히 일을 했다. 그녀는 점심부터 경기가 시작됐지만 밤늦게 경기가 끝날 때까지 입구에서 티켓을 검사했다. 우리는 점심 경기가 끝난 후 다른 경기를 보거나 밥을 먹었다. 나중에 저녁 경기를 보기 위해서 경기장을 찾아갔을 때 그녀는 웃으면서 우리를 반겨줬다. 그리고 "당신들 점심에 왔던 거 기억해요, 저녁 경기를 보러 왔나요? 오늘 결승에서 꼭 한국이 이겼으면 좋겠어요. 응원합니다"라며 우리에게 인사를 건넸다. 항상 싱긍벙글 웃고 있는 그녀와 우린 친해져서 사진을 찍기도 했고, SNS 친구를 맺기도 했다.

우리는 자카르타에서 머물면서 그녀와 계속 연락을 했다. 우리가 티켓이 매진돼서 티켓을 못 구할 때 그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녀는 우리가 티켓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 뛰어다녔다. 자신의 친구나 다른 경기장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들을 찾아다니면서 말이다. 인도네시아에서 맥주 파는 곳을 찾기 어려워할 때, 그녀는 우리에게 맥주를 파는 마트나 식당을 알려주기도 했다.

인도네시아는 이슬람 문화권 국가라 술을 파는 곳을 찾기 어려운 나라이다. 귀국을 며칠 안 남았을 때는 그녀와 함께 인도네시아 음식을 파는 사방(sabang) 거리로 가서 같이 음식을 먹기도 했다. 그곳에서 우린 인도네시아 문화를 배우기도 하고,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길거리 공연을 보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인도네시아를 떠날 때 셀리는 울면서 우리에게 미리 사둔 아시안게임 기념품을 선물로 건네줬다. 그리고 그녀는 "이걸 보면서 자신을 잊지 말아줘요. 그리고 인도네시아에서 좋은 기억과 행복만 가졌으면 좋겠어요. 우리 친구 맞죠? 앞으로 한국 가서도 계속 연락해요"라고 말했다.

해마다 불거지는 운영미숙 문제? 해결법은 없을까

 자원봉사자들에게 길을 물어보다가 사진을 찍게 됐다.

자원봉사자들에게 길을 물어보다가 사진을 찍게 됐다.ⓒ 허일권


최근 인도네시아 운영 미숙에 대한 기사들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사격에서 진종오 선수의 시험 사격 결과가 모니터에 나오지 않았던 사고부터 네트워크 문제로 e스포츠 경기가 중단되는 일 등 우리 대표팀 역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항상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그리고 문제 해결 방안 보다는 개최지에 대한 비판으로 끝나기 일쑤였다. 특정 개최지에서만 발생하는 문제라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4년마다 개최지가 바뀌는 데도 아시안게임 운영 미숙 문제는 계속 이어졌다. 이번 인도네시아 아시안게임 운영을 두고 "아시안게임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하거나 "선진국에서만 경기를 개최해야 한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45억 명의 축제를 '운영 미숙' 때문에 폐지할 수는 없다. 또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에도 대장균 도시락 등 여러 문제가 불거졌던 것을 고려하면 특정 개최국의 문제라고 보기도 어렵다.

2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폐막했다. 4년 후 아시안게임은 중국 항저우에서 열릴 것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대회를 운영하면서 겪었던 노하우와 문제점을 항저우 조직위원회에 전해주는 게 어떨까. 4년 후에 똑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매번 불거지는 운영 미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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