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유 키즈 온 더 블록>의 홍보 포스터.

tvN <유 키즈 온 더 블록>의 홍보 포스터.ⓒ tvN


"와, 여기 tvN은 사이즈가 다르네."

유재석의 tvN 첫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유 퀴즈 온 더 블록> 첫 회. 퀴즈를 풀 시청자들에게 나눠 줄 12회 분량의 상금 규모를 ATM 기계에서 확인한 유재석이 감탄을 연발한다. "제작비를 아껴서 상금을 마련해 보았습니다"라는 자막을 달았다. 사이즈의 차이는 아직 더 지켜봐야겠지만, 지난달 29일 시작한 이 예능 프로그램의 몇 가지 '차이'와 '강점'은 확실해 보인다.

남녀노소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길거리 토크'가 이어진다. 제작진은 이른바 '로드쇼' 형식임을 강조한다. 그렇게 일반인이 퀴즈를 5개를 다 맞추면 100만 원의 상금을 준다. 헌데, 이 '퀴즈 쇼'는 오히려 곁가지로 느껴질 정도다. 그 안에 <무한도전>의 후반기를 함께 했던 유재석과 조세호가 자리한다.

<무한도전>의 '스핀 오프'처럼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레전드' 추격전 사이사이, 서울은 물론 전국 방방곡곡에서 진행된 야외 촬영 중간 중간, 정치인을 능가하는 인사성과 인지도를 바탕으로 일반 시민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던 <무한도전> 속 유재석의 캐릭터는 이 퀴즈쇼에 고스란히 이식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유느님' 유재석의 장기와 일반 시민들의 본격적인 만남.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강점은 거기서 발휘된다. 그래서 대한민국 사람 중 모르는 사람이 없을 유재석의 '얼굴'은 이 길거리 퀴즈쇼가 시작부터 진행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될 '치트키'라 할 수 있다. 이를 테면, 이런 식.

과학자를 꿈꾸지만 "돈이 될 거 같"으니 국악과 소리를 배운다는 초등학생은 유재석에게 "잘 되세요"라는 덕담을 남기며 퇴장하는 의외의 장면을 연출한다. 그 의외성은 일반인 출연자들이 지니는 친근감과 돌발성에서 비롯된다. 제작진이 편집에서 살린 여러 일반인들도 그런 특성이 강조된다.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기존 예능이나 여전히 인기가 지속 중인 관찰 예능이 줄 수 없는 재미를 동반한.

 tvN <유 키즈 온 더 블록>의 한 장면.

tvN <유 키즈 온 더 블록>의 한 장면.ⓒ tvN


일반인들의 삶이 녹아 든 예능

세운상가 인근에서 1979년부터 한 평 남짓한 점포를 운영했다는 70대 열쇠수리공도, 최근 베트남으로 휴가를 다녀왔다는 20대 직장인도, 국민대 앞에서 30년 넘게 장사를 한 가게 사장님이나 개학과 함께 학교에 다녀왔다는 예고 학생 역시 유재석 앞에서는 술술 이야기를 꺼내기 마련이다.

그 짤막한 토크로 어떤 깊이 있는 주제나 일반인들의 삶을 본격적으로 끌어내기는 물론 무리가 있다(그것은 또한 제작진의 역량 문제다). 그러나 길 위에서 만난 이들의 다채로운 얼굴만으로도, 그들의 배경만으로도 <유 퀴즈 온 더 블록>이 끌어낼 수 있는 소재는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유재석이야말로 그런 판을 벌이는데 최적화된 예능인이지 않은가. 실제로 유재석이 <무한도전>에서 '길거리 토크쇼'를 시도했었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시길. 심지어 그 옆에서 (<무한도전>과 마찬가지로) 유재석에게 놀림을 받아 내는 조세호는 박명수의 대체제로서 감초 캐릭터 역할에 충실하다. 

어찌 보면, JTBC <한끼줍쇼>와 유사한 형식으로 보일 순 있다. 남자 진행자 두 명이 거리로 나서고, 일반인이 카메라 앞에 서야 하며, 녹화 시간의 제한을 두는 형식 말이다. 그러나 '유재석의 로드쇼'에는 우선 일반인이 밥상을 차리며 집안을 공개해야 하는 부담에서 자유롭다. 동네 탐방이란 큰 틀이 없는 탓에 훨씬 더 느슨한 형식(이자 소재)을 취할 수 있다.

더군다나, 가볍게 풀 수 있는 퀴즈와 그에 따라오는 상금(이자 현금) '백만 원의 행복'은 퀴즈쇼가 주는 돌발성과 긴장감, 그리고 현실감 등 장르 자체의 흥미 요소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첫 회에서 퀴즈 다섯 개를 모두 푼 최초이자 단 한 명의 '승자'가 방글라데시인이라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의도치 않은 섭외였을지언정, <유 퀴즈 온 더 블록>이 펼쳐낼 수 있는 다채로운 일반인들의 이야기, 그 일면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는, <무한도전>의 후속 프로그램인 MBC <뜻밖의 Q>의 부진이다. <뜻밖의 Q>역시 퀴즈쇼 형식을 도입했다. 그러나 기존의 '스튜디오 안에서 연예인들이 농담 따먹기로 일관하는' 구태의연한 형식이란 비판이 난무한다. 한 포털의 프로그램 평가란엔 '이수근, 전현무, 은지원, 유세윤 조합으로도 이 정도면, 폐지가 답'이란 평까지 나왔을 정도다.

<무한도전>의 '스핀오프'처럼 보이는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신선함과 차별성은 그래서 시청자들이 반복적으로 피로감을 호소 중인 관찰 예능의 대안으로 보이기도 한다. 브라운관에 넘쳐나는 연예인과 셀럽,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을 그만 좀 보고 싶다는 그 피로감 말이다.

관찰예능의 피로감

"윤후란 어린이가 아버지 윤민수 씨와 카레 치킨을 만드는 것만 40분을 내보내는데, 왜 인기가 있는지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웃음)" (김태호 PD "'무한도전' 위기…방송시간 채우느라 캐릭터 바닥", 2017년 11월 28일자 <연합뉴스> 기사 중)

작년 11월, 한 명사특강 연단에 선 <무한도전> 김태호 pd는 '관찰형 예능'의 인기에 대해 처음엔 의아하다는 반응을 털어놓고 있었다. <아빠 어디가> 시즌1의 시작이 2014년 1월이었으니, 관찰 예능의 전성시대가 도래한지 벌써 4년째다. 김 PD는 "그래서 처음에는 '아빠! 어디 가?'나 '미운 우리 새끼' 등 관찰 예능을 보면서 어디서 웃음을 찾아야 할지 몰랐다"고도 했다.

"'무한도전'의 출연진은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등 대부분이 개그맨 출신이기 때문에 늘 웃음을 만들어내는 것에 대해 집중해왔다"는 부연이었다. 그렇게 예능인들이, 제작진이 매번 아이템을 짜내고, 새로운 형식을 고민해왔던 <무한도전>과 같은 리얼 예능은 관찰 예능으로 대세를 뺏긴지 오래다.

 tvN <유 키즈 온 더 블록>의 한 장면.

tvN <유 키즈 온 더 블록>의 한 장면.ⓒ tvn


그러는 사이, 연예인들은 일상이 TV를 점령해 버렸다. 연예인들은 아이를 키우며 돈을 벌고, 집안을 공개하며 돈을 벌고, 부부 생활을 공개하며 돈을 벌고, 시어머니, 시아버지와 싸우며 돈을 벌고, 여행을 가고, 운동을 해도 돈을 번다. 심지어 혼자서 외로워해도, 그래서 밖에 나가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클럽에 가는 모습을 공개하는 것도 돈벌이에 이용했다.

그런 점에서, 유재석과 함께 <무한도전>을 대표했던 박명수와 관찰 예능에 출연, 유명세를 얻은 아내 한수민이 최근 구설에 오른 장면은 그래서 더욱 상징적이라 할 수 있다. 한동안 TV 출연으로 인지도와 유명세를 얻은 한수민이 상품 광고에 적극 나선다는 비판이 일었던 것 역시 이와 같은 연예인 관찰 예능의 부산물로 지적돼 왔다.

이젠 의미도 재미도 없다···TV 속 '그들이 사는 세상' (8월 31일자 <중앙일보>)
"밥 차려라·사랑 불도저"...고정관념·편견 조장 예능(9월 1일자 <YTN>)

방송사 입장에선 '가성비' 최고의 효자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았고, 연예인들 역시 쉽사리 인지도를 올리고 대중들의 관심을 끌거나 되찾는 효과를 누린다. 경쟁적으로 도입된 이 관찰 예능의 그물망식 확장은 필연적으로 시청률 경쟁을 불러왔고, 그러면서 점점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아이템들이, '악마의 편집'이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중이다.

높아진 젠더 감수성을 쫓지 못하는 관찰 예능들에 대한 비판도 넘쳐난다. 이 모든 폐해를 지적하는 기사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지만, 지상파와 종편들이 이 땅 짚고 헤엄치는 아이템을 쉽사리 내칠 리 만무하다. 그런 가운데, <유 퀴즈 온 더 블록>을 런칭한 유재석의 선택은 분명 달랐다(그런 유재석도 과거 동료들이 대거 합류한 <해피투게더>로 부진과 비판에 시달리고 있긴 하다).

과연 첫 회 2~3%대 시청률로 안착을 예고한 유재석의 이 길거리 퀴즈쇼가 어디까지 반향을 일으킬지는 아직 예측 불가다. 분명한 것은 <무한도전>의 '스핀오프'를 연상시키는 그 다른 선택이 관찰 예능으로 인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갈 공산이 크단 사실일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무한도전>의 MBC가 아닌 케이블 tvN으로부터 잉태됐다. 여러모로, 상징적인 출발이 아닐 수 없다.

 tv조선 <아내의 맛>의 한 장면.

tv조선 <아내의 맛>의 한 장면.ⓒ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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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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