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양한 영화제들이 새로 생겨나고 있지만 사라지거나 중단되는 영화제들도 하나둘 늘어나는 모습이다. 20회를 앞둔 한 영화제는 중단될 위기에 놓였고 15회를 치른 또 다른 영화제는 3년째 개최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영화제들은 주로 내부적인 문제가 지속되면서 스스로 무너진 경우다. 일부 영화제들은 겉모습은 잘 치러지고 있는 듯보이나 구조적인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996년 부산영화제가 출범한 이후 국내에도 수많은 영화제들이 생겼다. 일부는 성공을 거뒀지만, 휘청거리거나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영화제들도 적지 않아 이를 바라보는 영화인들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집행위원장 구속된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김종현 집행위원장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김종현 집행위원장 ⓒ 이정민


지난 7월 26일 김종현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법정 구속됐다. 보조금 1억 5천여만 원을 빼돌려 법인 운영비 등에 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으나,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앞서 김 위원장 등은 2011년 8월∼2013년 7월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지원받은 보조금 중 2800여만 원을 보조사업 대상이 아닌 다른 용도에 사용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또한 서울특별시로부터 받은 1억 2천여만 원, 성북구로부터 받은 370여만 원의 보조금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었다.

당시 재판부는 "시민 세금이 엉뚱하게 쓰인 사건으로 그냥 괜찮다고 넘어갈 수준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김 위원장이 수사 단계에서 직원들에게 잘못을 미루고 고소까지 했다"며 "피해액 변상도 제대로 안 되고 있어 벌금형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올해 20회 행사를 앞둔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11월 말~12월 초 개최)는 김 위원장의 구속으로 영화제 개최가 불투명해진 상태다.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국내 여러 감독과 배우들이 성장하는데 발판 역할을 했었다. 하지만 지자체 등의 안정된 지원을 받지 못해 여러 지역을 떠돌며 영화제를 개최해왔다. 또 수 년 전부터 임금체불 논란과 함께 감사원 감사에서 보조금 횡령 의혹 등이 드러나며 영화진흥위원회와 서울시, 성북구 지원이 모두 끊겼다. 최근엔 영화계에서도 외면 받아 지난해 치러진 19회 영화제는 날짜를 한 번 연기한 끝에 개최에 의의를 둔 영화제를 겨우 치러냈을 정도다.

한 중견 영화인은 "20년이 된 영화제가 저렇게 된 게 무척이나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다른 영화인들도 집행유예나 벌금형 정도를 받을 수 있던 사안이 법정구속으로까지 이어진 것을 보면 판사가 보기에 당사자의 문제가 컸기 때문이라며 "당사자의 반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20회 맞은 영화제를 저런 식으로 문 닫게 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영화계 인사는 "김종현 위원장이 구속된 상태니 그냥 놔두면 없어지는 것과 다름없지 않냐"며 "그냥 지켜보기 보다는 사무국을 새로 꾸리고 영화인들이 힘을 합쳐서 살리는 방안을 논의하는 게 영화인들의 자세인 것 같아 움직여 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3년째 중단되고 있는 '광주국제영화제'

 2015년 광주국제영화제 폐막식 모습

2015년 광주국제영화제 폐막식 모습 ⓒ 광주국제영화제


2015년 15회를 끝으로 중단된 광주국제영화제는 재개할 기미를 찾기 어렵다. 광주국제영화제는 15회나 개최되었음에도 국내에서 가장 조명 받지 못하는 영화제 중 하나이기도 했다. 지방에서 개최되는 주요 영화제들이 전국적인 관객을 유치하는 것을 볼 때 광주국제영화제는 이름만 유지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광주국제영화제는 2016년 조직위가 내분에 휩싸이며 올해까지 3년째 열리지 못하고 있다. 정해진 기한 안에 보조금 집행 내역 정산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보조금 지급이 취소됐다. 이사장과 상임이사가 다투는 과정에서 영화제가 멈춰선 것이다.

광주국제영화제는 2001년 시작 이후 여러 논란이 이어졌고,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2005년에는 집행위원장이 해외 스타들의 초청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두 번이나 출장을 다녀와서는 보고서 한 장 내지 않았다. 또 특정 감독이 영화를 초청하는 게 어렵다고 하자 "그럼 DVD로 틀면 되지"라는 발언을 해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영화계에서는 "지역 영화인들이 중심이 돼서 영화제를 치러 왔으나, 외부에 대해 폐쇄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지역기반에 더해 외부 전문가들의 참여가 중요한데, 이를 간과했고, 집행위원장을 거친 인물들도 오래된 구세대 영화인들거나 정치인 출신들이기에 외부와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화제를 제대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역량보다는 지역의 테두리에 갇힌 게 영화제가 멈추게 된 요인 중 하나다.

광주광역시 관계자는 "현재 조직위가 남아 있기는 하나 없어진 것과 마찬가지"라며 "앞으로 어떻게 할지 아직 구체적 방향성은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에서 독립영화제와 여성영화제 등 5개 정도의 영화제가 개최되는데, 여기서 협의를 해 볼 생각"이라며 "서울에 있는 광주 출신 영화인들의 의견도 수렴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영화계 인사들은 조직을 재구성하고 인적 쇄신을 진행하면서 대중적으로 인지도 있는 영화인에게 책임을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다. 영화계에서 비중 있는 인사들 중엔 광주지역 출신 영화인들도 많다. 지역에서는 지원을 해주고 이들과 함께 새로운 구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방향으로 판을 짜야 재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일회성 관변영화제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

 6회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 개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박정숙 총감독

6회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 개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박정숙 총감독 ⓒ 성하훈


지난 8월 17일~21일까지 개최된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는 6회를 맞았지만 아직 안정되지 않은 영화제로 꼽힌다. 올해는 관객들의 참여가 두드러졌고 성과가 많았다고 홍보하고 있으나,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지 않고 있는 이유는 '관변 영화제'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순천만영화제는 6회를 이어오는 동안에 집행위원장은 3번, 프로그래머는 5번이 바뀌었다. 올해는 집행위원장 대신 총감독으로 바뀌었지만 프로그래머는 여전히 몇 달 동안의 계약직일 뿐이다. 지금껏 같은 프로그래머가 2년 연속 행사를 준비한 건 2회와 3회 행사에 불과하다. 홍보 등도 대부분 외주업체에 맡겼다. 순천시가 행사의 중심에 있고 영화인들은 주변부에 머무르고 있는 탓이다.

이렇다보니 영화제의 연속성이나 프로그램의 안정성을 갖추기 어렵다는 것이 영화계의 지적이다. 같은 작품이 6년 동안 2번 이상 상영되기도 했다. 장기적으로 2~3년 정도의 프로그램을 고민해야 하는데, 지금의 한시적 체제에서는 연속성 있는 행사를 준비하기는 어렵다.

영화가 중심이 되기보다는 부대 행사가 중심이 되면서 영화는 들러리처럼 보이는 게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의 모습이기도 했다. 올해 3월 사무국이 꾸려지기는 했으나 이 역시 한시적이고 영화 프로그램은 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준비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해마다 일회성 영화제로 이어져 오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올해는 일반상영이 무료관람으로 진행되면서 예년에 비해 관객은 늘어나고 매진된 작품도 생겨났다. 순천시 관계자는 "5회를 넘어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한다"며 "지역민들의 관심이 늘어났으며 야외상영에도 많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간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잘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현장을 찾은 국내 영화제 관계자들의 반응엔 온도차가 있었다.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지속성과 영화계의 참여, 지속적인 발전을 이뤄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 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집행위원장(또는 총감독)과 프로그래머가 소모적인 존재로 취급당해 매년 바뀌는 상태에서 발전은 쉽지 않다"며 "순천시가 행사를 주관하는 관변영화제의 틀을 벗어나 영화인들이 중심이 돼서 장기적으로 행사를 준비하도록 하고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아야 제대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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