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제인> 스틸컷 다큐멘터리 <제인> 스틸컷

▲ 다큐멘터리 <제인> 스틸컷다큐멘터리 <제인> 스틸컷ⓒ EBS 국제다큐영화제


*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01.
제인 구달 박사는 영국 출생의 동물학자이자 침팬지 연구가, 환경 운동가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장기간의 현장 연구로 침팬지에 대한 획기적인 사실들을 몸소 알아내며 세상에 알렸다. 그녀의 연구는 지금까지도 많은 동물학자들의 모범이자 표본이 되고 있다.

브렛 모겐 감독의 다큐멘터리 <제인>은 그런 제인 구달 박사에 대한 기록을 담은 작품으로, 연구 초창기에 그녀가 실제로 기록했던 현장 작업들과 그녀의 연구 주제였던 침팬지의 행동 양식, 가족과 관련한 그녀의 개인적인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작품은 아직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훗날 그녀의 남편이 된 카메라맨 휴고 반 라윅에 의해 촬영된 100시간 이상의 미공개 촬영 분 영상과 제인 구달 박사의 아프리카 자택에서 새롭게 촬영된 인터뷰 영상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02.
어린 시절부터 제인 구달 박사의 꿈은 아프리카로 가서 동물들과 함께 사는 것, 단 하나였다. TV 속 타잔의 모습처럼 말이다. 그 막연한 꿈을 위해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모을 정도로 그녀는 자신의 꿈에 진지했다. 그러던 1957년, 그녀는 침팬지 연구를 맡아 아프리카로 떠날 사람을 찾고 있던 루이스 리키 박사를 만나 꿈을 이루게 된다. 탄자니아 곰베 지역으로 떠나게 된 것이다.

당시의 그녀는 대학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로, 학위도 없고 관련 교육도 받은 적이 없는 일반인이었지만 박사는 오히려 그런 사람을 더욱 원했다고 한다. 루이스 리키 박사가 원했던 것은 다음과 같았다. 열린 마음을 갖고 지식에 대한 열정이 있으며 동물에 대한 사랑을 보일 줄 알고 굉장한 끈기를 가진 사람.

1960년대만 해도 침팬지에 대한 정보는 아무것도 없었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이 아프리카에서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했고, 침팬지 사회에 들어가 그들의 구성원이 되는 것만이 유일한 목표일 정도로 걱정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고민도 없이 탄자니아로 날아갔다.

당시의 영상이 나오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으면 실제로 그녀가 얼마나 기대로 들떠있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침팬지가 얼굴을 집어 뜯으면 어떡하려고 했냐는 인터뷰 질문에는 아무도 그런 말을 해준 적이 없어서 그런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고 이야기 할 정도로 무지했고, 희망으로만 가득 차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인지도 모르겠다.

다큐멘터리 <제인> 스틸컷 다큐멘터리 <제인> 스틸컷

▲ 다큐멘터리 <제인> 스틸컷다큐멘터리 <제인> 스틸컷ⓒ EBS 국제다큐영화제


03.
물론 처음부터 그녀의 도전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침팬지들을 찾아 매일 같이 곰베 지역을 탐험하고 밤마다 기록으로 남겼지만, 침팬지 무리 시각으로 볼 때 이상하게 생긴 침입자에 불과한 박사에게 그들은 가까운 거리를 내어주지 않았다. 그녀의 초기 연구에 별다를 게 없었던 건 그 때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연구 성과가 없는 이에게 지속적인 연구 지원이 있을 리 없었고, 5개월이 훌쩍 지난 뒤에야 침팬지들은 조금씩 그녀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침팬지와의 관계 외에도 문제는 또 있었다. 당시만 해도 미혼 여성 혼자서는 아프리카 정글에 머무를 수 없던 시기였기에 보호자가 필요했다고 한다. 이에 도움을 준 건 그녀의 어머니. 그녀의 어머니는 딸의 꿈을 위해 기꺼이 보호자가 되어 함께 정글로 향했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이렇게 회고한다. 어머니는 한번도 딸인 자신을 여자라는 이유로 무시하거나 뜻을 꺾은 적이 없으셨다고. 언제나 경청하고 지지해주셨다고 말이다.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이 경험은 작품 내내 침팬지 가족의 모성애, 자신의 아들 그럽에 대한 스스로의 모성애와 이어지게 된다.

04.
구달 박사를 곰베 지역으로 보낸 루이스 리키 박사가 침팬지의 행동 양식을 연구하려고 했던 것은 석기 시대에 살았던 인류 조상의 행동 양식을 추측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가 제인 구달을 선택했던 이유는 그녀가 대학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당시에 보편적으로 고착되어 있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침팬지들과 대등한 관계에서 이전에 없던 연구와 관찰이 가능하리라 예상했던 것. 당시에만 해도 오로지 인간만이 지적인 사고가 가능한 동물이라고 믿었기에 이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침팬지의 행동을 무시하거나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가능성이 많았다.

루이스 박사의 선택은 옳았다. 제인 구달 박사는 침팬지 무리의 행동을 조금도 빠뜨리지 않고 기록에 기록을 더하며 자신만의 연구 성과를 거두어갔다. 하지만, 그녀의 그런 장점들은 정식 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계의 극심한 반발을 초래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침팬지들이 도구 제작의 첫 단계인 '물체의 변형'을 활용해 흰개미를 잡아 먹는다는 것을 최초로 발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어린 여자라는 이유로, 학위가 없다는 이유로 무시당하고 지원을 지속적으로 받지 못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후 내셔널 지오그래픽 소사이어티의 정식 지원으로 연구는 계속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녀에게는 큰 시련과도 같은 경험이었다.

다큐멘터리 <제인> 스틸컷 다큐멘터리 <제인> 스틸컷

▲ 다큐멘터리 <제인> 스틸컷다큐멘터리 <제인> 스틸컷ⓒ EBS 국제다큐영화제


05.
이후에도 구달 박사는 침팬지 무리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 나간다. 야생 동물들에게 온전히 받아들여지는 건 굉장한 특권이라고 생각했던 그녀는 그들의 생활 양식을 오롯이 알아내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항상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이전에 겪었던 시련이 인간 세계에서부터의 시련이었다면, 침팬지 무리로부터 시작된 시련들도 있었다.

자신이 침팬지 무리에 다가가기 위해 시도했던 일들로 침팬지 개체들간의 다툼이 늘어나고, 소유욕에 의한 공격성이 증가하는 경험을 하며 자연에 대한 인간의 개입이 질서를 파괴할 수 있음을 직접 경험하게 된 것이 대표적이다. 인간의 긍정적 의도가 대상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녀는 처음 알게 된다.

또 다른 문제들도 있었다. 침팬지들 사이에서 소아마비 전염병이 퍼지는 걸 지켜보며 자신과 평생을 함께해 온 개체의 죽음을 지켜보기도 하고, 그들이 동족 살해를 일으키는 모습을 보면서는 자신이 그동안 갖고 있던 침팬지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바꾸게 되기도 한다. 그 전까지의 그녀는 자신의 모성애를 되돌아 볼 정도로 침팬지 사회의 인간적인 미덕에 대해 신봉하는 쪽이었기 때문이었다.

다큐멘터리 <제인> 스틸컷 다큐멘터리 <제인> 스틸컷

▲ 다큐멘터리 <제인> 스틸컷다큐멘터리 <제인> 스틸컷ⓒ EBS 국제다큐영화제


06.
이 다큐멘터리 속에는 그녀의 연구에 대한 내용뿐 아니라, 내셔널 지오그래픽 소사이어티의 연구 지원을 받을 당시 촬영 취재를 목적으로 탄자니아 곰베 지역에 파견된 영상작가 휴고 반 라윅과의 사랑,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그럽에 대한 이야기,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 곰베 지역에 그녀가 설립한 연구소에 대한 이야기, 휴교가 곰베 지역으로 갈 수 없게 되면서 그와 함께 세렝게티 초원에서 다른 야생 동물들을 관찰하며 다양한 종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던 이야기 등 제인 구달 박사의 삶 전반에 대한 내용들이 그려지고 있다. 인터뷰 속의 현재 구달 박사가 그런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들을 침팬지 무리와의 경험과 엮어가며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것이다.

작품의 마지막에 이르러, 아프리카 정글에서 침팬지의 개체 수 자체가 줄어든다는 것을 확인한 박사는 이제 더 이상 정글에만 머물지 않고, 세상 밖으로 나와 사라져 가는 것들을 지키는 것의 소중함에 대해 알리기 시작한다. 이 일을 시작한 이후로 단 한번도 같은 장소에 3주 이상 머물러 본 적이 없었다는 그녀. 평생을 숲 속에서 연구만 해 온 그녀가 이런 환경을 어떻게 견뎌내는 것일까. 다시 침팬지만을 연구하던 조용하고 안락했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을까? 이에 대한 그녀의 답변이다.

"침팬지를 연구한 덕분에 침팬지와 인간의 유사점을 발견할 뿐만 아니라 가장 큰 차이점들도 알게 되었습니다. 성격과 이성적 사고, 이타주의 감정을 가진 건 우리뿐만이 아닙니다. 신체적 고통과 함께 정신적 고통을 느끼는 게 우리뿐만도 아니고요. (중략) 우리는 언어를 사용해서 다른 생물은 할 수 없는 우리 존재의 근원이나 이유에 대해 질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고도로 발달된 지능을 가졌다는 것은 인간의 무분별한 행위 때문에 멸종의 위기에 처한 생명체들에 대해 우리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죠."

그녀는 세계를 돌아다니는 지금도 곰베 지역의 침팬지 연구를 멈추지 않고 있고, 이는 역사상 가장 길게 지속된 자연 서식지 동물 연구라고 한다.

덧붙이는 글 EBS의 온라인 VOD 서비스 플랫폼 'D-Box'에서 오는 9월 2일까지 무료로 시청이 가능합니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영화가 숫자로 평가받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씁니다.

  • 2018 EIDF 다른 기사

  • 옆으로 쓸어 넘길 수 있습니다.
top